BMW 525i 절정을 향해 치닫는 핸들링 제왕
2004-01-13  |   43,142 읽음
5시리즈의 변신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제발 7시리즈 등장 때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파만은 던지지 않기를 바랬다. 데뷔 직후 사진을 통해 예전 모습을 찾아볼 길 없는 5시리즈를 보면서 그 끝 모를 과감함에 혀를 내둘렀다. 다행스러운 점은 BMW의 변화를 처음 대할 때 느꼈던 아찔한 충격파가 점차 상쇄되어가고 있다는 것. 인간이 일찍이 레테의 강을 건너지 않았던들, 그리고 애초에 적응의 동물로 빚어지지 않았던들 놀란 가슴을 평생 껴안고 지내야 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한결 편안해진 기분으로 5시리즈를 보면서, 그 어떤 변화에도 금세 적응해내는 인간의 능력에 감탄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변화에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5시리즈는 실제로 한결 편안한 라인을 지니고 있다. 직접 보지 않은 것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고, 경험하지 않은 일로 무용담을 지어내지 말 것. 5시리즈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7시리즈와 Z4 이미지 섞은 미래형 디자인

1972년 데뷔 이후 88년과 95년 풀 모델 체인지를 거쳐온 5시리즈는 세계 곳곳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은 인기 모델. BMW의 대명사 ‘실키식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차도 5시리즈였고, BMW를 대표하는 고성능 세단 M 버전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해준 것도 5시리즈였다. 30년 역사만 봐도 이 차의 변신이 눈길을 끈 것은 당연한 일. 7시리즈와 Z4 등장 이후 세계 곳곳의 ‘미래 디자인 부적응자들’이 쏟아낸 탄식을 의식해서인지 5시리즈는 변신과 안정감의 타협점에 접근한 모습을 보여준다. 간판 모델이라는 점도 큰 부담이었을 터.
변신 강박증에 사로잡힌 듯한 모습 속에서도 한 세대 넘도록 변함없는 라인을 지키고 있는 독특한 C필러가 유독 반갑다. 나날이 커져 가는 키드니 그릴은 Z4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그럼에도 한눈에 5시리즈임이 와 닿으니 희한한 일.
디자인 팀의 고뇌는 5시리즈의 뒷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구형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달라진 전체 보디라인과의 조화까지 고려한 뒷모습은 앞쪽의 현란함까지 일정 부분 가라앉혀 주는 포인트. 돌아서는 뒷모습이 첫인상을 좌우하듯, 낯익지 않은 차의 뒷모습 디자인은 무시할 없는 여운을 남긴다. 그런 관점에서 5시리즈의 뒷모습은 무척 잘된 디자인이 아닐까. 아무리 수위 조절을 했다 할지라도, 5시리즈의 새 스타일에 완전 적응할 때까지는 ‘옛 추억’을 살짝 담아낸 뒷모습을 먼저 보아야 할 듯하다. 7시리즈 디자인은 충격이었고, Z4의 과감한 라인은 충격에 비틀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결정타를 날렸다. 그렇다면 7시리즈와 Z4의 라인을 섞어 빚어낸 5시리즈 디자인이 오히려 눈에 익어 보이는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시승 내내 허를 찔린 기분, 결국 깔끔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가벼운 가죽 재질과 심플한 레이아웃 돋보여

운전석에서부터 반대편 조수석 도어에 이르기까지 후련하게 뻗어 있는 525i의 대시보드 라인은 Z4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계기판과 i-드라이브 모니터, 에어컨과 CD 플레이어 내장 오디오는 심플하다 못해 허전하기까지 하다. 7시리즈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
손에 닿는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 시트의 가죽 질감은 과연 어떤 가공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할 정도로 묘하다. 스티어링 휠에 처음 손을 얹을 때는 순간적으로 수지 재질이 아닌지 의심했을 정도. 무겁거나 손에 들러붙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고급스러운 감을 물씬 풍기는 가죽 인테리어에 소위 필이 꽂힌 이들에게는 썩 내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최종 판단은 가벼운 촉감을 지닌 이 가죽 재질이 심플한 인테리어 디자인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또 이 차의 움직임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를 찬찬히 체험한 뒤로 미뤄도 늦지 않을 듯.
에워싸거나 휘감는 질척임 없이 깔끔한 가죽시트의 질감이 좋다. 얇게 뽑아낸 등받이가 스포티하고 스티어링 휠을 마주한 채 앉는 자세 또한 경쾌하다. BMW 차가 그렇듯 주유구나 트렁크 개폐 스위치는 아예 없으니 찾아 헤매지 말 것. 밖에서 해결할 일은 밖에서 하라는 뜻이다. i-드라이브 조작감도 한결 수월해진 느낌. 7시리즈 등장 때만 해도, 조그셔틀에 손을 대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메뉴 버튼 하나 더 마련한 것만으로 525i의 i-드라이브는 운전자의 도전정신을 부추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늘어선 숫자들 사이를 조그셔틀을 돌려 누비며 원하는 라디오 스테이션을 찾아가는 조작방법이 재미있다. i-드라이브를 조작하면서 재미를 느끼긴 이번이 처음이다.

엔진과 트랜스미션, 타이어의 3위 일체

525i의 엔진은 가변식 밸브 타이밍 기구인 바이 바노스를 갖춘 직렬 6기통 2.5X DOHC 192마력 유닛. 최고출력은 6천rpm에서 나오고 25.0kg·m의 최대토크는 3천500rpm에서부터 일찌감치 터진다. 3.0X 엔진의 231마력에는 못 미치지만 힘 부족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새로 디자인한 시동키를 돌리고 스텝트로닉 6단 AT의 레버를 수동 모드로 맞춰 출발. 아직 길들이기도 마치지 않은 새차이건만 부드러운 출발가속이 예사롭지 않다. 2천rpm을 넘어서면서 시속 100km에 다다른다. 독일 세단 특유의 스트레스 없는 발놀림. 이후 rpm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기 바쁠 정도로 빠른 가속이 이어진다. 2단계로 나눠 밟아 킥다운할 수 있는 액셀 페달은 BMW 특유의 ‘턱이 들리는’ 가속력을 즐기게 한다. 525i의 스포츠성은 보어보다 스트로크를 짧게 한 ‘숏 스트로크’ 엔진 구성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풀드로틀 하면 시속 200km에 득달같이 도달하나 그 이후 가속은 점차 더뎌지고 차체도 조금씩 안정감을 잃어간다. ‘이럴 차가 아닌데…….’ 예전 BMW 차들과 함께 시속 220~230km를 넘나들던 기억에 비춰볼 때, 아직 ‘열을 받지 않은’ 새차이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제대로 달릴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도로 탓일 수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6단 AT의 빠른 변속감도 운전 재미를 더하는 요소. 아래로 잡아채 기어 단수를 올리는 변속 순서에 적응하고 나면 D레인지에만 놓고 타기 아까울 순발력을 발휘한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되었던 5시리즈 드라이빙의 핵심 AFS(Active Front Steering)의 위세는 여전하다. 여기에 피렐리 승용 고급 타이어 계보를 이어온 P7 타이어가 든든한 핸들링을 뒷받침한다. 스포츠성으로 이름 높은 P7의 강점은 독특한 트레드 패턴이 만들어내는 접지력과 핸들링 실력. 고속 코너링에서 차체 뒤쪽이 바깥쪽으로 비껴나가는 듯했으나 금세 DSC가 개입해 ‘사태’를 마무리한다. 냉철한 벤츠와 다르고, 무섭게 휘감는 아우디와도 다른 감각. 타고난 성능과 첨단장비를 믿고 마음껏 운전할 수 있는 장점은 있을지 몰라도 원초적인 운전 재미와는 나날이 멀어져 가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5시리즈의 코드네임은 E60. 7년 동안 군림해온 구형(코드네임 E39)은 수명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판매대수를 늘려간 걸작이었다. 21세기의 ‘BMW 코드네임 E’는 선대(先代)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525i의 날랜 몸동작은 그 해답의 실마리를 은근히 보여준 듯했다.
취재협조 : BMW 코리아 ☎ (02)3441-7800

BMW 525i의 장단점
장점
·세련된 인테리어 ·경쾌한 코너링
·6단 AT의 빠른 변속감

단점
·너무 과감한 앞모습
·혼자서도 잘해버려 줄어든 운전 재미




BMW 525i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841×1846×1468
휠베이스(mm) 2888
트레드(mm)(앞/뒤) 1558/1582
무게(kg) 1500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6기통 DOHC
최고출력(마력/rpm) 192/6000
최대토크(kg·m/rpm) 25.0/3500
구동계 뒷바퀴굴림
배기량(cc) 2494
보어×스트로크(mm) 84.0×75.0
압축비 10.5
연료공급/과급장치 -
연료탱크크기(L) 70
Chassis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⑥/?
4.170/2.340/1.520
1.140/0.870/0.690/3.930
최종감속비 3.730
변속기 자동6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233
0→시속 100km 가속(초) 8.7
연비(km/L) 10.5
Price 7,57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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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코너를 매섭게 파고드는 525i. 모델 체인지와 더불어 업그레이드된 실력이 매혹적이다7시리즈와 Z4에서 갈고 닦은 솜씨로 간결하면서 세련되게 꾸민 525i의 인테리어AT 레버를 감싼 곡선에서 헤드램프 디자인이, 대시보드에서 Z4의 선이 느껴진다중앙 헤드레스트 부분을 컵홀더로 처리한 뒷좌석 암레스트미래형 도어트림에서 BMW 디자인 팀의 과감한 터치를 만끽할 수 있다탄탄한 달리기 성능을 보여준 직렬 6기통 2.5X DOHC 192마력 엔진소문난 ‘실키식스’는 고감도 6단 AT와 
찰떡 궁합을 이뤄 최상의 성능을 선사한다525i의 재빠른 발놀림을 완성한 피렐리 P7 타이어와 16인치 알루미늄 휠바닥이 낮고 깊은 트렁크룸은 보기보다 넉넉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구형의 이미지와 미래형 감각을 
절묘하게 섞어 담아낸 테일램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