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퓨전 경제성 높지만 세심한 마무리가 아쉽다
2004-02-06  |   27,947 읽음
유럽은 예로부터 소형차의 본고장이다. 작은 차체로 ‘공간의 미학’을 보여준 로버 미니를 비롯해 피아트 500, 시트로앵 2CV 등이 모두 유럽에서 태어났다. 최근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모델들 또한 대부분 우리 기준에서 소형차인 B세그먼트 모델들이다.
이 치열한 시장에서 포드는 퓨전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해 제네바 오토살롱에서 공식 데뷔한 퓨전은 포드의 소형차 피에스타를 바탕으로 미니밴의 성격을 가미한, 이름 그대로 퓨전(fusion)적인 모델이다. 포드는 도회적인 성격이 강한 퓨전을 가리켜 UAV(Urban Activity Vehicle)라고 부른다.

높은 차체 지닌 ‘톨보이 스타일’의 전형
편의장비 부족하고 내장재 질감 떨어져


퓨전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취재를 갔을 때다. 독일로 가기 전에 국내에서 렌터카 예약을 했는데, 구체적인 모델까지 정할 수는 없다는 상담원의 말에 대략 소형차 등급으로 예약을 한 후 공항에 도착해 결정하기로 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렌터카 회사를 찾은 기자는 접수 절차를 마친 후 차종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창구직원은 어떤 차로 하겠느냐는 질문도 없이 대뜸 “오펠 아스트라가 어떠냐”면서 키를 갖다주었다. 아스트라를 이미 타보았기 때문에 평소 관심 있던 포드 퓨전으로 바꾸어달라고 부탁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서 만난 퓨전은 생각보다 차체가 작았다. 높고 짧은 차체는 현대 라비타를 연상케 하는 전형적인 톨보이 스타일. 보네트 위로 살짝 올라간 헤드램프와 버티컬 타입 테일램프는 포드 피에스타와 거의 같다.
차 안을 천천히 둘러본 첫 느낌은 솔직히 ‘이게 아닌데……’였다. 기본형이어서 그런지 편의장비가 너무 부족하고 특별히 눈에 띄는 장점도 없어 보였다. 계기판을 비롯해 센터페시아와 센터 콘솔에는 아주 기본적인 것만 갖춰져 있을 뿐이어서, 편의장비가 충실한 국산 소형차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대우 칼로스와 너무나 닮은 대시보드였다. 센터페시아에 달린 원형 송풍구와 각종 버튼의 질감 등이 칼로스를 연상시켰다. 칼로스 내장재가 썩 마음에 드는 수준은 아니지만, 유럽에서 경쟁하는 모델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칼로스도 승산이 있을 것 같다. 차체와 시트가 높아 타고 내리기는 편하지만, 시트 디자인이 평평한 탓에 앉는 자세는 조금 껑충하다. 뒷좌석도 마찬가지로 안락함이 부족해 걸터앉는 기분이다. 기본형임을 감안하더라도 시트 재질은 실망스럽다. 시트 설계만 놓고 본다면 동급의 국산차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트렁크는 도어가 활짝 열리고 입구가 낮아 키가 작은 이들도 짐을 싣기 편하겠다. 게다가 뒷좌석을 완전히 접으면 짐 공간이 3배 가까이 커져 자취하는 학생의 살림살이도 충분히 들어갈 듯하다. 퓨전이 다른 소형차에 비해 확실하게 나은 점이다.
편의장비가 허술한 반면 안전장비만큼은 든든하게 갖추었다. 기본형에도 듀얼 에어백뿐 아니라 시트 내장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까지 달려 사고 때 상해가능성이 낮다. 이런 것은 국내 메이커들도 본받았으면 좋겠다.

고속도로 연비 18.86km/X의 경제성 자랑
큰 타이어 달았지만 차체 움직임은 불안해

퓨전은 1.4X와 1.6X 휘발유, 1.4X 커먼레일 디젤 터보 등 3가지 엔진이 있는데, 시승차는 1.4X 80마력 엔진을 얹었다. 배기량의 구성으로 볼 때, 주로 초보운전자나 여성들을 위한 차임을 알 수 있다. 1.4 모델의 제원표상 기록은 0→시속 100km 가속 13.7초, 최고시속은 163km.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그리 뛰어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성능이다.
시동을 걸자 소음과 진동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소음측정기로 재보지는 않았지만, 정숙성은 국산 소형차와 비슷하거나 조금 못한 수준인 것 같다. 엔진 자체가 시끄러운 편이어서 방음재와 차음재를 보강하더라도 별 효과는 없을 것이다.
차를 몰고 건물을 빠져 나와 호텔로 향했다. 액셀 페달을 밟자 카랑카랑 날카로운 음색이 귀에 거슬린다. 시내에서 승차감은 동급 국산차보다 떨어진다. 작은 요철에도 차가 흔들거리는 데다 차체가 높아 옆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 시속 200km 넘게 질주하는 아우토반의 ‘로켓’들 사이에서는 두 손으로 핸들을 꼭 쥐어야 안심이 될 정도다. 타이어 사이즈는 195/60 R15로 소형차로는 비교적 큰 편이지만 서스펜션이 지나치게 부드러운 탓에 자세를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렌터카를 몰고 다닌 3박 4일 동안 주유를 단 한번 했을 정도였으니, 연비는 자랑할 만하다. 제원표상 고속도로 연비가 18.86km/X, 시가지에서는 11.76km/X이고, 복합모드에서는 15.38km/X인데 실제로는 그 이상인 느낌이다. 좋은 연비는 전기신호로 엔진을 제어하는 드로틀 바이 와이어 시스템 덕분이다. 독일의 휘발유 값은 대개 3가지로 나뉘는데, 일반 휘발유가 우리 돈으로 1천200원 정도, 고급 휘발유는 1천600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이런 상황이니 연비가 좋은 차는 판매에도 크게 유리하다.
독일의 각 도시를 연결하는 아우토반은 고성능차의 경연장과도 같다. 뒤셀도르프와 프랑크푸르트를 연결하는 구간을 달리며 느낀 퓨전의 성능은 그리 뛰어나지는 않았다. 실용성과 경제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정숙성과 승차감, 가속성능 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내에서 단거리 이동용으로 주로 쓴다고 해도 모자라는 구석이 많아 보였다.
1.4 모델은 경제성 외에는 딱히 내세울 것이 없는, 말 그대로 기본형 차였다. 일반적인 소형차가 아니라 미니밴의 성격을 더한 ‘퓨전적인’ 차를 지향했다면 1.6X 엔진을 기본으로 얹고 1.8X나 2.0X 엔진을 마련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퓨전이 현대 베르나와 기아 리오, GM대우 칼로스 등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국산 소형차의 품질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뜻이기도 하고, 퓨전이 포드가 만든 차치고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퓨전이 만약 국내에 수입된다면 디젤 승용차가 허용되는 2005년 이후 틈새시장을 노려볼 만하겠다. Z

포드 퓨전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020×1720×1530
휠베이스(mm) 2485
트레드(mm)(앞/뒤) 1480/1445
무게(kg) 1070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최고출력(마력/rpm) 80/5700
최대토크(kg·m/rpm) 12.6/3500
구동계 앞바퀴굴림
배기량(cc) 1388
보어×스트로크(mm) 76.0×76.5
압축비 11.0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해치백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세미 트레일링 암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드럼
타이어(앞, 뒤) 모두 195/60 R15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
3.580/1.930/1.280
0.950/0.760/3.620
최종감속비 4.250
변속기 수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63
0→시속 100km 가속(초) 13.7
연비(km/L) 11.76
Pri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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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퓨전의 1.4X 80마력 엔진. 진동과 소음이 큰 편이다퓨전은 최근 포드의 패밀리룩을 잘 보여주고 있다단순하게 디자인된 계기판. 디지털 미터가 달려 정보를 읽기 쉽다시트가 평평하게 디자인되어 안락함이 부족하다뒤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넓은 화물공간이 만들어진다심플하게 디자인된 도어 트림버티컬 타입의 테일램프가 달렸다센터페시아는 GM대우 칼로스의 것과 비슷하다포드 퓨전은 승차감이 좋지 않지만 고속주행 연비가 뛰어나다. 경제성을 고려한다면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