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S2000 경주차의 느낌 그대로 달린다
2004-03-02  |   41,527 읽음
혼다가 대중차 메이커에서 일류 브랜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된 차로는 NSX를 꼽을 수 있다. NSX는 1990년 일본의 첫 본격 미드십 스포츠카로 등장해 지금까지 혼다는 물론이고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카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혼다는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고 95년 스포츠 컨셉트카 SSM을 선보였다. 가오리를 닮은 독특한 스타일과 2.0X의 배기량으로 250마력이라는 엄청난 힘을 내는 엔진은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혼다의 상징이었다. SSM은 98년 S2000이라는 이름의 양산차로 공개된 후 이듬해 봄부터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경주차처럼 간결하게 구성한 인테리어
10여 초만에 열리는 반자동 루프 얹어


기자가 S2000을 처음 타본 것은 2000년 가을이었다. 한 병행수입업자가 들여온 S2000을 타고 F3 그랑프리가 열리던 경남 창원 서킷을 달릴 기회가 있었다. 시승차는 일본에서 들여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었고, 서킷을 많이 통제해 일부 구간을 왕복하며 달리는 데 그쳐야 했다.
이번에 만난 시승차는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미국형 모델이다. 2000년 출고 모델이기 때문에 상태가 최상은 아니었지만 그다지 나쁘지도 않다. S2000의 오너는 자신이 워낙 얌전하게 차를 몰았던 것이 오히려 걱정이라고 한다.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시트를 앞뒤로 움직일 폭이 거의 없는데다, 경주차와 비슷한 버킷 시트가 달려 있어 앉는 동작부터 쉽지가 않다. 센터페시아에 달린 오디오는 덮개로 닫을 수 있고, 센터 콘솔 뒤쪽에는 작은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사물함이 마련되어 있다. NSX의 화려한 인테리어에 비하면 너무 심심할 정도. 그러나 스티어링 휠을 잡은 상태에서 거의 모든 계기를 조작할 수 있도록 배치한 점이 돋보인다.
루프는 반자동식이다. 윈드실드와 루프가 만나는 부분에 있는 걸쇠를 풀고 나서 버튼을 누르면 10여초 만에 완전히 열린다. 루프를 수납하는 형태가 아니므로 그만큼 시간이 짧아진 것인데, 비나 눈이 오는 날씨에는 덮개를 따로 씌우면 된다.
시동키를 돌리고 대시보드 왼쪽에 달린 빨간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확실한 준비를 마친 뒤에 시동을 걸라는 의미가 아닐까? 두 번째 만남이지만 긴장되기는 마찬가지다. 클러치 감각은 일반 세단보다 민감해 페달에서 발을 떼는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수동 기어는 스트로크가 짧고 동작이 확실한 편이어서 다루기가 쉽다.

높은 출력 뿜어내는 2.0X VTEC 엔진
핸들링 빠르지만 다루기 쉽지 않은 차


S2000의 엔진은 알루미늄 피스톤과 초경량 밸브 스프링을 써 11.7의 높은 압축비를 뿜어낸다. 혼다가 F1 경주차 개발에서 얻은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들어간 이 엔진은 소리부터 범상치 않다. 공회전 상태에서는 ‘가르릉’거리다가 2천rpm 부근에 이르면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바뀐다. 이때 소리에 압도되어 rpm을 낮추면 S2000의 매력이 반감된다. S2000의 엔진은 8천rpm 이상의 고회전 영역까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으므로 충분히 rpm을 높여 써야 그 성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엔진을 세로로 배치하고 앞뒤 무게배분을 5대 5로 맞춘 효과는 빠른 핸들링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엔진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함부로 달려들어서는 곤란하다. VTEC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5천850rpm부터 차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달라지기 때문. 89년 처음 선보인 VTEC(Variable valve Timing & life Electronic Control) 엔진은 지금 여러 메이커들이 쓰는 가변 밸브 타이밍 시스템의 원조격이다.
VTEC 엔진의 특징은 저회전 영역과 고회전 영역에서 별도의 캠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저회전에서는 밸브를 천천히 조금만 열고, 고회전으로 넘어갈 때 밸브를 빠르고 크게 여는 캠을 작동해 간섭을 줄이는 방식이다. 저회전과 고회전 영역 모두 높은 출력을 뽑아내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캠 작동 전환시점에서 출력이 급격히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므로 다루기가 까다로운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도로는 약간 젖은 듯했지만 평소처럼 시속 80km까지 가속한 다음 코너링 직전에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었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차 뒤쪽이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다, 다시 돌아와 도로를 자세히 살펴보니 도로가 젖은 것이 아니라 살짝 얼어있었다. 마른 노면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돌지는 않았을 것이다. 빙판 위에서 아찔한 경험을 하고 나니 S2000의 주행특성이 평범하지 않음을 새삼 느낀다.
S2000은 뒷바퀴굴림인데다 상당히 민감한 핸들링 특성을 보여준다. 경주차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S2000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지 않으면 자칫 위험한 상황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S2000은 시동 거는 방식부터 거동특성, 엔진반응까지 작은 경주차에 가깝다. 따라서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벤츠 SLK, BMW Z3, 아우디 TT같은 로드스터와 비교하기가 힘들다. 아니, 비교를 거부하는 모델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혼다는 그동안 병행 수입업체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지만 오는 4월이면 혼다코리아가 정식 수입하는 모델을 볼 수 있다. 첫 타자는 중형차 어코드이고, 하반기에는 CR-V가 데뷔할 예정이다.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차종을 늘린다는 것이 혼다코리아의 전략이겠지만 국내에 있는 혼다 매니아를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모델 라인업일지도 모른다. 차종은 빠른 시일 내에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겠고, 우선 순위로 S2000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는 기자 개인만의 바램이 아닐 것이다. Z

혼다 S2000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135×1750×1285
휠베이스(mm) 2400
트레드(mm)(앞/뒤) 1470/1510
무게(kg) 1240
승차정원(명) 2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DOHC
최고출력(마력/rpm) 250/8300
최대토크(kg·m/rpm) 22.2/7500
구동계 뒷바퀴굴림
배기량(cc) 1997
보어×스트로크(mm) 87.0×84.0
압축비 11.7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50
Chassis
보디형식 2도어 로드스터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앞, 뒤) 205/55 R16, 225/50 R16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⑥/?
3.133/2.045/1.481
1.616/0.970/0.810/2.800
최종감속비 4.100
변속기 수동6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240
0→시속 100km 가속(초) 6.0
연비(km/L) -
Pri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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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S2000의 실내. 몸을 단단히 잡아주는 버킷시트와 간소화한 계기판이 경주차의 분위기에 가깝다빠른 핸들링성능을 지녔지만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조심스레 다뤄야한다가오리를 닮은 독특한 스타일이 눈길을 끈다배기량 2.0X 로 250마력의 높은 출력을 뽑아낸다걸쇠를 풀고 버튼을 누르면 지붕이 열린다205/55 R16 타이어루프는 좌석 뒤쪽으로 수납되므로 트렁크 공간을 그대로 쓸 수 있다혼다 S2000은 시동 거는 방식부터 주행성능, 엔진반응까지 작은 경주차에 가깝다로프는 반자동식으로, 여는 데 10여초밖에 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