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XLR 럭셔리 로드스터 시장의 새 강자
2004-03-05  |   35,028 읽음
GM을 이끄는 이미지 리딩 브랜드는 캐딜락이다. 캐딜락 브랜드 내에서도 가장 값이 비싸고 호화로운 차는 최고급 세단이 아니라 2도어 컨버터블이다. 캐딜락이 자랑하는 2도어 컨버터블을 이야기할 때는 미국인들의 기억 속에 아로새겨진 엘도라도 컨버터블을 빼놓을 수 없다. 엘도라도 컨버터블은 1953년, V8 210마력 엔진과 AT, 가죽시트와 곡면 앞 윈도 등 온갖 호화로운 장비를 얹고 등장해 성공한 부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아이젠하워는 대통령 취임식 때 이 차를 행사차로 썼다. 이후 미국 경제의 호황이 계속되면서 캐딜락 2인승 컨버터블의 차체와 배기량은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커져갔다. 그러나 1, 2차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공룡 같던 미국차들의 차체와 배기량은 크게 줄어들었고 80년대에 들어서는 굴림방식도 FF(앞바퀴굴림)로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 뛰어넘어 세계 겨냥한 컨버터블
실내 깔끔하고 하드톱 밀폐감 뛰어나


다운사이징(downsizing)과 앞바퀴굴림 방식이 유행처럼 번지던 80년대 초∼중반, 캐딜락 역시 대세를 거스르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앞장서서 변화의 바람을 받아들인 부분도 있었다. 80년대 초반만 해도 ‘럭셔리카=뒷바퀴굴림’이란 등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캐딜락은 보수적인 성격의 브로엄을 제외한 모든 모델을 앞바퀴굴림 방식으로 바꾸었다.
바로 이 시기(1986년)에 등장한 캐딜락의 2인승 컨버터블은 알랑테였다. 알랑테는 V8 4천100cc 170마력 엔진을 얹고 앞바퀴를 굴렸으며 럭셔리 로드스터답게 천연가죽과 10방향 전동시트, 액정 계기판, ABS 등 고급스런 장비를 많이 얹고 있었다. 뭐니뭐니해도 이태리와 미국을 오가며 만들어진 독특한 생산방식이 화젯거리였다. 알랑테의 보디는 이태리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했는데, 피닌파리나는 알랑테의 보디와 섀시까지 생산했다. 이태리에서 도색을 끝낸 보디는 비행기를 이용해 미국으로 공수되었고, 미국에서 다시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얹어 완성되었다. 이같은 방식으로 생산되다보니 하루 생산대수는 7대에 불과했고 값도 5만 달러 이상으로 비쌌다. 그러나 캐딜락은 고급스럽고 특별한 차를 찾는 사람들에게 값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최고급 2인승 컨버터블로서는 성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캐딜락 오픈카는 권위가 문제일 뿐 지나친 힘과 속도는 오히려 ‘최고급’이라는 이미지를 해친다며 자신만만해했다.
오만함으로 비춰질 만큼 캐딜락의 넘치는 자신감 뒤에는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 버티고 있었다. 미국 내에서만 차를 팔아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럭셔리카 오너들이 서서히 유럽차 스타일에 익숙해지고 80년대 후반부터 렉서스를 선두로 한 일본 메이커들이 미국 럭셔리카 시장을 크게 잠식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넉넉한 배기량과 큰 덩치, 효율과는 거리가 먼 차를 생산하던 미국 메이커들은 이제 유럽 및 일본차와 견줄 수 있는 차를 만들어내야만 했던 것이다. 바로 이즈음 나온 차가 캐딜락 스빌이다.
최근 몇 년간 캐딜락은 다시 한번 도약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유럽, 일본차와 맞비교하더라도 손색없는 차를 목표로 CTS를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SUV인 SRX와 2인승 로드스터 XLR을 내놓았다.
캐딜락 XLR은 1999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데뷔한 컨셉트카 이보크의 양산형이다. 이보크는 알랑테 이후 단종된 캐딜락 로드스터의 부활을 알린 신호탄이며 엣지 디자인으로 바뀐 신세대 캐딜락 스타일링의 시작점이 된 컨셉트카다. 양산형인 XLR은 변화된 시대상과 세계 시장을 향한 캐딜락의 의지를 담고 있다.
지난 달 캐딜락 SRX 시승기를 통해 밝혔듯이 기자는 GM의 초청행사로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XLR을 시승했다. 시승 행사장에서 XLR을 처음 본 순간, 사진이나 모터쇼장에서 볼 때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평범한 도로 위에서 만난 XLR의 스타일은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독특했다. 헤드램프는 먼저 선보인 CTS보다 한층 날카롭고 앞, 옆, 뒤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각이 살아있지 않는 부분이 한 군데도 없다. 길이 4.5m를 조금 넘는, 그리 크지 않은 차체에 신겨놓은 235/50 R18 타이어는 보디 옆면을 꽉 채운다.
XLR은 캐딜락 2인승 컨버터블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리트렉터블 하드톱을 얹고 있다. 톱을 씌우거나 벗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초로 하드톱 내장형 컨버터블의 평균적인 수준이지만 톱을 씌웠을 때의 밀폐감은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듯하다.

엔진음 스포티하지만 배기음은 평범해
토크 커 웬만한 가속은 변속없이 가능


실내 역시 디자인의 기조는 직선이다. 세계 3대 보석 브랜드인 불가리의 도움을 받은 계기판과 스위치를 간소화한 깔끔한 대시보드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센터 터널과 도어 손잡이 부분에는 우드 그레인을 썼지만 나머지 부분에는 메탈 그레인을 써 젊은 분위기를 냈다. GT카를 지향하는 럭셔리 로드스터답게 시트는 넉넉한 편으로 히팅은 물론 냉방기능까지 담고 있다. 차 크기에 비해 무릎과 어깨공간 모두 여유롭다.
XLR은 올해 디트로이트 오토쇼를 통해 선보인 6세대 코베트 플랫폼을 함께 쓰고 엔진은 V8 4.6X DOHC 320마력 신형 노스스타를 얹었다. 알랑테 이후 10년만에 V8 엔진을 세로로 얹은 덕택에 무게배분이 앞뒤 50: 50에 가깝다. 먼저 시승한 SRX에서도 느낀 바지만 아이들링 상태에서 신형 노스스타 엔진은 꽤 정숙한 편. 그러나 rpm을 높였을 때 회전저항에서 오는 소음은 다소 신경질적이다. 날렵한 생김새 때문에 기대했던 멋진 배기음을 들을 수 없었다. 엔진음이나 배기음이 때에 따라서는 소음이 될 수도 있는 럭셔리 로드스터이지만 지나치리만큼 조용한 배기음은 왠지 맥빠진 듯한 인상을 준다.
높은 출력과 넉넉한 토크를 자랑하는 신형 노스스타 엔진은 XLR의 가벼운 차체(1천654kg)를 저회전에서부터 고회전까지 꾸준하고 힘차게 끌고 나간다. 고속도로에서 틈이 날 때마다 제한속도 75마일(약 120km)을 무시하고 액셀 페달에 힘을 줘 내본 최고시속은 140마일(약 224km). 그래도 페달에 충분한 여유가 있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난폭한 차가 있을 때 경찰 헬기까지 띄우는 미국이니 만큼 꽤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내본 속도다. 토크 밴드가 완만한 듯 웬만한 가속은 변속 없이도 할 수 있고 변속할 때나 엔진 브레이크를 걸 때 작동하는 5단 AT의 반응도 즉각적이다.
XLR의 앞뒤 서스펜션은 모두 더블 위시본이고 타이어는 235/50 R18 사이즈다. 타이어가 넓은 편이지만 노면을 잘 타지 않고 자잘한 충격도 잘 흡수한다. XLR에 쓰인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매순간 각 서스펜션에 달린 센서를 통해 노면 상태를 측정한 다음 댐퍼의 감쇠력을 조절한다. 구불거리는 산길에 접어들어 속도를 높여 코너를 공략하면 뉴트럴에 가까운 코너링 특성을 보이고, rpm을 높여 연이어 코너를 돌면 약한 오버스티어를 느낄 수 있다. XLR의 스태빌리트랙은 거의 작동할 틈이 없었다. ‘캐딜락으로 코너를 급하게 돌아나가려면 주행안정장치가 필요하다’는 기자의 선입견에 일침을 가하는 순간이다.
XLR의 고급장비 가운데 하나인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실제 운전 때 유용하게 쓰인다. 시승코스에 와인딩 로드가 많아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은 써볼 기회가 없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앞창에 현재 속도와 기어 단수, 오디오와 크루즈컨트롤 정보를 나타낸다. 앞 도로상황에서 눈을 떼지 않고 현재 속도와 기어 단수를 확인할 수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쓸모가 많았다. 다만 정보가 초록색으로 작게 표시되기 때문에 와인딩 로드처럼 주의가 필요한 길에서는 식별하는 데에 조금 어려움이 있다.
XLR의 경쟁상대는 벤츠 SL500을 비롯해 재규어 XK8, BMW 6시리즈 컨버터블, 렉서스 SC430 등으로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신세대 캐딜락 2인승 로드스터 XLR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유럽, 일본산 로드스터와 같은 테스트를 받더라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안락함과 고급스러움, 뛰어난 주행성능이 자신감의 근거다. Z

캐딜락 XLR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513×1836×1279
휠베이스(mm) 2685
트레드(mm)(앞/뒤) 1572/1580
무게(kg) 1654
승차정원(명) 2
Drive train
엔진형식 V8 DOHC
최고출력(마력/rpm) 320/6400
최대토크(kg·m/rpm) 43.5/4400
구동계 뒷바퀴굴림
배기량(cc) 4565
보어×스트로크(mm) 93.0×84.0
압축비 10.5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68.1
Chassis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235/50 R18, 255/50 R18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
3.450/2.210/1.600
1.000/0.760/3.020
최종감속비 2.930
변속기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250
0→시속 100km 가속(초) 5.8
연비(km/L) -
Price 7만5,385달러(약 8,71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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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GM의 행사에 참가, 캐딜락 XLR을 시승했다53년형 캐딜락 엘도라도 컨버터블90년형 알랑테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럽게 단장한 캐딜락 XLR의 실내계기판은 세계 3대 보석 브랜드인 불가리의 도움을 받아 디자인했다럭셔리 로드스터답게 시트가 넉넉하고 무릎과 어깨공간 모두 여유롭다보디 어느 곳을 보더라도 각이 살아있지 않는 부분이 없다주행안정장치(스태빌리트랙)가 작동할 틈을 주지 않고 코너를 돌아나간다리트렉터블 하드톱을 벗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밀폐감이 만족스럽다2인승 럭셔리 로드스터 캐딜락 XLR은 유럽과 일본산 로드스터와 비교하더라도 가치와 경쟁력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