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을 외치다, Eco Friendly Machine
2018-04-18  |   25,500 읽음

친환경을 외치다

Eco Friendly Mac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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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기계에 환경을 생각하는 낭만이 깃들었다. 그리고 그 열매가 바로 눈앞에 있다. 기다리는 고생 없이 과실을 맛있게 베어 물 수 있는 건 거의 축복에 가까운 일이다. 

시계와 자동차. 남자들이 좋아하는 기계라는 데서 공통분모를 형성한다. 게다가 정밀한 컨트롤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삼는 탓에 이들을 보고 있자면 지루할 새가 없다. 라이벌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다. 그중에서도 근래 들어 각광받고 있는 친환경 기술은 두 업계가 오랜 시간 공들여 연구한 분야다. 여기에 선구자를 자처한 브랜드가 있으니 시티즌과 토요타가 바로 그들이다. 

 

빛으로 시계를 움직이다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일본 시계 브랜드는 단연 카시오와 세이코이다.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시티즌(CITIZEN) 역시 인지도로 치면 세 번째 자리에 엉덩이를 붙일 만한 브랜드. 시티즌은 수정진동자를 사용하는 쿼츠 무브먼트를 자체 생산하면서 성장했다. 그러던 1973년, 오일쇼크를 겪은 일본은 수입 자원에 의존하는 산업 생태계에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이에 무한하면서도 공짜로 쓸 수 있는 천연자원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해 태양광, 지열, 수소에너지 기술 개발 계획을 세웠다. 이름하여 ‘선샤인 계획’. 시티즌 역시 태양광을 이용한 쿼츠 무브먼트를 만들겠노라 다짐한다. 거창한 프로젝트명까지 내걸고 진행된 연구는 창대한 시작에 비해 진행이 지지부진해 금세 위기감에 휩싸였다. 당시 일주일이면 그 수명을 다하는 2차 전지 기술이 문제였다. 우여곡절 끝에 1976년 첫 등장한 크리스트론 솔라 셀(Crystron Solar Cell)은 태양전지 8개를 문자판에 배치한 시티즌 최초의 태양광 시계였다. 하지만 솔라셀은 주전력원인 산화은전지(충전식이 아니었다)의 수명을 5년으로 늘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결국 친환경을 내세운 제품 전략과 맞지 않아 실패작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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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 드라이브 라디오 컨트롤 모델

 

기름 냄새로 차를 움직이다

지난 2016년 개봉한 ‘라라랜드’. 뻔한 뮤지컬 영화인 줄 알고 무심코 봤다가, 저 멀리 숨겨둔 추억 속 구여친을 소환하며 눈물 쏙 빼게 만든 영화였다. 잘 짜인 스토리 외에도 눈길을 끈 건 여주인공 미아(엠마 스톤)가 타던 2세대 토요타 프리우스. 이 차는 헐리우드 여배우를 꿈꾸지만 가난한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한 미아의 현실을 대변한다. 미국에서만 지난 2011년에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하며 실속파 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차이기 때문이다. 파티장을 나온 미아가 프리우스 차 키로 수북한 보관함 앞에서 헤매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프리우스는 토요타가 지난 1997년에 선보인 세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합친 방식으로, 회생제동 시스템이 연비를 비약적으로 올려주는 핵심 무기. 브레이크를 밟을 때 버려지는 운동에너지 일부를 전기로 바꿔 배터리에 저장한다. 회생제동 시스템의 작동감이 이질적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혁신은 계속되었다. 하이브리드 구동계 외에 공기저항 감소에 기여하는 미래적인 디자인도 눈에 띄는 차였다. 우리나라에도 2009년 3세대부터 수입되기 시작해 ‘기름 냄새만 맡아도 달리는 차’라는 별명을 얻으며 연비 좋은 차로 유명세를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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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우스C

 

에코-드라이브의 등장

1980년대, 태양전지 기술은 드디어 실내 불빛만으로도 전기를 만들 만큼 발전하게 된다.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시티즌은 이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1996년에 에코-드라이브(Eco-Drive)라는 이름의 친환경 시계를 선보였다. 문자판으로 미량의 빛을 흡수, 시계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사용하고 남은 전력은 충전지에 저장하는 방식이었다. 수은 등 중금속을 포함한 배터리 때문에 유럽의 환경오염 규제에 수출 길이 막혔던 일반 시계와 달리, 에코-드라이브는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제조 과정에서조차 유해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등 라이프 사이클 관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환경연합의 에코마크 인증을 받았다. 이는 단일 시계 제품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후 에코-드라이브에는 전파를 수신해 시간을 맞추는 라디오 컨트롤, 시간 계측 등이 가능한 크로노그래프, 날짜를 따로 조정하지 않아도 되는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 등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친환경에 기능성까지 얹으니 그 인기는 날로 더해갔다. 지난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신호를 받아 시간을 조정하는, 에코-드라이브 새틀라이트 웨이브를 선보였다. 정확한 시간을 향한 끈질긴 집념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능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에코-드라이브 라디오 컨트롤(AT8154-82L)의 경우 정가 128만원에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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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저전력 시계 크리스트론 솔라셀

 

연비 끝판왕 프리우스

4세대 신형 프리우스가 공식 출시를 알리며 미디어 시승회를 겸했던 2016년 3월. 그때 받은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서울 잠실에서 경기도 일산까지 시승 코스에서 신형 프리우스가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40km를 넘어섰다. 출근 시간대에 이루어진 시승행사는 도심 주행에서 유리한 하이브리드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렇다 해도 45.45km/L라는 연비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친환경이라면 시계에서 시티즌 에코-드라이브를, 차에서 토요타 프리우스를 첫손에 꼽을 만한 이유로 충분하다. 참고로 신형 프리우스의 공인연비는 복합 기준으로 리터당 21.9km다.

그리고 지난 2월, 한국토요타자동차는 프리우스의 엔트리 라인업을 담당할 프리우스C의 사전 계약을 시작했다. 프리우스C는 일본에서는 아쿠아(AQUA)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인 소형 하이브리드 해치백. 1.5L 엔진을 쓰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기존 프리우스에 근접한 연비(복합 기준 18.6km/L)를 보인다. 실제로 본 프리우스C는 작은 크기로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모습이었다. 국내 판매가는 2,490만원. 여기에 세금감면 혜택,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360만원이 추가로 깎인다.

히어로 무비가 득세하고 있는 요즘, 프리우스를 모는 누군가가 손목엔 에코-드라이브를 차고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야말로 지구를 지키는 진짜 히어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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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로 진화한 프리우스

 

글 김민겸 기자 사진 한국토요타자동차, 우림F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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