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공장, 철야는 없다
2018-06-12  |   39,523 읽음

SSANGYONG MOTOR FACTORY

쌍용차 공장, 철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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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30여 년 만에 근무형태를 바꿨다. 지난 4월 2일 시행돼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나, 첫 반응만큼은 노사와 소비자 모두 ‘윈윈’이다.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밤샘 작업이 사라졌다. 최근 국산차 판매 3위로 올라서고 렉스턴 스포츠가 인기를 끄는 마당에 근무 시간을 줄인다니, 이 무슨 어불성설인가. 하지만 놀랍게도 새로운 근무형태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으로 밤샘 작업은 없어졌고 생산성은 도리어 늘어났다. 여유로이 만드는 만큼 품질 향상 또한 뒤따른다.


저녁이 있는 삶

주간 연속 2교대제란 기존 주야 2교대제에서 바뀐 근무 제도다. 기존엔 주간조가 오전 8시 30분~오후 9시까지(8시간+초과근무 3시간), 야간조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30분(8시간+초과근무 1.5시간)까지 일했지만, 이제 주간조는 오전 7시~오후 3시 40분까지(8시간), 야간조가 3시 4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 30분까지(8시간+초과근무 1시간)만 근무한다. 조금 일찍 출근하긴 하지만 주간조는 오후 3시 40분이면 자유인 셈. 쌍용차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길어져 가정에 충실할 수 있다’라거나, ‘여가시간에 운동이나 요리를 배울 수 있다’며 대부분 만족스러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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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연속 2교대제 이후 쌍용차 직원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고


그렇다면 줄어든 시간만큼 생산량이 줄어들진 않을까? 철야 작업이 없어지면서 사실상 3.5시간 공장 가동시간이 줄었다. 그럼에도 생산라인을 재배치하고 유연성을 확보해 이전보다 생산성이 늘었다는 게 쌍용차의 설명이다. 세 개 조립라인 평균 생산성이 7.6% 향상됐다고. 특히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 등 프레임 RV를 생산하는 조립 3라인이 이전 1교대제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로 바뀌어 생산량을 늘린 게 주효했다. 쌍용차 조립 3라인 근무자는 ‘주간 근무 시 하루 230여 대 생산했는데, 2교대제로 바뀌어 하루 40대 정도를 더 만든다’며, 근무형태가 바뀐 후 받은 첫 월급은 이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쌍용차는 주간 연속 2교대제와 함께 추가 복직을 진행했다. 올 들어 총 26명이 다시 쌍용차로 돌아왔다. 지난 2013년 무급휴직자 전원 복직에 이어 2016년 40명, 2017년 62명에 이은 네 번째 복직이다.


렉스턴 스포츠, 이렇게 만든다 

근무형태 취재차 공장을 찾았지만, 그냥 갈 수 없어 렉스턴 스포츠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먼저 찾은 곳은 차체 공정. 프레스로 가공된 철판을 용접으로 이어 붙여 ‘차체’를 만드는 곳이다. 렉스턴 스포츠 계약이 누적 2만대나 몰린 만큼 분주할 줄 알았건만, 의외로 한산하다. 기계는 바삐 돌고 있으나 사람이 거의 없는 탓이다. 총 108개의 로봇이 용접을 100% 해결하고 차체 검수까지 3차원 정밀측정기가 알아서 측정하니 사람이 낄 자리는 거의 없다. 단지 로봇을 관리하고 완성된 차체를 다시 한번 보는 게 전부다. 기계의 도움으로 렉스턴 스포츠 차체 합격률은 이전 84% 수준에서 92.8%로 훌쩍 올랐다고. 또한 용접 포인트는 1396점에서 1910점으로, 정밀 측정 포인트는 577에서 650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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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검사를 끝낸 렉스턴 스포츠 차체를 사람이 다시 살펴보고 있다 


조립공정에서는 먼저 봤던 차체가 페인트를 입은 후 각종 부품이 조립되고 있었다. 조립 3라인에서는 G4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수출) 세 차종을 한 라인에서 함께 생산하는데, 작업자들은 코란도 스포츠보다 렉스턴 쪽이 훨씬 조립하기 쉽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바로 모듈화. 4가지 모듈로 생산되던 코란도 스포츠에 비해 렉스턴은 5개로 모듈을 늘렸고, 뒤쪽 서스펜션 쇼크업소버도 따로 장착하던 이전과 달리 한 번에 조립라인으로 넘어와 한결 간편하다. 전기 장치 연결 부위는 기존 48개에서 32개로 줄여 고장률까지 낮췄다. 덕분에 렉스턴 스포츠의 한 대당 조립 시간은 코란도 스포츠보다 8% 줄었다.

마지막 검사 과정에서는 이전보다 첨단 장치 검사 공정 4개(사각지대 감지 시스템,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가 늘어난 15개 검사공정을 거친다. 이후 실주행 테스트를 거쳐 출고장으로 이동하면 공장을 떠날 준비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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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위에 파워트레인을 얹는다. 관계자에 따르면 프레임 방식 차종이 파워트레인 조립은 훨씬 손쉽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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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에 동력계통 조립이 끝나면 차체를 위에 얹는다. 정통적인 프레임 방식 차종 생산 방식이다


쌍용자동차는 아픈 과거를 딛고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특히 주간 연속 2교대제는 쌍용차가 당장 앞이 아닌 먼 미래까지 내다본 노사 상생의 결과물. 렉스턴 스포츠도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부분만이 아닌 공정 변화를 통해 품질 향상을 꾀했다. 국산차 부식 문제에 진절머리가 난 기자는 개인적으로 프레임 도막 두께를 이전보다 17.6% 늘린 점이 매우 반갑다. 오늘날 쌍용차가 국산차 판매 3위로 올라선 건 한국지엠 폭락에 따른 어부지리적인 결과이지만, 이대로라면 3위 자리에 손쉽게 안착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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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쪽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렉스턴 스포츠


글 | 윤지수 기자 사진 | 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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