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앞에서 작아지는 벤츠
2018-08-02  |   27,525 읽음

BMW 앞에서 작아지는 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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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덜 사랑받은 자식이 더 효도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메르세데스 벤츠(이하 벤츠)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2016년 수입차 브랜드 최초 연 5만대 판매를 넘어선 데 이어, 2017년엔 판매 6만대를 돌파하며 4조 2천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매출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벤츠를 판매하는 우리나라에 벤츠 엠블럼이 달린 시설은 가물에 콩 나듯 하다. 라이벌 BMW는 아시아 최초 트랙이다 뭐다 건설회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열을 올리고 있는데 말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자세히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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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도 하지 못한 국내 최초 브랜드 서킷 BMW 드라이빙센터. 축구장 33개 크기와 맞먹는 규모를 자랑하며, 개장 이후 62만명이 다녀갔다  


시설투자 극과 극   

사실 시설만 놓고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이럴까 싶다. 두 브랜드의 서킷만 봐도 그렇다. BMW는 지난 2014년 770억원을 투자해 직접 인천 영종도에 BMW 드라이빙센터를 완공했다. 아시아 최초 BMW 서킷이자 세계 최초의 BMW 드라이빙 복합 문화공간. 이에 벤츠도 부랴부랴 지난 6월 AMG 스피드웨이를 선보였으나, 기존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독점으로 빌린 것도 아닌 간판만 붙인 수준이었다. 당시 계약 기간과 연간 계약일수마저 비밀에 부치면서 ‘단순한 생색내기용 마케팅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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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가 삼성물산과 협의해 ‘명명권’을 산 AMG 스피드웨이. 계약 기간은 비밀이라고  


물론 두 서킷은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BMW는 지난해 5월 1,300억원을 투자해 21만1,500㎡ 부지 위에 BMW 본사 다음으로 가장 큰 부품물류센터를 지었다. 최근 벤츠도 지난 2014년 세운 부품물류센터에 350억원을 투자해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지만, 2019년 완공돼도 규모가 3만500㎡에 불과해 BMW에 비할 바가 못된다. 올해 벤츠가 판매 7만대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위한 투자는 2등 BMW보다도 못한 셈. 이 외에도 BMW는 지난 5월 복합문화시설 ‘바바리안모터스 송도 BMW 콤플렉스’를 짓거나 BMW 차량물류센터에 200억원 투자 계획을 세우는 등 국내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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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는 350억원을 투자해 기존 부품물류센터를 증축한다. 완공 시 크기는 BMW 1/3에 불과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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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경기도 안성에 건립한 부품물류센터는 BMW 해외 부품물류센터 중 가장 크다  


이렇듯 두 브랜드의 투자가 갈린 원인은 본사로의 이익금 배당에서 엿볼 수 있다. 벤츠는 첫 배당이 이뤄진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임러AG에 꾸준히 배당금을 보내 무려 1,605억원을 보낸 반면, BMW는 2011년 300억원 배당 후 본사에 배당하지 않다가 지난 2016년 5년 만에 370억원 배당을 재개했다. 당시 BMW가 4년간 배당 하지 않은 이유는 국내 시장 재투자와 사회 공헌 활동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이런 태도에 따라 일각에서는 “BMW의 공격적인 투자 때문에 벤츠가 어쩔 수 없이 쫓고 있는 양상”이라며, “BMW 드라이빙 센터가 없었다면 AMG 스피드웨이도 없었을지 모른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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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르세데스 벤츠에 대한 비난이 커짐에 따라 사회 공헌 활동을 늘리는 추세다.


두 브랜드는 기부금도 차이 났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MW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약 112억원을 기부한 반면 벤츠의 같은 기간 누적 기부금액은 약 89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BMW는 2016년과 2017년 1,604억원 순이익을 기록한 벤츠보다 훨씬 적은 285억원 순이익을 낸 열악한 상황이었는데도 많은 기부금을 내고 있다. 


앞으로는?

벤츠가 최근 폭발적인 판매 성장을 하면서 점차 투자 규모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있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기대에 못 미친다.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 활동 자금은 총 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 공식 서비스 센터와 같은 신규 유형자산 취득액은 9억원으로 30.8% 줄었다. 반면 판매 일선에 고객 유치를 지원하는(찻값 할인을 위한 보조금 등) 지급수수료는 지난해 총 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9.5%나 늘어났다. 지난해 자금 변화만 보면 여전히 투자보다는 판촉에만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진정성이 의심되는 벤츠의 행보에 ‘벤츠는 한국 시장을 단순히 판매시장으로만 본다’는 비난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공격적으로 국내 투자에 앞장서는 BMW와 비교되는 바람에 더더욱 초라해졌다. 서비스 센터(BMW 60개, 벤츠 55개) 등 여러 인프라도 ‘수입차 판매 1위’라는 화려한 타이틀이 무색하다. 실제로 올 1분기 5만 여대가 리콜 받는 상황에서 부족한 서비스센터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 당장은 벤츠가 BMW를 앞서고 있지만, 미래까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기본이 없는 인기는 거품이라는 걸 알아야 할 때다.


 

글 | 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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