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외국 브랜드 전략 제안서
2018-08-09  |   4,036 읽음

한국산 외국 브랜드 전략 제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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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판매동력을 보다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제품 전략과 체계적인 브랜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난 6월에 열린 2018 부산모터쇼는 비록 참여한 완성차 업체와 관람객 수가 이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자동차 업계의 동향을 한 자리에서 파악할 수있던 중요한 행사였다. 여러 브랜드 가운데 기자의 기억에 가장 남았던 전시관은 한국GM이었다. 어려운 상황을 딛고서 다시 일어서겠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막강한 국내시장 점유율을 가진 현대자동차와 비슷한 부스 면적으로 나름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또한 이쿼녹스,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 해외에서 생산 중인 모델을 가져와 GM글로벌의 막강한 제품역량을 과시했다. 이는 한국에 공장과 연구소가 없더라도 해외 사업부를 통한 다양한 제품라인업을 국내에 선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부스 전면에 내세운 이쿼녹스는 한국GM의 명운이 걸린 전략적 신차라는것 말고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 더 있었다. 대형세단과 스포츠카처럼 수요가 작은 모델에만 완성차를 수입해 판매하던 기존의 관례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즉한국GM은 이쿼녹스를 통해 ‘앞으로는 볼륨모델의 경우에도 국내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존의 전략 대신, 수익성을 쫓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방침을 대내외적으로 알린 것이다.


물론 이에 따른 단점도 없지는 않다. 우선 이미 완성된 차를 수입하므로 개발단계에서부터 국내 소비자의 기호를 충분히 반영한 국산차보다 경쟁력이 부족하다. 또한 수입차 특성상 트림 구성을 간소하게 구성할 수밖에 없으므로 고객 선택에도 제약이 따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GM은 국내 생산 시설에 투자하지 않고도 신속하게 판매 차종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더 가치 있다고 보아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소비자 신뢰 되찾을 수 있는 제품전략 필요

물론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이쿼녹스가 국내 고용 측면에서는 마냥 좋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현재 한국GM의 암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려면 이쿼녹스가 반드시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야 한다. 만약 풍부한 수요의 중형 SUV 시장 일부를 가져올 수 있다면 영업 일선에서 활력을 얻게 될 뿐 아니라 기존 모델에도 긍정적인 시너지를 줄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장기적인 안목을 반영한 제품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특히 아마추어 같은 가격 책정으로 결국 판매 부진에 시달리며 출시 1년 만에 단종된 크루즈를 반면교사 삼아서, 합리적인 가격과 충분한 공급량을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펼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현재 책정된 이쿼녹스 가격은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GM은 이쿼녹스가 미국에서 연간 29만대나 팔리는 등제품력도 뛰어나고 국내가격은 그보다 최대 300만원이 더 싸게 책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눈높이에 맞는 가격이라 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쿼녹스에 새로운 파급력을 기대할 수없다는 전망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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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한국GM의 회복은 다음 신차가 등장할 때까지 미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내년에 도입할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역시 출시 전부터 김이 빠질 수 있다. 한국GM 정상화를 두고 한국 정부와 벌였던 기 싸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내 생산시설 철수(2018년 2월 6일, 메리 바라 회장 발언 등)에 대한 우려가 싹텄던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불신을 잠재우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 합리적인 가격의 매력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임을 그들만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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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브랜드(Two-Brands) 전략의 르노삼성

한편 수입차로 제품 라인업을 늘리고 있는 국내 브랜드가 한군데 더 있다. 바로 르노삼성이다. 요즘 르노삼성은 이와 관련하여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클리오를 르노로 선보이면서 미숙한 운영 방침으로 브랜드와 제품 정체성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발단은 똑같은 처지의 클리오와 QM3를 각각 다른 브랜드로 팔면서 빚어졌다. 둘 다 르노삼성이 수입하는 차지만 QM3는 국산차, 클리오는 수입차 브랜드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보자면 르노삼성은 수입차를 OEM으로 파는 국내 브랜드인 동시에 수입차 브랜드를 운영하는 업체가 되었다.


그렇다고 두 브랜드를 명확히 나눈 상태도 아니다. TV 광고, 홈페이지, 페이스북 계정을 따로 만들어 별도의 채널을 유지하고 있지만 물리적으로는 르노삼성과 르노가 한 덩어리다. 구매계약서 양식과 브로슈어는 르노를 분리했다지만 생색내기 수준이다.


르노삼성 전시장에서 다른 차와 함께 클리오가 팔리는 현재의 상황에서 신선한 이미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럽 정통 해치백의 헤리티지가 충분히 와 닿지 않고, 판매하는 쪽에서는 수입차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주장하기 어렵다. 물론 클리오 하나만 갖고 전용 전시장을 꾸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르노삼성 전시장을 일부 활용해 르노를 소개하는 방법도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브랜드를 런칭하는 과정도 탐탁치 않다. 일단은 등장 시기다. 원래는 지난해 상반기에 출범 예정이었지만 박동훈 사장 사퇴로 미루어진 듯해 올해 5월이 돼서야 겨우 선보였다. 이와 함께 삼성 브랜드 로열티 계약이 2020년 완전히 종료됨에 따라 르노 브랜드로 전환 준비도 꾸준히 진행되어야 하지만 같은 이유로 준비가 매끄럽지 않은 듯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늦어진 만큼 치밀하게 계획했다면 좋았겠지만, 앞서 언급한 일련의 결과물만 보면 미루고 미루다가 급하게 공개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올해 르노삼성은 판매 실적이 크게 줄었다. 2018년 1월부터 6월까지 전체 내수판매는 4만920대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5만2,882대보다 약 20% 정도 감소했고, 실적을 이끌던 SM6는 전년 대비 반 토막(2017년 1~6월 2만3,917대, 2018년 1~6월 1만2,364대) 났다.


새로 출범한 르노 브랜드에 많은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실적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르노삼성 측은 적은 비용이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투자해서 르노 브랜드와 이미지를 차근차근 쌓는 한편, 내년에는 1톤 전기 상용차를 르노로 출시하는 등 점차 라인업을 늘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시작 단계에서 잘 갖추지 않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가 그렇다. 이 때를 놓치면 이미지를 정립하는 데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르노삼성은 지금 중요한 순간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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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홈페이지에서는 클리오와 트위지의 정보를 다루고 르노삼성 홈페이지에서는 QM3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글 이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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