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바알못’의 바이크 입문기
2018-09-27  |   21,177 읽음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바알못’의 바이크 입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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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좀 아껴보겠다고 시작한 바이크.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여느 때와 같이 6기통 스포츠카를 바라만 보며 시름시름 앓던 어느 날, 별안간 정신이 번쩍 띄었다. ‘그래, 바이크로 출퇴근만 해결해도 어떤 차든 부담 없이 탈 수 있을 거야!’ 갑작스레 깨달음(?)을 얻은 후, 평생 바이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바알못’ 기자가 부랴부랴 바이크 세계에 발을 들였다. 


선택의 중심은 안전과 ‘가성비’

목표는 오로지 연료비 절감. 그러니 바이크 값이 비싸면 말짱 도루묵이다. 자연스레 멋있고 빠른 바이크는 제외됐고 유지비 저렴한 국산 중고 바이크가 물망에 올랐다. 처음엔 국산 아메리칸 스타일로 시작하려 했으나, 그래도 생애 첫 바이크라 안전이 걱정돼 온전히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스쿠터로 마음을 굳혔다. 

그렇게 이것저것 따져보고 고른 모델이 KR모터스 델리로드 100(이하 델리로드)이다. 다른 스쿠터와 달리 요란하지 않은 스타일이 가장 맘에 들었고, 99.9cc 배기량 덕분에 100cc 이하 소형으로 분류되는 저렴한 보험료, 국산 치고 인정받는 품질 등 여러모로 출퇴근용으로 가볍게 타려는 기자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자동차 세계에선 자취를 감춘 카뷰레터 엔진의 원초적인 감성은 덤. 무엇보다 바이크 전문지 기자로 일했던 업계 선배의 “탈 만해~”라는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중고 바이크 사이트를 열심히 뒤져 100만원 초반 값에 2018년식을 손에 넣었다. 바이크 특성상 직거래가 많지만, 기자는 전문 매매상을 통했다. 조금 비쌀지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 매매상은 왕초보 기자가 허둥대지 않도록 사용폐지증명서나 양도증명서, 신분증 사본 등 필수 서류를 알아서 챙겨줄뿐더러 기본적인 정비와 (품질이 약간 의심스러운) 공짜 헬멧도 제공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안전을 위해 집까지 트럭에 태워 탁송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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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매매상에서 구입하면 중고 바이크일지라도 기본 정비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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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 시 반드시 받아야 할 사용폐지증명서와 양도증명서. 등록을 위해 신분증 사본도 필수다


이제 번호판을 달 차례. 등록은 간단하다. 먼저 인터넷으로 이륜차 보험에 가입한 후, 앞서 소개한 필수 서류 3장을 들고 가까운 구청이나 자동차 등록 사업소로 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번호판과 등록증을 쥐여준다. 소형 이륜차로 분류되는 중고 델리로드의 경우 취득세(약 2.5만원)와 1년 치 보험료(약 16만원), 번호판(2,800원)을 다 합쳐도 20만원이 채 안 됐다. 이로써 약 135만원으로 정식 이륜차 오너가 됐다. 


10분이면 걱정 끝

델리로드를 주차장에 고이 모셔둔 채 주말을 손꼽아 기다렸다. 두 바퀴라곤 자전거 타본 게 전부라 도로에 나가기 전 집 앞에서 충분히 연습하기 위해서다. 이윽고 주말이 찾아왔고 선크림 덕지덕지 바른 후 비장하게 안장에 올랐다. 오른손잡이를 살살 돌려 출발. 그러나 조금 나가자마자 금방 서버렸다. 페달 밟아 앞으로 나가던 자전거와 감각이 전혀 달라 훅 튀어 나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 쭈뼛쭈뼛 집 앞에서 꼼지락거리다가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과감하게 오른손을 당긴 순간, 힘차게 나아가며 자전거처럼 중심이 잡힌다. 그리고 땅에 붙은 발을 발판 위에 올려놓으면 질주 준비 끝. 이게 한 번 경험하고 나니 참 별거 없다. 손잡이를 당기고 발 올리면 출발은 더 할 게 없고, 조향은 자전거 타던 감각으로 금세 적응한다. 일주일 내내 ‘적응 못하면 어떡하지’라며 고민했던 문제가 단 10분 만에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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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감을 익히니 스쿠터 타는 건 자전거보다도 쉽다


새로운 감각에 더운 줄도 모르고 집 앞 골목을 한참 누비는 데 갑자기 연료 게이지가 깜빡인다. 주유소를 가기 위해선 차로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냥 차처럼 다니면 되겠지 뭐’라는 생각으로 호기롭게 차로에 올라섰다. 쿵쾅거리던 골목만 타다가 도로에 올라서니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다. 그리고 흐름에 따라 반강제로 풀-가속도 경험할 수 있었다. 99.9cc 카뷰레터 엔진 6.8마력 출력은 바이크 초보자가 느끼기에 충분했다. 속도도 시속 70km 정도는 무난하게 오르내리니 교통 흐름을 쫓기에도 무리 없다. 속도가 빨라지며 맞바람이 불자 더위도 금세 사라졌다. 

주유소에 도착해 주유하니 기름이 금방 가득 찬다. 주유 금액은 단돈 9천원(L당 1,608원 기준). 가득 넣었는데 만원도 안 되다니! 아직 연비 측정도 제대로 안 했는데 벌써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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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오른편 아래에 붙은 주유구. 연료 게이지 한 칸 남은 상태에서 기름을 넣으면 만원어치가 채 들어가지 않는다


한 달 2만원

한번 감각을 익히고 나니 출퇴근은 문제없다. 아니 오히려 차보다 쉽다. 작은 크기 덕분에 차선 변경이 수월하고 순발력이 좋아 흐름도 금방 좇는다. 다만 가끔 신호 위반하고 차 사이를 비집고 달리는 무개념 라이더들 때문에 괜히 정석으로 달리는 내가 손해 보는 기분이다. 그래도 10년 차 운전자로서 그 보기 싫은 꼴을 잘 알기에 앞으로 바이크가 손에 익더라도 안전하게 탈 생각이다.

그렇게 2주를 탄 후 드디어 연료탱크를 거의 비웠다. 출퇴근은 물론, 주말엔 20km 이상 라이딩을 달려 채운 누적 주행거리는 235.7km. 다시 기름을 채워 넣자 이번엔 9,345원(L당 1,598원 기준)이 들어갔다. 2주간 주유비가 만원이 안 되니 한 달 예상 주유비도 2만원이 채 안 되는 셈이다. 주유량은 5.848L로 환산 연비는 L당 40.3km다. 차로 다닐 때 2주에 5만원은 족히 들었던 걸 생각하면 거의 공짜라고 봐도 되겠다. 연료비 절감이었던 원래 목표를 기대 이상으로 달성했다.

이제 자동차 위엔 먼지가 하얗게 앉았다. 기름값, 주차비 걱정 없고 운전까지 재밌는 스쿠터 매력에 푹 빠져 매일 타다 보니 자동차 배터리 방전이 걱정될 지경이다. 그동안 발이 돼주었던 데일리카는 완전히 세컨카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앞으로도 차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듯하다. 내년에 맘껏 기름을 태우는 화끈한 차를 사려면 지금부터 지갑을 두둑이 불려놔야 할 테니 말이다.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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