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안전모 의무화,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2018-10-02  |   21,611 읽음

자전거 안전모 의무화,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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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지난달부터 전면 시행되기 시작했다. 자전거 탑승자의 안전모 착용 의무화도 그중 하나다.


이제 자전거 운행 시 운전자는 물론 탑승자 모두가 안전모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이미 올해 초 안전모 의무화를 두고 찬반 양측이 대립했던 사안인 만큼 향후 진행 경과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무화가 되면 자전거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며 실질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도리어 그나마 자전거 활용도가 높아지는 현실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뿐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공존한다.


이륜차와 같은 잣대로 보는 탁상행정의 결과

이륜차, 즉 모터바이크는 자동차와 함께 도로 위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륜차는 내연기관이 들어간 고속 운행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탑승자를 보호할 방법이 없어 사고 발생 시 사망률도 매우 높은 교통수단이다. 즉, 비좁은 골목에서의 주차나 도로 위 기동성 그리고 연비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장점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안전 면에서 매우 취약한 특성을 보인다. 앞서 칼럼에서 밝혔듯, 일본이나 미국 등에 비해 이륜차 관련 정책이 부실한 구조에서 기인한 문제다. 이러한 위험성에서 안전모 의무 착용은 최소한의 탑승자 보호 장치로 사고 시 부상 위험을 경감시킨다. 즉 이륜차 탑승자의 안전모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과도 같다. 

그렇다면 자전거에서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물론 효과가 없진 않을 것이다. 일단 다치면 치명적 손상으로 이어지는 머리를 보호해주는 만큼 안전모 도입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사고 시 부상 정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속도에 있어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 이륜차와 달리 자전거는 별도 동력원이 없다. 사람이 온전한 다리 힘으로 올릴 수 있는 속도의 한계가 존재하기에 이륜차와 같은 잣대에서 바라보면 안 되는 것이다. 

물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전기자전거는 동력원이 있기 때문에 달리 봐야 한다. 또한 안전모 착용은 불편함과 비효율 등 단점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동네 슈퍼에서 물품을 산다든지 가까운 공원에 가기 위해 잠시 이용하는 경우 과연 안전모가 실용적인 측면에서 꼭 필요한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물론 자전거 마니아들이 취미 활동 또는 동호회 성격으로 단체 장거리 주행을 하는 경우엔 안전모 착용이 필수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자전거는 상황에 따라 극명히 다른 성격을 띠기에 의무화보다는 지속적인 계몽이 알맞아 보인다. 이용 목적에 따라 안전모 착용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 그게 더욱 좋은 방향 아닐까.  


강제성보다 자율성

자전거는 인도나 차도 등 모든 길에서 다양하게 운행이 가능한 전천후 교통수단이지만, 상황에 따라 운행 제재를 받기도 한다. 차로를 달린다든지 횡단보도를 건널 경우에는 자동차로 간주, 유사시 차 대 차 사고로 보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그만큼 자전거는 운전자가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관건이 되는 교통수단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자전거 사고가 급증하면서 이번 같이 안전모 착용 의무화라는 도로교통법 개정이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과연 그 시기가 하필 지금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쯤에서 이웃 나라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경우 생활 자전거는 이미 그들의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어 한집에 자전거 두, 세 대는 흔한 정도다. 일찌감치 자전거 등록제를 실시한 만큼 안전에 관한 인식은 이미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 치고 안전모를 착용한 경우는 보기 힘들다. 그러면서 사고 건수도 적고 사고로 인한 사망자 역시 극도로 낮은 이유는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자동차 등이 서로 배려하고 안전에 유의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몸에 밴 덕이다. 의무화를 통한 강제성 부여보다는 지속적인 교통 매너 형성으로 선진 교통문화가 안착했다는 것이다. 


의무화에 앞서 이루어져야 할 것

우리나라는 아직 자전거 문화가 선진국 수준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지속적인 안전 인프라 구축은 물론 계몽 및 양보 운전을 통해 자전거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최근 지자체 등에서 자전거 대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서울시 등 대부분 지자체에서 자전거 대여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안전모 착용 의무화는 정상 운영에 상당한 애로사항으로 작용한다. 이용자가 안전모를 스스로 챙기든지 아니면 지자체가 대여하는 억지스러운 구조가 될 수 있다. 안전모 대여는 여건상 어려운 점이 많다. 머리에 직접 닿는 안전모는 위생, 크기 등 여러 문제가 혼재되어 있기에 이용자 본인이 직접 준비하는 편이 나을 수밖에 없다. 어느 것 하나 만만히 볼 수 없는 요소다. 과연 머리 형태를 흐트러뜨리면서까지 안전모를 착용할까 하는 의구심도 앞선다. 모든 것이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규정만 앞섰다. 인프라와 시스템, 거기에 문화가 따라준 이후 제도적 의무화를 마지막 단계가 적용하는 게 맞다. 그나마 자전거 이용률을 조금이나마 높여 가던 시기에 안전모 착용 의무화가 이를 저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실을 무시한 채 이론적 논리만을 앞세운 탁상행정 사례가 많다. 일명 ‘단통법’이나 ‘김영란법’, 그리고 대학에 적용한 NCS 제도 등 없느니만 못한 법규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번 자전거 탑승자 안전모 착용 의무화 규정이 또 하나의 ‘무용지물’ 제도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김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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