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 머신으로의 진화, BUGATTI DIVO
2018-10-11  |   39,856 읽음

서킷 머신으로의 진화

BUGATTI DI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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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카 시론을 베이스로 개발된 디보는 코너링에 집중한 새로운 부가티. 최고시속은 380km로 낮아졌지만 나르도 핸들링 서킷을 시론보다 8초나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부가티는 시론의 경량 고성능 버전 시론 스포츠를 발표했다. 그런데 사실 부가티는 이보다 더욱 가볍고 강력한 신차를 완성해 놓고 있었다. 제네바 모터쇼에서 약 1달 후, 극비리에 진행된 행사를 통해 디보가 몇몇 고객에게 공개되었다. 

디보는 시론을 베이스로 개발된 특별 버전. 시론을 멀찌감치 뛰어넘는 가격표가 붙었음에도 최고속도는 오히려 380km로 낮아졌다. 1천 마력이 넘는 괴력으로 시속 400km를 넘기는 압도적인 스펙, 호화로움을 자랑으로 내세우던 부가티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그렇다면 낮아진 속도만큼 대체 무엇을 추구했는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슈테판 빈켈만 사장은 이 차가 코너링(bends)을 위해 태어났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의 부가티는 고성능과 고속 성능 그리고 최고급의 안락함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추구했습니다. 우리는 디보를 개발하면서 횡가속과 민첩성, 코너링에 중점을 두고자 했습니다.”  

디자인은 예상과 달리 비전 그란투리스모 컨셉트와 그리 닮지 않았다. 그란투리스모 게임을 위해 시론을 레이싱카 스타일로 어레인지했던 비전 그란투리스모와 달리 디보는 전혀 별개의 모델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와 센테나리오 정도의 관계라고 할 수 있을까?  


역사책에서 찾아낸 새 이름 ‘디보’

예전 드라이버 이름으로 신차 이름을 짓는 것은 어느덧 부가티의 전통이 되었다. 이번 주인공은 1895년생 프랑스 출신 드라이버 알베르 디보(Albert Di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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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름의 기원이 된 프랑스 출신 드라이버 알베르 디보  


선빔과 들라지, 탈보 등을 거치며 커리어를 쌓은 디보(본명은 Diwo지만 Divo로 개명)는 1928년 사고로 사망한 피에트로 보르디노 후임으로 부가티 드라이버가 되었다. 이 시절 가장 유명한 전적은 타입 35를 몰고 1928년과 29년, 2연속 우승컵을 차지했던 타르가 플로리오. 시칠리섬에서 개최된 전설적인 로드 레이스 타르가 플로리오는 108km짜리 코스를 5바퀴 달리는 가혹한 경주다. 1920년대 후반 부가티가 이곳에서 거둔 5번의 승리 중 마지막 2승의 주인공이 바로 알베르 디보였다. 이밖에도 디보는 코파 플로리오(1928, 1929)와 1931년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도 승리했다. 

디보의 외형을 보고 시론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두 차는 다른 모습을 지녔다. 부가티를 상징하는 말굽형의 그릴은 크롬 장식을 없애고 납작하게 만들면서 좌우에 거대한 흡기구를 이어 붙였다. 여기에 새로운 헤드램프를 조화시킨 결과 지금까지의 부가티와는 다른, 과격하고 미래적인 인상이 되었다. 4각 램프 4개씩을 담았던 시론의 눈매는 반쯤 감긴 것처럼 납작해져 높이가 35mm에 불과하다. 대신 새로운 주간주행등이 독특한 인상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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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디퓨저와 윙, 브레이크 램프 덕분에 더욱 과격해진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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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가 얇아진 대신 주간주행등이 독특한 인상을 만들어 낸다


클래식 부가티에서 가져온, A필러에서 시작해 창문을 따라 타원을 이루는 특징적인 측면 라인은 옆구리 절반 높이까지 축소하는 대신 아래쪽에 새로운 흡기구를 더했다. 시론 디자인이 가장 많이 남겨진 부분이다. 특징적인 타원형이 줄어들면서 측면 실루엣은 보다 슬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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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과의 유사성은 많지 않아도 부가티 다운 특징은 여전하다  


디자인 수장인 아힘 안샤이트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은 코너링 스피드와 횡 다이내믹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협력했습니다. 우리는 시론과 다르게 보이면서도 또한 여전히 부가티이기를 원했습니다. 이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남아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말굽 모양의 프런트 그릴과 타원형의 특면 라인 그리고 타입57 아틀란틱 쿠페의 특징적인 핀입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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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적인 타원 라인과 리어윙 때문에 측면 실루엣이 많이 달라졌다


차체 대부분을 덮은 어두운 은색 도장은 이 차를 위해 새로 개발한 티타늄 리퀴드 실버. 아래쪽에는 파란색을 조화시켜 부가티의 아이덴티티를 살렸다. 짙은 파란색의 카본 소재 ‘디보 카본’ 역시 이 차를 위해 개발된 것으로, 주로 에어로파츠에 사용되었다. 차체 뒷부분은 새로운 디퓨저와 함께 그릴 일체형 브레이크 램프가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 낸다. 3D 프린트를 활용한 입체적인 핀 44개를 사용했으며, 차체 양옆이 가장 밝고, 중앙에 가까울수록 어두워진다. 함께 달리는 차들이 가장 자주 보아야 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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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 핀을 사용한 브레이크 램프


무게는 덜고 다운포스는 높여

코너링에 중점을 둔 디보는 안정적인 냉각성능과 다운포스에 초점을 맞추었다. 묵직한 차체를 책임지는 고성능 브레이크를 위해 네 바퀴 별도의 흡기구를 마련했다. 한껏 달구어진 브레이크를 식힌 뜨거운 공기는 적절히 배출해 타이어를 과열시키지 않도록 배려했다. 시론에도 사용된 이 브레이크 냉각 시스템은 에어 커튼의 도움을 받아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개량되었다. 지붕에 설치된 거대한 NACA 덕트는 엔진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 더욱 안정적인 연소와 엔진룸 냉각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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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에 달린 거대한 NACA 덕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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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이크 냉각 시스템에도 공을 들였다


리어윙은 너비 1.83m에 면적이 23% 넓어졌다. 평소에 차체 라인에 맞추어 수납되는 시론과 달리 고정식처럼 달렸다. 하지만 실제로는 운전 모드에 따라 유압으로 각도를 바꾸는 가동식이다. 새로운 리어 디퓨저와 함께 더욱 강력한 다운포스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제동시에는 에어 브레이크 역할도 겸한다. 이렇게 얻어진 다운포스는 최대 456kg. 시론에 비해 90kg 늘어났다. 르망 경주차처럼 뒤쪽 중앙에 배치된 수직 핀은 공기 흐름을 조율하는 기능적 역할 외에도 아틀란틱 쿠페의 디자인 요소를 재현했다. 아틀란틱 쿠페에서는 좌우 보디를 연결하는 리벳 부위였지만 디보에서는 보다 공력적 효과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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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식처럼 바뀐 리어윙은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외형 변화와 반대로 인테리어는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D컷 스티어링과 계기판, 좁고 긴 센터패시아와 세로로 배치한 스위치는 물론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좌우 좌석을 가르듯이 배치된 타원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시론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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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시론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사실상 동일한 인테리어라고 해도 무방하다. 차이점이라면 차체에 맞춘 밝은 파란색 가죽(주문제작이니 얼마든지 변경 가능)과 시트에 새긴 DIVO 글자 정도. 시트는 높아진 코너링 성능을 의식해 조금 더 레이싱 버킷 시트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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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조합을 바꾸고 시트는 보다 레이싱 버킷 타입에 가까워졌다  

 

최고속도 대신 선택한 강렬한 코너링

엔진과 구동계는 시론 거의 그대다. W16 쿼드 터보 엔진이 뿜어내는 1500마력의 출력과 163.3kg·m의 토크를 7단 변속기와 4WD 시스템을 통해 네 바퀴에 배분한다. 지금까지의 부가티는 엄청난 괴력에 비해 2t 가까운 중량급 차체로 민첩성에서는 손해를 보았다. 따라서 디보를 코너링 머신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다이어트는 필수였다. 

감량은 다양한 부분에서 이루어졌다. 우선 새로운 경량 휠과 카본 인터쿨러 커버가 사용되었고 앞쪽 디퓨저 플랩을 고정식으로 바꾸었다. 오디오를 더욱 가벼운 제품으로 교체하는 한편 센터 콘솔과 도어 트림의 수납공간은 삭제했다. 이렇게 얻어낸 감량 효과는 35kg. 시론 스포츠에 비해서는 18kg 가볍다. 획기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개량된 섀시와 캠버를 키운 서스펜션, 새로운 드라이브 모드가 더해져 디보를 본격적인 서킷 머신으로 변모시켰다. 횡가속도가 1.6g로 높아져 지금까지의 어떤 부가티보다도 강렬한 코너링이 가능해졌다.

이 차는 나르도의 고속 원형 트랙이나 뻥 뚫린 아우토반에서는 시론을 따를 수 없다. 시속 420km가 가능한 시론에 비해 디보는 380km에서 리미터가 작동한다. 스피드 키를 끼우지 않은 상태의 시론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서킷이라면 입장은 반대가 된다. 코너링 성능에 집중한 결과 디보는 6.2km의 나르도 핸들링 코스 한 바퀴를 도는데 시론보다 8초나 적게 걸린다. 0→시속 100km 가속 2.4초, 200km까지 6.5초의 가속 성능이 거의 동등하니 그만큼 코너링 스피드가 압도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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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스포츠(사진)보다 더욱 가볍고, 핸들링 성능이 뛰어나다 


디보가 처음으로 외부에 실물을 공개한 것은 지난 8월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서 있었던 클래식카 행사(The Quail: A Motorsports Gathering)에서였다. 하지만 이 차는 4월경 극비리에 열린 고객 행사를 통해 40대가 이미 완판되었다. 기존 부가티 고객 중에서 엄선된 손님들에게까지 비밀유지서약을 받을 만큼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 행사였다. 

폭스바겐에 인수된 후 강력한 W16 엔진과 시속 400km를 넘는 압도적인 스펙을 앞세웠던 부가티는 이제 핸들링 성능까지 우수한 차로 진화했다. 잘 생각해 보면 초창기 부가티는 최고급차이면서도 수많은 레이스에서 승리를 거머쥔 당대 최강의 고성능차이기도 했다. 디보를 통해 부가티는 진정한  브랜드 아이텐티티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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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사진 부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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