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란 영화를 즐기는 좋은 방법 ,움직이는 극장
2018-10-19  |   23,464 읽음

가을이란 영화를 즐기는 좋은 방법

MOVING 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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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던 여름에서 벗어나 완연한 가을 날씨를 즐길 수 있는 계절이 왔다. 비로소 딴 데 눈 돌릴 여유가 생긴 지금, 귀를 간질이는 카 오디오를 매만져 보는 건 어떨까?


삶의 질이 나아졌다. 연 소득 따위의 물질적 개념이 아니다. 더위에 헉헉대며 에어컨을 1분이라도 껐다간 곧바로 습식 사우나로 변모하는 계절이 불과 얼마 전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낮에 내리쬐는 햇살은 기분을 보다 산뜻하게 만든다. 덕분에 전반적 생활수준이 나아졌음은 물론이다. 삶의 질 개선은 교양 있는 문화 활동 욕구를 증폭시킨다. 인류가 이룩한 고급스런 예술 역시 배부르고 등 따실 때 비로소 발전할 수 있었다. 차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완벽한 가을 경치를 느긋한 마음으로 감상한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딱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


20세기 자동차 극장

1990년대는 월급쟁이도 은행에 돈 맡기고 착실히 모으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경제 호시절이었다. 마이카 열풍과 더불어 개성을 외치는 이들로 인해 자동차 관련 용품 시장도 급성장했다. 그 당시 발간된 <자동차생활>을 훑어보는 지금, 기사가 아닌 광고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지문이 다 닳을 지경이다. 엔진 오일, 루프랙, 타이어, 광택제, 계기판 유닛, 시트 등 그 품목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이제는 보기 힘든 광고 페이지가 유독 눈에 띄었다. 바로 카 오디오 광고다.

DVD 플레이어를 닮은 20여 년 전 광고 속 카 오디오 헤드 유닛은 90년대 자동차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어 준다. 그 당시만 해도 구조는 단순하고, 아날로그 타입이 대부분이었다(아래 현대 아반떼 실내 사진 참조). 일명 ‘스택(쌓아올림)’ 구조로 오디오 시스템 정도는 손쉽게 탈착할 수 있었던 거다. 순정 오디오 시스템이 좋아봐야 사제로 구할 수 있는 고급 브랜드의 음질을 따라가지 못했을 뿐더러 선택권도 없었기에 조금이라도 소리에 민감한 이들에겐 카오디오 튜닝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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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헤드유닛 광고가 실린 페이지. MP3P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헤드유닛은 말 그대로 오디오 시스템에서 두뇌 역할을 한다. 카세트 테이프를 재생하는 워크맨이나, MP3 파일을 읽는 MP3 플레이어에 앰프가 결합된 것이(파워 앰프가 분리된 제품도 있었다)라 생각하면 된다. 이런 카 오디오 튜닝은 우리가 더 나은 음질을 위해 음원 재생 기기를 바꾸고 이어폰을 교체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헤드유닛과 스피커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여기에 저음용 우퍼를 더할 건지, 스피커는 앞쪽만 바꿀 건지 아니면 뒤쪽 스피커도 바꿀 건지를 결정하는 식의 옵션이 추가되는 정도다. 그리고 카세트의 시대가 저물고 CD와 MP3가 음원 저장 장치의 주류로 떠오르던 시기였던 탓에 CD 체인저를 연결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CD 체인저를 구하기가 여의치 않은 이들에겐 또 다른 대안이 있었다(박스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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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의 현대 아반떼 실내. 헤드 유닛을 탈착할 수 있는 구조다


한 가지 재밌는 건 카 오디오 튜닝이 고급 취미로 인식되면서 카 오디오 도둑 또한 성행했다는 점이다. 썬팅이 대중적이지 않던 터라 고가 브랜드의 카 오디오가 달려있으면 도둑질의 표적이 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헤드 유닛의 전면부만 따로 떼어 보관하거나 아예 통째로 뽑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제품도 있었다고. 이런 실상을 반영해 제조사에서도 ‘도난방지 마스크’라 하여 카 오디오 전면부를 아예 가려버리는 기능을 추가한 제품도 출시했다.

최근 재규어랜드로버가 선보인 클래식카를 위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그래서 이채롭다. 유럽에서 클래식카를 찾는 소비층이 늘어남에 따라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이 늘어난 결과다.

대부분 재규어랜드로버 클래식카에 탑재된 헤드 유닛의 DIN 슬롯에 적합하게 개발된 건 물론, 복고풍의 외관을 지녀 클래식카 마니아의 구매욕에 불을 지핀다. 3.5 인치 스크린은 터치 조작이 가능하며 라디오,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페어링, 스마트폰 연동등 기능도 지원해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 해당 제품은 재규어 E-타입이나 랜드로버 디펜더 등 단종 제품에 장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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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에 들어가는 오디오 부품 구성. A필러용 트위터 커버가 눈에 띈다


*박스기사

MP3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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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 테이프와 똑같은 모양의 MP3 파일 저장 장치

카세트 재생만 가능한 오디오에서 MP3를 듣기 위한, 한마디로 과도기적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생김새만 카세트 테이프를 빼다 박은 게 아니라 실제로 테이프처럼 꽂아 사용한다. 디지털 방식의 MP3 음원 데이터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환해 데크의 헤드로 보내도록 한 것이 그 원리다. 초창기 버전은 용량이 32MB로 기껏해야 7~8곡이 들어간 게 전부였으나 이를 개량한 업그레이드 버전은 용량이 두 배로 늘어 그나마 가지고 다닐 만한 음원 저장 장치로 거듭날 수 있었다.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등장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의 카 오디오 튜닝 트렌드는 어떨까? 우선 통합형으로 자리잡아 가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영향이 적지 않으리라 예상해 볼 수 있다. 요즘 출시되는 차량은 카 오디오가 독립되어 있지 않고, 내비게이션이나 후방카메라와 함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통합되는 추세다. 이런 이유로 카 오디오를 별도로 장착하거나 튜닝하는 수요는 현저히 줄어든 상황. 10여 년 전 <자동차생활>만 봐도 카 오디오 광고를 찾기가 쉽지 않다. 매립형 내비게이션 광고나 한두 개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다. 카 오디오 전문지 역시 내비게이션이나 블랙박스 광고가 점령하다시피 했다. 전장화라는 명분 아래 모든 게 통합되어 가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건 사제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시장인 셈이다.

“카 오디오 튜닝에서 헤드유닛 교체는 이제 옛말이 됐어요. 자동차 제조사에서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얹기 때문에 카 오디오만을 위한 헤드 유닛을 건드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아예 새로운 시스템을 얹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카 오디오 튜닝샵 오렌지커스텀의 이현석 대표 역시 이 지점을 역설한다. 튜닝샵을 시작할 즈음인 10여 년 전에도 이미 통합형 인포테인먼트로 대세가 기울었다고. 서울 후암동 남산 밑자락에서 더 나은 소리를 제시하고 있는 이 대표를 만나 요즘의 카 오디오 튜닝에 대해 물었다. 


21세기 자동차 극장

“차에서 오래 있으면서 음악을 좋아하는 분, 그리고 삶이 무료한(?) 분들에게 카 오디오 튜닝은 필수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카 오디오 튜닝이 필요한 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카 오디오 튜닝을 ‘보다 여유로운 삶을 위한 취미 활동’이라 정의하는 그의 대답다웠다. 튜닝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오디오 시스템 구성이 있을까? “한정된 예산으로 카 오디오에 접근하는 입문자에겐 중저가형 스피커와 저렴한 앰프 구성을 추천드립니다.” 처음부터 비싼 유닛을 장착하면 가격 대 성능비가 떨어지기 때문에 취미생활로 즐기기에 부담스러워 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각각의 유닛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게 적당한 스피커, 그리고 출력을 올려주는 앰프(파워 앰프)를 장착해 효율 높은 튜닝을 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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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에 들어가는 오디오 부품 구성. A필러용 트위터 커버가 눈에 띈다


앰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카 오디오에서 쓰이는 기초 용어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스피커는 그 크기가 다양한데 단순히 크다고 해서 비싸거나 좋다고 말할 순 없어요. 크기에 따라 재생할 수 있는 가청주파수 대역이 있는데, 작은 스피커(트위터)일수록 고음역을 재생하기에 유리하고, 커질수록 중음에서 저음까지 재생하기가 수월하죠.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 20Hz ~20,000Hz 대역을 나눠 각기 다른 사이즈의 스피커에 임무를 부여하는 거로 이해하면 쉬워요. 보편적으로 트위터는 고음, 미드 스피커는 중음, 우퍼는 저음을 재생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마침 샵에 진녹색 미니 쿠퍼 한 대가 작업 중이었다. “메인 스피커, 서브 스피커, 우퍼, 그리고 여기에 트위터까지 달아 각각의 음역대를 보강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미니에는 트위터가 따로 들어가지 않기에 A필러에 추가 장착할 예정이죠.” 이현석 대표의 말을 듣고 나니 각각의 스피커가 놓인 위치와 그에 따른 역할을 보다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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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스피커 작업을 위해 도어 트림을 탈거 중인 이현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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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을 마친 후사운드 점검은 필수다


자동차-오디오 메이커 협업의 이면

요즘 나오는 신차들은 엔트리 모델에도 괜찮은 오디오 시스템이 들어간다. 한 예로 르노 클리오는 보스(Bose) 시스템이 들어가 사운드 만큼은 체급을 넘어선 수준. 그런데도 샵을 찾는 고객들은 어떤 부분이 불만족스러운 걸까? “일단 카 오디오를 한번이라도 따로 장착해본 분들은 순정 사운드에 만족하기 힘듭니다. 브랜드가 고급이라도 실제로는 해당 브랜드의 보급형 제품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특히 요즘은 메르세데스-벤츠에 들어간 부메스터가 그다지 고급스런 음질을 내지 못하는 바람에 많은 고객들이 샵을 찾습니다. 재규어랜드로버에 들어가는 메르디안도 실제로는 하만의 제품이 들어가죠.” 

그럼 어떤 메이커의 오디오 시스템이 튜닝 시장에서 활약 중인지 궁금했다. “요즘 카 오디오 전문 브랜드로는 비위드(BEWITH), 소닉디자인(SONIC DESIGN) 같은 일본 제품의 인기가 좋습니다. 작지만 넓은 음역대를 재생하고 빗물에 노출되는 카 오디오의 특성 상 내구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유럽 제품에 비해 내구성이 좋아 국내 고객들에게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죠.” 

이현석 대표는 샵과 함께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인데 영상을 보면 포칼(FOCAL) 브랜드의 제품이 많이 장착되는 걸 알 수 있다. “프랑스 브랜드 포칼은 홈오디오에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악기 음색을 표현하는 능력이 굉장히 우수합니다. 하이파이(hi-fi)를 원하는 고객들이 굉장히 선호하죠. 이와 함께 순정형 스피커 튜닝에 알맞게 저출력 대응 스피커를 출시해서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이쯤 되니 가장 비싼 시공 사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퍼카, 혹은 이에 버금가는 고성능 모델의 오너가 그 주인공이지 않을까? “최근 작업한 차량 중 기아차 쏘울에 5,000만 원 가량 튜닝을 진행한 고객이 있습니다. ‘비싼 시공 = 좋은 소리’의 공식이 늘 성립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보니 백만 원대 튜닝에서 시작, 조금씩 추가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포칼의 플래그십 유닛인 울티마까지 장착을 하셨죠. 결과적으로 찻값보다 오디오 튜닝비가 훨씬 많이 들어간 셈입니다.”


한끗 차이의 소리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

이현석 대표가 운영하는 오디오 튜닝 샵은 최근 들어 유명인의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홍보가 잘 이루어진 것도 그 이유일 테지만, 이를 받쳐주는 실력 없인 어려운 일이다. 오렌지커스텀이 다른 샵과 차별화를 두는 지점은 뭔지 궁금했다. “카 오디오는 반제품이기 때문에 같은 차에 같은 스피커를 장착하더라도 누가 작업을 했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집니다. 방음 방진, 선재, 패시브 네트워크 세팅(음 분리기), 스피커의 위치 등 정말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저희 샵은 신차가 출시되면 어떻게든 해당 차량을 구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난 뒤에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매년 출시되는 차종이 상당한데 그게 가능할까? “물론 모든 차를 구할 순 없죠. 하지만 브랜드별 신형 모델을 한 가지씩은 소유해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 정확한 데이터를 모으자는 게 저희 샵의 모토입니다. 고객의 차는 절대로 시험용 차량이 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샵의 비전을 묻자 그저 지금처럼 꾸준히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사운드를 내기 위해 작업에 임하고 싶다 말하는 이현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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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출시된 현대 쏘나타 실내. 카 오디오 시스템이 통합형으로 자리잡았다


내 차 역시 그의 샵에 입고될 날이 그리 머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 이 기사의 제목이 왜 무빙 시어터인 건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수 있겠다. 눈앞에 펼쳐지는 가을 날씨는 모든 장면이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 장면을 완성하는 사운드는 적절한 오디오 튜닝이 그 답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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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퍼 스피커 교체를 위해 시트도 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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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 트림 내부에는 방진 스티커를 붙여 진동을 최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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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 상단의 메인 스피커 역시 교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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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스피커로 소닉 디자인 제품이 적용됐다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촬영 협조 오렌지커스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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