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칼럼, “잘 가라 내연기관”
2018-10-26  |   8,483 읽음

이안 칼럼, “잘 가라 내연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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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나갈 것 같은 FR 비율, 길게 뻗은 보닛…….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는 내연기관의 매력을 멋지게 그려냈다. 하지만 그에게 내연기관은 단지 제약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그는 말한다. “내연기관 특징이 사라져도 하나도 아쉽지 않습니다”라고.


 윤지수 기자 

사진 윤지수, 재규어


XJ 50살 기념 여행에 64세 열정 넘치는 할아버지가 함께했다. XJ 탄생부터 보아왔고, 현세대 재규어 스타일 혁명을 이끈 인물, 이안 칼럼 디자인 총괄 디렉터다.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클래식 XJ 사이를 뛰어다니던 그에게 재규어에 대해, XJ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방식으로 정리한 대화 내용이다.


Q : XJ 50년 역사 동안 지켜온 정체성에 대해 알고 싶다. 추상적인 것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특징도 궁금하다.

XJ는 시리즈 1 이후 2009년까지 철저히 선대를 계승하며 진화를 이어왔다. 그러나 2009년 등장한 현세대는 스타일이 확 바뀌었는데, 이는 첫 XJ 시리즈 1의 철학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시리즈 1은 기존의 틀을 뒤엎는 혁신적인 차였고, 현세대 XJ는 그런 정신을 이어받아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했다. 

그럼에도 세부적인 디테일은 이전 XJ 특징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수직 테일램프와 독특한 보닛 굴곡, 그리고 트윈램프를 상징하는 주간주행등이 그렇다. 실내에서는 최근 가죽을 많이 쓰는 업계 흐름과 달리 XJ 전통을 따라 무늬목 장식을 많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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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칼럼이 냅킨 위에 F-타입과 I-페이스의 선을 직접 그려 설명하고 있다


Q : 우리나라 대형 세단 시장에서는 허리를 늘린 롱 휠베이스 모델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XJ 또한 마찬가지인데, 혹시 디자이너로서 롱 휠베이스와 숏 휠베이스 중 어떤 모델이 더 균형이 좋다고 보는가?

굉장히 주관적이지만 숏 휠베이스를 더 선호한다. 대형 세단이더라도 숏 휠베이스 모델이 더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또 롱 휠베이스는 허리를 늘린 만큼 바퀴가 커져야 하는데, 보통은 그렇지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다. 혹자는 롱 휠베이스의 길쭉한 라인이 더 멋지다고 보기도 하지만 말이다.


Q : 재규어는 비교적 절제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이유를 알고 싶다.

복잡한 스타일은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우리는 정제되고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한다. 말끔한 아름다운 스타일이 개성까지 갖추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다. 이는 정제되면서도 흥분을 일으키는 재규어 철학과도 같다.


Q :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등장함에 따라 실내 구조가 달라질 텐데 재규어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실내에서의 소통에 대해 고민 중이다. 자율주행과 함께 전동화도 함께 실현돼, 공간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 넓어진 공간 안에서 사람들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배치 또는 엔터테인먼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구조를 한창 연구하고 있다. 다만 재규어라면 운전의 즐거움을 위해 운전대는 없애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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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펜더가 솟은 F-타입(위)과 앞 휀더가 솟은 I-페이스(아래). 선의 방향이 달라졌지만, 같은 특징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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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자동차 전동화에 따라 내연기관의 특징은 점점 사라져갈 텐데, 이중 혹시라도 아쉬움이 남는 게 있다면?

A: 없다. 전동화를 통해 디자인 자유도가 더 높아지는 게 반가울 뿐이다. 재규어 디자인 특징은 이미 전기차 I-페이스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I-페이스에 F-타입 선을 집어넣었고, 이는 그리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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