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나 페라리의 시작점, 페라리 몬자 SP1 & SP2
2018-11-08  |   13,956 읽음

아이코나 페라리의 시작점

FERRARI MONZA SP1 & S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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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자 SP1과 SP2는 지극히 고전적인 디자인을 현대적인 기술로 완성한 특별한 페라리. 아이코나 페라리라는 이름 아래 499대만 제작된다.  


지난 8월 페라리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9월 17일 특별한 행사를 알렸다. 날짜 외에 ‘아이코나 페라리’(Icona Ferrari)라는 정체불명의 단어와 디자인 스케치뿐이었다. 아이콘의 이탈리아어인 아이코나에서 매우 특별한 신차가 예상되었다. 그리고 스케치를 통해 오픈카의 형태이리라 추측될 뿐이었다. 


바르케타에서 영감 얻은 고전적인 디자인

페라리는 기본적으로 주문제작이므로 돈만 있다면 얼마든지 특별 제작이 가능하다. 코치빌더 전성기에는 이런 자동차가 드물지 않아 일부 모델은 똑같은 보디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도 있었다. 페라리가 창업한 2차 대전 이후는 세계 각국의 법규가 강화되고, 대량생산이 일반화되면서 이런 완전 주문제작 모델이나 코치빌더는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프리미엄 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개인 주문제작 서비스가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 페라리 역시 피오라반티가 디자인한 SP1(2008년)이나 에릭 크립턴을 위해 제작한 SP1 EC, F12 베를리네타를 베이스로 한 TRS와 SP 아메리카, 488 베이스의 J50과 SP38 등 기존 모델들과 다른 특별제작 모델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이번에 공개된 ‘아이코나 페라리’는 개인 주문제작은 아니지만 기존 라인업과 구별되는 특별한 페라리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그 첫 작품인 몬자는 당초 예상과 달리 812 수퍼페스트를 살짝 다듬은 정도가 아니라 초창기 페라리에서 영감을 얻은 완전히 신모델. 구동계와 메커니즘을 812에서 가져오기는 했지만, 완전히 다른 모습의 FR 오픈 스포츠카였다. 

디자인은 초창기 페라리 바르케타를 모티브로 했다. 작은 보트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바르케타는 1948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페라리 166MM을 본 피아트 회장 지안니 아넬리가 ‘자동차가 아니라 마치 보트 같다’고 평가한 데서 유래되었다. 이후 널리 퍼져 다양한 오픈 스포츠카에 쓰이기 시작했는데, 원래는 작은 앞창이 달린 완전 오픈카를 뜻하지만 오늘날에는 일반적인 컨버터블에도 쓰인다. 한편 모델명은 이탈리아 그랑프리가 열리는 몬자 서킷(Autodromo Nazionale di Monza)에서 가져왔다. 1922년 완공되어 제1회 이탈리아 그랑프리가 열린 유서 깊은 서킷인 동시에 페라리 F1팀과 티포시의 성지이기도 하다. 


812 구동계와 최신 기술로 완성

몬자 SP1과 SP2의 차체는 지붕은 물론 윈드 스크린마저 없는 완전 오픈 형태다. 게다가 승객석 뒤에 에어로핀이 달린 50~60년대 오픈 스포츠카의 전형적인 모습. 우아하면서도 세련되고, 클래식한 기품에 현대적인 다이내믹함까지 겸비하고 있다. SP2는 2인승이고 SP1은 조수석 부분을 덮은 1인승. 현대의 자동차에서 찾아보기 힘든 구성이다. 보디는 모두 카본 파이버 복합소재로 만들어 경량화하고 750 몬자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볼록한 엉덩이에는 가늘고 긴 브레이크 램프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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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오픈 보디에 운전석 뒤 에어로 핀 등 고전적인 요소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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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라리 초창기의 바르케타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었다  


또한 힌지를 앞쪽에 달아 반대 방향으로 열리는 보닛 디자인도 예스럽다. 차체 길이는 812 슈퍼페스트와 거의 같은 4,657mm. 1,996mm로 살짝 넓고, 지붕이 없는 만큼 높이는 1,155mm에 불과하다. 60° 정도 비스듬히 위로 열리는 작은 도어를 들어 올리면 운전석 접근이 조금이나마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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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랑프리카를 연상시키는 운전석. 계기판과 조작계는 812에서 가져왔다 


좁고 긴 운전석은 마치 옛 그랑프리 경주차를 연상시키지만 조작계는 최신 페라리다. 시동 스위치와 드라이브 모드 레버가 달린 D컷 스티어링 휠과 동그란 에어벤트, 좌우 컬러 모니터 사이에 노란색의 타코미터를 배치한 계기판은 812 슈퍼패스트에서 가져왔다. 변속은 플리퍼로 하지만 후진(R)과 자동(AUTO), 런치 컨트롤(LAUNCH) 스위치를 따로 달았으며, 조작계 레이아웃도 새로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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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승석이 더해진 몬자 SP2의 인테리어  


윈드 스크린이 없는 차는 운전자가 바람을 맞으며 달려야 한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는 이유는 넓은 시야 때문. 페라리는 전용 헬멧과 드라이빙 수트를 준비해 두었지만 공력 디자인도 잊지 않았다. 운전석 앞에 마련된 작은 돌출부는 주행 시 바람을 밀어 올려 운전자가 편안하게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버추어 윈드 실드라 부르는 이 기술은 최신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풍동 테스트의 결과물. 탁 트인 시야를 누리면서도 예전 바르케타가 감수해야 했던 불편함은 최소화했다. 

구동계는 812 슈퍼페스트용 V12 6.5L와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조합이다. 350바 직분사 시스템과 가변 흡기 매니폴드 조합으로 최고출력 810마력을 뽑아내면서 배출가스에도 신경을 썼다. 출력은 10마력 늘었지만 최대토크 73.4kg·m는 거의 그대로다. 대신 1.5t 남짓한 경량 차체 덕분에 0→시속 100km 가속 2.9초, 0→시속 200km 가속 7.9초에 최고시속 300km 이상의 강력한 성능을 제공한다. 전동 파워 스티어링(EPS)과 후륜 조향 시스템인 버추어 쇼트 휠베이스 2.0은 812에서 가져왔다.


몬자를 더욱 특별하게 하는 전용 액세서리 

페라리는 럭셔리 브랜드 로로 피아나(Loro Piana), 베를루티(Berluti)와 손잡고 전용 액세서리를 준비했다. 이들은 1950년대의 클래식한 레이싱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다. 나비넥타이를 매고 경기에 출전했던 마이크 호손이나 더블 정장을 입고 밀레밀리아에서 우승했던 마르조토처럼 기능적이면서도 멋을 잃지 않도록 했다. 게다가 주문 제작이 가능해 특별함을 더한다. 

생산 대수는 두 모델 합계 499대. 만약 SP2의 주문이 498대라면 SP1은 한 대만 만들어지게 된다. 아울러 7년간의 메인터넌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서 메인터넌스란 단순히 오일을 갈고 파손 부위를 고쳐주는 정도가 아니라 최적의 성능을 처음 상대 그대로 유지함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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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2에는 에어로 핀이 2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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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자는 1인승인 SP1, 2인승의 SP2를 합쳐 499대만 만들어진다 


연간 7천 대의 족쇄를 풀어버린 페라리는 2016년 8,014대, 지난해 8,398대로 생산 대수를 서서히 늘려왔다. 철저히 수제작에 의존하는 제작방식을 고려하면 빠른 증가세다.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FCA의 고육지책이지만 SUV까지 등장할 예정이어서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철저히 지켜왔던 생산량 제한은 희소성과 브랜드 가치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페라리의 가치를 유지할 특단의 조치가 바로 아이코나 페라리가 아닐까? 그 첫 장을 화려하게 열어젖힌 몬자 SP1과 SP2는 아이코나 페라리의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고 있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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