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 마력, 시속 400km 영역에 진입하다, 맥라렌 스피드테일
2018-12-05  |   29,580 읽음

1천 마력, 시속 400km 영역에 진입하다

McLAREN SPEED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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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 GT를 표방하고 등장한 맥라렌 스피드테일은 1,050마력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시속 403km가 가능하다. 


하이퍼카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무엇일까. 사실 기존 수퍼카 수준을 뛰어넘는 월등한 성능과 가격 때문에 새로운 명칭이 필요해졌을 뿐,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속 400km 이상, 출력 1천 마력을 넘기는 차를 대체로 하이퍼카라 인정하는 편이다. 2007년 SSC 얼티미트 에어로 TT가 1천 마력, 400km/h 벽을 돌파한 이래 부가티 베이론과 코닉세그 아게라, 레게라 같은 비현실적인 하이퍼카들이 앞다투어 등장했다. 맥라렌은 P1이 하이퍼카라 불리기도 하지만 스펙에서 조금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 그런데 신차 스피드테일을 통해 그 영역에 드디어 발을 들였다. 맥라렌은 공식 자료를 통해 ‘최초의 하이퍼 GT’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극한까지 다듬은 에어로다이내믹 보디 

스피드테일은 이름에서부터 초고속이 연상된다. 수퍼카 이름으로는 다소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낯설지도 않다. 맥라렌은 르망을 위한 F1 GTR LM을 시작으로 최신 600LT까지 네 가지 롱테일 모델을 선보인 바 있다. 경량이면서 강력한 이들 ‘롱테일’ 버전은 이름과 달리 실제 꽁무니가 길지 않은 모델도 있지만 어느덧 맥라렌에서 강력함을 상징하는 이름이 되었다. 스피드테일은 바로 그 연장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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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 F1의 3인승 레이아웃을 그대로 계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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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테일 모델의 기원이 된 맥라렌 F1 GTR LM


길이 5,137mm의 스피드테일의 차체는 길게 뻗은 꼬리가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 떨어지는 물방울을 닮아 차체 뒷면의 와류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실루엣이다. P1보다 55cm나 긴 차체는 늘어난 휠베이스와 긴 꼬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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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영역을 넘어 물고기를 연상시키는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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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P1을 닮은 듯하지만 헤드램프가 더 작아졌다  


720S와 닮았던 프로토타입과 달리 스피드테일의 얼굴은 인상이 많이 달라졌다. 눈매가 작고 보디는 매끈하며 꼬리가 길게 뻗어 마치 물고기를 연상시킨다. 돌출물을 배제하고 극한까지 다듬어낸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은 자동차의 영역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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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라는 이름의 테스트용 프로토타입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방향을 바꾸는 앞바퀴는 와류를 많이 발생시키는 부위 중 하나다. 개발팀은 여기에 커버를 씌워 공기 흐름을 조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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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바퀴를 고정식 디스크로 덮었다  


디스크 형태의 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회전하지 않는 공력 부품이다. 앞바퀴 뒤로 사이드미러를 대신하는 수납식 카메라가 자리 잡았으며, 꼬리 아래로는 경주차 부럽지 않은 본격적인 디퓨저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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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차 수준의 대형 디퓨저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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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속 모드에서는 접혀 들어가는 후방용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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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으로 제작한 대형 디퓨저   

꼬리 끝부분에는 스피드테일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가동식 스포일러가 있다. 좌우 별도로 작동하는 조종면이 공기 흐름을 조절한다. 가동식 공력 장치는 최근 고성능차에서 흔한 기술이지만 스피드테일의 경우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카본과 티타늄, 특수 레진으로 만든 탄력 있는 소재를 활용해 차체와 이음매 없앤 것이다. 명칭은 ‘Flexible Carbon Fiber Rear Aileron’. 비행기 조종면 중에서 주날개에 달리는 것을 에일러론이라고 부른다. 맥라렌의 엔지니어링 디렉터 페리 윌리엄스는 이 기술의 목적이 다운포스가 아닌, 안정성이라고 설명한다. 초고속 주행과 과격한 제동 하에서 공력 밸런스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아울러 가동 부위 도색이나 소재의 피로 강도 확보에도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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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식 리어윙은 탄력 있는 소재를 사용해 차체와의 연결부위를 없앴다


맥라렌 F1을 계승한 3인승 시트 레이아웃 

이 차가 맥라렌 F1의 후계자라 믿어 의심치 않는 데는 시트 레이아웃이 큰 몫을 한다. 맥라렌 F1이 1991년 처음 등장했을 때 독특한 시트 구성이 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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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맥라렌 최초의 하이퍼 GT를 표방한다


운전석을 중앙에 두고 좌우 뒤에 보조석을 놓은 3인승 레이아웃 말이다. 포뮬러 경주차나 BAC 모노 같은 1인승 차는 중앙 운전석이 자연스럽지만 2인승 이상에 운전석을 중앙에 둔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이 방식은 무게 밸런스뿐 아니라 운전자 시야 확보에도 유리하다. 다만 변칙적인 시트 배치라 미국처럼 안전규정을 통과하지 못해 도로주행을 위해 좌우 보조석을 제거하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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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을 중앙에 두고 좌우 뒤에 보조석을 배치했다  


걸윙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서면 현대적인 계기판이 눈에 들어온다. 아날로그 미터가 사라진 운전석에는 모니터가 5개나 달렸다. 중앙은 계기판 역할을 맡고 좌우로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등 다양한 정보를 띄운다. 대시보드 양쪽 끝에 달린 것은 사이드미러 용도다. 맥라렌은 공기저항을 줄이려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해 모니터로 영상을 띄우는 방식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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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흐름에 맞추어 모니터를 다수 도입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스위치 레이아웃. 맥라렌 F1에 있던 운전석 좌우 돌출부가 없어 변속 레버나 스위치를 달 공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시동과 변속, 드라이브 모드 스위치를 항공기처럼 천장에 달았다. 선바이저가 없는 대신 일렉트로크로믹 글래스 기술로 창문 윗부분을 어둡게 만들어 햇빛을 막는다. 이 기술은 윈드스크린 외에 도어와 리어 쿼터 글래스에도 사용되었다. 경량 오디오 시스템은 B&W가 담당했고 맞춤식 수납공간도 충실하게 마련하는 등 GT라는 성격에 어울릴 편의 장비에도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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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400km 돌파 위한 전용 모드 있어

하이브리드 구동계는 P1의 V8 3.8L 트윈터보에서 4.0L 트윈터보로 바뀌었다. 모터나 시스템 구성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대신 공개된 스펙만으로도 기대감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시스템 출력 1,050마력에 무게 1,430kg으로 최고시속 403km가 가능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300km 도달하는 데 1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속도 영역에 도달하려면 별도의 최적화된 드라이브 모드(Velocity Mode)를 선택해야 한다. 측면 카메라를 수납하고 액티브 서스펜션으로 전고를 1,120mm까지 내려 공기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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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저항 감소와 방열성능 확보에 공을 들였다  


스피드테일은 175만 파운드(25억6,000만원)의 가격표가 붙었음에도 계획된 106대가 이미 완판되었다. 물론 이것은 기본 가격으로 비스포크 서비스 MSO를 통해 광범위한 주문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가격은 훨씬 높아진다. 106대 중 35%가 미국에 팔렸는데, 이번에도 3인승 시트 레이아웃은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게다가 카메라식 사이드미러도 여기에 한몫 거들었다. 대신 ‘역사적 혹은 기술적으로 중요한 개인 수입차’(Show and Display Exemption) 인증을 받을 경우 연간 2,500마일(4,020km) 내에서 도로주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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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수진

사진 맥라렌 오토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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