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C, 2등에게 보내는 찬사
2018-12-07  |   2,883 읽음

2등에게 보내는 찬사 


12월호 마감이 한창이던 지난 11월 3째 주말. WRC 최종전 소식을 기다리다가 한숨을 내쉬고 말았습니다. 시즌 막판까지 아슬아슬하게 경쟁을 벌이던 현대가 근소한 차이로 타이틀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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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C에서는 기대했던 챔피언 타이틀 확보에 실패했다


시즌 내내 드라이버즈 포인트에서는 티에리 누빌이, 매뉴팩처러즈에서는 현대가 선두를 달렸기에 더블 타이틀 획득도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2위. 디펜딩 챔피언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다시금 챔피언에 올랐고 매뉴팩처러즈에서는 토요타가 막판 뒷심을 발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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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빌은 올해도 오지에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현대자동차는 사실 오랫동안 모터스포츠를 외면해 왔습니다. 회사 규모에 비추어 지나치게 소극적이었지요. 사실 모터스포츠라는 것이 비용대비 효과가 그리 뚜렷한 분야는 아닙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인다고 우승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구
요. 현대가 참여했던 국제 규모 레이스라면 1998년, 영국 MSD와 손잡고 엔트리했던 WRC가 최초입니다. 2000년부터 액센트로 최고 클래스에 도전했지만 2003년을 마지막으로 손의 뗍니다. F2 클래스에서는 몇 번의 우승을 했지만 진짜 강호들을 상대해야 하던 2000년부터는 시상대와 인연이 없었습니다. 

2014년 WRC 복귀를 선언한 현대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외주에 가까웠던 이전과 달리 독일에 제대로 된 전진기지를 만들었고, WRC에서 잔뼈가 굵은 미셸 난단을 감독으로 앉혀 팀 체계를 잡았습니다. 벨기에의 신성 티에리 누빌을 과감히 스카웃하는 한편 올해는 미켈센까지 영입해 드라이버진을 4명으로 꾸몄지요. 그 결과 2014년 독일 랠리에서 첫 번째 우승을 차지한 이래 2016년부터 3년 연속으로 드라이버즈(누빌)과 매뉴팩처러즈 동반 2위의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올해는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잘 싸웠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기대했던 챔피언 타이틀에 대한 갈증은 WTCR(World Touring Car Cup)에서 어느 정도 해소해 주었습니다. 지난 11월 18일 마카오에서 열린 WTCR 최종전을 통해 현대 i30 N TCR을 사용하는 가브리엘 타르퀴니와 이반뮈러팀(M 레이싱-YMR)이 각기 드라이버즈와 커스터머 레이싱팀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양대 타이틀 모두 1, 2위가 현대라는 압도적인 결과였습니다. 현대가 국제 규모 모터스포츠 시리즈에서 거둔 사실상의 첫 챔피언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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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CR에서는 드라이버즈와 커스터머팀 양대 챔피언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WTCR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WTCC에서 이어져 온 투어링카 레이스의 최고봉입니다. 80년대 시작된 WTCC는 유럽의 유서 깊은 양산차 레이스에 뿌리를 두고 있지요. 이와 별도로 참가비용을 줄인 새로운 TCR 시리즈가 2015년 시작되면서 투어링카 레이스 분야를 양분해 왔습니다. FIA에서는 올해부터 이 두 시리즈를 통합한 WTCR을 출범시켰습니다. 현대는 바로 이 WTCR 시리즈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된 겁니다. 

WTCR은 원칙적으로 워크스팀 참전이 불가능해 프라이비터인 이반뮐러와 BRC 팀이 경주차를 구입해 엔트리하는 형식입니다. 하지만 경주차는 대부분 자동차 메이커에서 직접 개발한 워크스 머신에 다름없습니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거둔 압도적인 성적은 i30 N TCR의 뛰어난 성능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i30 N이 비록 국내에서 판매되지는 않지만 서킷과 비포장을 넘나들며 현대 모터스포츠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됩니다. 


편집장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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