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아테온, 틀을 깨다
2018-12-28  |   58,353 읽음

VOLKSWAGEN ARTEON

틀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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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세단 시장에서 고배를 마셨던 폭스바겐이 ‘폭스바겐다운’ 해법으로 돌아왔다.


크고 무거운 세단은 폭스바겐답지 않았다. 야심차게 내놓았던 ‘저렴한 벤틀리(당시 벤틀리 플랫폼을 공유했다)’ 페이톤은 그렇게 사라졌다. 아테온은 그 실패 위에 태어난 폭스바겐 새 기함. 육중했던 차체는 대폭 줄었고, 권위적인 모습은 쿠페 스타일로 바뀌었다. 가로배치 구동계로 공간까지 널찍하다. 활동적이면서 실용적이다. 지극히 폭스바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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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도어 쿠페

길이 4,860mm, 너비 1,870mm, 높이 1,450mm.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 쏘나타(4,855x1,865x1,475)와 비교하면 길이와 너비가 5mm씩 크고 높이는 15mm 낮다. 살짝 낮긴 하지만 전체적인 크기는 거의 비슷한 셈. 그런데도 훨씬 날렵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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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실루엣부터 남다르다. 지붕에서부터 트렁크 끝까지 하나의 곡선으로 덮어 노골적으로 쿠페를 따라 했고, 양 끝으로 밀어낸 앞뒤 바퀴가 차체를 든든히 떠받든다. 과감히 튀어나온 펜더 역시 마찬가지. 특히 양껏 부풀린 뒷 펜더는 말 근육처럼 힘이 응축돼 앞바퀴 굴림이지만 뒷바퀴를 굴릴 것 같은 착각을 부른다.  

백미는 낮은 시각적 무게중심이다. 헤드램프를 휠 아치 높이만큼 끌어내리고 테일램프까지 캐릭터라인을 연결해 시선을 아래로 집중시켰다. 그 높이가 얼마나 낮은지 정통 스포츠카처럼 보닛이 펜더 윗부분을 가른다. 더욱이 그릴과 주간주행등을 하나로 이어, 길쭉하게 뻗은 가로선이 더 낮고 넓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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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쭉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널찍한 뒷좌석 공간을 뽑아냈다


미려한 실루엣은 바람을 손쉽게 흘린다. 공기저항계수(Cd) 0.265(150마력 2.0 TDI 기준)로 동급 최저 수준이다. 일반적인 세단이 0.30~0.28 정도인 걸 생각하면 감이 올 듯. 그리고 트렁크 끝 덕 테일(오리 꼬리 모양) 등 공기역학 스타일로 앞바퀴와 뒷바퀴에 실리는 다운포스 균형을 맞추어 고속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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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꼬리처럼 봉긋 솟아오를 스타일 덕분에 뒤편에서 공기가 덜 얽힌다


패스트백 공간

아테온의 가장 큰 강점이다. 쿠페 실루엣 아래 세단보다도 널찍한 공간을 품었다. 뒤쪽으로 날렵한 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C 필러와 달리 가운데가 봉긋 솟은 지붕이 멋과 공간을 모두 사로잡은 비결이다. 덕분에 뒷좌석 시트 바닥에서 천장까지 세로 거리가 940mm나 된다.

기본 토대도 넉넉하다. 실내 공간 비율이 넓은 전륜구동 MQB 플랫폼을 바탕으로 휠베이스를 2,840mm까지 늘렸다. 중형 세단 파사트(2,786mm)보다 약 50mm 가량 길며, 현대 그랜저(2,845mm)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뒷좌석 레그룸 1,016mm를 확보했다. 아테온이 겨냥한 E 세그먼트 세단 대표 겪인 벤츠 E클래스(919mm), BMW 5시리즈(927mm)와 비교하면 가장 긴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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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룩 솟은 뒷펜더와 짧은 앞 오버행이 어우러져 마치 후륜구동 쿠페 같다


트렁크엔 유럽 태생다운 실용성이 담겼다. 일단 트렁크가 유리창까지 한 번에 널찍하게 열리며, 용량은 동급 최대 수준인 563L다. 물론 해치백답게 뒤 시트를 접을 수도 있다. 이때 트렁크 용량은 최대 1,557L. 트렁크 끝부터 앞좌석 뒤까지의 거리가 2,092mm이기에 성인 남성 한 명 정도는 문제없이 누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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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해치가 널찍하게 열려 짐을 내리고 싣기 편하다


비즈니스 세단

문짝은 스타일에 걸맞게 네 개 모두 창틀이 없는 프레임리스 방식이다. 그런데 실내 스타일이 파사트 GT와 똑같다. CC 후속으로서는 수긍이 가지만 브랜드 기함 역할을 맡은 지금 상황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 그래도 원체 말끔한 스타일이라 아테온에도 자연스레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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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트가 그랬듯 가장 큰 특징은 대시보드 위를 가로지르는 송풍구 장식이다. 그릴과 헤드램프를 연결한 익스테리어 디자인과 맥을 같이해 안팎 통일성을 높인다. 요즘 흐름과 달리 8인치 센터패시아 모니터가 아래에 붙은 이유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주행 중 필요한 모든 정보를 표시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위로는 컴바이너 방식(별도의 유리에 빛을 쏘는 방식) 9.2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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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운전석과 동승석, 그리고 뒷자리 온도를 각각 따로 조절할 수 있는 공조 장치, 운전석 마사지 기능, 11개 스피커와 16채널 디지털 앰프를 통해 최대 700W 출력을 내는 다인오디오 사운드 시스템 등이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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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섀시

폭스바겐이 항상 강조하듯 아테온 역시 차체 강성을 끌어올렸다. 가볍고 탄탄한 모듈형 MQB 플랫폼을 바탕으로 초고장력 강판을 사이드실, 사이드 멤버, 크로스 멤버 등 주요 부위에, 열간 성형강을 B-필러, 센터터널, 벌크헤드(엔진과 실내 사이 격벽), 리어 사이드 멤버, 지붕 사이드 멤버에 사용했다. 그 결과 큼직한 트렁크 해치에도 불구하고 동급 세단보다  강성이 10% 높다.

견고한 섀시 아래엔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4링크) 서스펜션이 달린다. 모두 전자제어 댐퍼가 달려 어댑티브 섀시컨트롤(DCC) 설정에 따라 감쇠력을 조율한다. 크게 컴포트, 노멀, 스포츠 세 가지 주행 모드가 있으며,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에서 댐퍼를 더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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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 조합이다. 사진은 사륜구동이지만, 국내엔 2륜구동만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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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엘레강스' 트림만 판매된다


스티어링 록투록은 2.1 회전으로 기어비를 바짝 조였다. 주행 상황에 따라 기어비를 조정하는 가변식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이 들어가, 저속에서는 민감하고 고속에서는 부드럽게 조향감이 바뀐다. 이를 위해 보통 세단보다 더 강력한 조향 모터를 심었다.

앞바퀴 굴림 근본적 단점은 다양한 전자제어장치로 해소한다. 특히 전자식 디퍼렌셜 록 XDS(Cross Differential System-Advanced Electronic Differential Lock)는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아테온으로서는 필수 기술. 고속 선회 시 코너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고 바깥쪽 바퀴에 동력을 보내 바깥으로 밀려나려는 앞머리를 코너 안쪽으로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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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스티어를 억제하는 전자식 디퍼렌셜 제어장치 XDS가 들어가 더 본격적으로 코너를 공략할 수 있다


2.0L 디젤

파워트레인은 총 6종의 터보 엔진이 준비된다. 150~280마력을 내는 가솔린 터보 3종, 150~240마력 디젤 터보 3종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190마력 2.0L 터보 디젤 한 가지만 출시됐다. 배기량 1,968cc 모듈형 엔진으로 내부 마찰을 줄이는 저마찰 피스톤링과 베어링이 들어갔고 2개의 밸런스 샤프트가 진동을 상쇄한다. 그 결과 3,500rpm에서 최고 190마력, 1,900~3,300rpm 실용 영역에서 최대 40.8kg·m 토크를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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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190마력을 내는 2.0L 디젤 엔진은 스타일에 비해 다소 평범하다


여기에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SG)가 맞물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7초 만에 가속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239km다. 더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같은 엔진에 6단 DSG가 들어간 파사트 GT보다 조금씩 더 빠른 수치다. 효율은 공인 연비 15.0km/L로 0.1km/L 낮을 뿐이다. 참고로 사륜구동 모델도 있지만 국내엔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반자율주행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은 모두 기본이다. 0~60km/h 속도에서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트래픽 잼 어시스트, 시속 160km까지 앞차와 간격을 맞춰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60~65km/h 이상 속도에서 차선 가운데로 달리는 레인 어시스트, 평행 및 세로 주차, 전방 주차까지 알아서 하는 파크 어시스트 3.0 등 잠깐이나마 자율주행을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 정도는 요즘 차라면 당연한 수준. 아테온에서 주목할 만한 ADAS 기술은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MCB)다. 2차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으로, 사고 발생 후에도 차가 계속 움직일 때 자동으로 약 시속 10km까지 속도를 줄인다. 이때 브레이크등과 비상등이 켜지며, 운전자가 페달을 건들면 기능이 즉각 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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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 잼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인 어시스트가 들어가 잠깐이나마 반자율주행을 누릴 수 있다


한편 해외에서 화제를 모았던 ‘이머전시 어시스트(긴급 보조)’ 기능은 우리나라엔 들어오지 않았다. 운전자가 졸음, 사망, 지병 등으로 운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동과 조향으로 운전자를 깨우거나 주변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릴뿐 아니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서행 차로로 알아서 이동한 후 서서히 속도를 줄여 정지하는 신기술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차선 이동·차선 보조·주차 보조 장치가 모두 연계된 한 차원 높은 기술이지만, 국내에선 자동차선 변경 기능이 허용되지 않는 등의 여러 문제 때문에 만나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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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이머전시 어시스트 기능은 들어오지 않았다

 

아테온은 새롭다. 쿠페처럼 역동적인 스타일 아래 패스트백 같은 널찍한 공간까지, 기존 잣대를 어떻게 들이대야 할지 모르겠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E 세그먼트 시장을 노린다니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고급 세단 시장에 발을 들이는 셈이다. 값은 5,216만~5,711만원(개소세 인하 반영). 과연 폭스바겐의 틀을 깬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파격적인 모습 아래 무미건조한 디젤 파워트레인이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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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지수 기자 사진 폭스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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