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트 모드로 전천후 성능을 손에 넣다, 포르쉐 911
2019-01-25  |   48,961 읽음

웨트 모드로 전천후 성능을 손에 넣다

PORSCHE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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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911, 992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3.0L 터보 엔진은 450마력으로 출력을 높였고 웨트 모드를 비롯해 신형 PASM과 ACC 등으로 성능과 편의성을 모두 끌어올렸다. 예고되었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만나보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 


1963년 태어난 911은 포르쉐의 대표모델이자 스포츠카의 아이콘이다.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독특한 리어엔진 레이아웃과 귀여우면서도 중독성 강한 디자인은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를 골수팬으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특징에는 손대지 않으면서도 몇 번의 큰 변화를 시도했다. 터보 엔진의 선구자 930을 시작으로 자동변속기와 4WD를 도입했던 964 시리즈, 공랭식 엔진을 버리고 수랭식 엔진을 얹었던 996 등이 손꼽힌다. 가장 최근에는 997까지 사용해 여분 숫자가 거의 없어진 코드네임을 991로 되돌리는 한편 일반 모델까지 터보 엔진을 도입했다. 911 터보와의 구분이 애매해지지만, 날로 까다로워지는 배출가스 규제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이번에 공개된 코드네임 992의 신형 911은 엄청난 변화로는 보이지 않는다. 신형 터보 엔진을 991 페이스리프트(991.2) 때 미리 선보였기 때문이지만 이는 요즘 많은 메이커에서 애용하는 수법이다. 마이너 체인지 때 신형 엔진과 장비를 얹어 상품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992의 진짜 주인공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니까. 911 역사상 최초가 될 하이브리드 버전 말이다. 997 시절에 앞바퀴를 모터로 돌리는 911 GT3 R 하이브리드 경주차를 제작했지만, 양산에는 이르지 못했다. 


외모에 비해 인테리어 변화 두드러져

신형 911은 익스테리어 디자인의 변화가 크지 않다. 딱히 차이점을 찾아내기 쉽지 않은데 묘하게 다르다. 둥글둥글하지만 단단해 보이면서 어깨가 딱 벌어진 느낌. 기본적인 인상은 손대지 않으면서 앞뒤 범퍼의 흡기구와 배출구를 더욱 키웠다. 차이점을 알아채기는 앞보다 뒤쪽이 더 쉽다. 718처럼 좌우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를 직선으로 연결하면서 포르쉐 로고를 넣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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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보다는 뒤쪽이 많이 달라졌다. 일직선으로 연결한 좌우 램프와 범퍼 디자인으로 쉽게 구분된다   


뒤 창문 아래에는 수직 핀 디자인의 흡기구가 눈길을 끈다. 클래식 포르쉐를 연상시키는 이 디자인은 구형(991.2)에서 이미 도입한 것이지만 이번에는 뒤창과 일체성을 높이면서 중앙 핀에 보조 브레이크 램프를 심었다. 범퍼 아래 배기관도 강조되어 고성능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이밖에도 도어 핸들을 보디에 밀착시켜 보다 단단하면서도 매끈한 인상을 풍긴다. 평소에는 차체 표면에 딱 붙어 공기저항을 줄이다가 필요할 때만 전동으로 튀어나온다. 사이드미러 역시 공기저항과 소음을 줄인 새로운 형태다. 

신형은 2WD인 카레라와 4WD 카레라4의 차폭이 같아졌다. 앞쪽의 경우 이전보다 45mm나 넓어졌다. 넓어진 오버 펜더에는 앞 20인치, 뒤 21인치 휠/타이어가 들어간다. 헤드램프도 형태 자체는 비슷하면서 LED 램프 배치는 달라졌다. 상하 2단이던 구형과 달리 중앙에 램프 하나를 두고 작은 램프 4개로 감쌌다. 르망 경주차 919 하이브리드에서 모티브를 얻은 4점식 브레이크 램프와 이미지를 통일했다. 매트릭스 빔 기술이 포함된 PDLS 플러스(Porsche Dynamic Light System Plus)는 상황에 따라 빛의 방향과 위치를 자유자제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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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911은 카레라와 카레라4의 차폭이 동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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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식 램프배치는 919를 모티브로 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신형 계기판과 PCM

외형에 비해 인테리어는 많이 달라졌다. 계기판은 최신 유행에 따라 모니터 비중을 늘렸다. 5개의 원형 미터를 나란히 늘어놓는 레이아웃은 최초의 911부터 지금까지 계승되어 온 특징 중 하나. 그런데 이제 진짜 아날로그 계기는 중앙에 타코미터 하나만 남았다. 좌우에 대형 모니터를 대칭으로 배치해 나머지 4개의 미터를 그래픽으로 그려낸다. 띄우는 정보의 종류는 직접 선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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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를 대거 도입한 계기판


PCM(Porsche Communication Management)용 모니터를 10.9인치로 대형화하기 위해 대시보드 디자인도 달라졌다. 최신형 PCM은 넓어진 화면만큼이나 다양한 기능과 진화된 확장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포르쉐 로드 트립 어플은 여행 계획과 일정에 맞추어 경로 탐색을 지원한다. 경로상 호텔과 레스토랑 추천은 물론 관심 장소와 뷰 포인트 등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24시간 사용가능한 개인 맞춤형 라이프스타일 지원 시스템인 포르쉐 360+ 서비스가 양한 편의를 제공한다. 자연어를 알아듣는 음성인식 기능과 온라인 텍스트를 읽어주는 텍스트 투 스피치 등은 운전에 방해받지 않고 다양한 기능과 정보를 다룰 수 있게 해준다.  

모니터 아래에는 자주 쓰는 토클식 버튼 5개를 배치하고 에어벤트는 아래로 내렸다. 살짝 넓어진 센터 터널에는 공조 스위치와 변속 레버를 배치했다. 변속 레버는 작고 단순화되었는데, PDK와 패틀 시프터에 비해 사용 빈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 아래쪽에는 컵홀더를 새롭게 마련했다. 신형 시트는 어깨 부분의 지지성능을 높이면서도 무게는 줄였다. 시트에서 덜어낸 무게만 3kg. 얇은 쿠션을 사용해 히프 포지션을 5mm 낮추면서 접근성과 편안함은 개선했다. 이밖에도 공조장치에 이오나이저를 추가하는 등 실내 거주성을 개선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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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길을 위해 준비했다! 웨트 모드

주행 관련 보조장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PSAM(Porsche Active Suspension Management)을 새로 디자인하는 한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장비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젖은 길을 위한 웨트 모드(Wet Mode)와 적외선 센서를 사용한 나이트비전 어시스트의 도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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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변화의 핵심 중 하나는 웨트 모드다. 젖은 길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한다  


기존 911의 드라이브 모드는 노말과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가 있었다. 새로 추가된 웨트 모드는 말 그대로 젖은 노면을 위한 모드. 빗길은 누구라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인 동시에 고성능 스포츠카에게 상당히 까다롭고 위험한 조건이기도 하다. 신형 911은 물기가 감지되면 웨트 모드로 전환하라고 경고하고, 운전자가 스위치를 전환하면 안정적인 트랙션 확보를 돕는다. 후륜 차동제한장치의 로킹비를 낮추고 리어윙을 올려 다운포스를 높인다. 카레라4의 경우 앞바퀴 구동력을 평상시보다 높게 유지한다. 그립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트랙션을 제공하는 웨트 모드는 기본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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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된 액티브 서스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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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바퀴에 토크를 배분하는 다판 클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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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서스펜션


이런 새로운 첨단 기능이 빛을 발하는 것은 강력한 동력성능이 있기 때문이다. 수평대향 6기통 3.0L 트윈 터보 엔진은 이전보다 30마력 높은 45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토크 밴드는 2300~5000rpm으로 살짝 좁아졌지만 최대토크가 54.1kg·m(구형 51.0/1700~5000)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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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차저와 인젝터 등을 개량해 출력을 450마력으로 높였다


대구경 터빈, 전자제어식 웨이스트게이트 밸브, 피에조 인젝터를 도입하고 흡기 냉각 시스템을 손본 덕분이다. PDK 변속기는 8단으로 진화했다. 신형 변속기는 그저 단수 하나를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하이브리드 시스템 도입을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이다. 기어 세트를 콤팩트하게 디자인해 전기모터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했다.  

섀시는 구형 시절부터 이미 알루미늄과 초고장력 강판 등 다양한 소재를 복합적으로 사용해 왔다. 이제는 앞뒤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보디 패널을 모두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뒤쪽에 알루미늄 사용 비중을 늘려 무게배분에 신경 썼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종 장비를 더하느라 20kg가량(카레라 S 기준)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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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비율을 늘렸음에도 무게 증가는 막지 못했다


카레라 S가 1,515kg, 카레라 4S는 1,565kg이다. 하지만 가속 성능은 더욱 강력해져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하는데 4초가 걸리지 않는다. 카레라S 3.7초, 카레라 4S 3.6초는 구형보다 0.4초가 빠른 수치.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의 론치 컨트롤을 사용할 경우 여기서 0.2초가 더 줄어든다. 최고속도는 시속 308km(카레라 4S는 306km)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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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링크식 리어 서스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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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퍼슨 스트럿이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프론트 서스펜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조금 더 기다려야

가격은 카레라 S가 11만3300달러(1억2600만원), 카레라 4S가 12만600달러(1억3,410만원). 7단 PDK를 얹은 구형과 비교해 5천달러가량 비싸지만 신형 장비와 높아진 성능을 생각하면 거의 인상되지 않은 가격이다. 

화제와 논란의 중심 하이브리드 버전은 2020년 말에 등장한다.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연비와 효율을 위한 선택이지만 포르쉐라면, 또한 911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파나메라 E-하이브리드만 보아도 가장 강력한 파나메라 터보(550마력)에 모터를 더해 680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낸다. 911 하이브리드 역시 700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목표로 삼는다. 911은 물론 911 터보를 통틀어 역사상 가장 높은 출력이다. 무게 증가는 막을 수 없지만 대신 연비와 배출가스는 비약적으로 개선된다. 공랭식 복서 엔진을 그리워하는 순혈주의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날로 까다로워지는 배출가스 규제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 2025년까지 전체 판매대수 중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비중을 절반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911의 동참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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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버전은 조금 더 기다려야한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포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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