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버릴 수 없는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2019-03-14  |   10,963 읽음

아직은 버릴 수 없는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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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연료전지차인 현대 넥소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이번 정부는 왜 수소차를 밀어주느냐?”하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전기차가 이미 보급단계에 들어선 현실에서 수소차는 조금 뜬금없이 보일 수 있습니다. 현대가 지난해 공개한 넥소는 기술적으로는 성숙되었을지언정 값이 너무 비싼데다 수소 충전소 역시 국내에 몇 개 되질 않아 실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돈이 있어 당장 넥소를 구입한다고 해도 실제 굴리기는 불편한 차입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1994년 연구용 차인 네카1(NECAR1)을 공개한 이래 꾸준히 발전형을 선보여 왔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뿐 아니라 혼다와 현대, 토요타 등이 양산 수소 연료전지차를 만들어 판매를 시도했지요. 비록 가격이 너무 비싸고 충전소 문제 등으로 인해 리스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말입니다. 시장에 전기차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자동차 메이커들이 수소 연료전지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바로 배터리가 가지는 한계 때문입니다.  

충전식 배터리는 많은 진보를 거두어 왔습니다. 이들은 전기 에너지를 화학적 변화의 형태로 저장합니다. 충전하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배터리 내부에서는 화학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렇다 보니 전극에 사용하는 물질이 매우 중요하며 이 전극 물질과 전해질 종류에 따라 배터리의 타입이 결정됩니다. 자동차에 쓰이는 납산전지는 납과 황산을 쓰고, 니카드는 니켈과 카드뮴, 니켈-수소 전지는 니켈과 수소저장합금으로 전극을 만듭니다. 스마트폰 등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는 작은 크기에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폭발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널리 쓰이는 것은 이만큼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가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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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충전속도에 한계가 있다


전기차 역시도 초창기의 납산 전지에서 니켈-수소를 거쳐 현재 리튬 계열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덕분에 주행가능 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었습니다. 현대 코나 EV는 한번 충전으로 400km 이상을 달립니다. 상품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5만5천대를 돌파했습니다. 이에 따라 신규 충전설비 역시도 빠르게 확충되고 있지요. 현재 전국에 5천기 가량이 있으며 건설 중인 것을 합치며 7천기 정도가 확보된다고 합니다. 전국 주유소 절반 정도의 숫자입니다. 

하지만 주유소와 충전소를 단순 숫자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연료 주유와 배터리 충전에 걸리는 시간 차이 때문입니다. 자동차를 몰고 주유소에 가서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계산하고 나오기까지는 불과 몇 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반면 전기차는 커낵터를 연결한 후 최소한 1시간 가까이 필요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경우 ‘밥 먹을 동안 충전하면 충분합니다’라고 이야기하지만 만약 비어있는 충전기가 없다면 어떨까요? 주유소라면 몇 분만 기다리면 되지만 전기차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벌써 전국 곳곳에서 충전기를 두고 사소한 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차를 빨리 빼라는 사람과 아직 충전이 덜되었다는 사람이 멱살잡이 하는 장면을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충전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던지, 아니면 전기차 판매 증가에 따라 충전기 숫자를 빠르게 늘리지 않는다면 조만간 마주하게 될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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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늘어나면 충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 때문에 수소차를 쉽게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액체수소의 운송과 보관, 관리라는 커다란 문제에도 불구하고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것은 주유시간이 일반 내연기관 수준으로 짧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아직 국내에서 수소연료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전기차가 지금의 속도로 늘어난다면 앞서 이야기한 문제와 금세 맞닥뜨리게 됩니다. 게다가 단독주택 비중이 높아 밤새도록 충전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아파트 거주 비중이 높지요. 주차장에서 충전이 힘듭니다. 

미래 무공해 동력원을 두고 벌어졌던 배터리식 전기차와 연료전지차의 소리 없는 싸움은 배터리 진영의 승리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연료전지차가 완전히 패배한 것은 아닙니다. 메이커들로서도 양 진영 사이에서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상황이지요. 만약 배터리 문제가 끝내 해결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입니다. 소문의 그래핀 배터리가 대량생산에 성공한다거나 해서 충전 문제가 완벽히 해결된다면 연료전지는 박물관을 들어가게 될 겁니다. 하지만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수소차를 타고 EV 박물관에 가게 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편집장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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