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제네바 모터쇼는 ‘자동차의 봄’과 같다.
2019-04-19  |   42,622 읽음

20년 전, 제네바 모터쇼는 ‘자동차의 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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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자동차생활> 훑어보기 

1999년 4월호는, 세계 자동차업계는 합병 바람이 일었다. 20년 전 제네바 모터쇼 현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벤틀리 유노디에르(Hunaudieres)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반세기 동안 함께했었다. 롤스로이스 그룹 경영 악화로 매각된 벤틀리는 폭스바겐 그룹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했다. 벤틀리 유노디에르 컨셉카에 대해 당시 기사에서 “번쩍이는 그릴과 녹색 차체를 제외하면 벤틀리의 특징을 찾아내기가 어렵다.”라고 적혀있다. 그동안 벤틀리가 보여줬던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외모와 달랐기 때문이다. 과거 벤틀리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굉장한 파격이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당장 세상에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세련된 이미지다. 오히려 지금의 벤틀리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진다. 

현재 벤틀리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벤틀리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중. 과거 롤스로이스 그늘에 가려있던 서러움의 한을 제대로 풀고 있다. 공교롭게도 오리지널 롤스로이스의 상징적인 ‘크루(Crewe)’ 공장에서 여전히 벤틀리 최고급 모델 ‘뮬산’이 생산되고 있다. 벤틀리 뮬산이야 말로 ‘롤스로이스의 진정한 적통’이란 증거이다. 벤틀리 입장에서는 참으로 애증의 모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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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벤틀리 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디자인"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GT

크라이슬러 그룹 산하에 있었던 람보르기니가 폭스바겐 그룹으로 이적했다. 람보르기니 디아블로의 디자인은 마르첼로 간디니 작품이다. 그러나 푸치니의 '투란도트' 미완성 곡처럼 디아블로 역시 원작자가 디자인 작업 중간에 하차하여 미완의 디자인이다. 크라이슬러 그룹 산하에서 개발했던 디아블로는 크라이슬러 경영진의 잦은 간섭을 받았다. 의견을 좁히지 못한 간디니가 중간에 하차하고 미국 디자이너 톰 게일(Tom Gale)이 다듬어 출시가 됐다. 여담으로 화가 난 간디니는 람보르기니를 나가자마자 이탈리아 모데나에 있는 치제타(Cizeta)로 들어가 디아블로에서 완성 시키지 못한 디자인을 치제타 V16T에 입혔다. V16T는 각종 배기가스 배출 문제, 안전성 문제로 미국에서 판매금지 되어 결국 부도를 맞게 되지만 말이다. 디아블로는 1991~2001년 사이에 생산되었으며 GT, GTR이 마지막 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디아블로 VT가 ’최종형‘ 타이틀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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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간디니는 결국 디아블로 디자인을 완성하지 못했다"


페라리 360 모데나

얼마 전 제네바 모터쇼에서 페라리 F8 트리뷰토가 공개되었다. 20년 전 페라리 360 모데나 역시 같은 부스에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선조와 후손은 한결 같다. 역시 피는 못 속인다.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트윈 써클 테일 램프 등 전체적인 실루엣이 두 차 모두 영락없는 페라리다.

F355 베를리네타 이후 페라리 양산형 최초로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을 도입한 360 모데나. 20년 전 모델이지만 전면 좌우에 배치된 에어 인테이크 형상과 C 필러 라인은 지금 봐도 황홀하면서 세련되었다. 당시 기사 내용이 흥미롭다. “낮게 깔린 C 필러가 낯설게 보인다. 성공하면 21세기 페라리의 새 얼굴이 되겠지만 반대의 경우 포르쉐 911의 후계 차로 인정받지 못한 928 같은 운명이 될 수도 있다.” 이후 페라리는 상장까지 했으니, 걱정이 기우였던 셈이다. 20세기 말 등장한 360 모데나의 디자인은 21세기가 된 지금도 미드십 페라리에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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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클러치가 아닌 건식 클러치의 360 모데나는 박력이 넘쳤다"


포르쉐 911 GT3

코드네임 996부터 GT3 양산형이 나왔다. 993의 공랭식 엔진을 버리고 996부터 수랭식 엔진을 사용했다. 경량 및 강화 부품을 사용한 911의 하드코어 모델로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마니아라면 꿈의 차가 아닐 수 없다. GT3는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차 최고의 매력은 자연흡기 엔진. 매끈한 출력 특성과 고회전 필링을 제대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과급기가 달린 엔진과는 다르게 매우 리니어 한 주행 질감을 선사한다. 이제는 너나할 것 없이 과급기를 달고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992형 신형 GT3까지는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 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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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7시리즈

코드네임 E38 7시리즈 후기형이 제네바에 등장했다. 94년 출시된 E38은 2001년까지 생산되었다. 당시에는 모듈러 엔진-플랫폼이 두루 쓰였던 때가 아니다. 모양마저 비슷한 가지치기 모델이 난무하는 요즘과 달리 모델별로 전용 엔진, 전용 보디가 있던 마지막 시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낭만이지만 당시에는 그 소중함을 몰랐다. 대한민국에서 멸시받던 올드카들이 다시

금 각광받는 이유는 스토리가 깃들어 있기 때문. 20년 전 7시리즈는 BMW의 대표 플래그십 세단으로서 한 덩치 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수치로 보면 지금의 5시리즈와 비슷한 덩치. 당시 고배기량 세단 대부분이 요즘 차 기준으로 보면 아담(?)한 사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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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플랫폼, 전용 엔진이 있었던 낭만의 시대였다"


파가니 존다 C12 

20년 전 파가니 아우토모빌리라는 생소한 메이커가 수퍼카를 선보였다. 이름하여 존다 C12. 가격은 지금 와이라(Huayra)의 1/3 수준이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한 가격이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호라치오 파가니는 고급스러운 소재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첫 작품 존다 C12는 카본 차체에 AMG의 V12 6.0L 엔진을 얹은 미드십 수퍼카로 최고시속 290km를 냈다. 당시에는 생소한 ‘듣보잡’ 메이커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스웨덴 코닉세그와 더불어 하이퍼카 시장에서 최고의 위상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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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맹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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