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뉴스] 미니쿠퍼, 매력적인 외모에 숨겨진 질주본능
2019-11-18  |   5,024 읽음

2002년 7월에 발행 된 기사입니다.


Mini Cooper 

매력적인 외모에 숨겨진 질주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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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을 불사를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나 넓고 안락한 대형 세단도 좋지만 가끔은 작아도 보듬어주고 싶을 만큼 예쁜 차가 한없이 그리울 때가 있다. 억대를 넘나드는 프레스티지 세단과 스포츠카 등 꿈의 차가 난무하고, 한편으로 값싸고 품질 좋은 소형차들이 자동차 매장을 빈틈 없이 채우고 있는 상황에서 로버 미니가 40년 넘게 끊임없는 사랑을 받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집착에 가까우리만큼 집요한 팬들의 사랑 때문에 로버는 미니의 풀 모델 체인지 대신 다른 소형차 라인을 만들어야 했고, 미니는 그대로 생산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21세기 기술로 태어난 전설의 미니

로버를 인수한 BMW는 미니의 존재에 대해 적잖게 고민했음이 분명하다.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모델일수록 모델 체인지에 대한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마련. 대부분의 경우 소극적인 마이너 체인지로 일관하거나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두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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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로버를 인수한 뒤 고급 세단 75와 미니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엄청난 자금이 투자된 로버에 대해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고 결국 로버와 랜드로버를 분할 매각하고 말았다. 하지만 BMW는 마지막까지 미니를 포기하지 않았다. 로버의 품을 떠난 독일 차(생산은 영국에서 하지만) ‘미니’가 홀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사실 신형 미니를 로버 미니의 풀 모델 체인지로 보기는 어렵다. 폴크스바겐 뉴 비틀이 그랬던 것처럼 명차를 모티브로 개발한 스페셜 모델이라는 설명이 더 어울린다. 골프라는 확고한 인기작인 있는 폴크스바겐이 별도의 소형차를 선보일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94년 선보인 뉴 비틀 컨셉트카(컨셉트1)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결국 양산에까지 이르러 미국 베이비 부머들을 열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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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식구가 된 미니는 이제 영국 차가 아니고 그렇다고 독일 혈통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놓였다. 하지만 소속을 잊고 그 자체만 놓고 보면, 클래식 미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현대적인 기술로 완성된 멋진 차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고성능형 쿠퍼와 쿠퍼S를 더함으로써 매력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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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으로 가득찬 인테리어 디자인

보슬비가 내린 다음날, 맑게 갠 하늘 아래서 만난 미니 쿠퍼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자연스럽게 탄성이 터져 나온다. 예쁜 노란색 원피스로 멋을 부린, 꽉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아가씨. 둘만의 두근두근 데이트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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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는 분명 현대적인 사이즈로 커졌지만 옛 이미지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뉴 비틀이 현대적인 해석이었다면 미니는 오히려 전통에 가깝다고 할까.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살포시 다문 입술을 반짝이는 몰딩으로 감쌌고 그 밖의 구석구석을 향수 어린 디자인으로 채웠다.


하지만 이 차의 아름다움은 실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오리지널 미니와 닮지는 않았지만 고전적인 요소가 가득하며 고급스럽고 완성도도 높다. 대시보드 중간의 거대한 속도계와 그 양옆에 달린 제트 엔진 느낌의 공기출구는 오랫동안 인상에 남았다. 앙증맞은 3스포크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 안쪽에는 타코미터를 따로 달았다. 도어 트림에까지 시선이 이르러 인테리어 디자인이 온통 타원과 원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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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와 공조 스위치 아래에 달린 토클 스위치들은 비행기 조종간을 떠올리고 동그란 온도조절 스위치나 천장에 달린 오렌지색 도트매트릭스의 시계에서 정감이 느껴진다. 시트는 겉에 돌기가 있어 웬만한 코너에서도 엉덩이가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짧지 않은 휠베이스(2천467mm)를 지녔음에도 뒷좌석은 거의 제구실을 못한다. 리어 서스펜션 역시 공간활용 면에서 불리한 멀티링크 타입. 실용성보다는 스타일링에 주력한 차 성격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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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미니 쿠퍼는 미니를 바탕으로 개량한 고성능 버전이었다. F1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쿠퍼가 개량작업을 담당했고 60년대 몬테카를로 랠리를 제압함으로써 하얀 지붕의 소형차는 단번에 유명해졌다. 신형 미니 역시 고성능형을 쿠퍼라 부른다. 쿠퍼는 배기량이 같지만 기본형보다 25마력 높은 115마력을 내고 수퍼차저를 얹은 쿠퍼S는 163마력에 이른다. 이 엔진은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합작품으로 BMW 최초의 가로배치 앞바퀴굴림이라는 역사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트랜스미션은 로버 제품을 손본 5단 MT와 BMW 첫 CVT가 있고 쿠퍼S에는 6단 MT만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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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주행 부추기는 빠른 스티어링 반응

시승차는 1.6X SOHC 4밸브 115마력과 CVT를 얹은 쿠퍼. 생각보다 조용한 엔진은 넘치지는 않지만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 초반 가속은 굼뜬 편. 하지만 rpm이 4천에 이르면 원기왕성한 모습을 보이며 6천까지 빠르게 치솟는다. 하지만 스텝트로닉 방식의 CVT는 그리 매끄럽지 못하다. 변속 때 멈칫거리고 반응도 더뎌 오히려 5단 MT 쪽에 기대를 걸게 한다. 역시 CVT로 스포츠 주행을 하기는 조금 무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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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성이 느껴지는 차체와 서스펜션은 ‘역시 BMW’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서스펜션은 기본형인 미니 원(one)에 비해 단단하게 세팅되었고 스테빌라이저도 달았다.


고강성 차체와 차음제의 효과적인 사용으로 소음은 잘 막아냈지만 짧고 단단한 서스펜션 때문에 노면의 요철이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노면 정보를 엉덩이로 생생하게 전한다는 점은 스포츠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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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속에서의 직진성은 조금 불만스럽다. 하지만 스티어링 반응이 빠른 데다 트레드가 넓고 16인치의 광폭 타이어를 끼우고 있는 미니는 안정된 주행보다는 와인딩 로드에서의 질주를 부추긴다. 단아하고 귀여운 외모에 감추어진 원초적 본능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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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미니의 작은 몸집에 참 많이도 쏟아부었다. ABS는 물론 제동력 배분장치 EBD와 언더 및 오버 스티어를 잡아주는 CBC(Cornering Brake Control), 여기에 BMW 전매특허인 주행안정장치 ASC+T(옵션)까지 얹어 작은 차의 성능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헤드 에어백을 포함한 6개 에어백(옵션)과 공기압 경보장치에 이르면 소형차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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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엔진과 조금 비싼 값이 마음에 걸리지만 매력적인 디자인과 초호화 장비는 이런 단점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다. 더구나 뉴 비틀에 비해 고전미에 충실한 디자인과 BMW다운 날렵한 몸놀림이 가치를 높인다. 오리지널 미니의 후광이 아니라고 해도 뉴 미니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 미니는 올해 초 미국 시장에 선보인 뒤 비틀만큼의 역사적 배경이 없었음―원래 유럽과 일본이 주 시장이었다―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프리미엄 소형차’를 표방해 판매를 연간 10만 대로 제한한다고 하니, 이대로 인기가 계속된다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차가 될지 모른다. BMW가 끝까지 미니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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