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 자동차용 가죽 전문가에게 듣는다
2020-03-18  |   17,439 읽음

내가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

자동차용 가죽 전문가에게 듣는다


커스텀 메이드, 인디비주얼 오더 또는 비스포크로 언급되는 커스터마이징은 차에 나만의 특별함을 더하는 ‘카 라이프의 꽃’이다. 국내외 완성차 내장 설계, 생산업체를 거쳐 자동차용 가죽 전문가로 활약 중인 레알크래프트(LEAL CRAFT) 기대웅 대표와 나눈 가죽 이야기 그리고 대표적인 커스터마이징 아이템인 스티어링 휠, 기어 노브 가죽 래핑 과정을 소개한다. 천안 흑성산과 태조산이 맞닿은 풍경이 펼쳐진 그의 작업실에서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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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자신의 작업공간에서 포즈를 취한 레알크래프트 기대웅 대표


자동차 내장 커스터마이징의 명암

과거에 비해 자동차의 완성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아울러 고급차 시장이 커지면서 국산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벤틀리, 포르쉐, BMW와 레인지로버 등에 공급되는 이탈리아 콘체리아 파수비오(Conceria Pasubio)의 천연 가죽을 사용할 정도다. 차별화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오너가 늘면서 커스터마이징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작업 범위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커스터마이징을 경험한 이들 상당수가 진행업체의 소재에 대한 이해나 작업의 전문성, 완성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 이유는 뭘까? 국내는 자동차용 가죽 및 소재, 공법에 대해 알아볼 루트가 없고 제조사도 이를 속 시원히 밝히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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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 및 봉합사의 샘플을 본오너와 상의 후 작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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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에 대보면서 조금씩 재단한 샘플을 재봉하는 모습


반면 독일이나 영국의 경우 ‘인 하우스(In-House)’ 공정으로 진행하며 만약 외주라 해도 철저하게 관리 감독한다. 국내는 제조사가 범위를 제시하면 공법과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을 대부분 외주업체가 담당하니 고객 취향을 반영한 고급 소재의 적용은 더딘 편이다. 이런 환경이 커스터마이징 수요의 촉진제가 된 건 부정할수 없지만 소재와 규격, 마감에 대해 오너들이 숙지하고 업체에 궁금한 점을 물어보거나 디테일을 요구해야 마땅한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대개 관련 정보를 영업 비밀처럼 다루다 보니 정작 정보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차에 오너와 작업자 모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바로 레알크래프트 기대웅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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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칭을 마무리할 때까지 고정되게끔 본딩. 기대표의 손엔 고된 작업의 흔적이 녹아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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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연가죽 스티어링 휠의 래핑전 스크랩 이음매를 깔끔하게 다듬는다


전용소재의 필요성 그리고 알칸타라

기대표는 자동차용 가죽을 주재료로 쓰는 커스터마이징 전문가다. 완성차 내장 설계, 생산 업체의 실무 경험을 바탕에 둔 까닭에 작업할 땐 자동차 전용 가죽을 고집한다. 패션용 가죽과 자동차용 가죽은 단가뿐만 아니라 내광성, 내열성, 내한성 및 내마모성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표적 부자재인 실도 자동차용이 따로 있고 용도에 따라 두께와 제조법과 종류가 다양하다. 작업비용은 시중 업체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다. 대신 자동차용 정품 소재 사용을 밝히며 작업 세부 디테일까지 일일이 오너의 취향에 맞춰 진행한다. 스티어링 휠을 예로 들면 내차에 쓰일 소재와 부자재와 마무리까지 또 원단과 실의 컬러는 물론 여러 조각으로 나눠(스크랩) 패턴을 뜰것인지 한 조각으로 진행할 것인지, 또 스티치는 어떤 방식을 선호하는지 선택권을 준다. 기대표 스스로 ‘커스터마이징이란 이런 것’이라 느낀 대로 실천하고 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소재는 인조 스웨이드(suede)다.

시중에 유통되는 자동차용 원단만 해도 국산인 샤무드 알파부터 디나미카, 알스톤 등 여러 가지지만 그중 원조 격인 이탈리아 ‘알칸타라 오토모티브’ 원단을 써서 오너들의 반응이 좋다. 앞서 열거한 소재들은 나란히 놓고 비교하지 않는 이상 일반인들이 구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면서 용도에 맞는 원단만 사용하더라도 품질에는 전혀 문제 될게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단가의 차이는 있다. 알칸타라와 자동차용 유사 인조 스웨이드 제품을 비교하자면 심한 경우 소비자 가격 기준 다섯 배가까이 격차가 생기기도 한다.


베이지 내장으로 출고한 G70이 검은색 기어 노브라는 점을 아쉬워하는 고객을 위해 

순정과 동일한 파수비오의 베이지 가죽을 구해 기어 노브를 래핑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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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 컬러 조합에 관계없이 블랙 단일 컬러로 나오는 제네시스 G70 순정 기어 노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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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위한 기어 노브 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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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가죽을 벗겨내고 본드를 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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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본딩해 놓은 베이지 가죽 원단으로 조심스레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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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까지 꼼꼼히 감싼 뒤 히팅건으로 열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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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은 분해의 역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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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 내장에 딱 맞는 베이지 가죽 기어 노브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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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착 후 버튼과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테스트 후 출고


공방(工房)이냐 공장이냐

같은 자동차용 소재라 해도 시트와 스티어링 휠 등적용 부위에 따라 인장력, 내마찰성 등 요구 조건이 달라지며 기어 노브와 부츠의 가죽 래핑의 경우 대개 스티어링 휠 가죽을 연마(skiving) 해서 쓴다. 이처럼 용도와 부위 따라 자동차용 가죽의 조건도 다른데 일부 업체의 경우 자동차 내장재가 갖춰야 조건에 훨씬 못 미치는 소재를 쓴다는 것이 문제다. 유사 소재를 정품이라 속이는 것도 문제지만, 정품을 쓴다 한들 모든게 완벽할 순 없다.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제품의 완성도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 가지 면에서 볼때 생산성 위주의 시스템은 퀄리티 확보에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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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W(Bridge of Weir) 가죽 전용 클리너와 보호 크림. 대부분의 프리미엄 가죽은 자사 제품에 최적화된 전용 케어 라인을 하나씩 갖고 있다


그래서 기대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하루에 두 대이상 작업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과정을 진행하는 작업 특성상 손가락 인대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때때로 투자를 받아 비즈니스를 키워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곤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공방 중심의 커스터마이징과 생산성 위주의 공장 시스템은 지향점이 다르니 고사할 뿐이라고. 신기하게 광고나 홍보를 거의 하지 않는데도 취재 중에도 알음알음 문의하고 찾아오는 이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대부분 검색을 통해 의뢰한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오너의 안목과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만큼 소재와 공법의 미묘한 디테일 차이에 주목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업체에서 작업한 부위를 기대표에게 재시공 맡기는 고객도 적지 않다.


작업 간 에피소드 및 작업 후 가죽 관리 요령

커스터마이징의 취지에 맞게 최대한 고객 입장에 맞춰 작업하는 그도 때때로 난감한 일을 겪는다. 그때그때 원단을 본떠 작업하는데 마무리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변수로 인해 일정이 늦춰지기도 하고 고객이 턱없이 싼견적에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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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재단부터 바느질, 마무리까지 홀로 작업을 진행한다


에어백이 포함된 대시보드 전체 가죽 래핑을 의뢰한 고객에게 견적과 혹시나 생길 문제점을 고지하면 "다른 업체들은 이런 얘기를 안 하는데 여긴 왜 겁을 주느냐"라며 당혹스러워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그런데 막상 사고가 나서 에어백이 제 기능을 못하면 작업자도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안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예상된다면 작업 진행 전 고객에게 선 고지가 필수다. 소재의 관리는 그리 어렵지 않다. 상당히 까다롭다고 알려진 알칸타라는 케미컬 대신 물기를 꽉 짜낸 부드러운 타월로 오염 부위를 문지르면 된다. 천연 가죽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에이징이 되게끔 전용 케어 케미컬로 관리하면 된다. 프리미엄 메이커는 대부분 전용 케어제품(사진)을 갖고 있으니 가죽은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90db5a4fa33499762f81664f440fef00_1584493434_0444.jpg글 심세종 칼럼니스트 사진 최진호
90db5a4fa33499762f81664f440fef00_1584493434_0698.jpg자동차생활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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