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광활한 대지 캘리포니아를 달리다! Roads Trip in CALIFORNIA
2020-04-14  |   8,828 읽음

축복받은 광활한 대지 캘리포니아를 달리다!

Roads Trip in CALIFORNIA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61_9113.jpg

미국 취재 계획을 처음 잡았을 때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구글맵 하나 가지고 일본과 유럽 구석구석을 다녀온 자신감(?)이 있었지만 LA 공항에 도착해 렌터카를 받는 순간 커다란 시행착오의 느낌이 엄습했다. 박물관과 행사 등 당초 계획은 모두 실행했다. 다만 몸이 매우 매우 피곤했을 뿐이다.


5월의 캘리포니아는 그야말로 신이 내린 축복의 땅이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쨍한 햇볕이 가득하고 어디를 가도 활기에 넘쳤다. 가장 큰 차이라면 우리나라에 비해 업무처리 속도가 매우 늦다는 점. 현지인들이야 그럴 수있지만 우리 같이 시간에 쫓기는 여행객에게는 그다지 반갑지 않는 현상이다. 꿈으로 가득 찬 트렁크를 끌고 렌터카 사무실을 찾았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늘어선 줄이 30m 이상이었다. 미리 짜놓은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 엄습했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62_0564.jpg

새크라멘토의 숙소는 영화에서나 볼듯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마치 도망자 같은 느낌이 된다


10일간 발이 될 차는 쉐보레 소닉

한국에서 예약한 차는 원래 포드 포커스였다. 필자를 제외한 동행인은 사진을 담당하는 류장헌 실장 1명뿐이고 생각보다 짐도 많지 않았다. 유럽에서 하루 1,000km 이상을 이동하면 쌓은 내공이 통할 줄 알았으나 미국은 역시 미국이었다. 원래 예약한 차가 없어서 대차로 받은 소닉은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달리는데 큰문제가 없었고 에어컨도 매우 시원했다. 이 차와 함께 총 4,800km에 이르는 캘리포니아 로드 트립을 시작했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62_1867.jpg

시에라 산맥 넘어 리노가 가까워지면 카지노가 많이 보인다


전체 일정은 LA 국제공항을 출발해 옥스나드, 댄빌, 새크라멘토를 거쳐 리노와 타호 호수, 버지니아 시티를 돌아 샌프란시스코에서 PCH를(해안을 끼고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 이어지는 미국 1번 국도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타고 얼바인까지 돌아오는 것이었다. 하루 이동 거리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험하기로 유명한 시에라 산맥도 넘어야 하고 PCH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마지막 날은 꼬박 22시간을 운전하기도 했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62_3236.jpg

댄빌에 있는 블랙호크 뮤지엄은 블랙호크 쇼핑몰 안에 있다


LA부터 옥스나드는 약 2시간. 뮬린 자동차 박물관을 관람한 후 바로 댄빌로 이동해 숙소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장시간 비행에 따른 피로가 조금 있었다. 블랙호크 단지와 가까운 댄빌은 작고 조용하고 깨끗한 마을이었다. 댄빌의 유명 쇼핑센터 단지인 블랙호크 단지에 있는 자동차 박물관을 관람한후 캘리포니아 오토모빌 뮤지엄이 있는 새크라멘토로 이동했다. 캘리포니아의 주도이기도 한 새크라멘토에 도착하니 미국다운 느낌이 가득했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62_4695.jpg

캘리포니아의 주도 새크라멘토에 있는 캘리포니아 자동차 박물관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62_6429.jpg

리노에서 묵었던 호텔은 로비에 가려면 대규모 카지노를 지나야 했다


옥스나드와 댄빌은 비교적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었지만 호텔이 있는 새크라멘토 외곽은 근처에 슬럼이 많고 노숙자도 많았다. 저마다 쇼핑카트에 잡동사니를 가득 싣고 거리를 어슬렁거렸다. 원래 계획이라면 새크라멘토 시내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려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근처 마트에서 저녁식사를 구입해 때웠다. 다음 날담배를 구입하려 들렀던 담배 가게 할아버지의 “그렇게 하고 다니면 강도를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서둘러 새크라멘토를 떠났다. 필자는 편한 반바지에 에코백을 메고 있었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62_806.jpg

리노에서 버지니아 시티로 가는 길은 대부분이 황량한 와인딩 로드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62_9672.jpg

인기 드라마였던 보난자의 배경이 되는 버지니아 시티는 1800년대 모습 그대로이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63_1089.jpg

카지노 호텔은 식당 같은 부대 시설이 괜찮은 편이다


진정한 로드 트립은 이제부터

새크라멘토부터 리노까지 거리는 약 139마일(222km).

시간상으로는 3시간 이내였지만 길이 험하기로 유명하다. 시에라 산맥을 넘는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직진뿐이다. 미국에서 장거리 운전이 힘들고 가능한 배기량이 넉넉한 차를 타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다. 우리가 떠나온 새크라멘토는 봄 보다 여름에 가까웠지만 차창 너머로 보이는 시에라 산맥은 눈 덮인 곳이 많았다. 도로 사정도 좋지 못했고 중간중간에는 로드킬에 희생된 야생동물의 사체를 어렵지 않게 볼 수있었다. 주유를 위해 들른 휴게소는 웃옷이 없으면 추울 정도였다. 네바다주 리노에 가까울수록 카지노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으며 ‘작지만 큰 도시’ 리노의 입구는 구걸 중인 노숙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63_2791.jpg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81_0428.jpg

카지노의 도시 리노의 밤은 화려하지만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리노에서 묵은 호텔은 샌드 카지노 리센시였다. 호텔을 선정할 때 나름의 기준이 있는데 첫 번째는 어디를 가도 중간은 하는 체인호텔, 두 번째는 카지노에 딸린 호텔이다.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 몬테카를로처럼 도박이 활성화된 도시에서 카지노에 딸린 호텔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면서 시설도 괜찮고, 식당이나 부대시설도 생각보다 좋은 편이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81_2275.jpg

리노에석 묵었던 호텔의 입구는 바로 카지노와 연결되어 있다


리노는 오래된 도시라 그런지 화려함 속에 낡은 곳이 많고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오래된 탄광촌, 카지노로 번성하던 시절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이제는 근근이 명맥만 이어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반면 리노 외곽의 리조트는 아직도 성업 중이라고 한다. 처음 네바다의 리노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자동차 마니아에게 친숙한 데스밸리, 잠들지 않는 도시로 유명한 라스베이거스도 네바다에 있다. 그러나 리노는 생각했던 네바다 이미지와는 달랐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81_3764.jpg

주거지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모텔이다. 어디를 가도 주차 걱정은 없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81_4847.jpg

리노에는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을 위한 창고형 매장이 두 곳이나 있다 


같은 주라고 해도 북쪽에 있는 리노는 해발고도가 높아 연평균 기온이 낮은 편이다. 카지노가 모여 있는 지역을 벗어나면 일반적인 미국식 마을이 가득하다. 스쿨버스를 쉽게 볼 수 있고 카트장이 딸린 쇼핑몰도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내셔널 자동차 박물관을 관람했다. 리노가 성장하는데 가장큰 역할을 한 사업가 윌리엄 하라의 컬렉션을 관람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타호 호수와 버지니아 시티를 향해 출발했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81_6248.jpg

리노는 낮과 밤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해발 고도가 높아 일년 내내 선선하다


버지니아 시티는 리노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리노도 해발고도가 높지만 버지니아 시티는 굽이굽이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를 타고 한참을 올라야 한다. 은광으로 유명했던 이 도시는 한때 2만5천명이 살았다. 110개가 넘는 술집, 4개의 은행과 6개의 교회 등 규모가 상당히 컸다. 지금은 약 900명만 거주 중이며 대부분 관광산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버지니아 시티는 말 그대로 시간이 멈춘 곳이다. 1800년대 은광이 발견된 이후 가장 번성하던 시절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아침 이른 시간에 도착하니 거리에는 사람도 없고 상점은 문을 닫았지만 그만큼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삐걱대는 나무로 만들어진 보도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 있고 쇼윈도 넘어 보이는 기념품 상점이나 음식점 역시 오래전 모습 그대로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81_7487.jpg

해질 무렵 PCH는 축복받은 땅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81_8741.jpg

LA에 있는 파머스 마켓 입구


버지니아 시티는 마크 트웨인이 자리를 잡은 곳으로 유명하다. 미시시피를 떠나 버지니아 시티에 정책한 마크 트웨인은 이곳에서 네바다 최초의 지역 신문을 만들었다고 알려진다. 마크 트웨인이 생활했던 민박집, 작업실 등 그의 발자취가 그대로 보존 중이다. 이곳은 1960년대 미국의 인기 TV 시리즈였던 <보난자>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버지니아 시티를 떠나 도착한 타호 호수는 그야말로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간직한 곳이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82_0229.jpg

단순한 구성의 미국식 식사에 익숙해질 무렵 귀국을 준비했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82_1755.jpg

버지니아 시티의 거주자는 현재 900명만 남았지만 도시의 기능이 없는 건 아니다


바다라고 해도 될정도의 넓은 면적과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은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든다. 거울처럼 매끈하게 탁 트인 호수의 표면은 고즈넉이 움직인다. 시간상 이유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들르지 못했지만 타호 호수와 주변 도로의 풍광은 지금껏 본 중에 최고라 할 수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는 잔잔하고 중간중간에 있는 모래밭은 매우 깨끗해 신발을 벗고 호수 주변을 걸을 수 있었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82_3094.jpg

미국 출장 기간 동안 발이 되어 준쉐보레 소닉. 타이어가 링롱이라는 처음 보는 회사의 것이었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96_5256.jpg

PCH에서 건진 유일한 사진


22시간 만에 얼바인에 도착하다!

타호 호수를 떠나 카슨시티, 샌프란시스코, 페블비치로 유명한 몬터레이로 이어지는 루트는 리노에 올 때왔던 길을 조금 돌아가는 것만 다를 뿐 거의 비슷했다. 내비게이션에서의 안내는 다음 안내까지 200km 이상을 주행해야 할 정도로 직선만 가득했다. 우여곡절 끝에 샌프란시스코에서 해안을 따라 내려가는 PCH에 올라갈수 있었다. 태평양과 맞닿은 PCH는 왕복 2차선 도로로 오른쪽에 펼쳐지는 태평양의 광활함에 감동이 몰려온다. 하지만 중간에 차를 세우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96_7086.jpg

타호 호수의 웅장함은 사진에 담을 수 없다. 언젠가는 직접 봐야 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목적지인 얼바인 스펙트럼 센터까지 거리는 약 518마일로 거의 900km에 육박한다. 우리가 PCH에 올라왔을 때는 이미 오후 늦은 시간이었고 갈길이 바빴다. 그러나 PCH의 풍광은 딱 70km만에 끝났다. 중간에 공사로 막힌 구간이 있는데 이 구간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빠져나가는 길도 없고 왔던 길을 고스란히 돌아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해는 이미 졌고 PCH를 빠져나와 고속도로 본선에 올라갔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96_8566.jpg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97_0662.jpg

버지니아 시티는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이다. 술집부터 전당포, 교회 등 모든 것이 19세기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다행히 고속도로는 PCH에 비해 속력을 낼 수 있었다. 그래도 목적지인 얼바인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5시 무렵이었다.

얼바인에서 다음 일정으로 피터슨 박물관과 개인 컬렉터를 만났다. 장거리 여행의 여독을 풀 여유도 없이 일정을 소화했지만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로드 트립은 매우 기억에 남을 만큼 재미있었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로 미국 대륙을 횡단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깨달은 점은 ‘아직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97_3673.jpg

버지나아 시티의 보도는 삐끄덕 소리가 나는 나무이다. 차도를 제외한 양쪽으로 나무 보도가 깔려 있다

ef34e5a3c35ffcf6ccb9999567ef8b03_1586845797_5486.jpg

예전 방식을 간직한 마을 안내판. 복잡한 듯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직선 위주의 도로망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피곤이 배가 되고 배기량이 작은 차로는 많은 부담을 느꼈다. 미국 취재 기간 동안 주행거리는 5,000km에 육박했다. 걱정을 많이 했지만 끝까지 아무 문제없이 묵묵히 달려준 소닉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90db5a4fa33499762f81664f440fef00_1584493434_0444.jpg글 황욱익 Wooc Ic HWANG(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류장헌, 황욱익


d327d7f7ff285c9270630e522dc49191_1586429687_65.jpg
유튜브 자동차생활TV 바로가기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