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니아들의 성지 순례, Roads Trip in Japan 2
2020-06-19  |   34,206 읽음

자동차 마니아들의 성지 순례

Roads Trip in Japan 2


생각보다 사태가 오래 유지되면서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농담이 더 이상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고 위축될 수는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이 생활의 미덕이 된 요즘, 랜선 콘서트와 랜선 집들이 심지어 랜선 경조사까지 일반화되었다. 자동차 여행도 마찬가지다. 랜선과 지면을 통해 당분간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해 줄 예정이다.


일반적인 관광객은 주로 교통이 편리한 대도시를 찾는다. 대도시 중심가의 쇼핑가와 유명 관광지는 세계 어디를 가도 그 모습이 비슷하다. 늘 사람이 붐비는 것도 비슷하고 북적이는 상점가, 가득한 볼거리도 마찬가지다. 관광이라고 하면 대부분이 이런 대도시와 관광지 중심이다. 그러나 조금 더 독특하고 특색 있는 것을 경험하고 싶다면 자동차 여행은 그야말로 좋은 대안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자동차가 있으면 기동성을 얻을수 있지만 대도시나 중심지의 유명 관광지에 가기에는 오히려 복잡하고 번거로운 점이 많다.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235_9547.jpg

한적한 국도변에 자리잡은 서킷의 늑대 박물관


자동차 마니아에게 추천하는 관동지역 자칼 루트

지금은 항공편이 중단되었지만 도쿄는 하네다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편리하고 도쿄 시내로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아침 첫 비행기(주로 10시 전후에 하네다에 도착)를 이용하면 점심시간 훨씬 전에 도쿄 시내에 들어갈 수 있다. 반면 렌터카는 편한 대신 약간 번거롭다.

우선 하네다 공항의 렌터카 사무실은 공항에서 조금 벗어난 주택가에 있다. 관광안내소에서 셔틀을 호출해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하면 대략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일단 렌터카를 인수하고 난 후에는 기동성에 제약이 거의 없다. 물론 살인적인 도로비가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도쿄 중심의 관동지역 여행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다. 그중에 자동차 마니아라면 한 번 쯤 둘러볼 만한 곳을 모았다.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236_0792.jpg

1970년드를 주름 잡았던 닛산의 경주차들


하네다를 출발해 첫 기착지로 선택한 이바라키는 도쿄의 북부 지역이다. 예로부터 쌀이 유명한 이바라키는 넓은 평야가 펼쳐진 일본의 대표 곡창지대다. 반면 알려진 관광지는 생각보다 적다. 도쿄 인근 치바현의 바로옆 지역으로 거리는 약 110km. 서울에서 안성 정도의 거리다. 렌터카 사무실을 빠져나와 곧장 고속도로에 오르면 유명 자동차 만화에 등장하는 배경지를 하나둘씩 지나갈 수 있다. 수도 고속도로 완간선 구간인 가와사키와 오다이바를 지나 치바를 거쳐 후나바시, 나리타, 이바라키로 이어지는 구간은 일본에서도 상당히 유명하다. 한때는 최고속 배틀을 즐기는 자동차 마니아들이 주로 달리던 구간이 대거 포함된다.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236_1646.jpg

영화 촬영을 위해 단 두대만 제작한 토요타 2000GT 오픈카. 007 시리즈에 등장했다


이바라키는 치바에 비해 시골이다. 유명한 관광지도 없고 구글에서 이바라키 맛집을 검색하면 3위에 세븐일레븐 도시락이 뜰 정도로 외진 지역이다. 이바라키를 추천하는 이유는 유명 만화에 등장하는 배경지 외에 일본의 수퍼카 붐을 이끌었던 만화 <서킷의 늑대>(サーキットの狼)를 테마로 한 자동차 박물관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도쿄 시내에 숙소를 잡지 않을 예정이면 하네다 보다 나리타공항에서 접근이 훨씬 좋은 편이다. 서킷의 늑대 박물관의 원래 명칭은 이케자와 사토시 서킷의 늑대 박물관(Satoshi Ikezawa Circuit-No-Ookami Museum)이다. 주소지는 이라바키에 있지만 실제로는 치바현과 이바라키현의 경계에 있다.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236_2538.jpg

이곳에 있는 차들은 모두 언제든 최상의 성능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하얀색의 로터스 유로파는 주인공 후부키의 애마


한적한 국도변에 자리 잡은 박물관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외관을 지녔다. 건물 곳곳에는 만화의 주요 장면이 그려져 있으며 커다란 로고와 주인공 후부키의 촌스러운(?) 모습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보통 평일은 휴관이고 주말에만 열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통해 개장일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http://ookamimuseum.com/)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236_3299.jpg

도쿄 아쿠아라인의 해저 터널 구간. 거품 경제 시절 최고속 배틀의 무대가 펼쳐진 곳이다


이바라키에서 곧장 도쿄로 돌아올 수 있지만 이왕 온김에 근처에 가볼 만한 곳을 찾아봤다. 하지만 그다지 흥미로운 곳은 찾을 수 없다. 대신 왔던 길을 그대로 타고 치바 반도를 거쳐 요코하마로 들어가는 루트를 선택했다.

치바 반도를 한 바퀴 도는 루트에는 테마 파크인 마더 목장이 있다. 원래 도쿄 타워 부지 중 하나였지만 후보에서 탈락한 뒤 1962년에 기업인 마에다 히사요시가 조성했다. 마더 목장이라는 이름은 마에다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바친다는 의미로 붙인 것이다. 도쿄 타워 그룹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소, 말, 돼지, 양 등의 가축 여러 종을 체험 목적으로 기르고 있다. 지금은 완전히 위축되었지만 한때 한국에서 판매하는 일본 패키지 관광 상품으로도 인기가 많았던 곳이다.(http:// www.motherfarm.co.jp/)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236_481.jpg

 바다 한가운데 있는 인공섬 우미 호타루


살인적인 통행료 자랑하는 도쿄 아쿠아라인 

마더 목장에서 도쿄로 돌아오는 루트는 두 가지이다. 살인적인 통행료를 자랑하는 도쿄 아쿠아라인 혹은 도쿄만을 끼고 있는 국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통행료가 비싸지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전자와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비교적 저렴한 후자 중에 선택한 루트는 전자. 도쿄 아쿠아라인은 도쿄만을 가로지르는 해상 고속도로이다. 치바 방향에서 오는 절반은 바다 위에 도로가 있고 중간에 있는 우미 호타루 휴게소를 기점으로 해저터널 구간이 시작된다. 편도 통행료는 무려 3,800엔. ETC나 요일 할인을 사용하면 조금 저렴하지만 우리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비싸다. 바다 한가운데 인공섬 위에 있는 우미 호타루 휴게소는 규모가 굉장히 크다. 주차장부터 식당가, 어트랙션, 전망대까지 어느 곳에 가더라도 확 트인 바다를 볼 수있다. 아쉬운 점은 바다 한 가운데 있어 기상 변화가 매우 심하다는 점이다. 도쿄만을 중심으로 요코하마, 가와사키, 치바현 키사라즈가 한눈에 들어온다. (https:// www.umihotaru.com/)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236_6115.jpg

닛산의(닷산) 첫 양산차. 오스틴 7을 카피했다


다음 기착지는 닛산의 도시라 불리는 요코하마의 공업 지역. 우미 호타루에서 바로 이어지는 도쿄만 해저 터널은 인기 자동차 만화 <완간 미드나이트>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제한속도가 높지 않아 속력을 많이 낼수는 없지만 바다 속을 달린다고 생각하면 색다른 경험이 된다. 통행료가 비싸긴 해도 도쿄 아쿠아라인은 자동차 마니아뿐 아니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도쿄와 가깝기도 하고 치바, 요코하마 등 도쿄 근교로 이어진다.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236_7914.jpg

닛산은 엔진 제작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하다


요코하마는 닛산의 본진이기도 하다. 한때 전 세계 자동차공장의 표준이라 불리던 닛산 자마 팩토리와 가나가와 팩토리, 오모리 팩토리 등 주력 공장이 모두 요코하마에 있다. 또한 자동차와 관련된 여러 가지 시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용품 숍을 비롯해 요코하마로 들어오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매주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 일요일 오전에 자동차 모임이 개최된다. 가장 유명한 휴게소는 요코하마 베이브릿지 근방의 다이코쿠 후토 휴게소.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236_9033.jpg

딱딱한 공대 감성이 풍부하지만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는 즐거운 광경이다


도쿄에서 가까운 요코하마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인기 애니메이션 마크로스의 히로인 린 민메이의 고향 중화거리를 비롯해 번화한 쇼핑가인 미나토 미라이, 요코하마 베이브릿지가 보이는 야마시타 공원, 공방거리인 모토마치, 붉은 벽돌 창고 등 취향에 따라 볼거리가 다양하다. 이중 자동차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곳은 단연 닛산 엔진 박물관과 니스모 쇼룸이다. 일본 자동차의 상징과 같은 GT-R과 함께 닛산을 대표했던 다양한 엔진을 모아 놓은 이곳은 GT-R 마니아들에게는 성지와도 같다. 이 외에도 자마 팩토리 내에 역대 닛산 모델 400여 대를 모아놓은 닛산 헤리티지 갤러리가 있는데 이곳은 일반인에게 공개가 거의 되지 않는 곳이다. 접근이 쉬운 곳은 단연 닛산 엔진 박물관과 니스모 쇼룸이다.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237_0715.jpg

1992년 그룹 C용 엔진으로 개발된 VRT35


아쿠아라인을 빠져나와 닛산 엔진 박물관까지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다. 니스모 쇼룸은 엔진 박물관에서 약 1km 정도. 엔진 박물관은 과거 닛산 설계 사무실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소소한 듯하지만 전시 내용은 결코 소소하지 않다. 닛산의 역사는 엔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소 지루하고 딱딱하게 보이고 거기다 공대 느낌 풀풀 나는 소품들을 드라마틱하게 전시해 놓았다. 그림책에서나 보던 엔진을 실제로 볼 수 있고 이들이 활약했던 과거의 추억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326_3981.jpg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326_5909.jpg

닛산 팬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RB 엔진. 현재도 컴플리트 형태로 판매 중이다. 왠만한 중형차 한 대 값이다 


니스모 쇼룸은 말 그대로 GT-R의 성지이다. 오모리 팩토리 바로 옆에 있는데 입구의 GT 경주차부터 시작해 순환 전시로 등장하는 차들의 면면이 마니아라면 결코 놓쳐선 안 될 만큼 소중하다. 단순한 쇼룸이 아니라 GT-R과 니스모 브랜드를 함께 소개하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쇼룸 한쪽 유리벽 넘어 보이는 서비스센터의 차들을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간혹 한정판이나 희귀 모델의 작업도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326_7427.jpg

GT-R 미니카로 만든 GT-R 로고.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가 전부 미니카이다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326_8245.jpg

역대 니스모 우승자들의 헬멧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326_94.jpg

니스모 쇼룸 입구에 있는 닛산 R390 GT1. 재규어의 디자이너로 유명한(지금은 은퇴) 이안 칼럼이 톰 워킨쇼 레이싱 시절에 디자인했다


도심 어트랙션 마리카

요코하마와 도쿄는 생각보다 가깝다. 하네다 공항도 요코하마와 가깝고 요코하마에서 신주쿠까지는 차로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도쿄 시내에는 백화점과 음식점, 유명 관광지 등 여행객이 즐길 거리가 충분하다. 문화 시설도 많고 공원도 많아 산책하기도 좋다. 신주쿠는 한인 타운인 신오쿠보와 거의 붙어 있어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이 많다.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327_0728.jpg

마리카를 이용하려면 국제 운전명허증과 코스프레스는 필수다. 도쿄 타워, 오다이바 루트를 추천


도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정은 카트를 타고 도심을 달리는 마리카이다. 현재 시나가와의 2곳, 아키하바라 2곳, 신키바, 시부야, 아사쿠사에 지점이 있으며 각 지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주행 루트는 조금씩 다르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루트는 오다이바의 상징인 레인보우 브릿지를 건너 도쿄타워, 시부야를 거치는 루트이다. 낮에도 풍광이 괜찮지만 여름철은 낮 보다 저녁 무렵이 훨씬 볼거리가 많다.


937b216625b7b633c4cd4fc9b61ebbac_1592532327_2732.jpg

카트를 타고 일반 도로를 달리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마리카의 카트는 2싸이클이다


마리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국제운전면허가 필요하다. 또한 지정된 시간과 일정이 있기 때문에 예약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예약은 마리카 홈페이지와(https:// kart.st/)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 maricar.jp/)에서 가능하다. 코스별로 소요 시간과 주요 체크 포인트, 옵션 등이 설명되어 있으며, SNS 리뷰를 통한 할인 프로그램도 갖춰져 있다. (한국어 지원).


관동 지역 자동차 여행 TIP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 숙소의 주차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도쿄 시내나 각 지역의 번화가에는 주차장이 없는 호텔이 많다. 또한 무료 주차가 가능한지 혹은 근처에 연계된 유료 주차 장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주차장을 갖춘 호텔은 주차장이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되며 유료인 경우가 많다. 일본은 공영 주차장이나 사설 주차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가격은 거의 비슷하다. 단, 시간대에 따른 차등요금이 적용되는 곳이 많다. 예를 들어 신주쿠나 시부야 같은 번화가의 공영 주차장은 낮에는 시간당 요금을 책정하지만 저녁 10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혹은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 야간에는 정액제로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 역시도 주차장 운영 회사에 따라 요금에 차이가 있으며 주차 가능한 차종도 확인해야 한다. 숙소를 정해 놓고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 12시간 단위로 임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렌터카 회사는 토요타와 혼다, 닛산, 마쓰다 등 자동차 회사에서 운영하는 곳도 있고 오릭스나 허츠 같은 전문 업체들이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인원이 많지 않을 경우 소형차(경차 아님)가 가장 효율적이며 3일 이상 연속으로 혹은 장거리 여행이 아닌 이상 하이브리드의 운영요금이 조금 더 비싼 편이다. 또한 반납지에 대한 확인도 해야 하는데 토요타 렌터카의 경우 관내 (예: 하네다 인수 신주쿠 반납) 별도추가 요금 없이 동선에 따라 인수와 반납을 선택할 수 있다.



90db5a4fa33499762f81664f440fef00_1584493434_0444.jpg글, 사진 황욱익 Wooc Ic HWANG(자동차 칼럼니스트)


d327d7f7ff285c9270630e522dc49191_1586429687_65.jpg
유튜브 자동차생활TV 바로가기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