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압축한 쉐보레 트랙스의 매력
2013-03-13  |   84,279 읽음

쉐보레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브랜드도 흔치 않다. 국내 도로에서 달릴 수 있을까 의문스러운 초대형 헤비듀티 트럭부터 수퍼스포츠 콜벳, 게다가 경차 스파크까지 쉐보레 엠블럼을 달고 나온다. 대중적인가 하면 특별하고, 한편으로 활동적인 이미지를 품고 있다. 트랙스는 이런 쉐보레의 다양한 얼굴을 콤팩트한 플랫폼에 담아낸 최신형 크로스오버로 140개국 판매에 앞서 한국에서 생산되어 한국 시장에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과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트랙스는 GM의 감마Ⅱ 플랫폼에서 태어난 세계 전략 소형차다. 독일 오펠이 개발을 주도한 이 플랫폼은 쉐보레 스파크와 아베오, 오펠 아담 등에 쓰이며 트랙스와 형제차인 오펠 모카, 뷰익 앙코르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길이 4.3m가 안 되는 작은 덩치지만 SUV 느낌을 잘 살려냈다

트랙스, 모카, 앙코르 삼총사
트랙스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7년 뉴욕오토쇼. 당시 등장한 트랙스 컨셉트는 동그란 헤드램프로 지금의 양산형과는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 2년 후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2: 폴른의 복수’편에서 스파크 디자인을 본뜬 ‘스키즈’와 트랙스 컨셉트를 그대로 살린 ‘머드플랩’이 쌍둥이 캐릭터로 등장해 인상적인 개그 콤비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된 트랙스 프로토타입

스키즈는 스파크라는 이름으로 국내 경차 시장에 데뷔한 반면 머드플랩의 트랙스 컨셉트는 곧바로 양산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GM은 트랙스의 플랫폼과 덩치는 그대로 두고 디자인을 보다 매력적으로 바꾸어 2012년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했다.
지난해 파리모터쇼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쉐보레 유럽의 S. 도허티 사장은 트랙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수십 년간 쉐보레는 믿음직하고 쓸 만한 SUV들을 많이 선보여왔습니다. 트랙스는 쉐보레의 전통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그 이상의 매력을 여러분에게 보여줄 것입니다. 이 차는 현대적이고도 유용하며 연비도 뛰어난 소형 SUV입니다. 아울러 승용 감각의 핸들링과 네바퀴굴림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차가 쉐보레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데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쉐보레라는 이름에서 카프리스, 서버번, 실버라도 같은 커다란 차들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컴퓨터를 켜고 쉐보레 미국 사이트를 찾아보면 한국에서 경차로 팔리는 스파크부터 소닉(아베오)과 크루즈 등이 카탈로그에 주력 라인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가상승과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미국 시장도 소형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뷰익 앙코르 (Buick Encore)


오펠 모카 (Opel Mokka)

스파크, 소닉(아베오)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만큼 차체는 콤팩트하다. 길이 4,245mm에 너비 1,775mm, 휠베이스 2,555mm. 그래도 SUV 느낌을 살려 지붕을 높이고 박스형으로 디자인해 실제로는 꽤나 커 보인다. 형제차인 오펠 모카, 뷰익 앙코르도 비슷한 크기지만 디자인에서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미국과 중국에서 팔리는 앙코르는 뷰익 특유의 수직 그릴과 크롬 장식으로 무장하고 럭셔리를 지향한다. 유럽에서 팔리는 모카의 경우 노즈와 앞창을 매끈하게 깎은 미니 MPV 느낌. 반면 트랙스는 쉐보레 SUV 이미지를 살린 상하분할형 그릴과 각진 보닛 라인에 툭 불거진 펜더를 곁들여 힘이 넘치는 남성적인 인상으로 완성되었다. 셋 중 가장 본격 SUV에 가까워 보인다.

구석구석 숨겨진 다양한 수납공간
차체 크기 기준으로는 소형차에 포함되지만 지붕이 높기 때문에 거주성에서는 훨씬 여유롭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항공기 배기노즐 형태의 에어벤트 디자인 등에서는 경쾌한 느낌을 살리고 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스파크처럼 왼쪽에 타코미터를 두고 오른쪽에 디지털식 속도계를 배치한 레이아웃. 보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시인성이 뛰어나고 센터페시아에는 7인치 대형 모니터를 갖추었다. 터치스크린을 활용하는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스마트폰의 일부 기능을 블루투스를 통해 화면에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확장성이 매우 뛰어나다. 브링고(BrinGo) 내비게이션과 인터넷 라디오 어플리케이션인 스티처(Stitcher)와 튠인(TuneIn)이 대표적. 한국 시장을 위해서는 한국 엔지스(EnGIS)와 공동개발한 한국형 브링고 내비게이션이 제공된다. 한국 지형에 최적화된 SK 플래닛 맵을 채택했으며, 애플 iOS 및 안드로이드 기반의 브링고 앱은 안드로이드 기준 1만940원의 저렴한 값으로 구입할 수 있다.



아날로그 타코미터와 디지털 속도계를 조합한 계기판


다양한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과 좌우, 위아래로 열리는 글로브박스나 조수석 아래 언더 트레이 등 구석구석에 수납공간을 마련했는데,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화물 공간은 기본 358L에 40:60 분할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1,370L까지 늘어난다.
트랙스의 글로벌 판매 모델은 1.4L 터보와 1.6L 그리고 1.7L 직분사 디젤 등 세 가지 엔진이 올라간다. 쉐보레와 오펠 소형차에 널리 쓰이는 1.4L 터보는 140마력의 출력에 토크는 20.4kg·m. 1.6L 자연흡기는 115마력, 1.7L 디젤은 최고출력 130마력에 최대토크 30.6kg·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5단(1.4, 1.6)과 6단 수동(1.4, 1.7), 6단 자동(1.4, 1.7)이 준비되고 수동 모델에는 모두 스타트/스톱 기능이 기본. 1.4 터보와 디젤에는 네바퀴굴림도 선택이 가능하다. 이들 중 한국 시장에는 우선 1.4 터보 앞바퀴굴림 AT 버전이 판매된다.
차체는 고장력 강판 사용비중을 66% 이상으로 높여 주요 시장에서의 신차충돌 안전성 테스트에서 별 5개를 목표로 한다. 루프를 차체 중량 4배 이상에 견디도록 보강하고 듀얼 및 사이드, 커튼 에어백을 전차종에 기본으로 갖추어 승객 안전을 최우선했다. 앞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 뒤 서스펜션은 기본 토션빔이지만 네바퀴굴림에는 멀티링크가 쓰인다. 우물정(井)자 모양의 크래들과 횡력저감 스프링을 결합해 차체 강성은 높이면서 충격흡수능력 또한 높였다. 이런 탄탄한 기본기 위에 전자제어식 주행안정장치인 ESP와 ABS, TCS(트랙션 컨트롤), 비상 제동 때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을 높여주는 HBA(Hydraulic Brake Assist) 등의 장비가 추가되었다. 아울러 언덕에서 뒤로 밀리는 것을 방지하는 HSA와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까지도 기본으로 달았다.


시트를 접으면 실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140개국에서 판매될 월드 모델
트랙스는 오프로더에서 시작된 SUV라는 카테고리가 어느 정도까지 다양화되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쉐보레는 1935년 서버번 캐리올을 시작으로 무려 75년이 넘게 SUV 혹은 크로스오버를 생산하며 개성 있는 수많은 모델을 만들어왔다. 지금까지는 픽업트럭과 중형 이상의 덩치 큰 SUV가 많았지만 이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형차 시장에까지 모델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개발작업을 주도한 트랙스는 한국은 물론 북미와 유럽 등 140개국 이상에서 판매된다.  트랙스, 모카, 앙코르 삼총사 중 가장 넓은 시장을 커버하는 월드와이드 모델인 셈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트랙스는 이제 세계로 달려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 출발점이 될 한국 시장에서의 첫걸음이 어쩐지 경쾌해 보인다.   


국내에는 1.4L 터보 FF 6단 자동 버전이 먼저 소개되었다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