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혹은 기차로 난닝에서 하노이까지
2018-04-20  |   32,235 읽음

버스 혹은 기차로

난닝에서 하노이까지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391_8409.jpg

쿤밍에 간 김에 육로로 베트남 하노이에 가기로 했다. 광시성 성도인 난닝에서 핑샹까지 고속버스로 3시간 반을 달린 후 다시 택시를 20분 타야 국경에 도착할 수 있다. 베트남 국경에서 하노이까지는 무려 6시간이 걸렸다. 국제선 열차를 타고 중국으로 돌아오는 길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중국의 운남성(云南省)과 광시 좡족자치구(广西壮族自治区)는 베트남과 마주하고 있다. 이 지역의 분위기는 중국 내륙과는 전혀 다르다. 중국이라기보다 마치 동남아시아에 온 느낌이랄까. 쿤밍(昆明:곤명)에서 일을 보고 지인이 살고 있는 광시성의 성도인 난닝(南宁)에 들렀다. 그동안 난닝을 변방의 작은 도시 정도로만 생각해왔었는데 도심을 꽉 채운 높은 건물과 고층 아파트들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403_2496.jpg
난닝은 광시좡족자치구의 성도이자 베트남으로  가는 관문이다.

 

난닝은 동남아시아로 통하는 관문으로 매년 아시안 박람회가 열린다. 중국이 지향하는 신 실크로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보니 난닝은 베트남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가 그리 멀지 않아 육로를 통해 갈 수 있으니 이 또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기왕 이곳까지 왔으니 하노이를 가보기로 했다. 난닝에서 하노이로 가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기차이고, 다른 하나는 버스다. 난 버스를 타고 베트남 국경과 맞닿아 있는 핑샹(凭祥)까지 간 후 걸어서 베트남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이것이 가장 재미있는 코스라고 여겨졌다. 

 

육로를 통해 베트남 가기

난닝에서 핑샹까지는 고속버스로 3시간 반이 걸린다. 길은 잘 닦여져 있었다. 험한 산길을 뚫고 끝없이 이어진 4차선 고속도로는 중국의 힘을 느끼게 한다. 중국은 세계적으로도 철도망이 가장 잘 깔린 나라다. 또한 전국을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가 발달해 있다. 버스를 타니 물 한 병을 나누어준다. 난닝에서 출발한 버스가 한 번도 쉬지 않고 핑샹까지 내달린다. 계림에서 시작된 험난한 카르스트 지형은 난닝을 넘어 베트남 하롱베이까지 이어진다. 핑샹 톨게이트에 다다르자 완전 무장을 한 경찰이 올라타서 검문검색을 한다. 국경이 가까워졌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버스터미널에 내리니 베트남 글자들과 함께 환전상도 보인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433_0588.jpg

중국과 베트남의 국경도시인 핑샹은 작은 도시다. 

핑샹은 생각보다 작은 도시였다. 국경도시인 만큼 베트남과의 교역이 활발해 규모가 상당히 클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 밖이었다. 원래 여기에서 하루를 묵을 계획이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핑샹에서 내리면 바로 베트남 국경일 줄 알았는데 택시를 타고 20여분을 더 가야 한단다. 택시를 잡아타고 베트남 국경으로 향하니 요이관(友谊关: 우의를 다지는 곳) 양쪽 길에 환전상들이 길게 늘어섰다. 요이관 안으로 들어서니 분위기가 을씨년스럽다. 방치된 채 서 있는 프랑스식 건물은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했을 때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457_6826.jpg
요이관 안에 지어진 프랑스식 건물,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할 때 지어진 건물이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457_7821.jpg
중국 핑샹은 국경도시다. 상점마다 베트남 글자와 환전 표시가 눈에 띈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457_8747.jpg
핑샹의 거리 풍경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요이관에서 베트남을 보는 관광을 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통일전망대와 같은 곳이다. 중국과 베트남은 험한 산악 지형으로 이어져 있다. 요이관 정상에 서니 발밑으로 베트남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이 나라의 전략적 요충지임이 한눈에 느껴진다. 실제로 1979년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할 때 이 길을 지나갔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525_3034.jpg
중국 핑샹의 요이관, 베트남으로 넘어가는 관문이다.

 

베트남은 오랜 내전 끝에 1975년 통일국가를 이뤘다. 인접국 캄보디아는 킬링필드로 악명 높은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 루즈가 정권을 잡은 후 베트남과 국경 분쟁을 벌였다. 이에 베트남군은 1979년 1월 캄보디아로 진격하여 친 중국 정권인 폴 포트를 몰아냈다. 이전에 베트남은 중·소 분쟁에서 소련(현재의 러시아)을 지지해서 중국의 분노를 산 데다 캄보디아를 점령한 후 친 베트남 정권을 세워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격분한 중국은 베트남군을 캄보디아에서 몰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베트남을 공격하기로 했다. 하지만 베트남의 북부는 험악한 산악지형인 데다가 미국과의 전투에서 풍부한 실전 경험까지 가지고 있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공군은 막대한 피해를 보며 40km까지 전진한 후 베트남 정부에 자신들의 의사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판단하고 철군하기에 이른다. 중국에게는 상처뿐인 베트남 침공이었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545_4248.jpg

베트남 국경 

기다려도 움직이지 않는 버스

중국 출입국관리소를 통과하고 나니 멀리 베트남 출입국관리소가 보인다. 버스가 중국과 베트남 중간 지점에 섰다. 도로에 선이 있고 중국 글자로 322번 도로의 종착점이라는 표시가 보인다.중국과 베트남이 갈라지는 지점이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574_8078.jpg
중국 322번 도로의 종단점. 이 선을 기점으로 중국과 베트남이 갈라진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574_8855.jpg
중국과 베트남의 경계선, 왼쪽이 베트남 오른쪽이 중국이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몰려온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을 나가려면 배나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이렇게 걸어서 외국을 드나들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베트남 출입국관리소는 중국에 기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 우람했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끝이었다. 중국과 베트남과의 경제력의 차이를 가는 곳마다 확인할 수 있었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617_2842.jpg
베트남 국경의 버스 터미널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617_349.jpg
중국 출입국 관리소에서 베트남으로 넘어가는 길. 이 길을 따라가면  베트남 출입국 관리소가 나온다.

 

드디어 베트남 출입국관리소.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약간 긴장이 된다. 입국 심사관이 내 여권을 몇 번이고 뒤척였다. 이 길을 통해서 베트남으로 향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호치민이나 하노이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비행기를 타고 간다. 출입국관리소 직원을 보면서 오래 전 파병 국군들과 총부리를 겨누었던 베트콩의 후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1970년부터 1975년까지 우리나라의 청룡과 맹호, 백마부대가 월남전에 참전해 혁혁한 전과를 올린 바 있다. 베트남을 통일한 북부 베트남은 당시 우리와는 적대적 관계였다. 아무튼 이런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654_3477.jpg

베트남 화폐는 모두 호치민의 얼굴이 인쇄되어 있다. 

베트남 이민국에서 15일간 체류할 수 있는 스탬프를 찍어준다. 이제부터 베트남 땅이다. 한국과의 시차는 2시간. 출입국관리소에서 나오니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난닝에서 듣기로는 베트남 이민국에서 나오면 바로 하노이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는데, 이민국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전기자동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금은 10위엔. 중국 돈도 사용이 가능했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니 조그만 코치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내가 생각했던 버스 터미널과는 거리가 멀었다. 갈 길이 제법 먼가보다. 하노이까지 40위엔을 달라고 했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어 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바로 출발한다던 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승객이 다 차야 출발하는 시스템이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는데도 자리가 채워지지 않자 승객들이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운전기사는 요지부동이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중국인들이었다. 승객들이 급하니 자동적으로 호객꾼이 되었다. 출입국 관리소 쪽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 우리 버스를 타라고 권하는 호객꾼으로 변했다. 무려 한 시간 반을 기다린 끝에 출발하게 되었으니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베트남의 도로는 중국에 비해 훨씬 열악했다. 경제력의 차이가 실감났다. 중국 난닝에서 핑샹까지는 4차선 고속도로가 잘 다져져 있었는데 베트남 국경 도시인 랑손에서 하노이까지는 2차선 국도가 전부였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682_2628.jpg

중국 난닝에서 핑샹까지 4차선 고속도로가 뚫려있다. 

생각보다 험난했던 하노이 가는 길 

버스 기사의 운전 솜씨는 무시무시할 정도다. 2차선 도로이다 보니 차가 무척 많이 밀렸다. 중간에 화물 트럭이 있으면 차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뒤를 따랐다. 반대편 차선에 오는 차가 없다 싶으면 쏜살같이 중앙선을 넘어서 달려 나간다. 꼬불꼬불한 산악지역이라 시야 확보가 쉽지 않은 데서 반대편 차선으로 나갈 때면 가슴이 철렁했다. 때로는 상대편에서 차가 달려와도 막판에 아슬아슬하게 차선을 변경하기를 반복했다. 마치 영화 추격전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운전기사가 스턴트맨 출신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중국보다 운전이 훨씬 거칠었다. 모든 자동차들이 비슷해서 거의 목숨을 내놓고 운전하는 것처럼 보여질 정도다. 출발하면서 시작된 경적 소리 역시 하노이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709_406.jpg

하노이 시내에는 오토바이 행렬들도 복잡하다. 

랑손에서 하노이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오후 4시경에 출발했으니 늦어도 7시 반에는 도착하리라. 베트남에 오기 전에 하노이에 도착하면 근사한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겠다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 출발 할 때에만 해도 그게 가능하다고 믿었었다. 그런데 시간이 계속 지체됐다. 버스는 아무 곳에서나 서서 승객을 내려주고 또 태우기기를 반복했다. 그러니까 중국 국경에서부터 하노이까지 직행이 아니라 도중에 승객을 태우고 내려주는 특별한 버스였다. 국경을 운행하는 버스들은 모두 이런 식이다. 어느새 도로에 땅거미가 지고 있었고, 마을 인근에 다다르자 차가 엄청 밀렸다. 교통사고가 나 있었다. 오토바이와 승용차가 충돌한 현장은 끔찍했다. 

 

버스 기사가 저녁을 먹겠다며 식당 앞에 차를 세웠다. 갈수록 태산이다. 식당은 중국 분위기가 물씬하다. 내 옆자리에 앉았던 폴란드 청년이 얼마나 더 가야 하느냐고 묻는다. 처음 오는 길인데 난들 알 수 가 없다. 베트남에선 영어도 안 통하고 중국어도 안 된다. 그런데 이 친구 말로는 자신은 차비로 30위엔을 내기로 했다며 자랑을 한다. 내가 바가지를 쓴 것이다. 폴란드 청년은 중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데, 베트남에 3개월 정도 머물면서 영어를 가르칠 예정이라고 한다. 참 좋은 직업을 가졌다고 했더니 용돈 벌이밖에 안 되기 때문에 돈을 모으지는 못한다고.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게 좋아서 지금까지 30여 개 나라를 돌아 다녔다는 그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아예 자전거를 가지고 베트남까지 왔다. 

 

하노이 인근에 오니 4차선 고속도로가 나타난다. 베트남에는 고속도로가 전혀 없다고 들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베트남은 남북의 길이가 2,600km나 된다. 하노이에서 호치민까지는 아직까지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고속도로변에 포장마차처럼 맥주와 간단한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있다. 이곳에서 음료수나 맥주를 마시고 있다가 차가 오면 탑승을 하는 식이다. 일종의 간이 버스 정류장인 셈이다. 때로는 방향이 다른 승객들을 다른 버스에 넘겨주기도 한다. 나도 이곳에서 다른 버스에 팔려 넘겨졌다. 내가 가는 방향의 버스에 옮겨 타야 했다. 중국에서도 하던 식이다. 하노이에 도착하니 밤 10시 반. 6시간 이상을 길에서 허비한 셈이다.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토록 먹고 싶었던 쌀국수는 건너뛰어야 했지만.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741_5578.jpg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넘어가는 베트남 상인들. 중국 상품들을 나르고 있다. 

허름한 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기차

하노이는 호치민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노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별도로 소개하기로 한다. 하노이에서 하룻밤을 잔 후 다음 다시 중국 난닝으로 가기 위해 기차표를 샀다. 기차 여행은 버스와는 또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차표는 하노이 역에서 샀는데 출발은 다른 역에서 한다고 한다. 약간 불안한 마음을 안고 출발 시간보다 여유 있게 가기아람 역으로 향했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771_1992.jpg
하노이역. 국제선 열차는 하노이 북부 기아람 역에서 출발한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771_2925.jpg
중국 난닝에서 베트남 하노이를 달리는 국제선 열차.

 

호텔 앞에서 택시를 탔는데 미터기가 정신없이 돌아간다. 한 번에 몇 바퀴씩 돌아가니 제대로 된 미터기가 아니다. 택시 요금이 720만동(약 3만5,000원)이 나왔다. 호텔 지배인이 알려 주기를 대략 250만동(약 1만2,500원) 정도 나올 거라고 했는데 3배 가까이 나왔다. 내가 택시 기사한테 250만동 이상 못 주겠다고 버티니 흥정이 들어온다. 500만동에서 400만동, 다시 350만동(약 1만7,500원)까지 깎았지만 바가지를 쓴 것이 분명하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806_6096.jpg

조그만 시골 동네에 있는 기아람 역 

그런데 택시 기사가 내려준 곳이 허름한 동네다. 게다가 주변이 무척 어두웠다. 국제선 기차가 출발하는 곳이라고 하기엔 너무 허접해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택시 기사를 기다리라고 하고는 역 안으로 들어가서 확인을 해 보았다. 역무원이 국제선 열차가 출발하는 역이 맞다고 확인해 주었지만 그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주변에는 건물다운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시골 간이역 같은 곳에 국제선 열차라니……. 주변을 서성이다 보니 승객들이 하나 둘씩 몰려든다. 대부분 중국인들이다.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  

 

9시에 개찰을 시작한다. 개찰구에서 베트남 검표원이 기차표와 함께 여권을 확인한다. 역 안에는 별도의 탑승장이 없고 불이 전혀 없어 캄캄하다. 시골 간이역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철길을 따라서 걷다가 어둠속에 서 있는 열차에 올라탔다. 기관차를 포함해서 총 5량의 열차가 대기하고 있다. 한 칸만 이용하고 나머지 열차의 문은 모두 잠겨진 상태다. 아마도 승객이 많으면 문을 열어 승객을 태우는 방식인 듯하다. 승무원들은 모두 중국인이다. 기차 역시 중국에서 온 것이다. 열차에 올라타고 나니 다시 신분증을 검사한다. 그리고 열차 운행 중의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베트남과 중국 국경을 통과할 때는 짐을 가지고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841_9792.jpg

베트남에서 중국을 들어오기 위해 새벽에 2번이나 내려서 출국 및 입국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각 9시 20분이 되자 기적을 울리며 기차가 출발한다. 기차는 어둠을 뚫고 산길을 달렸다. 중국과 달리 베트남의 철로변은 깜깜하다. 게다가 철로가 단선이다. 그래서 대부분 복선인 중국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열차는 모두 침대칸으로 침대가 3층으로 되어 있고 양쪽을 마주보는 배치로 한 칸에 6명이 탑승한다. 내가 탄 칸에는 나를 제외한 승객이 모두 중국인이었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860_4044.jpg

국제선 열차의 침대. 양쪽으로 3층 침대가 있다. 

내 앞 칸에 자리잡은 난닝 출신의 중국인은 하노이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다고 했다. 하노이에 중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고 요즘 중국 공장들이 대거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어서앞으로의 사업 전망이 좋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의 인건비가 급격히 올라 단순 임가공 제품은 이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발 빠른 중국 사업가들은 이미 오래 전에 베트남에 진출해서 사업 기반을 다져 놓은 상태다. 

 

잠시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승무원이 “모두 일어나라”는 소리를 목청 높여 외친다. 베트남 국경에 도착한 것이다. 시간을 보니 새벽 1시 20분. 곤히 자야 할 시간에 일어나려니 무척 힘들다. 나는 간단한 백 팩 하나뿐이지만 일부 승객은 들기도 힘든 큰 가방을 2개씩이나 옮기고 있었다. 모든 짐을 들고 내렸다가 출입국관리소를 통과한 후 다시 들고 올라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 셈이다. 베트남 출입국관리소는 무척 허름했다. 건물이나 장비 모두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관리들의 눈빛만큼은 매의 눈처럼 매섭기만 했다. 특히 중국인 여행자들에게 대단히 거칠게 대했다. 중국인들이 베트남인들을 무시하는 데 맞서 베트남 사람들 역시 중국인들을 하인 취급하듯 한다. 출입국관리소를 통과하고 나서 다시 기차에 올랐다. 피곤하기 짝이 없다. 올라타자마자 다시 잠이 들었다. 

 

낭만과는 거리가 먼 험난했던 기차 여행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승무원이 다시 나를 깨운다. 통역이 필요하단다. 체코에서 온 승객이 한 명 있는데 화장실을 사용하고 싶단다. 그런데 화장실에 문제가 있어 소변만 가능한 상황이었다. 무슨 국제선 열차가 이 모양인지. 이런 상황을 설명하니 체코 아저씨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투덜거린다. 설명을 하는 나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이 중국 국경까지 참고 가는 수밖에……. 

 

다시 잠이 들었는데 이번에도 승무원의 우렁찬 외침이 우리를 깨운다. 중국 국경에 도착한 모양이다. 다시 주섬주섬 짐을 챙겨 열차에서 내린다. 새벽 4시10분이다. 역 표지판을 보니 핑샹역이다.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향할 때 지났던 국경 도시다. 중국 출입국관리소는 베트남에 비해 깨끗하고 시설이 완벽하다. 중국인들이 베트남인들에게 큰 소리 치는 이유를 알 만하다. 핑샹에서 꽤 오랜 시간 머물렀다. 출발할 때 5량이었던 기차가 핑샹에서 20량으로 늘어났다. 국제선 열차가 이곳에서부터 국내선 열차로 바껴 난닝까지 운행하는 것이었다. 이제부터는 각 역을 지나면서 많은 승객들을 태웠다. 이곳에서는 일반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많다. 고속철이 편하고 빠르긴 하지만 운임이 비싸기 때문이다. 난닝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반이다. 잠자리가 불편한 침대 열차를 12시간 넘게 타고 왔으니 상당히 피곤하다. 게다가 새벽에 세 번이나 깨어야 했으니 정신이 몽롱했다. 중국과 베트남을 이어주는 낭만적인 국제 열차의 환상이 산산이 부서지는 하루였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893_529.jpg
 베트남 하노이에서 출발한 국제선 열차는 난닝역에서 끝난다.
d8f938627b9612fb0dcd75552056c99f_1524208893_6203.jpg

 

하노이역에서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었다. 베트남에도 미인들이 많다 

글 사진 양인환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