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실크로드의 중심 란저우(兰州) 下
2019-08-20  |   1,871 읽음
신 실크로드의 중심 란저우(兰州) 

a6b857d0a86f08725b568d46a70860d5_1555899843_6318.jpg
란저우 수차박물관에서는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물레방아를 볼 수 있다

란저우 시내를 관통하는 강물은 물 반 진흙 반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진한 황토색이다. 많은 중국인이 황하를 보고 난 후에 진정한 중국인이 되었다고 믿는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일부 사람들은 물병을 가져와 황하의 물을 담는다. 우리가 백두산 천지에 올라 그곳의 물을 담을 때 느끼는 격한 감동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뜻을 의미하듯 황하강 변에는 황하 모친상이 만들어져 있다. 란저우에서 흘러내려 간 물은 시안 인근에 있는 후커우 폭포에서 또 한 번 중국인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산같이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후커우 폭포는 중국인들의 혼을 상징한다고 여기고 있다.        


황하강에 처음 건설된 중산교

란저우 시내를 흐르는 강 위에 여러 개의 다리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중산교에는 오늘도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중산교가 많은 조명을 받는 것은 중국 역사상 황하강에 처음 건설된 다리이기 때문이다. 1910년 독일인들에 의해 중산교가 만들어졌다. 그리 길거나 넓지 않지만 황하강을 건너는 최초의 다리란 점이 의미가 있다. 장강에 놓인 최초의 다리는 1965년 우한에 건설된 우한 대교다. 이것도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의 기술자들에 의해 건설되었다. 지금이야 중국이 세계에서 제일 긴 다리를 건설할 정도로 대단한 기술을 지녔지만 1970년 이전에는 다리 하나 제대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이 뒤쳐졌었다. 중산교는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다만 사람들이 걸어서 건널 수 있도록 개방해 놓았다. 중산교는 란저우의 명물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많은 이들이 중산교에 서서 황하가 도도히 흐르는 모습에 감격하고 때론 소원을 빌기도 한다. 황하는 중국인들에게 단순히 강이 아니라 중국의 혼과 역사는 물론 꿈과 희망을 품게 하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다.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라 강변에 황하 모친상이 만들어져 있다.


a6b857d0a86f08725b568d46a70860d5_1555899908_5349.jpg
티벳불교의 고승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백탑, 징기스칸을 알현하고 돌아오다 란저우에서 숨을 거두었다  


중산교 인근에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대부분이 회족이다. 커다란 화단 앞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청하는 회족 가족을 만났다. 참 선하게 생긴 얼굴들이다. 중동의 IS를 생각하면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은 험상궂을 것이란 선입견을 품게 되는데 중국 회족은 순한 생김새를 지녔다. 신장의 위구르족과도 현저하게 다르다. 딸은 광저우의 무역회사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딸이 모처럼 휴가를 내고 간쑤성 장위에 사는 부모를 모시고 란저우 구경을 왔다고 한다.    


란산을 오르는 길고 긴 케이블카

중산교를 지나면 란저우에서 가장 유명한 백탑사란 절이 나온다. 정상에는 원나라 시대 칭기즈칸을 숭배하던 티베트 고승이 몽골을 방문하고 내려온 후 이곳에서 사망한 것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백탑이 나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란저우 시내의 풍경은 장관이다. 백탑사에서 시내를 관통하고 나면 남쪽에 웅장한 란산이 가로막고 있다. 서울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도심을 강이 가로지르는 형태다. 란산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그런데 택시 기사의 발음이 시원치 않다. 소수민족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중국 남서부나 북서부 모두 소수민족의 터전이다. 중국의 55개 소수 민족이 대부분 중국의 서부 지역에 몰려있다. 택시 기사가 나한테 "발음으로 보아 이곳 사람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을 걸어온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정말이냐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한국인을 처음 본다며 감격해 한다. 중국 서부에 오니 한국인을 처음 본다는 중국인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지난번 칭하이를 방문했을 때에도 같은 경험을 했다. "혹시 한국 돈이 있으면 볼 수 있느냐?"고 물어 천 원짜리를 내보였더니 중국 돈으로 계산하면 얼마냐고 묻는다. 약 6위엔 정도라고 하니 택시비를 이걸로 받겠다고 한다. 내가 이건 선물로 주고 택시비를 별도로 내겠다고 하니 한사코 사양한다. 워낙 강하게 뿌리쳐서 택시비를 우리 돈 천원으로 해결했다. 한국 사람은 물론 한국 돈도 보기 힘들다 보니 기념으로 두고두고 보관할 심산인 모양이다. 장가계를 가면 중국 상인들이 "이천원 이천원"하며 한국말로 흥정을 하고 한국 돈까지 받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 서부는 완전히 딴 세계인 셈이다.  


a6b857d0a86f08725b568d46a70860d5_1555899943_8991.jpg
 무궁화가 활짝핀 백탑사에서 바라본 란저우 시내


란산은 해발 2,129m나 되는 높은 산으로 시내를 병풍처럼 가로막고 있는 웅장한 형상이다. 깎아지를 듯 경사가 심한 산을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 그런데 워낙 길어서 정상까지 30분이나 걸린다. 산을 하나 넘고 나면 다른 봉오리가 나타난다. 이렇게 험한 산에 깎아 길을 내놓았는데, 도로를 지나는 자동차의 모습이 묘기 대행진을 연상시킨다. 만약 길을 벗어나기라도 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뼈를 추스르기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케이블카에서 보니 절벽 위에 지어진 멋진 사찰이 보인다. 중국인은 특별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선지 많은 절이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지어진 것을 볼 수 있다. 톡 건드리면 속절없이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이다. 내려올 때는 걸어서 사찰들을 들려보기로 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도 형이상학적인 건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산이 높아서 그런지 기후가 변화무쌍하다. 거세게 몰아치는 비바람 때문에 사찰 구경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a6b857d0a86f08725b568d46a70860d5_1555899965_5915.jpg
험한 란산을 타고 오르는 도로는 위험천만해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실크로드의 중심지 

란저우에는 엄청나게 큰 내륙 무역항이 건설되어 있다. 중국에서 말하는 신실크로드의 출발점이다. 실크로드의 중간점인 돈황도 란저우를 통해야 한다. 당나라 시절 실크로드를 지나는 상인들은 시안에서 출발해 란저우에서 재정비를 한 후 돈황을 거쳐 서역으로 갔다. 란저우는 이런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예전이나 지금이나 실크로드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중국 정부는 란저우를 신실크로드의 중심점으로 기획하고 이곳에 대규모 물류 창고를 지어 놓았다. 이곳에서 유럽과 중앙아시아, 중동으로 중국제품을 내보내게 되면 엄청난 물류비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란저우가 새로운 신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란저우가 급격히 커지면서 많은 인구가 유입되었고 고층 건물들도 속속 건설되고 있다. 내가 막연히 생각해 오던 초라한 모습의 란저우는 찾을 수 없었다. 


a6b857d0a86f08725b568d46a70860d5_1555899987_1347.jpg
여유롭게 장기를 두고 있는 노인들, 란저우는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란저우에서 우연찮게 “태민이네”라는 한국식당을 발견했다. 이곳에도 한국식당이 있다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의외로 손님들이 많다. 라면이라도 하나 먹으려고 들렸는데 크지 않은 식당이지만 깨끗하고 음식은 정갈하다. 옆에 앉은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니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와 K팝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내가 모르는 아이돌 가수를 이야기하는데 내가 모르니 나보고 한국인이 맞느냐고 묻는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에서 한국을 대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중국의 젊은이들은 아직도 한국 문화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란저우를 갈 때는 비행기를 이용했지만 이우로 돌아올 때는 고속철을 탔다. 신장 우루무치도 란저우에서 고속철을 이용할 수 있다. 란저우에서 우루무치까지 1,920km는 자동차로 24시간이 소요되지만 고속철은 12시간 반이 걸린다. 란저우에서 우루무치까지 건설된 고속철도는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로다. 다음에 우루무치를 방문하게 된다면 란저우에서 고속철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겠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고속철로 달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글 사진 양인환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