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들이 노닐던 하늘 위 무릉도원, 장가계
2019-11-20  |   9,993 읽음

신선들이 노닐던 하늘 위 

무릉도원 장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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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으로 떠난 장가계 여행은 1,200km의 거리를 자동차를 이동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아바타 촬영지로 유명한 장가계는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움으로 가득했고, 절벽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와 문산길, 귀곡잔도에서는 중국인들의 도전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황룡동굴은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규모에 깜짝 놀랐다. 대자연의 엄청난 서사시를 보면서 자연스레 힐링되는 느낌이 들었다. 


안개처럼 시야를 가리던 구름이 걷히면서 마술처럼 눈앞에 수십 개의 봉우리가 나타났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와~”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무릉도원의 세계가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무리 자연의 조화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이런 기묘한 풍광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물주의 솜씨가 분명 하다. 장가계(张家界)의 첫 인상은 하늘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이 라고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즉흥적으로 시작된 장가계 여행

장가계 방문은 아주 우연하게 시작되었다. 광저우 출장을 마치고 이우에 돌아오자마자 가방공장을 하는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국에서 바이어가 와 있으니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는 소식이었다. 이우의 지인들과는 자주 모여 식사를 하는 편이다. 흥겨운 식사 시간이 무르 익어갈 무렵 선배가 내일 장가계를 가는데 같이 가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이미 선배 일행은 비행기 표를 예매해 놓은 상태였다. 난출장 때문에 일주일이상 사무실을 비웠고 또 밀린 일도 있고 해서 그 리 내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장가계는 꼭 가고 싶었던 곳이라 마음이 동한 것은 사실이다. 선뜻 결정을 못하니 선배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우리가 일정을 하루 늦출 테니 기왕이면 모두 자동차로 가는 게 어떨 까?"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엉뚱한 제안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아,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하며 반색을 하는 게 아닌가.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던 나는 자동으로 끌려 들어가는 꼴이 됐다. 자신들의 비행기 표까지 취소하며 같이 가자고 하는데 도저히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장가계까지 자동차를 타고 가기로 결정이 났다. 이우에서 장가계까지 무려 1,200km가 넘는 거리다. 그런데도 걱정보다 재미있는 여행이 될 거라는 발칙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중국이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자동차로 가기로 결정한 날에 영국 바이어인 마이클 램버트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토요일 저녁에 상하이를 거쳐 이우로 오겠다는 소식이 었다. 우리 일행은 이미 예매했던 장가계 행 비행기 표를 모두 취소를 했으니 내가 가지 않겠다고 하면 모두들 오도 가도 못할 처지다. 그래서 이렇게 답신을 보냈다. 난 장가계를 가니 네 일정을 변경해라, 아니 면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잠시 후 답이 왔다. “걱정하지 마라, 네가 없다고 일을 못하는 게 아니니까. 직원하고 공장에 다닐 테니 걱정 말고 잘 다녀와라”하고. 영국 신사다운 매너다.


1,200km를 자동차로 이동하다

금요일 오후 평소보다 일을 일찍 끝내고 이우를 출발했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반이 조금 넘었다. 장가계는 후난성(湖南省: 호남성) 창사(长沙: 장사)에서도 300km 가량 떨어져 있다. 후난성을 가기 위해 서는 저장성(浙江省: 절강성)과 장시성(江西省: 강서성)을 지나야 한다. 고속도로에 오르니 왕복 4차선인데도 제한속도가 시속 120k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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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 역. 창사에서 장가계까지 기차로 4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전에는 시속 100km였는데 오히려 높였으니 중국은 안전보다는 속도를 중시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인상이다. 대신 졸음운전을 하기 쉬운 새벽 2시부터 5시까지 고속버스의 운행을 금지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서 장거리를 달리는 고속버스와 화물차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대형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런 차는 한번 사고가 나면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치는 대형 참사를 불러왔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안개가 끼면 고속도로 진입을 아예 막는다는 사실이다. 중국 운전자들은 안갯속에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도 중국 진출 초창기에 안갯속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아픈 추억이 있다. 새벽에 들린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운행을 멈추고 서 있는 많은 고속버스를 볼 수 있었다.


1천km가 훨씬 넘는 긴 구간이지만 세 명이 교대로 운전을 하니 그리 힘들지 않았다. 한명은 운전을 하고 다른 한명은 옆에서 말을 걸어주고 나머지 한명은 잠을 자면서 구간을 분배했다. 가장 참기 어려운 시간이 새벽 2~3시 경이었다. 몰려오는 잠을 참기 어려울 때에는 휴게 소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를 반복했다. 중국의 고속도로 통행료는 꽤나 비싸며 성을 지날 때마다 계산을 해야 한다.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갈 때와 올 때의 금액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우에서 항저우를 갈때에는 70위엔인데 항저우에서 이우로 돌아올 때에는 75위엔이다. 같은 톨게이트를 이용하는데 이런 요금인 것이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렇지만 중국 운전자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새벽 5시경 동이 트기 시작한다. 정말 오랜만에 밤새도록 운전을 했다.


18개의 소수 민족이 사는 오지

아침 7시 30분경 드디어 장가계에 도착을 했다. 이우를 출발한 지 꼭 15시간 만이다. 출발할 때 기세등등하던 우리 일행의 몰골은 패잔병이나 다름없었다. 이곳에서 가이드를 만나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아침 식사를 했다. 한국인이 많이 묵는다는 호텔이었지만 음식 맛은 형편 없었다. 그런데 장가계는 어딜 가나 음식 맛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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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는 연간 1천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모여든다. 어딜가나 인산인해다 


내륙에 위치하고 있지만 산세가 워낙 험하고 외진 곳이라 먹을 것이 풍족하지 못하 다. 이런 열악한 환경 때문에 이곳의 토가족(土家族)은 예전에는 산적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래선지 소수민족 중에서도 거칠 기로 소문이 나 있다. 중국 공산당이 1949년 국민당을 물리치고 중화 인민공화국을 세웠지만 장가계를 접수하기까지는 몇 년의 세월이 더필요했다. 워낙 외진 곳인데다 총으로 무장한 토가족이 정규군과 맞서 싸웠기 때문이다. 이곳 장가계에는 토가족을 포함해 총 18개의 소수 민족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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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는 토가족의 터전이다. 토가족은 체구가 작은 편이다 


중국 소수민족은 대부분 변방의 오지에 사는데 후난성 장가계에 이렇게 많은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곳이 외부와 단절되어 있다는 뜻이다. 지금이야 경제발전을 통해 먹고 살만하지만 20여 년 전에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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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53만의 장가계에는 대학이 있다 


장가계는 1년에 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중국 최고의 관광지이 다. 장가계는 천문산과 무릉원 그리고 황룡동굴과 유리다리가 있는 대협곡으로 구분된다. 이곳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도 연간 50만 명 이상이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여행지가 바로 장가계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제일 먼저 텐먼산(天门山: 천문산)에 오르기로 했다.


오르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장가계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천문산 정상에 오른 후 내려올 때는 에스컬레이터와 버스를 이용하는 A 코스와 이를 반대로 이용하는 B 코스가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A 코스를 이용하지만 우리는 B 코스를 택하기로 했다. 첫 관문부터 모험이 가득한 천문산 코스다. 가파른 산위를 오르는 버스는 마치 산악 랠리 코스를 달리는 듯하다. 버스 운전기사가 특별한 훈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험악한 산을 거침없이 달리는 모습은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아래로 보이는 길은 천길 낭떨어지다. 만약 조금만 길을 이탈하면 뼈를 추리기도 어려울 것 같아 등골이 오싹해진다. 가이드의 말을 빌면 장가계 길을 내기 위해 사형수 4천명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사를 하다 죽은 이가 3천명이 넘는다니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공사였 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지만 공사를 무사히 끝내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 기회였으니 죽을 각오로 공사에 임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떨어져 죽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장가계의 지형은 인간에게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았다. 여기에 길을 낸다는 것은 중국이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걸어 다니는 천문산 길의 대부분이 절벽 위에 만들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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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산을 오르는 도로. 조금만 실수하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도로다


모험가들의 핫플레이스, 천문동

산 중턱에 오르니 산봉우리 가운데가 뚫린 천문동(天门洞)이 나타난 다. 이곳의 지형은 수억 년 전에 바닷물 속에 가라 앉아 있다가 지각 변동으로 외부로 유출되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동안 비바람과 풍화작용 으로 기기묘묘한 모양의 산악지형을 만들어 냈는데 천문동은 그 중에 서도 가장 웅장하다. 양쪽 봉우리를 두고 가운데가 뚫려 있는 형태로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믿기 어렵다. 천문동은 높이가 131.6m, 폭이 60m, 깊이가 50m에 이른다. 몇 년 전 러시아인 파일럿이 비행기를 몰고 이곳을 통과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요즘에는 윙슈트를 입고 이곳을 통과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니 천문동은 이래 저래 모험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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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산을 오르는 케이블 카. 그림처럼 솟은 봉우리 사이로 케이블카가 지나 다닌다


장가계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맑은 날씨이지만 고도가 높아선지 계속 구름이 산을 타고 올라온다. 마치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것 같다. 그러다가 구름이 걷히면 어느 틈에 우리가 절벽 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오늘만큼은 우리가 구름 위를 떠다니는 신선이리라. 이곳의 잔도는 강심장을 시험하 기에 알맞은 곳이다. 절벽을 끼고 길을 낸 중국인들의 건축술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잔도는 하늘 위에 낸 길이다. 무너져 내리면 속절없이 수 백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형태를 알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것은 귀곡잔도인데, 오죽하면 귀신도 놀라서 도망갔다고 하지 않는가? 잔도 위에 서면 공포가 밀려오지만 한편으로는 자동적으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절벽에다 잔도를 건설한 것도 대단하지만 한 술 더 떠서 유리 잔도를 만든 상상력은 감탄사만으로는 부족하다. 까마득한 산아래를 내려다보며 유리 잔도를 걷노라면 절로 다리가 후들거린 다. 세상사는 것이 너무 따분한 사람이라면 천문산의 유리 잔도를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극도의 공포심 때문에 건너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때론 소리를 지르며 엉금엉금 기어서 가기도 한다. 일부는 울음을 터트리거나 다른 일부는 아예 유리 잔도를 피해 안쪽의 흙이 있는 부분만 밟고 가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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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동은 높이 131.6m, 폭 60m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다 


장가계의 진면목 볼 수 있는 무릉원

중국 전역에 있는 유명 관광지 입장료는 대부분 비싼 편이다. 장가 계도 가는 곳마다 내야 하는 입장료와 모든 시설의 이용료를 감안 하면 우리 돈으로 20만 원 이상이 든다. 중국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서민들은 큰맘을 먹지 않으면 선뜻 방문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첫째 날은 천문산을 둘러보고 저녁에는 토가족 연인들의 전설적인 사랑 이야기를 극화한 공연을 봤다. 가이드가 꼭 봐야 한다고 했지만 그리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천문산에 사는 천년 묵은 여우가 사람들이 사는 사회를 동경하게 되는데, 우연한 기회에 여우 사냥꾼 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준 토가족 청년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다. 천년이 된 여우는 사람으로도 둔갑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만년을 기다린 끝에 토가족 청년과 여우가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야외에 설치된 공연장은 웅장하기도 하지만 6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출연진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 다. 인해전술 수준이다. 관객도 많았는데 특히 한국 관광객은 거의다 모인 것으로 보였다. 역시 이것을 관람하려면 260위엔(4만4천 원)이나 지출해야 한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사회주의 국가라고 강조를 하지만 모든 것이 상업화된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 라는 점이다. 입장료가 비싸다고 해도 연일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 다. 비단 장사 왕서방의 명성은 여기에서도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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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뚫어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었다 


장가계는 연중 200일이 넘게 비가 내리거나 구름이 낀다. 그래서 장가계를 여러 번 여행하고도 궂은 날씨 때문에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날씨의 특성 때문에 봄과 여름, 겨울 3계절만이 존재한다. 


장가계의 진면목은 무릉원(武陵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릉원은 원가계(袁家界), 양가계(杨家界), 삼림공원(森林公园)으로 구성된다. 무릉원은 가는 곳마다 기암절 벽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줄지어 서있다. 처음에는 이런 모습의 산들을 보고 자동적으로 탄성을 지르게 된다. 그렇지만 워낙 이런 풍경이 많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무덤덤해진다. 과장 좋아하는 중국인 들은 장가계의 멋진 봉우리가 12만개라고 주장을 한다. 


그러나 실제 로는 약 5만개의 봉우리가 있다. 우리의 금강산이 1만2천봉이라고 하는데 장가계는 여기에 열배나 되는 12만개라고 자랑을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크고 깊은 산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계곡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물안개와 구름이 드리워진 신비스런 계곡은 오래전 신선들의 터전이 아니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만든 다. 


도연명이 말한 무릉도원이 세상이 있다면 바로 여기가 아닐까. 계곡 사이로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수억 년간 대를 이어 빽빽 하게 산을 채워온 거목들은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장가계는 1982년 중국 최초의 국가 삼림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92년에는 유네스코에도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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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인 토가족의 삶은 처절했다. 오래전에는 산적활동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아바타 촬영지로 세계적으로도 인기

잘 알다시피 장가계는 아바타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바로 원가계가 영화 속 나비 행성의 신비스런 모습들이 잘 표현된 곳이다. 아바타로 인해 장가계의 웅장하고 비밀스런 속살이 벗겨졌다. 그래서 전 세계인이 찾는 관광의 명소가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볼 수 있는 장가계의 비경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에 알려진 부분보다 더 많은 비경이 우리는 들어갈 수 없는 안쪽에 숨겨져 있다. 원가계의 결정판은 하늘 위의 다리라는 천하제일교(天下第一桥)다. 천문산의 천문동과 비슷하게 가운데가 뚫어진 암석위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다리가 하늘에 떠있는 형태다. 그 다리 위로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 바로 하늘에 나있는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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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협곡의 절벽에 건설된 엘리베이터 


장가계는 가는 곳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고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이곳에서 인간의 존재는 하잘 것 없다는 생각만 든다. 그렇지만 원가계 최고의 장소는 천하제일교에서 미혼대(迷魂台)에 이르는 절벽 군이다. 그야말로 사진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그대로 재현된다. 사진에 서는 누군가 연출한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기기묘묘한 형태였다. 그 그림들이 바로 우리 눈앞에 펼쳐지니 이걸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말문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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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 굽이 산을 따라 만들어진 잔도를 걷다보면 무감각해 진다


장가계를 둘러보면서 중국인의 생각은 서양인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이나 유럽은 산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원칙 으로 하지만 중국은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과감하게 개발을 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천문산에 오르는 도로는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도저히 인간이 만들었다고는 믿기 어려운 길이다. 또한 7km가 넘는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암벽을 뚫어 60m짜리 에스컬레이터를 12

개나 설치한 데서 중국인의 무모함이 보인다. 


원가계의 절벽에다 높이 335m에 이르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으니 가히 중국인들의 상상력이 대단하다. 장가계는 한마디로 천혜의 풍광과 중국인의 모험심이 함께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만약 중국이 아니었다면 우리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특히 절벽을 돌아가면서 만든 잔도는 과연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절벽 위에 길을 내겠다는 구상을 한 것도 대단하지만 이를 실현한 집념도 대단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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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의 전망대. 이곳에 서면 세상이 발아래 있는 듯 하다. 바닥은 유리다 


KFC를 반기게 되는 현지 음식 수준

장가계에서 먹은 토가족의 음식은 정말 맛이 없었다. 아침 7시에 허접한 식사를 하고 나왔기 때문에 12시가 되기도 전에 배가 고팠다. 그래서 기회가 나는 대로 휴게소에 들러 이것저것 먹어봤다. 그러나 모든 음식이 기대 이하였다. 중국 음식에 익숙한 나도 먹기가 불편했으니 한국에서 온 김사장 부부는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늦은 점심을 양가계에 있는 KFC에서 먹기로 하자 모두들 너무 기뻐하는 눈치다. 


해발 1천m가 넘는 산악 지역에 맥도날드와 KFC가 장사를 하고 있다. 양가계에서 먹은 KFC 닭고기 버거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그동안 출장 중에 가끔 들리던 KFC지만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장가계에서 식사다운 식사를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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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계에는 많은 원숭이가 살고 있다 


양가계에서 많은 원숭이들과 마주쳤다. 관광객들의 음식이나 가방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대단히 귀찮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뿌리치면 대들기도 한다. 순식간에 접근해서 사람들의 물건을 채가기 때문에 핸드폰은 주머니 깊숙이 넣었다. 그 안에 모든 정보가 들어있어 혹시라도 잃어버리면 낭패다. 지난번 하이난도에 들렸다가 날치기 당한후 맨붕에 빠진 적이 있어 그런 걱정이 앞서는 것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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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다리를 찾는 사람들은 별별 방법을 동원해서 연출 사진을 찍는다 


황룡동굴(黄龙洞)은 기대이상이었다. 처음에 굴을 간다고 했을 때 막연히 우리나라 제주도의 만장굴 정도를 상상했다. 그래서 별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멀리까지 와서 굴이나 봐야 하나 하는 실망감도 들었다. 그렇지만 일행들과 함께 움직여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끌려갔다. 굴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별로 흥미가 끌리는 곳이 아니었 다. 그런데 막상 입장하고 보니 배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할 만큼 엄청난 규모였다. 그동안 내가 돌아봤던 어떤 동굴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황룡동굴은 석회암으로 구성된 카스트 지형으로 길이가 약 10km에 이르고 수직고도가 160m나 되는 4층 구조다. 굴 안에서 수억 년에 걸쳐 형성된 수많은 종유석은 크기도 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종유석은 1cm 자라는 데 백년 이상이 걸린다고 하는데 가장 큰 정해신침(定海神针)이라는 종유석은 19.2m나 되니 이런 굴이 형성되기까지에는 억겁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나라가 크니 모든 것이 큰 모양이다. 굴 안으로 난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무척 심하다. 크기도 크기지만 구조가 복잡해서 출구를 찾는 것도 간단하지가 않다. 만약 안내원이 없다면 굴 안에서 미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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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계 


유리다리에서 공포 체험

장가계의 마지막 코스는 유리다리다. 안전을 위해 하루에 8천 명으로 입장인원을 제한한다. 입장을 하기 전에 철저하게 소지품 검사를 하는데, 사진기를 가지고 입장할 수 없다. 바닥에 설치된 유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유리다리는 대협곡 사이에 건설된 430m 길이의 현수교다. 바닥에 99개의 투명한 유리를 설치해서 밑을 내려다 볼수 있도록 해놓았다. 높이는 300m에 달하기 때문에 밑을 내려 다보면 아찔해진다. 특히 약간의 신축성이 있는 유리는 걸을 때출렁이는 느낌이 있어 공포심이 극에 달한다. 한때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자들을 모아 놓고 도끼로 유리를 내려치는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다리 위에는 각종 포즈로 멋진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놓여진 유리다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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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동굴에는 기기묘묘한 형상을 한 종유석들이 서로 키재기를 하고 있다 


유리다리를 건너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협곡으로 내려온다. 이곳에도 원가계와 마찬가지로 절벽에다 엘리베이터를 만들어 놓았다. 가는 곳마다 감탄하게 되는 장가계다. 험한 산세 때문에 웅장한 협곡이 자연적으로 생겨났고, 긴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폭포와 동굴을 자연스레 만난다. 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 다. 계곡의 끝에는 물을 막아 놓은 커다란 저수지가 있다. 이곳을 배를 타고 건너면 장가계의 긴 여정이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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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협곡 사이에 놓여진 유리다리는 안전을 위해 입장객을 제한한다 


3일 간의 여정을 끝내고 이우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한국 에서 온 김사장 부부는 장가계에서 바로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간다. 장가계에서 이우까지는 나와 가방 공장을 하는 선배가 운전해야 하는데 이분이 백내장 증세가 있어 야간 운전은 거의 불가능하다. 선배는 밤이 깊어지기 전까지만 운전을 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1,200km가 넘는 구간의 야간 운전을 맡아야 하는 처지다. 


올 때에는 신비로운 장가계를 봐야겠다는 들뜬 마음이었지만 갈 때에는 지루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1992년 록스타를 타고 호주를 한 바퀴 돌때에는 하루에 2천km를 운전한 적도 있지만 그 때는 30 대의 혈기 넘치는 청춘이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저녁은 장가계에서 산 빵과 커피로 해결하고 밤새도록 운전을 했다. 연일 장가계의 비경을 누볐으니 피곤하지 않을 리없다. 새벽 2시가 넘으니 졸음이 정신없이 몰려온다. 여행은 안전이 제일이다. 아무리 즐거운 여행도 다치거나 사고가 나면 안 가는 것만 못하다.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잠깐 눈을 붙였다. 차에서 자는 둥 마는 둥을 반복하며 밤새 차를 몰아 이우에 도착하니 오전 9시 반이다. 장가계를 출발한 지 꼭 17시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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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의 명물로 불리는 대협곡 사이 유리다리


이제와 돌이켜 생각하니 실로 엄청난 경험이다. 왕복 2,500km나 되는 먼 길을 자동차로 다녀오겠다는 황당한 발상을 현실로 옮겼다는 생각에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더불어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장가계의 비경은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오늘 저녁은 영국에서 온 마이클 램버트에게 근사한 식사를 대접해야 한다. 그리고 장가계에 대한 무용담을 늘어놓아야겠다.


글, 사진 양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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