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차가 갖고 싶어요
2018-05-15  |   52,950 읽음

가스차가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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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국가 유공자도 아닌 일반인이 LPG 자동차를 구매하는 방법.



장거리 출퇴근을 하게 되자 LPG 자동차가 눈에 들어왔다. 하이브리드는 비싸고 디젤은 불쾌한 진동이 싫어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경유차의 1.1% 수준이라니, 경제적인데다 깨끗해 완전히 ‘꿩 먹고 알 먹고’가 아닌가. 그러나 아무나 살 순 없다. 아직까진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가 아니면 영업용으로만 LPG를 쓸 수 있었다. 다행히 요즘엔 LPG 차의 친환경성이 주목받아 정부가 걸어두었던 빗장을 풀고 있는 추세. 조금 숨통이 트인 일반인의 가스차 구매 방법을 살펴봤다.


빌려 타다 5년 뒤엔 내차로

우선 LPG 세단을 새 차로 손에 넣는 유일한 방법이다. 장기 렌트로 차를 뽑아 5년 후 인수하면 어떤 LPG 차든 상관없이 내 차로 만들 수 있다. 법적으로 5년간은 남의 차이긴 하지만 사실상 처음부터 내가 고른 내 차인 셈. 지난해 관련법이 영업용 LPG 차도 5년 후엔 일반인 이전이 가능하도록 바뀐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그렇다면 장기 렌트를 당장 이용해야하지 않을까? 요새 TV 광고도 활발하던데 말이다. 그러나 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장기 렌트는 차를 편하게 사는 가장 비싼 방법이라는 걸 잊어선 안된다. 업계 1, 2위 렌터카 업체에서 가장 저렴하게 5년간 렌트 견적을 받아본 결과, 3,008만원짜리 그랜저 모던 LPG(파노라마 선루프, 흰색) 총 구매가는 약 4,208만원(보증금 90%). 일반 신차보다 무려 1,200만원가량을 더 내야 한다. 그랜저 2.4 가솔린 모던과 비교해, 5년간 아끼는 유류비 약 221만원(연간 15,000km 주행, 4월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기준), 세금 절감 약 505만원(취등록세, 5년간 자동차세 포함), 217만원 저렴한 찻값(파노라마 선루프, 흰색), 그리고 보험료까지 계산하면 대충 비슷하거나 렌터카가 조금 더 비싸다. 돈을 아끼기 위해 LPG 차를 고려했던 이유가 무색해지는 셈이다. 주행거리가 정말 많거나 차를 오랫동안 간직할 거라면 렌터카 이용이 매력적이겠지만 적당히 타고 팔겠다면 오히려 일반 가솔린차가 속 편한 선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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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IG)를 바탕으로 3.0L LPi 장기 렌트와 2.4 가솔린 일반 구입을 비교해보니, 5년간 세금과 보험료, 유류비 등을 감안하면 거기서 거기였다.


5인승 RV도 OK!

세단이 아니라면 LPG 차 구입은 비교적 자유롭다. 원래 1,000cc 미만 경차나 7인승 이상 RV(미니밴, SUV와 같은 레저용 자동차)만 일반인에게 LPG가 허용됐으나 지난해 10월 법 개정으로 5인승 LPG RV도 누구나 살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카렌스의 구색 맞추기용 3열 시트는 2008년 세제 혜택이 사라진 이후 더더욱 쓸모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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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부터 5인승 RV도 LPG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카렌스의 3열 시트는 더욱 쓸모없게 됐다

하지만 아직 국산차 업계가 신차를 내놓지 않아 실제 혜택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LPG 5인승 RV는 하나도 없고 7인승도 카렌스와 올란도가 전부다. LPG 경차 또한 쉐보레가 발을 빼, 모닝과 레이만 남았다. 다만 법이 바뀐 지 얼마 안 된 만큼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미 르노삼성차가 QM6 LPG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스토닉 같은 가벼운 SUV에 LPG 엔진을 얹는다면 경쟁력이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젤 SUV의 경제성이 필요하지만 가솔린의 정숙성도 부러워 고민 중이라면 조금만 더 기다려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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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차가 QM6 LPG 모델을 준비 중이다

새 차가 아니어도 좋다면

어쩌면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다. 5년만 기다렸다가 차를 사면, 렌터카 회사 돈 벌어줄 필요도 없을뿐더러 5년간 낮아진 가격으로 모든 종류의 LPG 자동차를 마음껏 고를 수 있다. 가장 최신 중고차를 사도 5년이면 세대교체가 임박해 신차 기분은 느낄 수 없겠지만 말이다.

5년이나 지난 만큼 중고 LPG 차는 신중해야 한다. 기름값이 가솔린의 절반이라 비교적 누적 주행거리가 긴 경우가 허다하고, 지난해 5년 된 영업용 차도 일반 판매가 허용돼 렌터카 또는 택시 이력이 있는지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잘못하면 저렴한 가격만 보고 덜컥 구매했다가 수리비로 더 큰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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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LPG 차는 연료통 상태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은 SM7 도넛 탱크

참고로 5년 된 중고차를 가져와서 LPG로 개조하겠다는 허무맹랑한 상상은 접는 게 좋다. 처음부터 LPG였던 차를 5년 후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지, 차령이 5년 됐다고 LPG로 바꾸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5년이 훨씬 넘은 차도 (장애인이나 국가 유공자가) LPG 개조 후 5년이 채 되지 않았다면 일반인 매매가 불가하다. 

한편, 앞으로는 5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지난 1월 바른미래당(당시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이 3년 된 LPG 중고차도 일반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3년 밖에 안 된 비교적 쌩쌩한 LPG 차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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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5년 된 영업용 LPG 차도 일반 판매가 가능해졌다



글 | 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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