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종 대형 면허 취득기 이니셜B - (中)
2018-10-05  |   2,112 읽음

1종 대형 면허 취득기

이니셜B - (中)


f027cdbd6f5847892bd47b64f85784bd_1538712020_5501.jpg

요즘도 그런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기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적엔 의무적으로 지능 검사를 하곤 했다. 10여 년 남짓한 인생을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며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 그럴 뿐’이라 자위하던 차에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위기에 처하고 만 거다. 불안한 마음으로 검사를 치르고 나서 며칠 후, 결과가 적힌 종이를 받아들었다. 예상대로였다. 검사 항목 대부분이 ‘보통’이란 결과를 보이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위안거리가 있다면, 공간지각능력 항목만큼은 ‘상(上)’이 찍혔다는 사실이다.

난데없이 강사님이 오른팔을 붙잡은 것 역시 다 이런 이유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20여 년 전 아이큐 테스트에서 입증된 남다른 클래스의 공간지각능력이 빛을 발한 것. 빠른 코스 이해와 자신감 넘치는 드라이빙(?)에 예정보다 이른 타이밍에 심심한 코스를 벗어나 장내 도로 주행 코스로 접어들 수 있었다.


f027cdbd6f5847892bd47b64f85784bd_1538712033_6709.jpg
처음 학원을 찾았을 때보다는 다소 선선하고 청량한 하늘이 반겨준다. 물론 진행 상황은 날씨와 정반대로 흘렀다


도로 위 무면허 버스 드라이버

생각보다 도로 주행은 기능 코스보다 수월했다. 무면허였다면 낯설었을 장내 가짜 도로는 그간의 운전경력 때문인지 마치 제2의 집처럼 느껴질 정도로 익숙한 곳이었다. 다소 타이트하게 느껴지며 공식을 따라야 하는 기능 코스보다는, 감에 의존한 운전으로도 충분히 공략이 가능했다. 물론, 1종 보통 면허를 딸 때처럼 주의를 기울여야 할 구간도 존재했다. 경사로 정차 후 출발과 변속 구간이다. 언덕길에서는 첫 시도에서만 엔진을 꺼뜨린 것 빼고는 능숙하게 반클러치와 악셀링을 해냈다. 좀 더 과감하게 페달에서 발을 뗀다면 멋져 보이겠지만, 지금 여기서 중요한 건 멋이 아니다. 1종 보통을 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는 것도 무시해야 한다. 추억에 젖을 새 없이 곧바로 코스 진입과 무시무시한 철길 건널목 정차 구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f027cdbd6f5847892bd47b64f85784bd_1538712086_4554.jpg
1종 보통을 딸 때보다는 쉽게 적응한 경사로 정차 코스


여기에선 최대한 정지선과 거리를 좁혀 멈추는 스킬이 요구된다. 철길을 건너고 나면 변속 구간이 이어진다. 취재에 앞서 알아본 바로는 일부 운전면허학원에서 이 구간을 변속 없이 그냥 통과하도록 가르친다고. 고난이도에 속하지만 탈락 수준의 감점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서울자동차운전학원은? 그런 치트키 따위는 알려주지 않았다. 기자가 취재차 면허를 따러 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FM대로 가르치기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믿음이 가는 부분이다. 그리고 사실 코스 전체에서 가장 신경 쓸 부분이 많은 구간인 만큼 무료(?)하지 않게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f027cdbd6f5847892bd47b64f85784bd_1538712109_0746.jpg
눈치게임이 필요한 교차로 코스


한편, 매너 운전은 면허시험장에서도 존재했다. 들숨과 날숨의 한 사이클이 끝나기도 전에 신호가 바뀌고 마는 주행시험장 내 신호 체계에서는 배려하는 운전 문화가 싹트고 있었던 것. 물론 상황을 봐가면서이지만, 상대적으로 큰 차를 몰고 있는 만큼 반대 차선에서 차가 오고 있다면 속도를 줄이거나 멈춰 서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스레 상대편 운전자와 눈인사 
도는 주고받게 된다. 행여 있을지 모를 접촉사고를 대비, 자기부담금 지출 우려도 없애고 괜찮은 이성이라면 나중에 대기실에서 구면(?)으로 마주칠 기회도 마련해볼 수 있는 것. 이렇게 매너 운전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니 우리 모두 일단 매너 운전을 실천하고 볼 일이다.


폴투윈으로 가는 길

그렇게 기분 좋게 연습주행을 마치고 나서 20일 가까이 통으로 쉬고 말았다. 시승기 촬영과 잡지 마감 기간이 겹친 탓이다. 그 바람에 불과 서너 시간의 연습 주행만으로도 한창 물올랐던 감각은 처음 운전석에 앉았던 한 달 전처럼 온데간데없어지고 말았다. 운전대를 풀로 감아야 할 상황에서 한 바퀴 반만 감다가 혼나고 코너를 돌다가 경계석과 바퀴가 ‘스치듯 안녕’을 부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를 보다 못한 강사님은 불안하셨던지 본인이 운전대를 잡고야 말았다. 


f027cdbd6f5847892bd47b64f85784bd_1538712206_0289.jpg
f027cdbd6f5847892bd47b64f85784bd_1538712206_1137.jpg
처참한 수준으로 되돌아간 운전 실력을 보다 못한 기사님이 운전대를 빼앗아 시범 주행을 보이고 있다


부끄러운 마음과 속상한 마음이 교차했다. 그렇지만 연습이 부족하면 제 아무리 루이스 해밀턴이라도 폴 포지션에서 밀려나기 마련. 그만큼 폴투윈(Pole to win)의 위업을 달성하는 건 챔피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스스로조차 이건 아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운전 감도가 떨어진 건 달라진 연습차량도 한몫했다. 자동차처럼 버스 역시 차종마다 약간씩 다른 부분이 있다. 시트 포지션이라든지 운전대와 시트 사이의 거리, 사이드 브레이크 조작법, 기어 변속 조작감 등이 그렇다. 페달을 밟을 때 미세한 압력 차이까지도. 다행히 절치부심하고 온 감각을 쏟아 부은 결과, 5교시가 끝나갈 무렵엔 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f027cdbd6f5847892bd47b64f85784bd_1538712238_1688.jpg
32번 버스에서 33번 버스로 바뀌자 새로운 감각에 익숙해져야 했다


긴장,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사달은 인스트럭터와 함께 하는 마지막 시간에 벌어지고 말았다(7교시부터는 홀로 탑승해 연습 주행을 한다). 기어 변속 구간에서는 변속 후 가속이라는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 구간에서 기자는 이제 슬슬 클러치를 밟고 3단에 기어를 넣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강사님의 “스답”이란 나지막한 외침이 또렷하게 들렸다. ‘3단 가속 구간에서 웬 정지?’란 의문이 0.5초 동안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하라는 대로 하면 적어도 욕먹을 일은 없겠단 생각에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다음은 이후의 대화(멍청 돋음 주의).

강사님: “아니, 잘 가고 있다가 왜 멈춰요?”

기자: “네? 스답하라고, 그러니까 멈추라고 하시지 않았어요?”

강사님: “아니... 스답이 아니라 3단 넣으라는 얘기였죠.”

기자: “아...”

이상이 허망한 대화의 끝이다. 3단이 스답으로 들린 기자는 결국 장내 기능시험의 하이라이트랄 수 있는 변속 및 가감속 구간 연습 기회를 스스로 날리고 말았다. 필요 이상의 긴장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왜 이런 불필요한 경험은 수십 번을 깨달아도 되풀이하게 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과연 무사히 면허를 딸 수 있을까? (下편에서 계속...)



글, 사진 김민겸 기자

촬영 협조 서울자동차운전전문학원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