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전 스페인 랠리 세바스티앙 로브, 노장의 빛나는 질주
2018-12-07  |   1,515 읽음

제12전 스페인 랠리

세바스티앙 로브, 노장의 빛나는 질주

 

스페인 랠리에서 1년 만에 엔트리한 백전노장 로브가 개인 통산 79번째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챔피언십 포인트에서는 오지에가 누빌을 제쳤지만 둘의 점수 차이는 불과 3점. 최종전 호주에서 모든 것이 판가름 난다.


10월 25일 목요일 시작된 스페인 랠리(Rally de Espana)는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챔피언십 쟁탈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경기. 시리즈 유일의 복합노면으로 매끈한 아스팔트길과 중속의 비포장도로가 뒤섞여 있어 머신 세팅뿐 아니라 운전 스타일도 재빠른 전환이 요구된다. 게다가 서킷에 가까운 타막 구간에서는 타이어 마모와 온도까지 신경 쓰지 않으면 안된다. 올해는 바르셀로나 시내 스테이지(SS1)가 부활해 시선을 끌었다. 시내 궁정 앞 언덕은 1992년 올림픽에서 황영조가 질주했던 바로 그 ‘몬주익’ 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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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 블록이 4년 만에 WRC에 모습을 보였다


올해의 스페인 랠리는 유독 눈에 띄는 참가자들이 있었다. 패션 사업가이자 유튜버로 유명한 미국인 캔 블록이 오랜만에 WRC에 엔트리 했다. 지금까지 풀 시즌 출장은 없었지만 2010, 2011년 시즌에 절반 가까이 참가했고, 2014년 스페인에 스폿 참전한 이후 4년 만의 등장이다. 또 한 명은 랠리계의 살아있는 전설, 세바스티앙 로브다. 2012년 9번째 챔피언을 차지한 후 은퇴한 로브는 FIA GT와 WTCC, 다카르, 월드 랠리크로스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해 왔다. 올해는 멕시코와 프랑스에 이은 3번째 엔트리. 시트로엥 워크스팀 드라이버로 참가했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2003년 WRC 챔피언이었던 페터 솔베르그도 폭스바겐 신형 폴로 R5로 등장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2012년 은퇴 후 무려 6년 만의 복귀로 WRC2 클래스에 엔트리했다.


시내 도로를 막아서 만든 3.2km짜리 SS1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오지에가 선두에 올랐다. 잠정 선두였던 타나크에 무려 4.2초 앞서는 3분 35초 3의 기록이었다. 뒤이어 달린 누빌은 쉐이크다운 테스트 때 전복사고를 당했음에도 완벽하게 회복해 3.7초 차 2위였다. 타나크와 미켈센, 에번스가 그 뒤를 쫓았다. 현대팀 드라이버이자 스페인 출신인 소르도는 7위. 기대를 모았던 로브는 헤어핀에서 엔진이 꺼지는 바람에 선두에 15.9초 떨어진 27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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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스테이지를 공략중인 타나크


26일 금요일 데이2. 이 날은 SS2~SS7의 7개 스테이지 144.88km 구간에서 치러졌다. 오프닝 스테이지를 잡은 것은 타나크. 미끄러지기 쉬운 노면에서 SS5 하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톱3 안에 드는 안정적인 기록으로 종합 선두로 나섰다. 소르도는 SS5에서 톱타임을 기록하더니, SS7에서 에번스의 부진을 틈타 종합 2위로 올라섰다. 2.9초 차이로 에번스가 3위, 언더스티어 문제를 해결한 로브가 불과 0.5초 차 4위까지 부상했고, 라트발라, 미켈센, 오지에, 브린, 누빌, 라피가 뒤를 이었다. 출발 순서 1번인 누빌은 흙길을 청소하느라 좀처럼 페이스를 올릴 수 없었다. 라트발라는 타이어 펑크, 브린과 라피는 스핀으로 시간을 잃었다. 

금요일을 마친 후 75분간의 서비스 타임이 주어졌다. 평소보다 시간이 넉넉한 것은 머신 세팅을 완전히 바꾸어야하기 때문. 토요일과 일요일의 남은 경기는 모두 타막 스테이지에서 진행되므로 서스펜션과 타이어를 온로드용으로 교체했다. 

대회 3일째가 되는 10월 27일 토요일. SS8~SS14의 7개 스테이지는 모두 포장 노면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날은 비가 내려 노면이 미끄러운 데다 간간히 드라이 컨디션이 뒤섞여 드라이버들을 괴롭혔다. 타나크가 소르도에 26.8초 앞서있기는 하지만 2위부터 7위 오지에까지 시차가 불과 12초 남짓에 불과했다.  

오프닝 스테이지인 SS8 사바야는 안전상의 이유로 건너뛰고 SS9 쾨롤에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타나크가 톱타임으로 소르도와의 시차를 32.9초로 벌렸다. 한편 2위 기록의 라트발라가 로브를 제치고 종합 4위로 올라섰다. 그런데 타나크는 SS10에서 타이어가 펑크나 시간을 많이 잃었다. 타나크가 종합 9위로 후퇴하면서 소르도가 선두로 부상했지만 불과 0.3초 뒤에 라트발라가 5위 오지에까지 13.1초 차이 날 뿐이었다. 

오후에 시작된 SS11은 누빌이 잡은 가운데 라트발라가 4위 기록으로 종합 선두로 올라섰다. 비로 흠뻑 젖은 노면에서 노장의 실력이 빛을 발했다. SS12 톱타임에 SS14 3위를 차지한 로브가 2위 오지에에 3.3초 차 종합 3위로 뛰어올랐다. 토요일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라트발라가 선두. 오지에, 로브, 에번스, 누빌, 소르도, 라피, 타나크, 브린, 미켈센 순이었다. 

10월 28일 일요일 데이4. 승패를 가르게 될 최종일은 SS15~SS18의 4개 스테이지 60.8km의 비교적 짧은 거리였지만 선두부터 6위 소르도까지 시차가 16.5초에 불과한 난전 양상. 16.35km의 오프닝 스테이지(SS15)에서 로브가 2위 소르도에 6.1초 앞서는 빛나는 질주로 종합 선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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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그라운드의 소르도가 5위


SS16에서도 여세를 몰아 연속 톱타임. SS17은 오지에가 잡아 3.6초까지 거리를 좁혔지만 역전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최종 SS18 산타마리아에서 타나크가 톱타임. 오지에가 2위였지만 로브가 0.8초 차이로 3위를 기록, 최종 성적에서 오지에를 2.9초 차이로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 스폿 참전했던 개막전 모나코에서의 승리 후 5년 만의 쾌거. 개인통산 우승 횟수가 79회로 늘어났다.  

로브는 “최종 스테이지에서 화면에 나의 이름이 표시되었을 때 믿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출전으로 승리를 잡을 수 있어 정말 기뻤다. 내가 은퇴한 후에도 모두가 열심히 해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 빡빡하게 푸시했다. 금요일 그레이블에서는 옛 감각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어제의 젖은 타막 구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오늘 오전 타이어 선택이 맞아떨어졌다. SS17에서는 약간 실수가 있었지만 그대로 기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내 커리어 중에서도 최고로 멋진 승리라고 할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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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이 로브 덕분에 오랜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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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은 죽지 않는다. 가끔 우승컵을 챙길 뿐이다 


누빌은 0.5초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시상대 등극에 실패했다. 덕분에 챔피언십 2위로 밀렸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한 챔피언 후보. “믿을 수 없을 만큼 격렬한 랠리였다. 마치 선수권 전체를 하나로 응축한 듯했다. 파워 스테이지에서 점수를 챙길 수 없어 아쉽다. 길에 있는 바위를 피하지 못해 리어 타이어와 림이 손상되었다. 포드 세력과의 싸움을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호주에서의 타이틀 경쟁은 드라이버즈와 매뉴팩처러즈 모두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호주에서는 2번째 주행순서로 우승도 했었기 때문에 아직은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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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빌은 0.5초의 벽을 넘지 못하고 4위에 머물렀다 


로브와 비견되는 또 한 명의 챔피언 출신 노장 솔베르그는 폭스바겐 폴로 R5를 몰고 WRC2 클래스에 엔트리 했다. 종합 14위, WRC2 클래스 3위의 성적으로 녹슬지 않은 실력을 증명해 보였다. 

챔피언십 포인트에서는 오지에가 2위 18점, 파워 스테이지 4점을 더한 204점으로 12점(4위) 추가에 그친 누빌(201점)을 제치고 종한 선두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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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에 오른 오지에가 누빌을 제치고 챔피언십 선두가 되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차이가 3점에 불과한 데다 남은 경기가 호주뿐이라 최종전에서 챔피언 타이틀의 향방이 가려지게 된다. 181점의 타나크는 앞선 두 선수가 리타이어한다는 가정하에 실낱같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매뉴팩처러즈 포인트에서는 토요타가 331점으로 선두, 현대(319점)가 2위, 포드(306점)가 3위다. 한 경기에서 거둘 수 있는 매뉴팩처러즈 포인트가 최대 52점이므로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점수 차. 반면 시트로엥(216점)은 꼴찌를 확정했다. 


크리스 미크, 토요타에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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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C 챔피언십 쟁탈전이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던 지난 10. 토요타 가주 레이싱에서 2019년 드라이버 라인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에사페카 라피 대신 크리스 미크의 이름이 새롭게 쓰여 있었다. 토요타는 지난해 WRC에 복귀하면서 야리마티 라트발라, 유호 하니넨, 에사페카 라피 등 핀란드인으로만 드라이버진을 구성했다. 올해는 M-스포트에서 영입한 에스토니아 출신 오트 타나크가 대활약함으로써 챔피언십 쟁탈전에 본격 참전하고 있다. 내년에는 여기에 크리스 미크를 추가해 팀 경쟁력을 더욱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미크는 JWRC 시리즈 3(2005), IRC 챔피언(2009)을 거쳐 2011년 미니팀 소속으로 WRC에 데뷔다. 하지만 풀 시즌 출장은 아니었고 시즌이 끝난 후 곧바로 방출되었다. 이후 시트로엥 워크스팀에 들어간 미크는 2015년 아르헨티나에서 첫 승리를 거둔 후 지금까지 개인통산 5번의 우승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잦은 사고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던 미크는 올해 6전 폴란드에서도 사고로 리타이어했다. 결국 시트로엥은 시즌 도중에 전격 방출을 결정했다.

한동안 자유로운 신분이었던 미크는 내년 토요타로의 활동을 위해 부지런히 준비 중이다. “토요타의 드라이버가 되어 무척이나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3년 전, 토요타로의 이적 가능성에 대해 논의가 있었습니다만 이번에 드디어 일원이 되었습니다. 나의 가장 큰 목표는 스스로 즐기면서도 토요타 챔피언십 우승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16살 때 지역 랠리 선수권에서 형의 코 드라이버로 우승했을 때 탔던 차가 바로 토요타 카롤라입니다. 그런 에피소드나 다양한 인연이 더해져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쁜 마음입니다. 저에게 있어 이 이상의 팀은 없습니다.”라고 기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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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편집장

사진 레드불, 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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