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정신 가득한 이탈리안 컨셉트카를 볼 수 있는 곳 블랙호크 박물관
2019-01-21  |   22,239 읽음

도전 정신 가득한 이탈리안 컨셉트카를 볼 수 있는 곳

블랙호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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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덩어리 넓은 미국은 다양한 자동차 문화가 존재한다. 세계적인 부호부터 자동차 전문 딜러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이 자동차 문화의 축을 이루고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약 1시간. 댄빌에 있는 블랙호크 박물관은 자동차 마니아라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미국 역사는 짧지만 자동차 역사는 종주 지역인 유럽 다음으로 길다. 그만큼 다양한 자동차 문화가 산재해 있으며 지역별 특색도 우리네 생각보다 다양하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자동차 마니아들에겐 천국같은 곳이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조한 기후에 일 년 내내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이곳은 자동차를 즐기기에 최상의 조건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곳은 정말 다양한 차를 도로 위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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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호크 박물관은 자동차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 취재를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제한된 일정에 비해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이동 거리가 길더라도 추리고 추려서 이번이 아니면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차들을 보기 위해 떠난 여행은 댄빌의 블랙호크라는, 이름도 생소한 지역에서 절정에 달했다. 블랙호크는 댄빌 안에 있는 지역 이름. 원래는 골프장이 유명하지만 블랙호크 쇼핑몰이 이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그 블랙호크 쇼핑몰 안에 블랙호크 박물관이 있다. 미국 개척 시대를 주제로 꾸며진 자연사 박물관과 세계적으로 희귀한 차들을 모아 놓은 자동차 박물관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박물관을 기준으로 북쪽 사유지 안에는 이글스네스트라는 별도의 개인 개라지가 있는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방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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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맥퀸의 차로 유명한 1957년식 재규어 XKSS. D 타입을 기반으로 총 25대를 제작하려 했으나 화제로 16대만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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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면적은 생각보다 넓지 않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다양한 자동차를 볼 수 있다


특별한 차를 만날 수 있었던 블랙호크 박물관

2017년 블랙호크 박물관은 개관 25주년을 맞았다. 1982년 사업가 켄 베링과 클래식카 딜러 돈 윌리암스가 설립한 비영리재단에서 운영하는 블랙호크 박물관은 원래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시작했지만 1988년 8월 자동차 박물관이 별도로 설립되면서 매년 다양한 주제로 전시하고 있다. 자연사 박물관은 미국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과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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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3대가 만들어진 애스턴 마틴 스피드 모델 타입 C. C 타입 보디워크로 제작됐으며 총 8대가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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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식 닷지 챌린저 컨버터블. 풍요로운 시절은 나타내는 만큼 출력도 강력하다. 275마력 최고출력을 냈으며 단 66대만 만들어진 컨버터블 중 한 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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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식 페라리  246 GT 디노는 처음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최근에 몸값이 올랐다. 페라리 중 가장 작은 엔진을 품고 있으며 디노는 요절한 엔초 페라리의 아들 애칭이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특별 전시로 알파로메오 컨셉트카 B.A.T. 시리즈가 전시됐는데 이 차들이 한 자리에서 전시되는 일은 무척이나 드문 일이다. 그 외에도 약 40여 대에 이르는 차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다양한 자동차 문화가 공존한다지만 미국 자동차 마니아들의 유럽차 사랑은 조금 특별하다. 일찌감치 미국 시장에 진출해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던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에게 미국은 그야말로 유럽 몇 배 이상의 매출을 올릴 기회의 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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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차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다. 설명 판에는 그런 내용이 자세히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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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식 볼보 P1800 SE는 1800 시리즈의 최종 버전인 스테이션 왜건이다


자동차 회사로서는 규모의 경제로 인한 이득을 취하고, 천편일률적인 대량생산에 지친 소비자에게는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특히 페라리 같은 브랜드는 미국에서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성장했으며 알파로메오와 피아트는 작지만 재미있는 차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유로운 대배기량의 픽업트럭과 핫로드는 미국 자동차 시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지만, 유럽 중소 업체들이 선전하면서 시장을 넓혔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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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부터 총 27대가 제작된 페라리 195 인터 투어링 쿠페. 27대 중 12대는 비냘레, 11대는 기아(GHIA), 3대는 투링, 1대는 모토에서 섀시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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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무렵 등장한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인기가 높다


블랙호크 박물관이 소장한 전시차는 공식적으로 약 90여 대 정도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차나 미국 역사의 중심에 선 차들이 많다. 전시차는 주로 일정 주기로 순회 전시된다. 여기에 특별전시 일정을 잘 맞추면 평생 보기 힘든 진귀한 차를 볼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교육 활동과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물론 자동차에 관련된 것들도 준비되어 있는데, 샌프란시스코와 댄빌, 주변 지역의 자동차 마니아들이 모이는 카즈앤커피, 캘리포니아 클래식카 클럽 모임, 프라이빗 파티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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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닌파리나가 만든 1960년식 페라리 250 GT 카브리올레 시리즈 2. 250 시리즈는 페라리 중 가장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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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차 비중이 높지만 희소가치가 높은 미국차도 늘 한 자리 꿰차고 있다


블랙호크 자동차 박물관 소장품은 재단 대표인 돈 윌리암스가 직접 골랐다. 여기에 그의 주요 고객들이 주문한 차나 개인 소유 차가 돌아가면서 전시되고 유지 보수는 이글스네스트에서 담당한다. 전시된 차들은 모두 달릴 수 있는 상태로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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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로메오 B.A.T. 시리즈 

블랙호크의 간판 역할을 하는 알파로메오 B.A.T. 시리즈는 지난 2005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전시됐다. B.A.T. 시리즈는 실험정신이 가득했던 1950년대 이탈리아 컨셉트카를 완벽하게 복원한 것으로 유명하며, 콩코르소 이탈리아노와 페블비치를 통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공기역학과 항력이 자동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B.A.T. 시리즈는 1953년부터 1955년까지 토리노 모터쇼를 통해 일 년에 한 대씩 공개되었다. 컨셉트카 목표는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가진 차였는데 1950년대에 이미 공기저항계수(Cd) 0.19를 기록했다. 양산차로서는 20세기 말에 와서야 도달한 수치다. 또한 알파로메오와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베르토네가 처음 협업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이 시리즈의 이름인 B.A.T.는 베를리네타 에어로디나미카 테크니카(Berlinetta Aerodinamica Tecnica)의 이니셜로, 공기역학 기술이 적용된 쿠페라는 의미다. 미려한 디자인 아래 섀시는 알파로메오 1900 스프린트를 사용했으며 4기통 90마력 엔진과 5단 변속기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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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5(1953년)

한국 전쟁이 끝날 무렵에 B.A.T. 시리즈 첫 번째로 등장한 B.A.T.5는 알파로메오와 베르토네의 공식적인 첫 작품이다. 데뷔는 1953년 토리노 모터쇼. SF 영화에 나오는 자동차처럼 생긴 B.A.T.5는 등장과 동시에 자동차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누치오 베르토네와 프랑코 스칼리오네의 손에 다듬어진 디자인은 공기역학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앞쪽 형상은 실제 고속에서 공기 흐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했다. 또한 선회할 때 발생하는 저항을 없애고 가능한 적은 양의 와류를 생성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이런 디자인 덕분에 B.A.T.5는 100마력 엔진에도 불구하고 시속 200km를 낼 수 있었다. 공차 중량은 약 1,100kg. 뒷면에는 대형 유리창과 앞쪽에서 흘러온 공기를 자연스럽게 분산시키는 꼬리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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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7(1954년)

두 번째 B.A.T. 시리즈인 B.A.T.7은 195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됐다. 전작보다 더욱 수준 높은 공력 디자인을 위해 베르토네 항공 디자인의 날개 제작 노하우를 활용했다. 뒤쪽 커다란 꼬리 날개가 그 결과물이다. B.A.T.7은 전작보다 앞쪽이 훨씬 낮았으며 헤드램프는 범퍼 안쪽으로 들어갔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배트맨에 등장하는 초창기 배트카의 모습과 비슷하다. 앞 문짝부터 시작되는 커다란 꼬리 날개는 차체의 뒷부분을 부드럽게 감싸 원활한 공기 흐름을 돕는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안으로 말려 들어간 꼬리 날개 끝부분은 현대적인 여객기의 날개와 기본 구조가 같으며 천장 중심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나눠진 뒷 유리창 형상 역시 매우 독특하다. 앞부분에서 흘러들어온 공기는 뒷로 갈수록 양쪽으로 나누어지도록 설계되었는데 이는 주행 중 생기는 와류를 줄이기 위함이다. 공기저항계수는 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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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9(1955년)

B.A.T. 시리즈의 공식적인 마지막 모델. 2008년 B.A.T.11(알파로메오 8C 컴페티치오네 기반)이라는 이름의 베르토네 컨셉트카가 50년 만에 제네바 모터쇼에서 등장했지만 B.A.T. 시리즈의 공식적인 최종 버전은 B.A.T.9이다. 이 차 역시 1955년 토리노 모터쇼를 통해 공개되었는데 전작들에 비해 당시 알파로메오 다운 스타일이 특징이다. 커다란 날개 대신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핀 테일에 가까운 작은 꼬리 날개를 붙였으며, 차체 표면과 전체적인 디자인을 보다 매끄럽고 차분한 선으로 정리했다. 앞부분은 알파로메오 엠블럼과 방패 그릴이 자리 잡는다. 이후 등장하는 대부분의 알파로메오가 이 디자인의 영향을 받았다. 전작들이 미래지향적인 데 반해 마지막 B.A.T.9는 좀 더 양산차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글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류장헌 

현지 코디네이터 Johan Lee(DRIVEN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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