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의 자동차 전문 갤러리, 오토 갤러리아 루체
2019-04-16  |   1,936 읽음

나고야의 자동차 전문 갤러리

오토 갤러리아 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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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도시라 불리는 나고야는 예로부터 자동차 산업과 문화가 발달한 지역이다. 마니아라면 한 번쯤 가봐야 할 토요타 자동차 박물관과 토요타 기술 박물관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대량 생산 시대에 살고 있지만 옛것에 대한 향수는 언제나 있는 법. 다양한 자동차가 공존하는 자동차 전문 갤러리 오토 갤러리아 루체는 꽤나 이색적인 곳이었다. 


처음 이곳을 알게 된 연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몇 년 전 취재를 했던 일본 최초의 F1과 르망 드라이버인 히로시 후시다 선생의 개인 SNS를 보면서 부터다. 현재는 레이싱 섀시 전문 메이커인 도무(童夢)의 기술 고문인 후시다 선생과 나이 지긋한 동료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단순 클래식카 전시회라고 생각하고 연락을 취했다. 후시다 선생은 친절하게 오토 갤러리아 루체의(이하 루체) 약도와 홈페이지, 전시에 대한 내용까지 알려주었다. 그런데 막상 루체에 연락을 취하고 보니 생각 보다 훨씬 대단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동차 컬렉터들이 만들어 가는 문화 공간 

취재를 위해 다양한 내용이 이메일을 통해 오갔다. 취재 당시의 전시 테마는 클래식 페라리. 166 인터를 시작으로 1940년대부터 1980년까지 페라리가 내놓은 대표 GT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였다. 루체는 2004년에 공식 오픈했다. 지금까지 클래식 애스턴마틴을 비롯해 프랑스 차, 영국 차, 이탈리아 차 등 다양한 테마로 일 년에 2~3회 정도 전시 내용을 바꾼다. 기획과 구성은 루체의 수석 책임자인 히라마츠가 담당한다. 자동차 저널리스트 출신인 히라마츠는 매 번 일본에서 가장 독특하고 희귀한 차들을 모으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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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페라리를  대표했던 모델들은 한 눈에 볼 수 있다


루체는 나고야 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40분 거리의 한적인 주택가에 자리 잡았다. 도심에서는 보기 어려운, 넓은 주차장을 가진 이탈리안 레스토랑 바로 옆 2층에 자리 잡은 루체는 자동차에 관심이 있든 없든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다. 취재팀이 선택한 일정에 루체는 쉬는 날이었지만 전시장을 열어 줄 수 있다고 했다.  

2018년 7월 7일부터 8월 26일까지 열린 전시의 정식 명칭은 ‘Ferrari Classiche’. 페라리 설립 70주년을 기념한 기획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페라리 설립 70주년의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에 겹치지 않는 소재로 기획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루체는 그동안 다양한 주제로 전시를 진행했는데 그중 페라리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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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전통이라불리는 라인업은 생각보다  그 역사가 길가


2004년 오픈 전시였던 히데키 아네트 요시다 인 파리는 페라리 F1과 엔초 페라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미술품을 함께 선 보였고 2007년에는 페라리의 설립자 엔초 페라리를 중심으로 한 그레이트 라이프 오브 엔초 페라리를 페라리 설립 60주년에 맞춰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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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페라리라는 주제에 맞게 설립자 엔초 페라리 이야기로 시작된다


가장 유행했던 전시는 지난 2008년에 진행된 더 페라리 SP1 월드 데뷔였는데, 원 오프로 제작된 SP1이 이곳에서 처음 외부에 공개되기도 했다. 히라마츠의 설명을 들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사항은 전시 테마에 맞는 희귀 차들을 어떻게 공수해 왔느냐이다. 직접적인 질문을 하니 의외로 간단하게 대답했다. ‘루체의 모든 전시는 차를 소유한 오너들이 직접 전달합니다. 대부분은 자동차 업계 동료나 친구들을 통해 진행되는데 한 번도 문제가 있었던 적은 없습니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차를 외부에 공개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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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자료들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는 166 인터(1949년)와 250GT 투르 드 프랑스(1956년), 디노 206GT(1967년), 베를리네타 복서(1973년), 테스타로사(1986년) 등 시대별 대표 페라리 GT 라인업이 모였다. 단순히 자동차만 전시 하는 것은 아니다. 페라리의 역사와 엔초 페라리의 철학을 함께 볼 수 있는 설명도 가득했다. 요즘에야 이보다 더 강하고 빠른 차가 많지만 멋스러움에 있어 클래식 페라리는 요즘 차와는 확실히 다른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을 선도해 온 페라리의 디자인 변화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경주차를 만들다 럭셔리 GT에 눈을 돌린 페라리의 초기 디자인부터 자동차 디자인의 황금기라 불린 1980년까지 그들이 시도했던 디자인은 자동차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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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차를 만들 때 사용했던 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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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토어와 제작에 관한 기록들 모두 개인 소장품이다


페라리 GT 라인 

흔히 페라리를 수퍼카 브랜드라고 알고 있지만 이것은 잘못된 사실이다. 현재 페라리 모델 라인업은 가장 대중적인 V8부터 FR 기반의 V12 GT 라인업(GT, 2+2 GT), 수퍼카 등으로 나뉜다. 역대 페라리가 만든 수퍼카는 9대뿐이다. 그래서 페라리는 수퍼카 라인업을 가진 스포츠카 브랜드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 중 가장 역사가 길고 정통 페라리로 불리는 GT 라인업에는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명차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페라리가 북미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된 아메리카 시리즈 역시 GT 라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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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166 인터

페라리 최초의 GT라 불리는 166 인터는 레이싱카였던 166S와 125S의 로드 버전이다. 인터라는 이름은 스쿠데리아 인터가 166S로 출전했던 레이스 우승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166 인터는 아우렐리오 람프렐리가 디자인한, 125S와 165S와 같은 튜브 프레임 섀시를 가지고 있으며 데뷔는 1949년 파리 모터쇼였다. 트랙용이 아니라 도로용으로 일반 판매된 최초의 페라리이기도 하다. 모터쇼에쇼에서 공개된 모델은 카로체리아 투링에서 제작했지만 고객 요청에 따라 별도의 코치 빌더에서 제작이 가능했다. 대부분이 투링을 선택한 반면 원오프로 제작된 기아의 보아노 같은 모델도 유명하다. 이외에도 스타빌리멘티 파리나, 비냘레, 베르토네 디자인도 잘 알려져 있다. 엔진은 페라리 엔진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아치노 콜롬보가 설계한 V12 2.0L 자연흡기를 사용했으며 최고 출력은 140마력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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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250GT 베를리네타 투르 드 프랑스

페라리 시리즈 중에 가장 희소가치가 높으면서 현재 GT 시리즈의 뿌리가 되는 모델이 250 시리즈다. 이 중 195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프로토타입으로 공개된 250GT 베를리네타 투르 드 프랑스는 1956년부터 1959년까지 GT 레이스용으로 판매했다. 속칭 롱 휠베이스 베를리네타라 불리는 이 차는 피닌파리나 디자인에 카로체리아 스칼리에티가 보디를 제작했다. 특별 한정판을 포함해 시리즈4까지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투르 드 프랑스는 투르 드 프랑스 오토모빌 레이스에서의 3연승(1956~58)을 기념해 붙인 별명이다. 250GT는 베를리네타를 기본으로 SWB(숏 휠 베이스), 룻소 등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물론 제작 대수가 많지 않고 같은 250GT라고 해도 코치빌더 마다 디자인이 다르다. 루체의 250GT 베를리네타 투르 드 프랑스는 166 인터와 마찬가지로 모데나의 페라리 공장에서 풀 리스토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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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디노 206GT

1968년 페라리는 기존 V12 라인업 외에 미드십 V6 라인업인 디노를 런칭한다. 디노는 엔초 페라리의 첫째 아들인 알프레도 페라리의 별명으로 24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206GT는 디노 브랜드의 첫 모델로 출시 초기에 포르쉐 911 같은 6기통 스포츠카와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206GT는 피닌파리나에서 디자인을 담당했다. 당시 경주차에서 유행하던 디자인을 채택한 206GT는 알프레도 디노가 아이디어를 낸 65° V6 2.0L 엔진을 미드십에 가로로 배치했다. 엔진 회전수는 8,000rpm을 넘고 최고 출력은 180마력 정도였다. 하지만 저렴한 페라리를 목표로 했던 디노는 1976년 브랜드 자체가 중단된다. 디노로 판매된 페라리는 206GT와 246GT/GTS, 308GT4 2+2뿐이다. 디노는 이후 몬디알 같은 페라리 미드십 V8 시리즈의 기원이 된다. 디노 시리즈는 한때 페라리의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였지만 2000년대 들어오면서 재조명 되고 있으며 가치가 꾸준히 상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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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BB

베를리네타 복서의 머리글자를 딴 BB는 1973년에 등장했다. 365GT4 BB를 시작으로 가장 유명한 512 BB, 512i BB, BB LM까지 BB 시리즈는 1984년까지 총 2,323대가 생산되었다. BB의 가장 큰 특징은 미드십에 올라간 엔진에 있다. 페라리는 복서 엔진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실 BB 엔진은 뱅크각 180°의 V12 엔진에 가깝다. BB는 페라리 최초의 수식어를 몇 개 가지고 있다. 카발리노(뛰는 말)가 차체 전면에 사용된 최초의 모델이며 페라리 최초의 미드십 V12 모델이기도 하다. 사실 엔초 페라리는 미드십 구조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고 구조적인 복잡함과 안정성에 대해 늘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FR 레이아웃의 데이토나를 대체하는 BB의 등장은 페라리가 고성능의 상징이 되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최초의 BB인 365GT4 BB는 339마력을 냈고 후속인 512BB부터 배기량+엔진 기통수의 작명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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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테스타로사

페라리 하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디자인이 바로 테스타로사. 1950년대 전설적인 경주차 250 테스타로사의 이름을 이어 받았다. GT 라인업 계보상 512i BB 후속작으로 개발된 테스타로사는 차체 좌우의 빗살무늬가 인상적이다. 테스타로사 역시 12기통 엔진을 사용했는데 이름에 어울리는 빨간색의 헤드 커버를 지녔다. 레오나르도 피오라반티가 이끄는 피닌파리나 디자인팀은 공기역학과 디자인, 효율적인 엔지니어링 모든 부분을 만족시키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실제로 테스타로사의 공기저항계수(Cd)는 0.36으로 동시대 람보르기니 카운타크의 0.42보다 낮았다. 최고출력 390마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5.2초가 걸렸으며 최고속력은 290km/h이다. 또한 영화와 게임에도 등장하며 인기를 끌었는데 마이애미 바이스, 세가의 아케이드 게임인 아웃런 시리즈가 유명하다. 테스타로사는 이후 512TR과 F512M으로 이어진다.   


글 사진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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