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페라리 컬렉터의 차고
2019-04-18  |   14,621 읽음

은밀하게 위대하게  

페라리 컬렉터의 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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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클래식 페라리들이 뿜어내는 아우라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오토 갤러리아 루체에 들렀다. 굉장히 귀한 곳에 갈 기회를 얻었다.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된 공간. 역대 페라리 수퍼카 라인업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의 문이 열리자 감탄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여러 개의 자물쇠로 잠긴 육중한 철문이 열리자 안쪽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좀처럼 외부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공간에 들어서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압도되었던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곳이 과연 어디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외부에서 봤을 때와 달리 내부는 화사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차들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아우라가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앞으로 이런 기회가 다시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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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1에서 사용되었던 자연흡기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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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차저마저도 범상치않아 보인다


상당히 넓은 공간에는 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각진 모습이 인상적인 288GTO, 납작 엎드린 F40, 우람한 근육질을 뽐내는 F50, 마치 외계에서 온 우주선 같은 엔초 페라리와 몇 년 전 제네바에서 처음 공개될 때 본 라페라리까지, 눈앞에는 역대 페라리 수퍼카 라인업이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차체는 모두 붉은색. 페라리에서 가장 흔한 색이지만 페라리 최고 한정판들이 모여 있으니 미묘한 차이가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0세기와 21세기를 오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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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장식하고 있는 레이스 관련 포스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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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초 페라리와 F50, F40 등 페라리 수퍼카 라인업이 한데 모여있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세계적인 페라리 컬렉터이자 일본 페라리 클럽의 전 회장인 준이치로 히라마츠의 개인차고다. 한국에는 처음 공개되는 장소일뿐더러 일본에서도 그 존재만 알려져 있을 뿐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사업가이자 오토 갤러리아 루체의 대표인 준이치로 히라마츠의 컬렉션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보관 장소이기 때문에 사람이 서 있을 여유조차 넉넉하지 않지만 내부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자동차가 가득해 개러지라는 느낌이 있을 뿐 고급스러운 카페나 와인바와 흡사하다. 이곳에는 페라리 역대 수퍼카 라인업 외에 알파로메오 줄리에타 스파이더와 페라리 275GTB, 250GT SWB, 365 데이토나 쿠페도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으며 페라리와 관련된 희귀한 컬력션을 다수 보관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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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와 관련된 각종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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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로고는 여러가지 용도로 초기에 서명처럼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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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 안다는 레이스 엔진용 독립 스로틀 밸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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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수퍼카 혈통을 잇는 F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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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보디 제작방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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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GTO 뒤로 보이는 것이 전 세계에서 단 한대 뿐인 페라리, SP1. 히라마츠 대표의 요청에 따라 피오라반티가 디자인하고 페라리에서 제작했다


전 세계 단 1대 페라리 SP1

여러 경로를 통해 나름 익숙한 차들 사이로 컨셉트카 분위기를 가진 차가 한 대 보인다. 내부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까맣게 틴팅이 되어있는 차가 바로 SP1이다. 페라리가 한 사람을 위해 단 한 대만 제작한, 그야말로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차다. SP1의 의미는 스페셜 프로젝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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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치로 히라마츠 대표의 요청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완성된 시기는 2008년. SP1 프로젝트는 아주 우연하게 시작되었다. 자신만을 위한 단 한 대의 페라리를 소유하고 싶었던 히라마츠 대표는 2003년 일본을 찾은 레오나르도 피오라반티에게 자신의 꿈을 설명했고 피오라반티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사되었다. 피닌파리나 출신으로 페라리 디자이너로 활약했던 피오라반티는 디노를 시작으로 데이토나, 512, 288GTO, F40, 테스타로사, 348, 피닌 등 다양한 페라리 디자인을 담당했었다. 당시 그는 피아트에서 독립해 자신의 디자인 회사(피오라반티)를 세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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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히라마츠 대표는 3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 페라리의 정식 인가를 받을 것, 지금껏 없었던 우아하고 섹시한 디자인, 성능보다 스타일링을 우선시한 디자인이었다. 베이스 모델은 당시 최신 V8 모델이었던 F430으로 결정하고 제작을 의뢰했다. 페라리 역시 이러한 조건을 모두 수용해 페라리 공장으로서는 50년 만에 원 오프 모델 제작에 들어갔다. 피오라반티의 디자인으로 다듬은 SP1은 F430의 섀시에 알루미늄과 탄소섬유로 제작한 보디를 올려 완성했다. 제작되는 동안 히라마츠 대표는 모데나의 페라리 본사를 찾아 SP1이 완성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무려 2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SP1이 일본 땅을 밟은 것은 2008년 12월이었다. SP1의 월드 프리미어는 이례적으로 페라리 쇼룸이 아닌 오토 갤러리아 루체에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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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황욱익, 세카이디자인 오토 갤러리아 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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