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OR SPORTS WRC, 제13전 스페인 랠리
2019-11-19  |   5,818 읽음

MOTOR SPORTS WRC 제13전 스페인 랠리

현대, WRC 매뉴팩처러즈 챔피언 확정


4b53b590386d9e36d4a27220d0872045_1574144631_6492.jpg

스페인에서 타나크가 2위에 오르며 드라이버즈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지었다. 1, 3위 더블 포디엄을 차지한 현대팀은 토요타를 18점 차이로 밀어내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그런데 사실 이 때가 현대의 챔피언 확정 순간이었다. 최종 결전을 앞둔 지난 11월. 대규모 화재로 호주 랠리가 취소됨에 따라 포인트 리더였던 현대가 매뉴팩처러즈 챔피언이 되었다. 세계 최정상 모터스포츠 이벤트에서 한국 메이커가 이룬 첫쾌거이자 눈부신 성과다.


제13전 스페인 랠리

매뉴팩처러즈 챔피언을 일찌감치 확정한 F1과 달리는 WRC에서는 2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챔피언십 주인공을 결정하지 못했다. 중대한 고비에서 맞이한 스페인 랠리는 타막과 그레이블의 혼합 노면이라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첫날 살로우 근교 그레이블 스테이지를 모두 달리고 나면 1시간 15분의 서비스 시간이 주어진다. 


4b53b590386d9e36d4a27220d0872045_1574144644_498.jpg

홈 관중의 열렬한 응원을 받은 소르도는 첫날 잠시 선두를 달렸다 


평소보다 긴시간이지만 그레이블 세팅의 차를 타막 세팅으로 완전히 바꾸기에는 그리 넉넉하지 않다. 드라이버 역시도 노면 전환에 맞추어 바로바로 적응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스페인의 매끄러운 타막 구간은 높은 그립을 자랑하는 대신 타이어 마모가 심하고, 기온까지 높을 경우에는 타이어 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4b53b590386d9e36d4a27220d0872045_1574144662_0185.jpg
스페인 랠리는 첫날 비포장길을 달린 후 이튿날부터 타막으로 바뀐다 


공식적으로는 스페인 카탈루냐 랠리(RallyRACC Catalunya-Rally de Espa?a)로 불리는 스페인 랠리는 1957년 시작된 후 1975년 유러피안 챔피언십 소속이 되었고, 1991년이 되어서야 WRC 캘린더에 이름을 올렸다. 2002년 타막 랠리로 바뀌었다가 2010년 이후로는 지금과 같은 타막-그레이블 복합 노면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역시 바르셀로나에서 해안을 따라 남서쪽 약 100km에 위치한 휴양도시 살로우에 랠리 베이스를 설치하고 아벤투라 항구 인근에 서비스 파크를 두었다. 코스는 예년과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만 일요일의 라 무사라 스테이지(20.72km)가 5년 만에 부활해 파워 스테이지로 마련되었다.


4b53b590386d9e36d4a27220d0872045_1574144678_2171.jpg
오지에는 SS2에서 스티어링 유압 펌프 고장으로 뒤쳐졌다 


그레이블에서 타막으로

스페인 최강자는 세바스티앙 로브다. 2005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무려 9번이나 우승컵을 차지했다. 시트로엥으로 스폿 참전했던 지난해가 가장 최근 승리. 현대팀은 우승 경험이 풍부한 로브 외에 에이스 누빌과 홈그라운드의 소르도로 총력전을 펼쳤다. 매뉴팩처러즈 포인트에서 토요타와 8점차인 현대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는 태세. 토요타의 상승세가 무섭기 때문에 스페인에서의 대량 득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로브는 경기를 앞두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4b53b590386d9e36d4a27220d0872045_1574144690_8791.jpg
첫날부터 종합 선두에 오른 누빌 


“스페인은 언제나 즐거운 랠리로 바다와 가깝고 멋진 장소다. 서스펜션 세팅을 경기 도중에 완전히 바꿔야 하는 유일한 경기이기도 하다. 어떤 페이스라도 자신이 있으며, 매뉴팩처러즈 경쟁에서 팀의 리드를 넓히는데 공헌했으면 좋겠다.”


10월 25일 금요일, 스페인 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비포장 노면에서 열리는 첫 날은 SS1~SS6의 129.7km 구간에서 열렸다. 결과에 따라 챔피언 확정이 가능한 타나크가 초반 노면 청소를 도맡았다. 오프닝 스테이지 성적은 5위. 7km의 SS1을 잡은 것은 디펜딩 챔피언 오지에였다. 하지만 오지에는 이어진 SS2에서 스티어링 유업 펌프 고장으로 파워 어시스트 없이 달려야 했다. 


4b53b590386d9e36d4a27220d0872045_1574145307_1824.jpg
WRC2 클래스에서 우승한 에릭 카밀리


오지에가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SS2를 잡은 누빌이 종합 선두가 되었다. 나머지 스테이지를 현대팀의 로브와 소르도가 사이좋게 나누어 가졌다. 특히 로브는 이날을 마감하는 38.85km의 복합 노면 SS6에서 2위인 미크와 8.9초 차이로 톱에 오르며 첫날을 종합 선두로 마무리했다. 이 날 3개 스테이지를 잡은 로브는 4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9회 챔피언의 관록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2위 누빌, 3위는 홈 관중의 열렬한 응원을 받은 소르도로 현대팀이 상위권을 독점했다. 소르도는 막판까지 선두였지만 SS6에서 시간을 잃어 3위로 밀려났다. 소르도 뒤로는 미크, 타나크, 라트발라, 에번스, 수니넨, 카츠타, 오스트베르크 순이었다.


누빌이 선두 질주

10월 26일 토요일 데이2. 이제부터는 모두 타막 스테이지다. 어제 경기를 마감한 후 모든 차가 타막용으로 세팅을 바꾸었다. 이 날은 SS7~SS13의 7개 스테이지 121.72km 구간에서 열렸는데, 3개 스테이지를 반복한 후 살로우 바닷가 앞에 마련된 2.24km짜리 스테이지를 달리는 구성이었다. 시작과 함께 누빌이 SS7와 SS8을 잡아 선두를 질주했다. 이어진 SS9부터 SS12까지는 모두 타나크가 톱타임. 이 날 최종 SS13을 누빌이 잡은 가운데 타나크는 로브를 0.6초 차로 밀어내고 종합 3위로 부상했다. 


4b53b590386d9e36d4a27220d0872045_1574145371_2827.jpg
누빌은 타막에서도 계속 선두를 유지했다


누빌과는 24.6초 차. 종합 2위 소르도와는 3.1초 차에 불과하다. 타나크가 만약 2위로 경기를 마치고 파워 스테이지에서 5점을 더할 경우 올 시즌 드라이버즈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짓게 된다. 반면 이 날 종합 3위로 시작했던 미크는 SS8에서 사고로 토요타팀의 매뉴팩처러즈 챔피언십 전략에 찬물을 부었다. 토요일을 마치는 시점에서 누빌이 선두이고 소르도, 타나크, 로브, 라트발라, 에번스, 수니넨, 오지에, 오스트베르그, 카밀리 순이었다.


4b53b590386d9e36d4a27220d0872045_1574145353_0123.jpg
골목을 달리고 있는 라트발라


10월 27일 일요일 데이3. 올 시즌 드라이버즈 챔피언 확정 뿐 아니라 매뉴팩처러즈 타이틀의 향방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중요한 날이다. SS14~SS17의 4개 스테이지 74.14km 구간에서 결전을 벌였다. 오프닝 스테이지를 잡은 것은 선두 누빌. SS15와 SS16에서는 소르도가 빨랐다. 최종 스테이지를 남긴 시점에서 소르도는 누빌과 15.2초 차. 타나크의 추격이 만만치 않아 5.8초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스테이지 하나로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시차.


운명의 최종 스테이지. 20.72km의 SS17을 가장 빨리 달린 것은 타나크였다. 0.4초 차이로 소르도를 뛰어넘어 종합 2위로 부상했을 뿐아니라 파워스테이지 포인트 5점을 더해 올 시즌 드라이버즈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지었다. 에스토니아 출신 최초의 WRC 챔피언. 지난 15년간 WRC는 프랑스인 로브와 오지에의 지배를 받아왔다.


타나크, 최종 스테이지 잡고 챔피언 확정

타나크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지금의 기분은 간단히 설명할 수가 없다. 이번 주말에 느낀 압박감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것은 내 일생의 목표였다. 타이틀 확정을 위해서는 실수가 허락되지 않았고, 반드시 좋은 결과가 필요했다. 엄청난 압박감 때문에 경기 초반에는 언제나처럼 달리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에는 긴장을 풀고 좋은 리듬으로 달렸다. 소르도가 언제나 조금씩 빨랐기 때문에 파워 스테이지에서 필요한 포인트를 얻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전력으로 공략해 결과적으로 챔피언이 되었다. 이번에 타이틀을 확정지을 수 있어 정말로 기쁘다.”


4b53b590386d9e36d4a27220d0872045_1574145384_55.jpg
소르도는 막판까지 타나크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스페인 랠리 우승은 누빌의 차지였다. 금요일에 앞서나간 누빌은 이후 계속 선두 자리를 지켜 큰 위기 없이 우승컵을 차지했다. 타나크의 챔피언 확정으로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매뉴팩처러즈 타이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점수다. 누빌은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세계 챔피언의 탄생을 축하한다. 1년간 계속 싸워왔지만 타나크는 너무나 강했다.


내년에는 그리 간단히는 보내지 않을 것이다. 타이틀 경쟁이 남아있어 이번에 속도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충실한 주말이었고, 랠리카의 느낌도 좋았다. 다음 경기에서 매뉴팩처러즈 챔피언십 쟁탈전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누빌 우승, 소르도 3위로 더블 포디엄을 차지한 현대는 8점까지 줄어들었던 토요타와의 차이를 18점으로 늘렸다. 로브가 4위였고 라트발라, 에번스, 수니넨, 오지에, 오스트베르그, 카밀리가 5~10위를 차지했다.


4b53b590386d9e36d4a27220d0872045_1574145398_1623.jpg
최종 파워 스테이지를 잡으며 드라이버즈 챔피언을 확정지은 타나크


현대, 매뉴팩처러즈 챔피언 등극

운명의 최종전 호주 랠리는 11월 14~17일 호주 남부에서 열릴 계획이었다. 그런데 11월 8일 호주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처음에는 코스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지만 사망자가 나오고, 서비스 파크가 들어선 콥스하버까지 불길이 번지자 FIA와 주정부, 소방기관 등과의 면밀한 논의 끝에 11월 12일, 경기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호주 랠리의 앤드류 파파도플러스 회장은 1천명 이상 관계자의 안전이 걸려있어 경기 취소만이 답이라고 설명했다.


4b53b590386d9e36d4a27220d0872045_1574145418_3455.jpg
현대의 더블 포디엄은 빛을 잃은 것처럼 보였지만 매뉴팩처러즈 챔피언 타이틀의 기틀이 되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매뉴팩처러즈 포인트에서 선두를 유지하던 현대가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지었다. 2012년 현대 모터스포츠가 결성되고부터 7년, 98년 F2 클래스에 티뷰론을 투입한 것부터 따지면 21년 만의 쾌거다.


2000년부터 WRC 클래스에 액센트를 투입했지만 당시는 중위권에 머무는 수준이었다. 2003년을 마지막으로 퇴진한 현대는 약 10년 후, 아예 독일 알제나우에 전진기지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WRC 공략을 시작했다. 미쉘 난단을 감독으로, 당시 혜성처럼 떠오르던 벨기에 출신의 티에리 누빌을 영입해 강팀으로 부상했다. 2016년부터 줄곧 매뉴팩처러즈 2위를 차지해 온 현대는 올 시즌 감독을 안드레아 아다모로 바꾸고 결의를 새롭게 다졌다.


4b53b590386d9e36d4a27220d0872045_1574145435_2326.jpg
자력으로 챔피언에 오른 타나크. 내년부터는 현대팀 일원이 된다


에이스 누빌과 미켈센 외에 소르도와 로브를 3번 차에 나누어 태우는 한편 영국 랠리에서는 크레이그 브린을 스폿 기용하는 공격적인 드라이버진 운용으로 결국 첫챔피언 타이틀을 손에 거머쥐었다. 현대는 엄청난 기쁨 앞에서도 일단은 조심스런 입장이었다. 아다모 감독은 “상황을 고려하면 호주 랠리 취소는 올바른 판단이다. 우선 이번 사태에 휘말린 지역주민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보낸다”라며 입을 열었다. 


“첫 WRC 타이틀 획득은 대단한 일이다. 현대 모터스포츠의 모든 스텝이 오랜 시간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이번 시즌은 믿을 수없을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물론 최종전을 할 수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팀 멤버 하나하나의 성과가 이대단한 승리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에 자랑스럽다. 개인적으로도 현대 모터스포츠의 모든 스텝, 몬테카를로부터 팀에 공헌해 온 모든 크루에게 감사를 보낸다.”라고 밝혔다. 


4b53b590386d9e36d4a27220d0872045_1574145450_4549.jpg
누빌과 소르도의 선전으로 현대는 매뉴팩처러즈 챔피언에 등극했다


누빌과 소르도를 잔류시킨 현대는 올해 드라이버즈 챔피언에 등극한 에스토니아 출신의 오이트 타나크까지 영임함에 따라 2020년에 더욱 강력한 전력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4b53b590386d9e36d4a27220d0872045_1574145474_8896.jpg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레드불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