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th Anniversary of Fairlady Z, GT-R 일본 간판 스포츠 모델의 반세기
2019-12-16  |   8,619 읽음

50th Anniversary of Fairlady Z, GT-R

일본 간판 스포츠 모델의 반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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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분야에서 반세기를 보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25년 기준의 한 세대가 두 번 지나고 100년 기준 한 세기의 절반을 꾸준하게 달려온 페어레이디 Z(이하 Z)와 스카이라인 GT-R(이하 GT-R)은 여전히 인기가 높은 스포츠카다. 기술의 닛산을 나타내던 아이콘, 그러나 가는 길을 철저하게 달랐던두 차종이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았다. 긴 세월 풍파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닛산은 Z와 GT-R을 통해 끊임없는 도전을 했으며 현재도 진행형이다.


열정, 스피드, 도전, 청춘. 이 단어들은 닛산의 간판 스포츠카 Z와 GT-R을 상징하는 또 다른 키워드이다. Z와 GT-R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스포츠카들이다. 그러나 이 둘은 태생이 다르고 마니아층의 성격도 상당히 다르다. 하나의 자동차 메이커가 스포츠카 카테고리에서 서로 다른 상징성을 지닌 간판 모델을 두 대나 보유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더군다나 한때 스포츠카의 종류가 40종이 넘었던 일본 시장에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면서 진화를 거듭하는 모델은 Z와 GT-R이 거의 유일하다.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Z카

Z의 첫 모델은 1969년 도쿄 모터쇼에서 공개되었다. 그러나 페어레이디라는 이름은 Z가 나오기 전인 1959년부터 생산된 소형 로드스터에서 처음 사용했다.

이후 페어레이디는 1970년 단종되고 1969년 페어레이디Z가 등장한다. S30이라는 코드 네임을 가진 이 차가 현재 페어레이디 Z와 370Z의 기원이라 불리는 1세대다. 내수형은 페어레이디 Z라고 불렀고 숫자(배기량)+Z를 사용한 수출형은 닷선 브랜드로 판매했다.

Z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개발되었다. Z의 아버지라 불리는 유타카 카타야마는 스포츠카 개발에 주저하던 본사를 끈질기게 설득해 개발 승인을 받고 개발을 주도했다. 닛산은 연간 1,000대도 못 팔던 시장이었던 미국에서 Z의 등장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었고 몇 년 후에는 매달 4,000대 이상을 판매하는 수입차 브랜드가 되었다. 당시 Z가 내세운 장점은 ‘운전이 쉽고 누구나 쉽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차’였는데 판매 가격은 3,500달러였다. 1세대 S30의 디자인은 당시 일본차들과는 매우 달랐는데, 유럽과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추었기 때문이다. 1969년 첫 모델을 출시로 Z는 현재 6세대까지 진화했으며 올해 50주년 기념 모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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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페어레이디 Z, 수출명 240Z(S30 1969년~1978년)

수출명 240Z는 직렬 6기통 SOHC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50마력을 자랑하며, 1970년대 당시 흔치 않던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채프먼 스트럿의 4륜 독립 서스펜션과 프론트 디스크 및 리어 드럼 브레이크로 타 브랜드와 차별화를 두었다. 1969년부터 1978년까지 10년간 제작된 240Z는 전 세계 판매량 55만대를 기록하며, 스포츠카 단일 모델 중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일본 내에서도 인기가 상당히 높았다. 1980년대 초반까지 S30은 일본 튜닝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으며 수도고속도로에서 최초로 300km/h를(비공식) 넘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기 만화 <완간 미드나이트>에서 주인공의 차로 등장한 ‘악마의 Z’가 S30을 베이스로 만든 튜닝카다. S30 중에 가장 가치가 높은 모델은 스카이라인 GT-R에 사용하던 직렬 6기통 엔진을 올린 Z432(PS30)로 420대가 만들어졌다. 432의 의미는 실린더 당 4개의 밸브, 3개의 카뷰레터, 2개의 캠축을 의미한다. Z432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랠리 호몰로게이션 모델인 Z432R은 엔진을 새롭게 세팅하고 차체를 경량화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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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페어레이디 Z, 수출명 280Z(S130 1978년~1983년)

1978년 8월 출시한 페어레이디 2세대 모델 280Z(코드네임 S130)은 직렬 6기통 L28 엔진을 탑재해 배기량을 2,758cc로 키웠다. 1세대 모델 대비 차량 크기는 전반적으로 커졌으며, Z카의 특징으로 대변되는 롱 노즈숏 데크에 날렵한 선을 잘 살렸고 그릴이 없는 정면은 독특한 느낌을 준다. 280Z는 280Z-L(1978년 8월 출시)과 280Z-T(1979년 출시) 2가지 트림으로 운영되었으며, 4륜 디스크 브레이크가 기본으로 달렸다. 280Z-L의 경우 에어컨, 파워 윈도가 추가됐다. 280Z는 미국에서만 연간 판매량 8만 6,000여 대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983년 익렉트라모티브가 세팅한 280ZX는 최고 출력이 700마력에 달했으며, 400m 드래그에서 230km/h의 속력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영화배우 폴 뉴먼이 280ZX를 운용하던 밥 샤프 레이싱팀 소속으로 레이스에 출전했다. 폴 뉴먼은 280ZX의 광고와 프로모션에도 출연할 정도로 Z의 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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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페어레이디 Z, 수출명 300ZX(Z31 1983년~1989년)

1983년 9월 출시된 3세대(300ZX 코드네임 Z31)는 아름다운 실루엣과 팝업식 헤드라이트를 채택해 날렵함을 강조했다. Z31은 Z 시리즈 중 유일하게 팝업 헤드라이트를 채택한 모델이기도 하다. 이전 세대들이 우아한 곡선미를 강조했다면 Z31부터는 좀더 날카롭고 공격적인 라인을 대거 사용했다. 엔진도 대폭 변경되었는데, 이전 직렬 6기통 엔진 대신 V6 엔진을 탑재했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유지되는 Z의 전통이 되었다. 1987년에는 브루스 윌리스, 킴 베이싱어 주연의 영화 <데이트 소동>(Blind Date)에 등장하기도 했다. V6 2.0L 터보부터 3.0L 터보, 직렬 6기통 2.0L 터보까지 총 5가지의 엔진 라인업을 선보인 Z31은 Z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총 32만 9,900대가 생산되었으며 이중 29만 4,516대가 미국을 비롯한 유럽과 호주 등에 수출되었다. 보디 형태도 가장 다양해져 2+2 쿠페와 타르가 톱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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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페어레이디 Z, 수출명 300ZX(Z32 1989년~2000년)

1989년 7월 출시된 4세대 모델 Z32는 수출형에도 이전 모델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사실상 이름만 같을 뿐 당시 닛산이 가지고 있던 모든 기술이 집약된 Z32는 지금도 Z 마니아들이 꼽는 가장 아름다운 모델이기도 하다. V6 3.0L 트윈 터보 엔진을 탑재한 300ZX는 300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했을 뿐 아니라 전자장비 부분을 강화해 GT-R에 적용된 4륜조향 시스템인 하이카스가 탑재되었다. 300ZX는 1990년 미국의 유명 자동차 전문 매체에서 베스트카로 선정됐다. 이 차는 개발 당시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다. 극단적으로 낮게 설계된 앞부분에 고정식 헤드라이트와 V6 터보 엔진이 자리 잡았는데, 당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의 주도권 싸움은 유명한 일화이다. 이 싸움에서 결국 디자이너쪽이 승리해 Z 시리즈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렇다고 디자이너만 웃은 것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좁고 낮은 앞부분에 V6 트윈 터보 엔진을 넣는데 성공한(엔진의 위치를 최대한 뒤로 밀고 중심을 낮추는 데 성공한) 닛산 엔지니어들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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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페어레이디 Z, 수출명 350Z(Z33 2002년~2008년)

4세대 단종 이후, 약 2년의 공백을 깨고 등장한 5세대는 Z카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350Z는 2008년 형까지 출시되면서 변함없는 고성능과 역동적인 드라이빙 경험을 선사했다. VQ 시리즈인 V6 3.5L 엔진이 306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며, 듀얼 인테이크 시스템으로 효율성과 연비를 개선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 미국 17개, 전 세계 47개의 상을 수상했으며, 세계적으로 25만대 이상의 판매 기록 달성했다. 5세대는 21세기에 등장한 Z인 만큼 많은 부분을 효율적으로 다듬은 것으로 유명하다.

플랫폼은 닛산의 글로벌 플랫폼을 사용했으며, 쿠페와 로드스터 두 가지 버전만 생산했다. 엔진 역시 한 가지만 준비했다. 반면 모터스포츠와 튜닝에서는 여전히 인기였다. 닛산의 팩토리 튜너인 니스모가 컴플리트카로 제작한 니스모 Z를 필두로 다양한 버전이 만들어졌다. 일본의 튜닝 잡지사인 옵션과 튜너 준이 제작한 800마력 스트림 Z는(무제한급 카테고리) 스피드 마니아들 사이에서 지금도 회자된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인 도쿄 드리프트에서 주인공의 라이벌과 그 일당들의 차가 바로 5세대 Z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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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 페어레이디 Z, 수출명 370Z(Z34 2008년~현재)

배기량을 늘리고 편의 장비를 대거 보강한 6세대는 현재까지 10년 넘게 생산되는 장수 모델이다. 숙성도를 따지자면 그야말로 스포츠카 중에는 최고다. VQ 엔진을 탑재한 6세대의 최고 출력은 333마력. 초대 Z가 150마력 남짓이었음을 생각하면 50년 동안 출력은 2배 이상 늘었다. 말벌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헤드라이트와 테일 램프의 디자인이 보다 날렵하게 바뀌면서 빵빵한 뒷모습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무엇보다 6세대의 키워드는 닛산을 대표하는 스포츠카로써의 숙성. 기존에 있던 것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다듬어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특히 서스펜션을 포함한 하체를 보다 탄탄하게 다듬고 핸들링 특성을 개선시킨 것이 특징이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6세대가 Z의 마지막 혹은 자연흡기 엔진 최후의 Z가될 거라는 소문도 있다. 역시나 니스모 Z도 6세대로 진화했으며 숙성도가 높아진 만큼 마니아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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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년 스페셜 에디션 The 370Z Sports

2019 뉴욕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페어레이디 50주년 스페셜 에디션 모델 더 370Z 스포츠는 BRE 레이싱팀 소속 카레이서 존 모튼이 운전했던 닷선 240Z에서 영감을 얻었다. 외관 디자인은 존 모튼이 실제로 경기에 참가했던 #46번 닷선 240Z의 시그니처 컬러인 화이트와 레드 대비를 통해 그가 세운 업적에 대해 경의를 표현했다. 시그니처 컬러는 보닛을 따라 사이드 미러 및 A필러, 트렁크 부분까지 이어진다. 또한, 도어 하단부에 마련된 2개의 스트라이프 및 19인치 타이어 휠 부분에도 같은 색으로 통일성을 주었다. 펜더 부분에는 양각 처리된 50주년 기념 로고를 부착했다. 닛산은 지난 4월 뉴욕 국제 오토쇼를 통해 Z 50주년 스페셜 에디션인 더 370Z 스포츠를 포함해 2020 370Z, 370Z 스포츠 투어링, 370Z 니스모 총 4가지 모델을 공개했다.


이겨야만 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난 불패의 R

GT-R은 프린스 모터스의 간판 모델인 스카이라인의 스포츠 버전으로 1969년 처음 등장했다. 스카이라인 GT-R이라는 이름은 5세대인 R34까지 사용했다.

파워트레인과 디자인이 대폭 바뀌면서 등장한 6세대부터는 스카이라인의 스포츠모델이 아닌 독립적인 모델이 되면서 GT-R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프린스 모터스는 1966년 일본 내 자동차 공업 합리화 정책에 따라 닛산에 인수합병된다. 이 과정에서 고급 세단인 글로리아와 패밀리 세단인 스카이라인은 닛산 산하에서 명맥을 이어가게 된다. 스카이라인의 역사는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도 닛산의 간판 모델 중 하나로 불리는 스카이라인(인피니티 G)의 역사는 60년이 넘는다. 그중 GT-R은 R34까지 철저하게 내수형을 고집했다. 1세대와 2세대는 프린스 모터스 출신 엔지니어인 신이치로 사쿠라이가 직접 다듬었는데, ‘언제나 이기는 GT-R’이라는 전설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는 프린스 모터스 출신 엔지니어들의 한이 담겨 있다.

1947년 창업한 프린스 자동차공업은 R380으로 유럽 스포츠카들을 이기며 높은 성능을 입증했지만 결국 국가 정책에 따라 닛산에 인수되는 신세가 되었다.

닛산은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프린스의 일부 모델과 역사도 함께 껴안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서자의 설움을 늘 잊지 않았다고 한다.

Z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근한 스포츠카에서 시작한데 반해 GT-R은 레이스에 이김으로서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했던 의지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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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스카이라인 2000GT-R(PGC10, KPGC10 1969년~1972년)

1세대 GT-R 모델인 2000GT-R은 1969년 2월에 출시됐다. 일본 최초의 프로토타입 경주차 R380에 사용된 1,989cc 엔진을 개량한 S20 직렬 6기통 엔진은 160마력을 냈다. 최고속도는 200km/h였고, 16.1초 안에 400m를 주파할 수 있었다. 특히 1969년 벌어진 JAF 그랑프리에서 GT-R은 데뷔전 우승이라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첫 모델인 PGC10은 세단이었고, 1971년에는 쿠페인 KPGC10이 등장한다. 레이스에서는 1969년 5월부터 1972년 3월까지 2년 10개월 동안 50승(49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다. 이때부터 GT-R은 불패의 R, 레이스 최강자라는 별명을 얻는다. 1세대 스카이라인 GT-R은 하코스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일본어로 상자를 뜻하는 하코(ハコ)와 스카이라인의 일본식 줄임말 스카(スカ)를 합친 말이다. 네모반듯한 디자인이 상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며, 최근에는 국제 클래식카 경매에 종종 등장해 2억 원 정도의 시세가 형성됐다. 일본 내에서는 전후 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2011년 개봉한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첫 장면에 폴 워커가 타고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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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스카이라인 2000GT-R(KPGC110 1973년)

C11 스카이라인의 최고등급 사양인 2세대 스카이라인 GT-R은 1973년 등장했다. 당시 광고에 나오던 젊은 연인의 이름인 켄과 메리의 이름을 따서 켄메리 GT-R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2세대는 당시 유행이던 미국차의 영향을 받은 패스트백 디자인이었다. 1세대의 각진 디자인 대신 채택한 패스트백 형태는 강인하고 날렵한 느낌을 준다. 개발 책임자는 1세대와 마찬가지로 신이치로 사쿠라이. 그러나 2세대의 수명은 길지 못했다. 오일쇼크 이후 보다 강력한 배기가스 규제가 도입되면서 생산은 4개월 만에 중단되었고 이후 GT-R 배지를 단 모델은 한참동안 만날 수 없었다. 최종 생산대수가 197대 뿐이라 적은 생산 대수로 인해 역대 GT-R 중에 가장 희소가치가 높다. 반면 GT-R 하면 떠올리는 레이스 출전 경력은 전혀 없다. 당초에는 레이스에 출전해 1세대의 명성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급하게 단종되면서 레이스 프로젝트도 백지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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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스카이라인 GT-R(BNR32 1989년~1994년)

1989년, 16년 만에 부활한 스카이라인 GT-R. 가장 강력하다는 직렬 6기통 트윈터보 RB 엔진과 아테사, 하이카스, 스포츠 사륜구동 등 첨단 장비를 대거 탑재한 3세대는 단점을 찾기 힘든 완벽한 차를 목표로 했다. 원래는 그룹A에 출전하기 위한 호몰로게이션 모델로 개발되었으나 출시 이후 GT-R 니스모, N1, V-스펙, V-스펙2 등 진화를 거듭했다. 호주의 유명 자동차 잡지인 휠즈에서 ‘고지라’라는 별명으로 부르기 시작했으며 1989년 그룹A에 데뷔해 29전 29승으로 무패 신화를 이어나갔다. 호주에서는 아예 GT-R이 레이스 출전금지 목록에 오를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자랑했다.

그렇기에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꿈꾸는 드림카 반열에 올랐다. 인기 만화인 이니셜 D와 완간 미드나잇에도 비중 있게 등장한다. 내수형 모델뿐이라 운전석의 방향이 같은 호주와 영국에 일부가 수출되었다. 미국 역시 공식 수출은 하지 않았지만 개인이 수입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고, 최근에는 단종 25년이 넘어가면서 공식 수입도 가능해졌다. 그 덕에 상태에 상관없이 전 세계의 R32의 가격이 폭등하는 중이다. 전체 생산량은 호몰로게이션 모델 500대를 포함해 약 4만 대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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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스카이라인 GT-R(BCNR33 1995년~1998년)

1995년 등장한 4세대 스카이라인 GT-R은 3세대에 비해 덩치가 커지고 둥글둥글해진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GT-R 마니아 사이에서는 가장 못생기고 둔한 GT-R이라 불리지만 길어진 휠베이스 덕에 고속주행 안정성은 역대 시리즈 중에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산량은 1만6,000대 정도에 불과하지만 가장 다양한 버전이 등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GT-R과 V스펙이 시리즈3까지 등장했으며 오텍(Autech)에서는 416대의 GT-R 40주년 기념 모델과 세단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LM 리미티드와 N1 버전은 각각 188대와 86대가 생산되었다. 무엇보다 4세대에서는 3세대의 작은 단점들을 대폭 개선했다. GT-R의 전통이라 불리는 RB 엔진은 출력이 올라갔고, 아테사와 하이카스의 정밀도는 더욱 높아졌다. 고속 주행 안정성에 대한 평가가 좋아 최고속 배틀을 즐기는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을 20초 이상 줄이며 일본차 최초로 8분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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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스카이라인 GT-R(BNR34 1999년~2002년)

인텔리전트 해머라는 개발 컨셉트로 다음어진 5세대는 RB 엔진을 사용한 마지막 GT-R로 불린다. 4세대에 비해 차체 크기를 줄이고 전륜을 앞쪽으로 밀어 이상적인 무게 배분을 구현했으며 차 바닥을 완전히 뒤덮는 언더커버와 디퓨저를 채택해 공력 특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디자인도 많이 달라져 강인한 인상의 앞부분과 탄탄한 근육질로 다듬어진 사이드 뷰, GT-R의 전통인 4서클 테일 램프까지 직렬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올린 GT-R 중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일본에는 2002년까지 자동차 메이커들의 신사협정이 있었는데, 최고 출력을 280마력, 최고속도는 180km/h로 제한하는 자율규제이다. 5세대 역시 이 협정에 맞춰 메이커 발표 최고 출력은 280마력이었으나 일본의 한 잡지사가 실제 다이나모에서 테스트한 결과 320마력으로 측정되기도 했다. 역시나 일본 내수형만 생산했으며 극한까지 성능을 끌어 올린 니스모 컴플리트카도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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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GT-R(DBA-R35 2007년~현재)

스카이라인에서 완전 분리된 5세대는 닛산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모델이다. 애초에 포르쉐 911 터보를 경쟁상대로 지목한 만큼 동력성능이나 운동성은 현존하는 스포츠카 중에 최고 수준에 속한다. 전통적인 직렬 6기통 트윈터보 대신 V6 트윈터보 엔진을(VR38DETT) 채택했으며 이상적인 무게 배분을 위해 엔진은 앞쪽에, 변속기는 구동축 근처에 트랙스액스 형태로 설계했다. R34 단종 5년 만에 등장한 5세대였지만 그 무렵 닛산은 안팎으로 수많은 풍파를 겪고 있었다. 당시 회장이던 카를로스 곤은 ‘GT-R 팬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 중’ 이라는 발언을 언론에 흘렸는데 2007년 도쿄 모터쇼에서 공개된 양산형은 그 동안 언론에 떠돌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GT-R의 전통이 된 스포츠 사륜구동과 아테사를 비롯해 첨단 주행 보조 장치가 대거 탑재되었으며, 뉘르부르크링 테스트에서 양산차 중 최고 수준인 7분 26초 70(2009년 4월)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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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년 기념 에디션 2020 닛산 GT-R

지난 4월 닛산은 2019 뉴욕 오토쇼를 통해 스카이라인 GT-R 출시 50주년을 기념하는 에디션 모델 2020 닛산 GT-R을 공개했다. 외관 컬러는 4세대 GT-R R34의 상징색인 베이사이드 블루를 4코드 이중 열처리 공정을 거쳐 더욱 더 선명하게 재현했으며, 보닛 윗부분에는 GT-R이 쌓아온 업적을 기리는 화이트 레이싱 스트라이프를 통해 전면 디자인을 완성했다. 휠과 배기구 부분에도 동일 색상으로 통일성을 살렸다. 후면 닛산 엠블럼 하단에는 ‘50th Anniversary’라는 글자와 함께 기념 로고를 부착했다. 또한 수작업으로 조립한 V6 3.8L DOHC 트윈터보 엔진이 최고출력 565마력을 내 최고시속 300km를 자랑한다. 여기에 전자 제어식 서스펜션이 추가되면서 코너링 안정성을 확보해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며, 브레이크 계통을 다듬어 제동력을 향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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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네임 R

닛산의 코드네임 중에 가장 유명한 게 스카이라인의 코드네임으로 사용하던 R이다.

대부분 R32부터 시작으로 알고 있지만 코드네임 R은 승용차 스카이라인의 6세대인 R30부터 시작했다. GT-R은 스카이라인의 최고 스포츠 사양으로 생산 대수가 많지 않다. 반면 GT-R 외에도 다양한 버전이 있던 스카이라인은 GS, GTS, RS, RS 터보 등보디 형태와 엔진 사양에 따라 코드네임이 살짝 바뀐다. 실제로 8세대 스카이라인의 GT-R 버전인 R32 GT-R은 BNR32라는 별도의 코드네임을 가지고 있다. 쉽게 설명해 R은 특별 버전이 아닌 모델 전체 코드네임이고 생산 사양에 따라 앞이나 뒤에 붙는 세부 코드명이 따로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7세대 스카이라인에는 HR31, KHR31, RR31, KRR31, SR31 등이 있었다. R 코드 네임 중에 GT-R 버전이 없었던 R30과 R31은 좀 소외된 듯하지만 각각 40만대, 30만대 이상 생산된 베스트셀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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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인과 GT-R의 아버지 사쿠라이 신이치로를 기리는 장소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산골짝 어디쯤인 일본 나가노의 한적한 시골 마을. 이곳에는 스카이라인과 GT-R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쿠라이 신이치로의 흔적과 역대 스카이라인을 모아놓은 특별한 장소가 있다. 정식 명칭은 프린스 스카이라인 뮤지엄으로 닛산 이전의 스카이라인과 그룹A 레이스를 풍미했던 역대 GT-R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전설적인 경주차 R380의 설계자인 사쿠라이 신이치로는 1952년 섀시 엔지니어로 프린스 모터스에 입사했다. 프린스 시절 1세대 스카이라인 개발 엔지니어로 시작해 레이싱카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한 사쿠라이는 초대 GT-R과 2세대 GT-R 개발 책임자로 이름을 알렸다.

사쿠라이는 뼛속까지 자동차 키드였다. 경쟁을 즐기고 기술적인 한계에 도전하면서 닛산 스포츠카와 엔진 개발을 주도했던 그는 1986년 닛산의 자회사 오텍의 사장이 되었으며 2011년 사망할 때까지 자동차 분야에서 일했다. 2005년 일본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다.


글 황욱익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황욱익, 한국 닛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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