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OR SPORTS / F1 제20전 브라질 GP, 난전 속에서 페르스타펜 독주
2019-12-20  |   6,504 읽음

MOTOR SPORTS / F1 제20전 브라질 GP

난전 속에서 페르스타펜 독주


챔피언 타이틀이 모두 결정된 상황에서 열린 브라질 그랑프리는 예상과 달리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주도권을 페르스타펜이 쥔 가운데 레드불과 페라리, 메르세데스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페라리는 내부 싸움으로 동반 리타이어했고, 막판 2위를 달리던 알본은 해밀턴 때문에 스핀. 해밀턴은 결국 페널티를 받아 7위가 되고 가슬리가 2위, 사인츠 Jr가 3위를 차지했다.  


제20전 브라질 그랑프리

올해 남미 라운드를 마무리 짓는 제20전 브라질 그랑프리가 11월 16일에 예선전을 시작했다. 경기가 열리는 호세 카를로스 파스 서킷은 1972년 F1을 개최한 브라질 대표 서킷. 현지 지명을 따라 인텔라고스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지만 1977년에 사망한 브라질 출신 F1 드라이버를 기리는 의미로 1985년부터 이름을 호세 카를로스 파스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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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직후의 모습. 폴포지션의 페르스타펜이 무난히 선두가 되었다


예선전을 앞둔 오후 3시. 구름이 많아 생각만큼 무덥지는 않았지만 오후가 되면서 기온 20℃, 노면 온도 35℃로 금요일보다는 꽤 올랐다. Q1에서 모든 차가 소프트 타이어를 끼고 코스 인. 상위권 중에서는 5분여가 지난 상황에서 페라리가 먼저 움직였다. 페텔이 1분 8초 556으로 잠정 톱. 르클레르가 뒤를 이었다. 레드불의 알본이 1분 8초 503으로 페텔을 제쳤고 이어서 페르스타펜이 1분 8초 242로 잠정 톱. 메르세데스 듀오는 5, 6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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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작업 중인 르클레르


Q1에서 쿠비차, 럿셀, 스트롤, 크비야트가 떨어졌고 머신 전기계통 문제로 기록 측정을 못한 사인츠 Jr가 꼴찌 결정. Q2에서는 페레스, 휠켄베르크, 조비나치, 리카르도, 노리스가 떨어져 나갔다. 레드불 듀오의 맹위는 Q3에도 계속되었다. 마그누센을 제외한 9명이 코스에 나선 가운데 우선 해밀턴이 잠정 톱. 페텔이 이를 뒤집더니 페르스타펜이 페텔을 0.008초 앞서는 1분7초623를 기록했다. 페르스타펜은 막판 재도전에서 자기 기록을 다시 갱신하는 1분 7초 508로 폴포지션 위치를 확고히 했다. 페텔, 해밀턴, 르클레르, 보타스, 알본, 가슬리, 그로장, 라이코넨, 마그누센 순이었다. 르클레르는 파워 유닛 교체로 10그리드 페널티가 결정되었다. 


페르스타펜이 선두에서 질주

11월 17일 일요일. 결승 레이스를 앞둔 인텔라고스는 맑게 개어 기온 21℃, 노면 온도 49℃로 예선 때보다 올랐다. 페르스타펜이 폴 포지션, 페텔이 2 그리드였고 르클레르가 14 그리드로 밀려나면서 5~14위가 한 칸씩 올랐다. 상위권이 모두 소프트 타이어를 끼웠고 르클레르와 르노, 윌리엄즈 듀오, 크비야트는 미디엄으로 제1 스틴트를 길게 가져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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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은 페르스타펜을 추월할 수 없었다


경기 시작. 페르스타펜이 안정적인 스타트로 선두를 지켰고 해밀턴이 페텔을 제쳐 2위로 올라섰다. 페르스타펜은 초반부터 최고속랩을 연발하며 후발주자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3랩에서 이미 2초 차이로 해밀턴에게 DRS 사용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14 그리드에서 출발한 르클레르는 2랩 째 11위가 되더니 7랩에는 7위까지 부상해 가슬리를 압박했다. 8랩 4코너에서 마그누센을 추월하던 리카르도가 접촉, 프론트 윙이 부서져 긴급 피트인. 마그누센은 스핀으로 19위로로 밀렸다. 리카르도는 사고의 책임을 물어 5초 페널티. 르클레르가 10랩에 가슬리를 추월해 6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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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 트러블로 리타이어한 보타스


타이어 전략은 소프트와 미디엄을 사용하는 원스톱 혹은 투스톱이 유력했다. 페레스가 18랩에 피트인. 해밀턴은 21랩 째 피트인해 소프트로 갈았다. 선두 페르스타펜이 21랩을 마치고 소프트로 타이어 교체. 동시에 피트인한 쿠비차가 피트아웃하면서 충돌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이 일로 쿠비차는 5초 패널티를 받았다. 


미디엄으로 출발해 코스에서 버티고 있는 르클레르가 해밀턴의 앞을 막는 사이 페르스타펜이 빠르게 거리를 줄였다. 22랩에 해밀턴이 르클레르를 제쳐 4위가 되었지만 뒤따라 온 페르스타펜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 추월당했다. 알본이 24랩을 마치고 피트인해 미디엄으로 교환. 보타스는 27랩 째 미디엄으로 바꾸어 끼웠다. 소프트로 최대한 버텼다는 것은 원스톱을 노린다는 뜻이다. 보타스도 소프트-하드의 원스톱 작전. 반면 이른 타이밍에서 소프트를 다시 소프트로 바꾼 페르스타펜과 해밀턴은 투스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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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듀오는 서로 싸우다 동반 리타이어하고 말았다


세이프티카 상황에서 치열한 눈치싸움

페텔이 28랩에 최고속랩 경신. 르클레르는 29랩을 마치고 피트인해 미디엄 타이어를 하드로 교체했다. 경기가 반환점을 넘은 32랩 째. 페르스타펜을 선두로 해밀턴, 페텔, 보타스, 알본, 르클레르, 가슬리, 라이코넨 그로장, 페레스 순. 페르스타펜과 해밀턴은 3초, 해밀턴과 페텔은 9.5초 차이로 벌어져 있다. 42랩 째 보타스가 하드 타이어를 미디엄으로 교체. 새 타이어의 그립을 한껏 살린 보타스가 무려 1분10초698의 최고속랩을 기록했다. 미디엄으로 소프트 타이어를 1초 이상 앞서는 수퍼 랩이었다. 하지만 순위는 6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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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슬리가 행운의 2위가 되었다


44랩을 마친 페르스타펜이 두 번째 피트인에서 소프트를 미디엄으로 바꾸고 해밀턴 앞으로 복귀. 보타스는 르클레르를 압박해 보지만 하드 타이어를 낀 르클레르는 좀처럼 길을 터주지 않았다. 보타스가 DRS까지 켜고 따라붙었지만 답답한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페텔이 49랩에 피트인하면서 다시 페르스타펜이 선두가 되었다. 그런데 52랩 째, 잘 달리던 보타스가 갑자기 코스에서 빠져 차를 잔디밭에 세웠다. 뒤쪽에서 연기가 나는 것으로 보아 파워 유닛 트러블인 모양. 첫 번째 세이프티카가 출동했다. 

경기가 후반부인 상황이라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현재 선두인 페르스타펜과 르클레르, 휠켄베르크는 과감하게 피트인을 결정. 미디엄 타이어를 소프트로 바꾼 페르스타펜이 해밀턴 뒤 2위로 복귀했다. 해밀턴은 코스에 머물며 선두가 되었지만 중고 미디엄으로 신상 소프트를 끼운 페르스타펜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 해밀턴은 무전으로 페르스타펜이 어떤 타이어를 골랐는지 물은 후 파워가 필요하다며 모드 선택에 대한 지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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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본과 가슬리, 해밀턴이 막판 세이프티카 상황에서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였다


세이프티카가 빠지고 60랩에서 경기 재개. 재출발 직전 순위는 해밀턴을 선두로 페르스타펜, 페텔, 알본, 르클레르, 가슬리, 그로장, 사인츠, 라이코넨, 그로장 순이었다. 페르스타펜이 맹렬히 가속해 1코너 바깥쪽으로 해밀턴 추월에 성공. 알본도 페텔을 잡고 3위로 뛰어올랐다. 알본은 내친김에 해밀턴까지 압박했다. 해밀턴은 미디엄을 끼고 이미 많이 달린 반면 알본은 세이프티카 직전에 소프트로 교체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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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본은 해밀턴 때문에 시상대 등극의 기회를 날렸다


페라리, 내분으로 몰락

해밀턴은 달아나는 페르스타펜을 따르지 못하고 후속차 방어에 힘써야 했다. 르클레르가 66랩 째 1코너에서 페텔을 추월. 그런데 4코너 직전에 두 대가 동반 리타이어하고 말았다. 백스트레이트에서 재추월한 페텔이 르클레르의 진로를 방해하며 밀어붙이다 두 대가 모두 타이어가 터지고 말았다. 


세이프티카가 다시 출동. 해밀턴은 피트로 들어가 타이어를 바꾸고 마지막 결전을 준비했다. 페르스타펜과 알본, 가슬리, 해밀턴, 사인츠 순으로 늘어서 혼다 세력이 1~3위. 오랜만에 보는 낯선 광경이다. 2랩을 남기고 세이프티카가 빠졌다. 재출발과 동시에 해밀턴이 가슬리를 제치더니 곧바로 2위 알본을 노렸다. 10번 코너에서 안쪽으로 파고든 해밀턴이 알본과 접촉, 알본이 스핀하고 말았다. 가슬리가 어부지리로 2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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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슬리와 페르스타펜. 혼다 파워의 더블 포디엄은 오랜만의 일이다


2위권 싸움을 뒤로한 페르스타펜이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아 폴투윈을 차지했다. 해밀턴이 필사적으로 밀어붙였지만 가슬리가 간발의 차이로 2위. 혼다의 성능이 메르세데스에 필적할 만큼 개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혼다 엔진의 원투 피니시는 1991년 일본 그랑프리(맥라렌, 베르거와 세나) 이후 무려 28년만의 일이다. 해밀턴은 3위로 시상대에 섰다가 알본과의 사고로 5초 패널티를 받아 7위로 밀려났다. 대신 4위의 사인츠 Jr가 뒤늦게 3위가 되었다. 


꼴찌에서 출발해 거둔 눈부신 성과다. 해밀턴은 경기 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알본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알본은 개인 통산 첫 시상대 등극의 기회를 날린 데다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가슬리가 영광을 가져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드불은 경기 직후 알본의 계약 연장을 공식 발표했다. 올해 벨기에에서 레드불로 승격된 후 꾸준한 성적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94654946aa301ef44a48a85e95a57181_1576830115_0109.jpg해밀턴은 3위로 경기를 마쳤지만 패널티를 받아 7위가 되었다 


페라리는 동료 간 싸움으로 더블 리타이어라는 최악의 결과를 냈다. 팀의 컨스트럭터즈 2위가 확정됨에 따라 페텔과 르클레르가 개인 성적에 욕심내다 벌어진 참사였다. 페라리의 비노토 감독은 자유로운 싸움이 어리석은 일을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라면서도 특정 선수에게 비난이 집중되는 것은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경기는 챔피언 타이틀이 결정된 후라 다소 김이 빠진 듯 보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올 시즌 가장 드라마틱하고 파이팅 넘치는 경기였다. 반면 브라질 그랑프리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현재 호세 카를로스 파스에서 열리는 브라질 그랑프리는 계약이 2020년에 끝난다. 이후의 일정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 현재 브라질에서는 새로운 F1 서킷이 리우데자네이로에 건설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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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스타펜이 꾸준히 선두를 달려 승리를 거두었다


헤르만 틸케가 디자인하며 인테라고스와 마찬가지로 반시계 방향 레이아웃이다. 반면 인테라고스는 수익 악화로 최근 상파울루 시의회가 서킷 매각을 투표에 부쳤다가 부결되기도 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초 브라질 그랑프리의 존속을 자신하며 리우데자네이로 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단 올해는 힘들어 보인다. 서킷과 호텔 등 부대시설이 준비를 끝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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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레드불, 메르세데스,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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