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모터스포츠, WRC 챔피언의 발자취 Road To The Championship
2020-01-17  |   7,853 읽음

현대 모터스포츠, WRC 챔피언의 발자취 

Road To The Champion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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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현실이 되었다. 한국이 세계 모터스포츠 정상에 우뚝 서는 일 말이다. 현대는 2014년 WRC에 복귀하고 불과 6년만인 지난해 매뉴팩처러즈 챔피언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국내 모터스포츠 기반이 빈약한 상황에서 일구어 낸놀라운 성과다. WRC는 의심할 여지없이 모터스포츠 세계에서 첫손에 꼽히는 최정상 이벤트. 다양한 지역 랠리를 한데 엮어 1973년 지금과 같은 챔피언십을 시작한 이래 수많은 드라마가 벌어졌던 무대다. 도로 주행이 불가능한 경주차들이 활개 치는 F1, 르망과는 달리 우리에게 익숙한 양산차들이 일반 도로에서 경기를 벌인다는 점에서 대량생산 메이커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장르다.


올해는 시트로엥과 포드, 토요타가 워크스 혹은 세미 워크스 체제로 경쟁을 벌였고 현대가 이들을 누르고 사상 최초로 매뉴팩처러즈 챔피언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90년대 중반 WRC에 도전을 시작했다가 2003년 퇴진하며쓴 맛을 보았지만 2012년 독일에 현대 모터스포츠를 설립하고 2014년에 다시 본격적인 도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6년만인 지난해,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디펜딩 챔피언인 타나크까지 영입함으로서 더블 챔피언의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현대의 원대한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1994~2003 여명기

현대의 랠리 활동은 넓게 보아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아시아 퍼시픽 랠리 시리즈(APRC)이긴 했지만 1994년 호주에서 이안 더글라스가 란트라(엘란트라)로 A7 클래스 우승, 종합 21위, 웨인 벨이 N3 클래스 3위에 종합 18위에 올랐다. 1995년에는 액센트와 티뷰론을 투입, 랠리카 개발 노하우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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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C로의 정식 엔트리는 98년 F2 클래스가 시작이었다. 랠리용으로 개조된 티뷰론 에보2는 앞바퀴 굴림으로 2.0L 베타 엔진이 265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아직 경주차 개발 경험이 없는 현실을 감안해 영국의 MSD(Motor Sport Developments)의 도움을 받았다. 98년 뉴질랜드에서 데뷔해 케네스 에릭슨이 몰고 2L 클래스 3위, 종합 20위에 올랐다. 웨인 벨이 몬 또 한 대의 티뷰론은 리타이어. 이듬해에는 보다 많은 경기에 출전해 포르투갈에서 알리스터 맥레이가 클래스 우승(종합 13위), 중국 랠리에서 종합 10위(클래스 우승)에 올랐다. 이 해 5번의 클래스 우승을 차지한 현대는 매뉴팩처러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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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클래스로 준비운동을 마친 현대는 2000년부터 상위 클래스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앞바퀴 굴림 티뷰론 대신 액센트 베이스의 4WD 랠리카였다. 개발과 제작은 이번에도 MSD가 맡았다. 이렇게 태어난 액센트 WRC2000은 2.0L 베타 엔진을 터보 튜닝해 300마력을 내고 X트랙 6단 변속기를 거쳐 네바퀴를 굴렸다. 2001년형인 액센트 WRC2는 앞쪽에 액티브 디퍼렌셜을 장비했고, 2002년 프랑스에서는 댐퍼와 엔진을 개량한 WRC3를 투입했다. 당시 드라이버는 4회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한 노장 유하 칸쿠넨과 그룹A 챔피언 케네스 에릭손, 영국 랠리 챔피언 알리스터 맥레이(콜린 맥레이의 동생)를 비롯해 아르민 슈워츠, 프레디 로이크스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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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은 2001년 호주와 독일에서 4위가 최고였고 아쉽게도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2002년에는 매뉴팩처러즈 4위로 미쓰비시, 슈코다보다는 시즌 성적이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주보다 리타이어 횟수가 많았다. WRC는 고사하고 모터스포츠 경험 자체가 거의 없던 현대로서는 어쩌면 당연히 치러야 할과정이었다. MSD 개발진 역시도 서킷 레이스가 주력이라 랠리 쪽에는 노하우가 부족했다. 현대의 WRC 역사는 여기에서 중대한 고비를 맞는다. 메인 스폰서 캐스트롤이 빠짐에 따른 예산 문제와 MSD와의 트러블 등으로 2003년 개발 작업은 거의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현대는 그 해 9월 WRC 퇴진을 정식 발표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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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Rally Car

80년대 중반 WRC에 도입된 그룹A 규정은 기본적으로 양산차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즉 랠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스바루 임프레자 WRX,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이나 포드 에스코트 RS 같은 고성능 4WD 모델을 일정 대수 이상 시판할 필요가 있었다.

이것은 대중차 메이커에게는 큰 부담이었고, 워크스팀 축소는 WRC에도 큰 위기가 되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1997년 월드랠리카 규정이 마련되었다. 보다 많은 자동차 메이커를 끌어들이기 위해 일반적인 앞바퀴 굴림 소형차도 4WD 랠리카로 개조할 수 있도록 한것이다. 그 결과 푸조, 시트로엥, 슈코다, 세아트가 WRC에 발을 들였고 현대에게도 출전할 길이 열렸다.

1997년 시작된 월드랠리카는 2011년에 1.6L 터보 엔진을 도입하고 고급 소재의 사용을 제한했다. 2017년에는 흡기제한장치를 키워 출력을 높이고 차폭을 넓히면서 보다 과격한 공력 디자인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큰 폭을 뜯어고쳤다.

2022년에는 다시한번 큰 변화가 예고되어 있다. 파이프 프레임 섀시가 가능해짐에 따라 규정 사이즈에 꼭 맞는 모델이 아니라 다양한 모델 투입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현대는 i30 외형을 축소한 랠리카를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도입된다.


2014 심기일전, 재출발

금세 가능할 것 같았던 현대의 WRC 복귀는 거의 10년의 세월을 필요로 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예전 실수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다. 회사 규모가 몰라보게 커졌을 뿐 아니라 해외시장의 비중이 늘어 브랜드 이미지 재고 필요성이 높아졌다.

WRC 활동에 대한 명분이 한층 뚜렷해진 것이다. 이를 위해 독일 알제나우에 모터스포츠 전진기지를, 뉘르부르크링에는 유럽 테크니컬 센트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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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모터스포츠 GmbH는 WRC를 비롯해 현대의 각종 모터스포츠 활동의 전진기지로서 2012년 12월 문을 열었다. 세계 각국에서 전문가를 모으고 WRC 감독은 엔지니어 출신 프랑스인 미셸 난단에게 맡겼다. 푸조와 토요타, 스즈키 등에서 랠리카 개발에 참여했던 난단은 팀의 체계를 잡고 신차 개발에 힘을 쏟았다. 랠리카는 월드랠리카 규정에 가장 적합한 유럽형 해치백 i20을 베이스로 삼았다. 랠리카는 현대 모터스포츠 개관 3달 전, 파리 모터쇼에서 이미 공개되었다. 1세대 i20(PB) 후기형을 바탕으로 1.6L 직분사 터보 300마력 엔진을 얹어 네바퀴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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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랠리카와 함께 강력한 드라이버진이 필수다. 당시 떠오르는 스타였던 벨기에인 티에리 누빌, 스페인 출신의 베테랑 소르도 외에 유호 하니넨, 크리스 앳킨슨과 헤이든 패든, 브라이언 부피에 등 드라이버는 무려 6명. 랠리카는 4대였지만 드라이버의 컨디션과 코스 특성에 맞추어 기용했다. 당시 워크스팀은 2개 팀을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현대 역시 메인인 현대 쉘 월드 랠리팀과 세컨드팀인 현대 모터스포츠 N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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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20 WRC는 데뷔 3전만인 멕시코에서 3위(누빌)로 처음 시상대에 올랐다. 본거지가 독일인 현대 모터스포츠에게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는 제9전 독일 랠리. 누빌은 테스트 주행에서 전복사고로 차가 대파되었지만 재빠르게 수리해 소르도와 함께 원투 피니시를 달성했다. 현대의 사상 첫 WRC 종합 우승이었다.

2014년 시즌을 통틀어 절대 강자 폭스바겐이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던 유일한 경기이기도 했다. 당연하겠지만 시상식에서는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시즌 성적은 누빌이 드라이버 6위로 가장 높았고, 매뉴팩처러즈는 현대 4위, 현대 N은 7위였다.


2015 정상을 향한 스텝 업

다소 복잡했던 드라이버진은 누빌과 소르도, 패든으로 정리되었다. 나머지 한 자리는 네덜란드 출신의 캐빈 애브링이 맡았다. 애브링은 테스트 드라이버를 겸하며 신형 랠리카 개발은 물론 하위 클래스용 i20 R5 탄생에도 큰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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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C 복귀 2년차인 2015년에는 매뉴팩처러즈 성적 3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누빌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드라이버즈 6위. 현대는 우승이 없었지만 스웨덴에서 누빌이 2위, 이탈리아에서 패든과 누빌이 2, 3위에 올랐고 시즌 종반 스페인에서는 홈그라운드의 소르도가 3위를 차지했다. 전반적으로는 리타이어가 줄어들고 안정적인 고득점을 거두어 안정기에 접어든 시즌이었다


2016 신차로 매뉴팩처러 2위

2016년의 가장 큰 변화는 신형 랠리카였다. 2세대 i20은 2014년에 시장에 나왔지만 최저 생산대수 2,500대를 채워야 하고, 랠리카 개발에도 시간이 필요해 2016년에서야 투입할 수 있었다. 사실 2017년 대규모의 규정 변경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1년밖에 못 쓸 완전 신차의 개발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3년차라는 중요한 고비에 고성능 브랜드 N과도 맞물려 있어 과감한 투자가 결정되었다. 드라이버진은 이번에도 누빌, 소르도, 패든과 애브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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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몬테카를로에서 누빌이 3위, 제2전 스웨덴에서 패든 2위로 시상대를 들락거린 현대는 제4전 아르헨티나에서 패든이 첫 번째 승리를, 제6전 이탈리아에서는 누빌이 팀의 두 번째 승리를 안겼다. 당시 누빌은 부진으로 잠시 현대 N팀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였다. 폴란드 랠리부터는 다시 현대로 돌아온 누빌은 시즌 후반 꾸준히 시상대에 올랐다. 현대는 2번의 우승 포함 12번의 포디엄으로 매뉴팩처러즈 2위에 무난히 등극했다. 누빌 본인도 드라이버즈 2위로 시즌을 마무리함으로서 언제든 챔피언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음을 증명해 보였다.


2017 신 규정 그리고 라이벌의 변화

2017년에는 월드랠리카 규정이 크게 달라졌다. 1.6L 터보 엔진은 흡기제한장치가 33mm에서 36mm로 늘어나 출력이 310마력에서 380마력으로 늘었다. 공력변화는 극적이었다. 차폭이 55mm 늘어나고 공력 설계의 자유도가 높아져 더욱 과격한 오버펜더와 대형 윙, 디퓨저가 허용되었다. 이밖에 최저중량이 1,200kg에서 1,175kg으로 완화되고 액티브 센터 디퍼렌셜 장착이 허용되었다. 현대는 신차를 개발하면서 베이스 모델을 기존 5도어 대신 3도어 해치백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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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처러즈 포인트 계산 방식도 달라져 워크스팀은 랠리카 3대 투입이 가능해졌다. 현대 역시 여기에 따라 현대 N을 정리해 통합했다. 한 경기에 3대가 출전해 모두 득점할 경우 높은 점수 2개만 매뉴팩처러즈 포인트에 합산한다. 2017년에는 또 하나 큰 변화가 있었다. 최강 전력의 폭스바겐이 이른바 ‘디젤 게이트’에 휩쓸려 WRC 활동을 중단하면서 대권 가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M-스포츠는 프라이비터지만 현역 챔피언 오지에가 이적했고, 새롭게 토요타가 WRC 복귀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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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에 이어 폴란드에서 승리를 챙긴 누빌은 선두 오지에를 맹렬히 추격했다. 덕분에 제9전 핀란드에서 드라이버즈 포인트 선두로 올랐다. 하지만 독일과 스페인전을 망치는 바람에 아쉽게도 2위로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현대는 M-스포트에 이어 매뉴팩처러즈 2위에 올랐다.


2018 4대 워크스의 극한 경쟁

폭스바겐 공백으로 혼란스러웠던 2017년이 지나고, 2018년 시즌은 4대 워크스팀이 더욱 팽팽하게 맞섰다. M스포트는 포드의 지원이 강화되어 프라이비터에서 세미 워크스팀으로 승격되었다. 디펜딩 챔피언 오지에의 위상은 여전하다. 토요타는 팀 전력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감에 따라 보다 높은 성적을 목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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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나크가 토요타팀으로 이적한 것도 이해였다. 2017년에 워크스팀으로 복귀한 시트로엥은 전직 챔피언 로브를 긴급 수혈하기는 했지만 뚜렷한 에이스 드라이버가 없어 팀 전력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현대는 폭스바겐2 소속이었던 안드레아스 미켈센을 영입했다. 누빌, 미켈센, 소르도, 패든 4명 중 누빌과 미켈센을 풀 시즌 출전시키고, 소르도와 패든을 3번째 차에 나누어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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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빌은 이번에도 시즌 초반부터 오지에와 격렬한 싸움을 이어갔다. 시즌 중반~후반에 선두를 달렸지만 영국 랠리에서 역전을 허용, 최종전 호주에서 리타이어하면 결국 18점 차이로 오지에에게 챔피언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현대는 이번에도 매뉴팩처러즈 2위였다. 다만 이번에는 매뉴팩처러즈 챔피언이 M-스포트 포드가 아니라 토요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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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계단을 남겨두고 번번이 무릎을 꿇은 현대는 난단 감독을 경질하고 안드레아 아다모를 새로이 감독 자리에 앉히기로 했다. 아다모는 i20 R5를 개발하는 현대 모터스포츠 커스터머 레이싱 부문 매니저였다.


2019 마침내 왕좌에 오르다

2019년, 새롭게 감독이 된 아다모는 ‘드라이버즈와 매뉴팩처러즈 더블 타이틀 획득이 목표’라며 결의를 다졌다. 그리고는 WRC 역사상 챔피언 타이틀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남자, 세바스티앙 로브를 기용한다고 발표했다. 패튼이 빠지고 3번째 차를 로브와 소르도가 나누어 탔다. 이밖에도 아일랜드 출신의 크레이그 브린까지 기용해 핀란드, 영국, 호주에 스폿 참전시키는 초강수를 두었다.

워크스 세력 중에서는 시트로엥이 주목을 받았다. 현역 최강 오지에를 M스포트 포드에서 데려온 시트로엥은 단번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 매뉴팩처러즈 챔피언 토요타는 크리스 미크와 타나크, 라트발라로 드라이버진을 꾸렸다. 반면 오지에를 빼앗긴 M-스포츠 포드는 급격히 힘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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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부터 난전이 이어졌다. 개막전은 오지에가 잡았고, 누빌과 타나크가 시상대를 들락거리며 추격의 고삐를 조였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를 연속으로 잡은 누빌이 선두에 올랐지만 타나크가 칠레와 포르투갈, 핀란드와 독일까지 가져가면서 전세를 역전시켰다. 타나크와 누빌의 격렬한 싸움은 오지에마저 3위로 밀어냈다. 타나크는 제13전 스페인에서 2위로 경기를 마치며 2019 드라이버즈 챔피언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한 경기 남은 상황에서 타나크 263점대 누빌 227점으로 뒤집을 수 없는 점수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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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처러즈 포인트에서는 현대가 선두였다. 현대는 누빌과 미켈센이 안정적으로 점수를 챙겨 초반부터 선두를 달렸고, 로브는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어도 몬테카를로 4위와 칠레 3위로 적잖이 도움이 되었다. 타나크의 분발로 토요타가 8점차까지 따라붙었지만 스페인에서 누빌 우승, 소르도 3위로 18점 차로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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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것은 최종전 호주 랠리 뿐. 그런데 여기에서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경기에 앞서 뉴사우스웨일즈주 동북부에서 대규모의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호주는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매년 대형 화재가 기승을 부린다. 재난경보가 발령되어 WRC같은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 상황이 아니었다. FIA와 프로모터, 호주 주정부는 결국 최종전 호주 랠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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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자동적으로 포인트 리더 현대가 2019년 매뉴팩처러즈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마지막에 약간의 행운이 따르기는 했지만 강력한 라이벌을 상대로 시즌 내내 선두를 유지했기에 가능한 당연한 결과였다. 현대는 누빌 3승, 소르도 1승을 포함해 380점을 챙겼다. WRC에 첫발을 디딘지 20여년, 복귀하고 나서는 불과 6년 만에 거둔 놀라운 성과였다. 현대는 이번 시즌 챔피언 타나크까지 영입에 성공함에 따라 2020년에는 드라이버즈와 매뉴팩처러즈 챔피언 타이틀 싹쓸이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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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에이스, 티에리 누빌

현대가 WRC 재출발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할 일 중 하나가 드라이버 확보였다.

티에리 누빌은 당시 막 떠오르는 벨기에 출신의 신예. 2007년 19살의 나이로 룩셈부르크 지역 랠리에서 데뷔한 누빌은 이듬해 핀란드 랠리를 통해 WRC에 발을 들였다. 당시 하위 클래스에 포드 피에스타로 도전해 완주는 하지 못했다.

PSA의 드라이버 육성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낸 누빌은 주니어 WRC와 IRC를 거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2년 시트로엥 주니어팀과 계약하며 최고 클래스에 발을 들인 누빌은 2013년에는 카타르 월드랠리팀(포드 피에스타)에서 풀 시즌 출전해 드라이버즈 2위에 올랐다. 폭스바겐과 오지에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에 거둔 놀라운 결과였다. 2위 4번, 3위 3번으로 오지에의 뒤를 이었다.

현대는 누빌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다년 계약을 맺었다. 그 선택은 곧바로 진가를 드러냈다. 2014년 독일 랠리에서 테스트 도중 경사진 포도밭에서 6번이나 구르는 대형 사고를 냈지만 멋지게 부활해 우승을 차지했다. 현대는 물론 누빌에게도 사상 첫번째 승리였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경기가 제3전 멕시코. 스테이지 막판에 터진 라디에이터에 맥주를 들이부으며 3위에 올라 큰 박수를 받았다. 누빌은 이후에도 2016년 1회, 2017년에 4회, 2018년 3회 우승했고, 2019년 역시 3번의 승리로 팀의 챔피언 타이틀 획득을 견인했다.

1988년 벨기에 태생으로 잘 생긴 얼굴에 안경이 트레이트 마크다. 고향인 생트비스는 독일 접경지로 독일어를 능숙하게 사용하지만 경기 중 내비게이션은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코드라이버인 니콜라스 길솔과는 2011년 IRC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다. 1991년생인 동생 야닉 누빌도 랠리 드라이버로 활동 중이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현대, 레드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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