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모터스포츠 - 下
2020-07-15  |   15,807 읽음

세상의 모든 모터스포츠 - 下 



TOURING CAR

모터스포츠는 원래 양산차끼리 성능을 겨루는 데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점차 도로를 달릴 수 없는 전문 경주차로 진화했다. 일반인이 도저히 탈 수 없는 전문 레이싱카와 달리 양산차 베이스의 투어링카는 그래서 더욱 우리에게 친숙하게 느껴진다. 그 중 일부는 무늬만 양산차인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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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M “독일 고급차들의 무한경쟁”

독일에서 태어난 DTM은 벤츠 190E, BMW M3, 아우디 V8 등 독일의 대표적인 고급차 브랜드가 경쟁하는 레이스로 1984년 이래 빠르게 인기를 모았다. ABS와 네바퀴 굴림, 카본 섀시 등 당시 여타 투어링카 레이스에 비해 하이테크를 광범위하게 도입한 DTM은 클라우스 루드비히, 니콜라 라니니와 베른트 슈나이더같은 F1과 르망 출신 스타 드라이버가 활약했다. 1995년에는 독일을 벗어나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도 경기를 치르는 국제 시리즈로 확장하고 이름도 ITC로 바꾸었다. 하지만 급등한 운영비에 비해 수익은 악화되자 워크스팀 퇴진이 잇따라 96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지고 만다. 

2000년 부활한 DTM은 예전 문제에 대한 반성으로 비용관리에 힘을 쓰고 있다. 현재 벤츠와 아우디가 모든 팀에 섀시를 공급한다. 엔진은 V8 4.0L에서 지난해 4기통 2.0L 터보가 도입되었으며 610마력 정도의 출력을 낸다. 변속기, 브레이크, 휠도 대부분 공통 부품. 타이어는 한국 타이어가 공급한다. F1의 DRS처럼 직선 도로에서 저항을 줄이는 가동식 리어윙을 사용해 박진감 넘치는 추월전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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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CAR  “인디 위협하는 미국 최고 인기 레이스”

나스카의 인기는 인디카에 필적한다. ‘National Association for Stock Car Auto Racing’이라는 뜻을 풀어보면 시판차 레이싱 협회인데, 오늘날에는 껍데기만 양산차를 흉내 낸 순수 레이싱카지만 예전에는 진짜 양산차로 경기를 벌였기 때문이다.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기, 밀주를 싣고 경찰의 추격을 뿌리치던 운전 실력자들이 데이토나 비치에 모여 달린 것이 나스카의 뿌리였다. 2차대전 직후인 1948년 결성된 나스카는 이듬해 첫 레이스를 열었다. 

픽사 애니메이션 <카>에 등장하는 피스턴컵이 바로 나스카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하늘색의 고풍스런 경주차 ‘킹’은 나스카의 살아있는 전설 리처드 패티(목소리도 직접 연기했다). 1971년부터 89년까지 1,185번의 레이스에 출전하며 7번의 챔피언 타이틀과 127번의 폴포지션 등 대기록을 남겼다. 

오늘날의 나스카는 강관 프레임에 양산차 모양 보디를 씌운 순수 경주차를 사용한다. 특이한 점은 고전적인 대배기량 V8 OHV 엔진을 아직도 고집한다는 사실이다. 토요타의 경우는 V8 OHV 엔진이 없어 나스카 전용으로 개발해 사용한다. 가장 높은 나스카 컵 외에 엑스피니티 시리즈, 트럭 시리즈 등 세 가지 클래스가 있다. 경기는 미 전역을 돌며 한 시즌에 36번 열린다. 비시즌인 1월과 12월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주 열리는 셈. 코스는 대부분이 타원형의 오벌 형태이고 1주 1km가 안되는 마틴스빌부터 4km가 넘는 탈라데가까지 있다. 코로나 사태로 제4전 이후 중단되었던 올 시즌 나스카는 지난 5월 17일, 달링턴 레이스웨이에서 경기를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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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CR “핫해치의 불꽃 튀는 서킷 레이스”

양산차 기반이라는 투어링카 성격에 가장 부합하는 레이스는 많지만 그 중에 월드 타이틀이 붙은 것은 현재 WTCR뿐이다. 1987년부터는 FIA가 주관하는 4번째 세계 선수권이 된 WTCC는 비용이 급등하면서 금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렇다고 투어링카 레이스가 멸종된 것은 아니어서 각 나라별 시리즈는 여전했다. 1991년부터 수퍼투어링이라고도 불리는 클래스2 규정을 도입해 2.0L 엔진 중형 세단들이 서킷으로 모여들었다. 영국 투어링카 챔피언십 BTCC가 대중적 인기를 모으자 2001년에는 FIA 주도 하에 이탈리아, 독일 선수권과 통합하는 방식으로 12년 만에 유럽 선수권을 부활시켰고, 2018년부터는 신생 TCR 인터내셔널 시리즈와 통합해 지금의 WTCR(World Touring Car Cup)이 되었다. TCR 규정은 금세 많은 팀을 불러들여 나라별로 수많은 TCR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TCR 규정은 비용절감에 힘써 결승 레이스 역시 타이어 교체 등 복잡한 작업을 피하고 짧은 길이로 3번에 나누어 치른다. 2018년은 개막전인 아프리카 모로코부터 최종전 마카오까지 10개 라운드에서 30번의 결승 레이스를 치렀다. 현대는 국산차 최초로 본격 시판용 경주차인 i30 N TCR을 2018년 선보여 그 해 더블 챔피언, 지난해에는 드라이버즈 챔피언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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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CARS CHAMPIONSHIP “오세아니안 나스카”

영국의 오랜 지배를 받았던 호주지만 자동차만큼은 미국 성향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호주를 대표하는 수퍼카즈 챔피언십 역시 나스카와 닮았다. 90년대부터 2015년까지 V8 수퍼카즈라고 불렸으며, 이름 그대로 V8 엔진을 얹은 대형 세단을 사용했다. 2017년부터는 쿠페 보디 사용이 가능해졌으며, 엔진도 V8 외에 4기통과 6기통 터보가 추가되었다. 대회 명칭을 V8 없이 수퍼카즈 챔피언십으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나스카와는 달리 호주에서는 실제 양산차 차체를 쓴다. 대신 개조 폭은 상당히 넓어 앞 더블 위시본, 뒤 독립식 서스펜션을 새로 짜 넣고, 구동계는 무조건 FR. 홀덴 코모도어(오펠 인시그니아)나 닛산 알티마처럼 앞바퀴 굴림차도 FR로 개조한다. 오벌 경기가 많은 나스카와 달리 일반적인 서킷과 스트리트 코스에서 열린다.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길이도 다양하며 경기 진행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아델레이드 500은 250km짜리 결승 레이스를 2번 달린다. 반면 마운트파노라마 서킷에서 열리는 배서스트 1000의 경우 1000km 거리를 연속으로 달리는 장거리 레이스. 배서스트 1000과 샌다운 500, 골드코스트 500 등 내구 레이스에서는 드라이버 2명이 나누어 달린다. 


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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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 RACE  “4초면 끝나는 초단거리 승부”

지축을 흔드는 폭음, 로켓 같은 가속으로 순식간에 승패를 가리는 드래그 레이스. 가장 미국색이 강한 모터스포츠에 다름 아니다. 1/4마일 직선로(약 402m)에서 벌이는 화끈한 1:1 승부는 다른데서 맛보기 힘든 독특한 개성과 쾌감이 있다. 2차대전 직후 1951년 미국에서 결성된 NHRA는 오늘날 4만 명이 넘는 드라이버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모터스포츠 기관이다. 미국에는 NHRA 외에도 IHRA, NDRL 등이 주최하는 다양한 드래그 레이스가 열린다. 

드래그 스트립이라 불리는 전용 경기장은 2대의 차가 나란히 달린다. 경기도 1:1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한다. 출발 타임을 양쪽 따로 측정하기 때문에 결승선을 늦게 통과하고도 이길 수 있다. 길이는 일반적으로 1/4마일이지만 일부 이보다 짧은 경우도 있다.

참가 클래스는 매우 다양해 양산차부터 바이크까지 포용한다. 쉐보레가 판매중인 COPO 카마로는 일반인이 구입해 팩토리 스톡 클래스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양산형 드래그 머신. 반면에 톱퓨얼 퍼니카와 톱퓨얼 드래그스터는 그야말로 몬스터급 성능을 지닌다. 외형부터 가늘고 긴 쐐기 형태일 뿐 아니라 수천마력이 넘는 출력으로 불과 4~6초만에 400m 거리를 주파한다. 톱퓨얼 클래스의 경우 이 짧은 시간동안 약 70L의 연료를 쏟아 부어 1만마력을 넘기도 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마일(160km) 가속에 1초가 걸리지 않으니 F1 머신을 압살하는 가속이다.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2017년부터 톱퓨얼 클래스에 한해 경기 구간을 1000ft(305m)로 줄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승선 통과속도가 시속 500km를 가뿐히 넘기 때문에 감속용 패러슈트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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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LL CLIMB “구름을 향해 달리는 레이스”

경사길을 오르는 힐클라임 레이싱은 가장 전통적인 모터스포츠의 형태 중 하나. 영국 쉘슬리 웰시에서는 1905년 시작해 지금도 같은 코스에서 여전히 힐클라임 경기가 열린다. 유럽에는 지금도 동네마다 뒷산을 오르는 소규모 힐클라임 레이스가 널리 사랑받는다. 그만큼 뿌리가 깊은 모터스포츠다. 유럽에서는 FIA 주관의 챔피언십 시리즈가 매년 열리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리는 파이크스피크 힐클라임(PPIHC)이다. 로키산맥 파이크스 봉우리를 오르는 20km 구간에서 열리는 PPIHC는 1916년 시작되어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구간이 비포장이었지만 2011년부터는 전구간 아스팔트로 포장되었다. 미국 국내 경기였다가 80년대 중반 WRC에서 자리를 잃은 그룹B 랠리카들이 도전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시대 흐름에 따라 전기차 출전이 많아지고 있다. 폭스바겐이 PPIHC 전용으로 개발한 ID.R이 7분57초148의 신기록을 수립하며 8분의 벽을 최초로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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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FT “기술과 예술을 겨루는 자동차계의 피겨 스케이팅”

일본의 튜닝 잡지 <Option>과 ‘드리프트 킹’으로 불리는 레이서 츠치야 케이이치에 의해 제안된 D1 그랑프리는 2001년 시작되어 2003년부터 해외에서도 개최되기 시작했다. 속도와 시간으로 순위를 가리는 일반 레이스와 달리 D1은 누가 더 멋지게 드리프트를 하는지, 마치 피겨 스케이팅처럼 심사위원이 점수로 평가한다. 2012년부터는 GPS와 각속도 센서를 동원해 조금 더 공정성을 기할 수 있는 기계식 채점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고성능 타이어를 인위적으로 미끄러뜨려야하기 때문에 출력을 한껏 끌어올린 튜닝카가 사용된다. 최근에는 EV 규정이 생겨 뒷바퀴를 모터로 굴리는 프리우스도 나타났다. 경기 진행은 일단 1라운드에서 단독 주행으로 점수를 매긴 후 2회전에서는 2대씩 달리는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토너먼트에서는 두 대가 나란히 달리며, 각기 한 번씩 선행을 맡아 두 번의 주행으로 승부를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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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CAR ONEMAKE “금수저 취미생활 끝판왕”

당연하겠지만 뛰어난 기량의 프로 선수의 경기 모습을 보는 것이 관중의 즐거움이다. 반면에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참여하고 싶어 하는 마니아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아마추어 클래스라면 관중의 즐거움보다는 본인의 만족이 우선이다. 운전을 즐기는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번쯤 레이스에 도전하고 싶은 꿈을 꾸게 된다. 다만 직접 팀을 꾸리고 운영하기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고성능차 메이커들은 이런 욕망을 실현시켜주기 위한 자체 레이스를 운영한다. 커스터머 레이싱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다. 페라리 챌린지, 람보르기니 수퍼트로페오, 포르쉐 카레라컵, 퓨어 맥라렌 GT 시리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드라이버 기량에 따라 프로와 아마추어로 클래스를 나누며 일정 금액을 받고 미케닉과 차량 수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드라이버는 수트와 헬멧만 가져오면 된다. 단독 경기보다는 F1 등 다른 큰 경기의 서브 이벤트로 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74e723ed3822b2083ccc2dbc82bc9fcb_1584331995_5924.jpg글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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