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RBURGRING SPECIAL 4 EXPERIENCE - 뉘르부르크링 주행 체험기 “심장이 멎는 듯한 짜릿함을 느꼈다”
2008-12-16  |   18,215 읽음

노르트슐라이페(Nordschleife, 북쪽 트랙)에 대한 환상은 대단했다. 세상에서 가장 긴 트랙이라는 점 이외에도 이 트랙이 1927년에 첫 번째 레이스가 열렸다는 사실만으로 매니아들의 성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필자는 지난해 폭스바겐 독일 본사에 근무하던 시절 노르트슐라이페에 7차례 방문했고, 그중 두 번은 실제로 서킷을 달릴 수 있었다.

일단 노르트슐라이페의 트랙 컨디션은 그 어떤 서킷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21km를 달리는 동안 만나는 170개 가량의 크고 작은 코너들은 운전에 자신이 있는 필자에게도 처음부터 상당히 까다롭게 느껴졌다. 블라인드 코너가 많고, 세이프티존(안전지대)이 거의 없는 형태의 서킷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고속코너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과감한 공략을 위해서는 노르트슐라이페에 대한 사전지식이 충분해야 한다.

고저차가 300m에 이르는 특성상 내리막 직선을 신나게 질주하다 보면 갑자기 대기압의 증가로 귀가 답답해지는 현상이 생기는 것은 물론 한참 경사로를 오르다가 다시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식의 코스에서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과 같은 심한 자극에 놀라게 된다.

엄청난 관성과 고저차의 짜릿한 쾌감
일반적으로 서킷이 2차원 평면에서 관성과 싸우는 식의 운전이라면 노르트슐라이페는 3차원 공간을 모두 느끼면서 달리는, 훨씬 더 다이내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출력이 높은 차를 몰면 그 차이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140마력의 폭스바겐 파사트 바리안트로 돌고 두 번째는 250마력의 폭스바겐 골프 R32로 돌았는데, R32로 달렸을 때는 시속 220km가 넘는 고속코너를 돌면서 심장이 멎는 듯한 짜릿함을 느꼈다. 심한 고저차에 쉴 새 없이 다가오는 좌우 연속 코너를 달리다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노르트슐라이페에는 실력이 대단한 무명 레이서 및 전문 테스트 드라이버들은 물론 리터급 바이크를 타는 라이더들도 많다. 따라서 노르트슐라이페를 달리다 보면 서킷을 익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신보다 빠른 차나 바이크가 안전하게 자신을 추월해갈 수 있도록 양보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경주용으로 튜닝된 포르쉐나 리터급 바이크들이 뒤에서 달려오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며, 이런 차들의 주행에 방해되지 않게 항상 후방을 주시해야 한다. 빠른 차에 항상 1차로를 양보하는 독일의 선진화된 운전문화가 서킷에서도 철저히 지켜지기 때문에 50마력짜리 올드카와 600마력 이상의 수퍼카들이 함께 달릴 수 있는 것이다.

노르트슐라이페에는 티켓을 구매한 경우 어떤 차든지 입장이 가능하며, 심지어 투어 버스도 들어간다. 필자는 첫 주행 때 아내와 6개월 된 딸아이를 뒤에 태우고 들어갔는데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다만 바이크의 경우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서 모든 라이더가 야광조끼를 입어야 한다.

한편 노르트슐라이페의 주차장도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고성능 차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각종 희귀한 모델들은 물론 영국, 이태리, 심지어 노르웨이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에서도 자신의 차를 몰고 이곳을 찾는다.

노르트슐라이페가 가진 성스러움은 단순히 21km라는 길이나 80년이 넘는 역사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이 가진 철저한 운전교육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성능의 차들이 아무런 부작용 없이 일반도로를 사이좋게 달리는 성숙된 문화를 서킷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 같은 노르트슐라이페, 나아가 독일이 지닌 교통환경과 선진적인 운전교육 시스템, 차를 즐기는 남다른 문화에 대한 토털 벤치마크가 우리에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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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켓 구매 후 서킷에 모여드는 자동차 매니아들 뉘르부르크링에서는 클래식카와 최신 수퍼카가 함께 달린다자신의 차에 자랑스럽게 뉘르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남자뉘르에서는 이스데라 스파이더(Isdera Spyder 036i) 같은 희귀차도 종종 볼 수 있다라이더에게도 인기 있는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