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전 일본 랠리 - 로브, WRC 최초의 5연패 챔피언
2008-12-17  |   10,561 읽음

세계랠리선수권(WRC)은 최종전 영국 랠리를 남기고 드라이버즈 타이틀을 갈랐다. 시트로앵의 로브가 WRC 최초로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토미 마키넨과 유하 칸구넨이 세운 4연패를 갈아치운 것이다. 로브(112)와 랭킹 2위 포드의 히르보넨(102)은 10점차. 만일 영국 랠리에서 히르보넨이 우승하고 로브가 무득점이면 112점 타이. 하지만 승수에서 로브는 이미 10승을 기록하고 있다. 히르보넨은 지금까지 3승을 올렸다. 최종전에 우승해도 4승에 그친다. 이미 타이틀을 잡은 로브는 시즌 11승의 신기록에 도전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국전 승리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한편 매뉴팩처러즈 타이틀전에서는 시트로앵과 포드가 175 대 164로 11점차. 포드의 원투에 시트로앵의 무득점이 아니더라도 역전 가능성은 있다. 포드가 최후의 일전을 노리는 이유다. 

히르보넨, 여유 있게 선두 질주
10월 30일 금요일. WRC 제14전 일본 랠리 제1 레그는 일본 삿포로 발착 거리 498.01km, 10개 경기구간(SS 1∼10) 90.48km.
히르보넨(BP 포드)이 첫날의 혼전을 뚫고 랠리 루트를 압도한 가운데 타이틀을 다투는 로브(시트로앵)는 3위를 지키며 앞으로 돌진했다.

SS 6에서 뒤발(스토바트 포드)이 대사고를 일으켜 스테이지 중단. 때문에 이날 후반전에서는 맹렬한 공세를 펼치진 못했다. 뒤발이 포드 워크스팀의 라트발라를 제치고 2위로 뛰어오르는 순간 옆으로 미끄러지며 철제 가드레일과 충돌. 경주차가 파손되고 코드라이버 파트릭 피바토가 부상했다.

피보토는 차안에 갇혀 있다가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팀에 따르면 그는 계속 의식이 있었다. 랠리 조직위는 주초에 눈이 쌓인 SS 7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뒤발의 사고 뒤 대다수 출전자들이 지체되어 SS 8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랠리 대열은 수퍼스페셜을 치를 삿포로 돔에 모였다. 결국 대다수 드라이버가 이날 후반전에서 달린 경기구간은 겨우 16km.

게다가 수퍼스페셜의 타임 컨트롤에서 혼란이 벌어져 엽기적으로 하루를 마쳤다. 부정확한 기록이 나왔을 뿐 아니라 드라이버의 스테이지 출전순서도 뒤엉켜 버렸다.
한번은 로브와 코드라이버 다니엘 엘레나가 타임 컨트롤에서 버텼다. 경기진행요원이 그들에게 필요한 타임카드를 주지 않았기 때문. 경기진행요원들은 아무 것도 몰랐고, 영어를 할 줄 아는 요원이 하나도 없었다.

뒤발의 사고와 뒤이은 혼란이 벌어지기 전에 선두주자 히르보넨은 SS 5와 6을 완전 장악, 2위 라트발라와 20초가 벌어졌다. 뒤발의 사고 전에 포드는 원-투-스리 체제. 타이틀은 최종전 영국 랠리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짙었다. 그러는 가운데 로브가 3위로 올라와 전세를 뒤집었다.

한편 시트로앵은 매뉴팩처러즈 타이틀전에서 더 큰 압력을 받았다. 로브의 팀동료 소르도가 SS 6 초반 터보 고장으로 탈락. 추가 득점의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혼란을 틈타 스바루 듀오가 4, 5위로 올라섰고, 스토바트 포드의 윌슨은 6위로 밀려났다. 스즈키 듀오가 마지막 득점권을 채웠다.
 
포드팀 철갑 원투, 그러나…
11월 1일 토요일. 제2 레그는 삿포로 발착 거리 470.31km에 10개 SS(11∼20) 156.78km.
포드 듀오 히르보넨과 라트발라가 계속 원투를 지키는 가운데 로브는 3위로 타이틀 굳히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세팅 착오로 시간을 잃고 고전을 해야 했다.

로브는 카무이셉 장거리 스테이지에서 세팅을 강화했으나 효과 없이 시간만 잃었다. 선두 히르보넨과의 시차는 거의 1분으로 벌어졌다. 하지만 이날 오후에 벌어진 드라마 덕택에 시간 손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솔베르그(스바루)는 키나 스테이지에서 로브를 맹추격하다 도랑에 빠졌다. 우후방 바퀴가 달아나 로브 사냥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사기는 꺾이지 않아 레그 초반에 스테이지 하나를 따냈고, 시종 페이스가 좋았다.

키나 스테이지는 스바루팀에 2중의 재앙을 안겼다. 팀동료 애트킨슨도 똑같은 구덩이에 빠져버린 것. 하지만 경기를 속행해 솔베르그가 물러난 4위에 뛰어들었다.

이날 후반전은 솔베르그 형제에게 불운을 안겼다. 문치즈 포드의 솔베르그는 SS 17에서 서스펜션이 고장나 6위에서 물러나야 했다. 바로 앞 스테이지에서 스즈키의 안데르손이 펑크로 넘겨준 자리였다.
윌슨(스토바트 포드)과 가르데마이스터(스즈키)가 치열한 5위전을 벌여 불과 7초차로 레그 3을 맞았다. 가르데마이스터는 삿포로 돔의 수퍼스페셜 전반에 스테이지 톱타임. 스즈키에 WRC 첫 스테이지승을 안겼다. 불운한 안데르손도 7위를 지켰다. 선두그룹에 혼란이 빚어지면서 문치즈 포드의 빌라그라가 득점권에 진입했다.

선두를 달리는 워크스 포드팀은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유일한 사고는 초단거리 이메루 스테이지에서 일어난 라트발라의 펑크. 예비 타이어가 하나밖에 없어 신중한 방어작전으로 돌아섰다.

포드 원투, 타이틀은 로브의 품에
11월 2일 일요일. 제3 레그는  거리 347.96km에 9개 SS(21∼29) 96.43km.
로브가 사상 첫 WRC 5연패 기록을 세웠다. 일본 랠리 전적은 3위. 라이벌 히르보넨과 동료 라트발라는 포드 원투로 랠리 루트를 압도했지만 타이틀 차지에 실패하고 무릎을 꿇었다.
로브는 랠리 주말에 앞서 일본에서 왕관을 확정 짓고 싶다고 선언했다. 11월 말의 최종전 영국 랠리에서 총공세로 시즌 11승의 신기록을 세우려는 야망을 드러낸 것.

제1 레그에서 워크스 포드 듀오와 스토바트 포드의 뒤발이 원투스리. 로브의 타이틀 가능성은 멀어 보였다. 그 사이 뒤발이 SS 6에서 라트발라를 추월하다가 철제 가드레일에 격돌. 코드라이버 피바토가 중상을 입었다.

뒤발의 대사고로 로브에게 3위가 굴러 떨어졌다. 타이틀 장악에 절호의 기회. 이후 로브는  페이스를 조절하며 포드 듀오를 뒤따르는 데 최선을 다했다. 험악한 도로에 폭우까지 쏟아져 고난의 행군이 계속됐다.

로브는 최종 1개의 스테이지를 남기고 진창에서 스핀했으나 위기를 돌파하고 5연패를 달성했다. 4회 챔피언 토미 마키넨과 유하 칸쿠넨을 제치고 WRC  신기록 수립한 것. 로브는 감격어린 소감을 밝혔다.
“믿을 수 없다. 정말 끔찍한 랠리였다. 출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았다. 이번 랠리보다 까다로운 경기는 없었다. 한데 이제 정말 멋진 순간이 찾아왔다. 완전히 압력을 벗어났다. 완벽하다. 그리고 홀가분하다. 지난해 최고기록과 타이를 이뤘고, 이번에 기록을 깼다. 우리는 5연패를 달성한 유일한 팀이다.”

포드 원투가 시작되었을 때 히르보넨의 우승은 이미 굳어졌었다. 팀동료 라트발라는 히르보넨의 타이틀 도전과 시즌 3승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했다. 오전의 폭우 속에서 라트발라는 한수 앞선 공격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오후에는 뒤로 물러나 히르보넨의 3승을 뒷받침했다. 듀오의 긴밀한 협력에도 로브의 왕좌 등극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한편 라트발라는 2위에 크게 만족했다. 최근 아스팔트 랠리에서 스토바트로 강등된 뒤에 거둔 알찬 전과였기 때문.

스바루는 일본이 홈랠리. 따라서 멀리 떨어진 4위와 8위 이상의 성적을 기대했다. 에이스 솔베르그는 2레그에서 바퀴가 빠져나간 뒤 수퍼랠리 규정에 따라 재출전, 1점을 건졌다. 한편 동료 애트킨슨은 솔베르그와 같은 구덩이에 빠졌지만 4위에 올랐다.

역시 홈팀인 스즈키는 WRC 데뷔 이후 최고 전적을 올렸다. 일본 랠리의 스타로 각광받은 안데르손은 일련의 놀라운 스테이지 타임을 기록한 뒤 펑크를 이기고 5위에 올랐다. 팀동료 가르데마이스터는 6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스토바트 포드의 윌슨이 7위에 끼어 2점을 따냈다.

2008 시즌 WRC는 11월 28∼30일 영국 웨일즈의 진흙탕에서 최종전을 치른다. 마지막 경기에서 WRC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매뉴팩처러즈 타이틀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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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5회의 대업적을 이룬 로브에게 축하의 악수를 건네는 히르보넨랜서를 타고 10위에 턱걸이한 하니넨솔베르그가 삿포로돔에서 열린 수퍼스페셜 스테이지를 달리고 있다히르보넨은 라트발라의 지원으로 일본전 우승을 차지했다험악한 도로에 비까지 내려 최악의 경기가 된 일본전에서 선두를 달리던 라트발라. 하지만 팀 오더를 받아들여 2위로 내려앉았다듀발이 철제 가드레일과 충돌, 코드라이버 피바토가 부상했다스바루팀은 홈코스인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했지만 경주차 두 대가 모두 사고를 당했다최종전을 남기고 로브가 5회째 챔피언을 확정지었다. 유하 칸쿠넨과 토미 마키넨을 뛰어넘는 대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