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전 일본 랠리 - BP 포드, 타이틀 희망 불씨 살려 S. 로브, 사상 첫 5연패 ‘이젠 내가 랠리 황제’
2008-12-22  |   10,581 읽음

세계랠리선수권(WRC)은 최종전 영국 랠리를 남기고 드라이버즈 타이틀의 향방을 갈랐다. 시트로앵의 S. 로브가 WRC 사상 처음으로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토미 마키넨과 유하 칸구넨이 세운 4연패를 갈아치운 역사적 쾌거이다. 로브(112점)와 랭킹 2위 BP 포드의 M. 히르보넨(102점)은 10점차. 만일 영국 랠리에서 히르보넨이 우승하고 로브가 무득점으로 끝나면 112점으로 타이가 된다. 하지만 승수에서 로브는 이미 10승. 히르보넨은 지금까지 3승으로 최종전에 우승해도 4승에 그친다. 이미 타이틀을 잡은 로브는 시즌 11승의 신기록에 도전한다. 그러기 위해 영국전 승리에 모든 것을 걸게 된다.

한편 매뉴팩처러즈 타이틀전에서는 시트로앵과 BP 포드가 175점 대 164점으로 11점차. BP 포드의 원투승에 시트로앵의 무득점이 아니라도 단순 계산상 역전 가능성은 있다. BP 포드가 최후의 일전을 노리는 이유다. 

M. 히르보넨, 첫날 여유있는 선두 질주
WRC 제14전 일본 랠리 제1레그가 지난 10월 30일 일본 삿포로 발착 거리 498.01km, 10개 경기구간 90.48km에서 펼쳐졌다. M. 히르보넨(BP 포드)이 첫날의 혼전을 뚫고 랠리 루트를 압도했다. 그런데 타이틀 라이벌 S. 로브(시트로앵)는 3위를 지키며 타이틀 고지로 돌진했다.

SS6에서 F. 뒤발(스토바트 포드)이 대사고를 일으켜 스테이지가 중단되었다. 때문에 이날 후반전에서는 맹렬한 공세가 눈에 띄지 않았다. 뒤발은 포드 워크스팀의 J. 라트발라를 제치고 2위로 뛰어올랐다. 그 순간 옆으로 미끄러지며 철제 가드레일과 충돌했다. 경주차가 파손되고 코드라이버 파트릭 피바토가 부상했다.

처음 피바토는 차안에 갇혀 있었지만,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팀에 따르면 그는 계속 의식이 있었다. 랠리 조직위원회는 주초에 눈이 쌓인 SS7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뒤발의 사고 뒤 대다수 출전자들이 지체되어 SS8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랠리 대열은 수퍼스페셜스테이지(SSS)를 치를 삿포로 돔에 모였다. 대다수 드라이버가 이날 후반전에서 달린 경기구간은 겨우 16km.

게다가 SSS의 타임 컨트롤에서 혼란이 벌어져 엽기적으로 하루를 마쳤다. 부정확한 기록이 나왔을 뿐 아니라 드라이버의 스테이지 출전순서가 엉망이었다. 한번은 로브와 코드라이버 다니엘 엘레나가 타임 컨트롤에서 버텼다. 경기진행요원이 그들에게 필요한 타임카드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진행요원들은 아무 것도 몰랐고, 영어를 말하는 요원이 한 명도 없었다. 뒤발의 사고와 뒤이은 혼란이 벌어지기 전에 선두주자 히르보넨은 SS5와 SS6을 완전 장악했다. 2위 라트발라와는 20초차. 뒤발의 사고 전에 포드는 1∼3위 체제여서 타이틀전을 최종 영국 랠리로 끌고 갈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로브가 3위로 올라와 전세를 뒤집었다.

한편 시트로앵은 매뉴팩처러즈 타이틀전에서 더 큰 압력을 받았다. 로브의 팀동료 D. 소르도가 SS6 초반에 터보 고장으로 탈락했다. 추가 득점의 기회가 사라졌다. 혼란을 틈타 스바루 듀오가 4, 5위로 올라왔고, 스토바트 포드의 M. 윌슨은 6위로 밀려났다. 스즈키 듀오가 마지막 득점권을 채웠다.

제2레그는 11월 1일 삿포로 발착 거리 470.31km에 10개 SS 156.78km에서 치러졌다. BP 포드 듀오 M. 히르보넨과 J. 라트발라가 계속 원투를 지켰다. 그러나 S. 로브(시트로앵)는 3위로 타이틀 굳히기에 들어갔다. 로브는 세팅 착오로 시간을 잃고 고전했다. 로브는 카무이셉 장거리 스테이지에서 세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효과 없이 시간만 잃었다. 선두 히르보넨과의 시차는 거의 1분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이날 오후에 잇따라 벌어진 드라마 덕택에 시간 손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P. 솔베르그(스바루)는 키나 스테이지에서 로브를 맹추격하다 도랑에 빠졌다. 오른쪽 뒷바퀴가 달아나 로브 사냥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사기는 꺾이지 않았다. 레그 초반에 스테이지 하나를 따냈고, 시종 페이스가 좋았기 때문이다. 키나 스테이지는 스바루팀에 이중의 재앙을 안겼다. 팀동료 C. 애트킨슨도 똑같은 구덩이에 빠졌다. 하지만 경기가 다시 진행되었다. 솔베르그가 물러난 4위에 뛰어들었다.

이날 후반전은 솔베르그 형제에게 불운을 안겼다. 문치즈 포드의 H. 솔베르그는 SS17에서 서스펜션 고장으로 6위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앞 스테이지에서 스즈키의 P. 안데르손이 펑크로 넘겨준 자리였다. 이때 M. 윌슨(스토바트 포드)과 T. 가르데마이스터(스즈키)가 치열한 5위전. 불과 7초차로 3레그를 맞는다. 가르데마이스터는 삿포로 돔의 SSS 전반에 스테이지 톱타임을 기록해 스즈키에 WRC 첫 스테이지승을 안겼다. 불운한 안데르손도 계속 7위를 지켰다. 선두그룹에 혼란이 빚어지면서 문치즈 포드의 F. 빌라그라가 득점권에 진입했다. 선두를 달리는 워크스 포드팀은 살육극을 모면했다. 유일한 사고는 초단거리 이메루 스테이지에서 일어난 라트발라의 펑크. 예비 타이어가 하나밖에 없는 라트발라는 신중한 방어작전으로 돌아섰다.

포드 원투승, 타이틀은 로브 품에 안겨
제3레그는 11월 2일 거리 347.96km에 9개 SS 96.43km에서 진행되었다. S. 로브가 사상 첫 WRC 5연패를 달성해 새 역사를 썼다. 일본 랠리 전적은 3위. 라이벌 M. 히르보넨과 동료 J. 라트발라는 BP 포드 원투로 랠리 루트를 압도했다. 하지만 타이틀전을 살리는 데 실패하고 무릎을 꿇었다. 로브는 랠리 주말에 앞서 일본에서 왕관을 확정짓고 싶다고 선언했다. 11월 말의 최종 영국 랠리에서 총공세로 시즌 11승의 신기록을 세우려는 야망을 드러낸 것이다.

1레그에서 워크스 포드 듀오와 스토바트 포드의 F. 뒤발이 1∼3위를 기록했다. 로브의 타이틀 가능성은 멀어 보였다. 그런데 뒤발이 SS6에서 라트발라를 추월하는 순간 철제 가드레일과 부딪쳐 코드라이버 P. 피바토가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로브에게 3위가 굴러 떨어졌다. 타이틀 장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다. 로브는 그 뒤 페이스를 조절하며 포드 듀오를 뒤따르는 데 최선을 다했다. 험악한 도로조건에 최종일 폭우가 쏟아져 고난의 행군이 계속되었다.

최종 한 개 스테이지를 남기고 로브가 진창에서 스핀했다. 그러나 위기를 돌파하고 5연패를 달성했다. 4회 챔피언 토미 마키넨과 유하 칸쿠넨을 제치고 WRC 역사상 신기록을 수립했다. 로브는 감격 어린 소감을 밝혔다.

“믿을 수 없다. 정말 끔찍한 랠리였다. 출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았다. 이번 랠리보다 까다로운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 정말 멋진 순간이 찾아왔다. 압력에서 벗어나게 되어 무척 홀가분하다. 지난해 최고기록과 타이를 이룬 데 이어, 이번에 기록을 깼다. 우리는 5연패를 달성한 유일한 팀이다.”

BP 포드 원투가 시작됐을 때 히르보넨의 우승은 이미 굳어졌었다. 팀동료 라트발라는 오직 히르보넨의 타이틀 도전과 시즌 3승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했다. 오전의 폭우 속에서 라트발라는 한 수 앞선 공격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뒤로 물러나 히르보넨의 3승을 뒷받침했다. 다만 듀오의 긴밀한 협력에도 로브의 왕좌 등극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한편 라트발라는 2위에 크게 만족했다. 최근 아스팔트 랠리에서 스토바트로 강등된 뒤에 거둔 알찬 전과였기 때문이다.

스바루는 일본이 홈랠리다. 따라서 선두와는 멀리 떨어진 4위와 8위 이상의 성적을 기대했다. 에이스 P. 솔베르그는 2레그에서 바퀴가 빠져나간 뒤 수퍼랠리 규정에 따라 재출전해 1점을 건진 8위. 동료 애트킨슨은 솔베르그와 같은 구덩이에 빠졌지만 4위에 올랐다. 역시 홈팀인 스즈키는 WRC 데뷔 이후 최고 전적을 올렸다. 일본 랠리의 스타로 각광받은 P. 안데르손은 일련의 놀라운 스테이지 타임을 기록한 뒤 펑크를 이기고 5위를 차지했다. 그의 팀동료 T. 가르데마이스터는 루키의 페이스를 따르지 못했지만 6위로 랠리를 마감했다. 스토바트 포드의 M. 윌슨이 7위에 끼어 2점을 따냈다.

올 시즌 WRC는 11월 28∼30일 영국 웨일즈의 진흙탕에서 최종전을 치른다. 이미 확정된 드라이버즈 타이틀과는 달리 매뉴팩처러즈 타이틀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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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스팔트 랠리에서 스토바트로로 강등된 J. 라트발라가 일본전에서 2위를 차지했다C. 애트킨슨은 마지막 레그에서 구덩이에 빠졌지만 4위에 올랐다D. 소르도는 SS6 초반에 터보 고장으로 탈락했다헤닝 솔베르그는 둘째 날 SS17에서 서스펜션 고장으로 물러났다T. 가르데마이스터는 6위로 랠리를 마감했다스즈키의 P. 안데르손은 펑크를 이기고 5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