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니
2017-06-27  |   69,583 읽음


달려라 하니


최하니가 출발선에 섰다. 쏟아지는 조명과 관객의 시선 아래 하니의 집념이 번뜩인다. 그녀가 기다리는 것은 스타트건 격발음이 아닌 엄마의 목소리. 달려라, 하니. 이 세상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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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1월 26일 / 173cm / 53kg / A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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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soon.hani
팬카페 http://cafe.daum.net/fresh-hani 

 

 

오늘 스케줄이 세 개나 된다고요?
네. 오전에 하나가 있었고, 이 인터뷰 이후에 저녁 스케줄이 하나 더 있어요.

가혹한 일정이네요. 보통 일주일에 몇 건의 스케줄을 소화해요?
매주 달라서 정확한 건수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거의 쉬는 날 없이 일해요. 가능한 한 많은 분에게 되도록 빨리 저를 알리고 싶어서요. 제가 워낙 성공에 대한 집념이 강해요. 몸은 좀 고단하지만 일이 없어서 우울한 것보다는 바쁜 쪽이 훨씬 낫죠.

데뷔 3개월차 신인 모델에게 이렇게까지 많은 일이 들어올 수가 있나요?
일복이 터진 것 같아요(웃음). 사실 업계 분들을 엄청 많이 만나요. 이메일로 사진 몇 장 보내면서 ‘저 좀 써주세요’하는 게 아니라 한 분 한 분 직접 찾아가서 “일하고 싶어요. 잘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죠. 그러다보니까 기회를 주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요. 맡은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또 다른 기회가 생기기도 하고요.

사법시험을 준비했었다는 게 사실인가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인생의 큰 갈림길을 만났어요. 항공운항과와 법학과에 동시에 합격했거든요. 저는 어려서부터 스튜어디스나 모델이 되고 싶었는데, 부모님은 절대 안 된다고 펄쩍 뛰셨어요. 결국 부모님 등쌀에 못 이겨 법대에 진학했죠. 1학년 땐 반항한다고 전 과목 F학점을 받았어요. 하지만 나중에 마음잡고 공부할 땐 한 과목(A0) 빼고 올 A+를 받을 정도로 열심히 했죠. 성공에 대한 욕심에 이끌려 사법시험을 시작했는데, 사시 폐지를 앞둔 시점이라 단기간에 점수를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었어요. 몸을 너무 혹사시킨 탓인지 허리가 많이 아팠어요. 주사를 맞아가면서 겨우겨우 버티다 결국, 수술을 안 하면 하반신 마비가 올 수도 있다는 진단까지 받았죠. 허리수술을 받고난 뒤, 가족의 만류에 못 이겨 사법시험을 포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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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생 시절, 가장 서러웠던 날은 언제였나요?
고시 준비하는 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요. 학원비만 1년에 300만원 넘게 들고, 책값도 비싸죠. 자취방 월세에, 독서실 이용료, 식비까지 더하면 1년치 대학등록금을 훌쩍 넘는 돈을 쓰게 돼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허름한 반지하 방에서 자취를 했어요. 하루 종일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집에선 잠만 자니 좋은 방이 굳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니 방안이 온통 물바다였어요. 실수로 창문을 열어두고 나간 바람에 집안에 비가 들이친 거죠. 늦은 밤 녹초가 되어 돌아온 저는 현관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렸어요.

고시촌에서 단연 눈에 띄는 외모였을 텐데, 따라다니는 남자는 없었나요?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더니 문틈에 끼워둔 쪽지가 바닥에 떨어지더라고요. ‘오늘 입은 하늘색 옷이 잘 어울려요. 머리를 묶은 것보다는 늘어뜨린 게 더 예뻐요.’ 이런 내용이었죠. 그 후로도 몇 번이나 같은 일이 반복됐어요. 누군가 저를 계속 지켜보고 있고 자취방 앞까지 찾아온다는 게 로맨틱하기보단 오싹하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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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치고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많네요.
1만1,000명이라는 팔로워 수가 모델로선 그리 많은 게 아니에요. 하지만 저의 활동기간을 생각하면 엄청난 숫자죠. 이게 다 류지혜 언니 개인방송에 출연한 덕분이에요. 아프리카TV 방송이 인기가 많거든요. 언니는 저를 정말 많이 도와줘요. 얼마 전 넥센스피드레이싱 경기에서 레이싱모델로 데뷔할 수 있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다 언니 덕분이에요.

류지혜 씨와는 어떻게 친해졌나요?
레이싱모델이 너무나 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하면 데뷔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 수 없었어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서,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모델들을 찾아 팔로우했어요. 그리고 수많은 모델에게 메시지를 보내 물었죠. 어떻게 하면 나도 당신처럼 멋진 모델이 될 수 있겠냐고. 답이 없는 사람도 있었고, 에이전시에 연락해보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류지혜 언니한테 답이 왔어요. 한 번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 선뜻 손 내밀어준 이유는 뭘까요?
저의 절실함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대요. 결국 류지혜 언니의 아프리카TV 방송에 게스트로 나가서 사람들에게 처음 얼굴을 알렸어요. 그때 방송에서 “안녕하세요. 최하니입니다. 레이싱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팬카페 생기는 게 꿈입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방송을 본 분들이 팬카페를 만들어줬어요. 아직 팬카페 회원은 80명밖에 안 돼요. 많은 수가 아니라 더더욱 자주 들러 댓글 남기고 한 분 한 분과 친밀하게 소통하고 있어요.

팬카페 회원 500명이 넘으면 팬들을 위해 뭘 해주실 건가요?
공약을 걸라는 말씀이시죠? 어렵네요(웃음). 언젠가 팬카페 회원이 500명이 넘으면 레이싱모델 유니폼을 입고 명동을 누빈 뒤 인증샷을 올리겠습니다. 팬카페 많이 가입해주세요.

모델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머슬매니아 대회에 나가고 싶어요. 건강미 넘치고 힘찬 모습이 딱 제가 스스로에게 바라는 이미지에요. 요즘 9월 말 대회를 목표로 몸을 만들고 있어요. 국내대회 톱5 안에 들면 국제대회 진출도 가능한 만큼 꼭 순위에 들어서 해외로도 진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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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나 가수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아니요. 차라리 개그맨이 되고 싶어요. 사실 개그맨 시험을 볼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장도연 씨를 보면서 나도 큰 키를 활용한 개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박나래 씨처럼 기발한 분장 개그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이 가장 예뻐 보일 때는 언제인가요?
자기 전에 머리 묶고 화장 다 지웠을 때요. 참 신기해요. 낮엔 아무리해도 그 느낌이 안 나거든요. 혼자만 보기엔 너무 아까운데(웃음).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나요?
스타크래프트를 해요. 주종족은 프로토스. 배틀넷 들어가서 피터지게 싸우다보면 근심 걱정이 다 사라져요. 아프리카 방송에서 팬들과 팀플로 게임한 적도 있어요.

프로토스만의 매력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파일런을 지을 때 삼겹살 굽는 소리가 난다(웃음).

모델 최하니가 고시생 최하니를 만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넌 정말 잘하고 있어. 넌 한 번 한다면 하는 애잖아. 허리 건강만 좀 더 신경 쓰면 반드시 합격할 수 있을 거야.

반대로, 고시생 최하니가 모델 최하니를 만난다면 뭐라고 할까요?
결국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구나. 그래, 부모님 뜻도 중요하지만 너의 삶을 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넌 정말 잘하고 있어.

어떤 모델이 되고 싶어요?
시계 같은 모델이요. 저기 벽시계를 보고 갑자기 떠올랐어요. 시계는 멈추지 않고 꾸준히 달리잖아요. 흘러가는 듯하지만 어느새 원점에 돌아와 있는 저 시계바늘처럼 항상 초심을 간직한 채 달리고 싶어요.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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