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DA CR-V 무난한 달리기와 폭넓은 쓰임새
2004-02-24  |   24,931 읽음
10수년 전만 해도 컴팩트 SUV가 그리 많지 않았다. 작은 차체에 SUV의 실용성을 담기 힘들었다기보다는 시장에서의 요구가 그리 크지 않았던 탓이다. 미국차로는 오리지널 지프에 뿌리를 둔 지프 CJ와 랭글러가 있었고, 일본차는 85년 미국에 진출한 도요타 4러너, 이듬해 판매를 시작한 스즈키 사무라이 정도가 팔렸다.
80년대 후반 SUV 시장이 커지면서 차종도 늘어났지만 컴팩트 SUV는 90년대 중반을 넘겨서야 다양한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다. 스즈키는 89년 사무라이보다 업그레이드된 소형 오프로더 사이드킥을 발표했다. 이 차는 GM의 수입차 디비전이었던 지오(나중에 시보레에 통합됨) 트래커로 시판되었고 한국에도 수입되었다.

시빅 플랫폼 이용해 97년 데뷔

기아 스포티지는 95년 미국에 진출해 컴팩트 SUV 시장의 폭을 넓혔고 이듬해 도요타가 승용차에 기초한 RAV4를 내놓았다. 미국 패밀리카 시장이 미니밴과 SUV라는 확연한 트렌드를 보이고 있을 때도 혼다는 승용차에 주력하면서 제휴관계에 있던 SUV 전문 메이커 이스즈의 몇몇 차종을 OEM 방식으로 팔고 있었다. 이스즈는 승용차 시장에서 연달아 실패한 뒤 SUV 전문업체로 방향을 바꿨다.
SUV가 없는 혼다는 이스즈 로데오에 ‘패스포트’라는 새 이름표를 달아 94년 미국 시장에 내다팔기 시작했다. 혼다 차의 신뢰 수준에 다소 못 미친 패스포트는 ‘우리도 SUV를 팔고 있습니다’라는 것을 나타내는 정도의 의미만 갖고 있었다.
SUV 트렌드가 오프로더에서 도시형으로 바뀌어가자 혼다는 이런 흐름에 맞춰 시빅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CR-V를 첫 SUV 모델로 내놓았다. 97년 등장한 CR-V는 품질과 신뢰도에서 명망 있는 혼다 브랜드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SUV 오너들 중 극히 일부만이 극한의 오프로드를 즐기고 대부분은 포장도로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현실인 만큼 새로 등장하는 SUV들이 온로드 성능에 중점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01년 등장한 포드 이스케이프와 자매차 마쓰다 트리뷰트도 같은 맥락에 있다.
승용차를 베이스로 한 컴팩트 SUV 시장이 커지자 도요타는 2001년 신형 RAV4를 내놓았고, 혼다는 2002년 CR-V를 풀 모델 체인지했다. 직렬 4기통 2.0X 126마력 엔진을 얹은 초대 CR-V는 파워가 떨어진다는 평을 받아 신형에서는 20마력을 높였다.

개선된 i-VTEC 엔진+리얼타임 4WD

새 CR-V에는 160마력을 내는 2.4X i-VTEC 엔진이 올라갔다. 가변식 밸브 타이밍 기구인 i-VTEC은 VTEC보다 발전된 방식으로 CR-V와 어큐라 RSX에 처음 쓰였다. 밸브의 타이밍 전환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특정 회전수를 기점으로 성격이 크게 바뀌는 ‘두 얼굴의 사나이’가 아니라 넓은 토크밴드를 자연스럽게 유지한다. 전반적으로 풍만한 토크 감각. 정지상태에서 시속 60마일까지(약 97km)의 가속성능은 9초 이내로 포드 이스케이프나 마쓰다 트리뷰트에 비해 파워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4단 자동 변속기 성능도 여느 혼다 차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다. 리얼타임 4WD는 트랜스퍼 케이스에 유압식 다판 클러치가 들어 있는 방식으로 앞뒤 차축의 회전수 차이가 없을 때는 FF(앞바퀴굴림) 상태로 주행하다가 앞바퀴가 트랙션을 잃으면 자동으로 뒷바퀴에 구동력을 전한다. 앞 뒤 차축에 연결된 2개의 오일펌프 사이를 순환하던 오일이 앞뒤 회전수에 차이가 생기면 다판 클러치로 이동해 압력을 더하는 구조. 비스커스 커플링보다 반응이 조금 빠르고 뒷바퀴로 동력을 전할 때의 움직임도 자연스럽다. 앞뒤 바퀴에 항상 구동력이 걸려 있는 차는 스티어링을 풀 때 반응이 느려 끈적이는 느낌을 줄 때가 있지만 CR-V의 경우 포장도로에서는 키 큰 FF 차와 다를 것이 없다.

가로배치 FF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급가속 때는 약간의 토크스티어도 느껴진다. 로 레인지가 없어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웬만한 아웃도어 레저를 즐기기에는 무리 없다.
핸들링은 조금 무딘 편이다. 도요타 RAV4나 포드 이스케이프, 마쓰다 트리뷰트보다 조금 둔한 정도. 코너 진입이나 코너링 도중의 진로 수정 때는 반응이 늦은 편이고 스티어링의 입력에 비해 차의 거동 변화가 작은 듯하다. 전반적으로 승용차의 스티어링 기어비를 높인 것 같은 인상이다.
브레이크도 승용차보다는 반응이 조금 둔하다. 키 큰 차의 성격에 맞게 스티어링과 브레이크의 반응성을 조율한 것이지만 도요타 RAV4의 스포티함에 비하면 무덤덤하다. 승차감은 승용 기반의 SUV로는 하드한 편에 속하지만 불쾌감을 줄 정도는 아니다. 풀 가속이나 고속주행 때의 엔진음은 시끄럽지 않고 바람 가르는 소리도 그리 크지 않지만 노면 상황에 따라 소음이 커지기도 한다.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운전석

외관에 비해 실내공간은 꽤 넓다. 뒷좌석은 50:50 분할 접이식인 구형과 달리 60:40으로 나뉘어 접혀 승객과 큰 짐을 운반하기에 유리하다. 앞보다 뒷좌석이 높아 승객들에게 좋은 전망을 제공하는 것은 다른 혼다 SUV나 미니밴들과 같다. 시트 공간은 앞뒤 모두 넉넉하다. 앞에 높낮이 조절장치가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것이 단점이다. 필자가 작아서 그런지 좌석 높이를 낮춰도 허벅지 부분을 압박해 금방 피로해진다. 경쟁차 중에는 쿠션의 앞뒤 높낮이를 따로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있는 만큼 CR-V도 옵션으로 갖춰두면 좋을 듯하다.
센터 트레이는 미니밴 오디세이에서처럼 아래로 접혀 들어가 워크스루를 돕는다. 다른 SUV들과 마찬가지로 작은 수납공간도 많이 갖췄다. 테일 게이트는 옆으로 열리지만 유리문만 위로 열 수도 있다.
혼다 CR-V는 운전 재미보다는 실용성을 추구한 차다. 일본차가 대체로 그렇듯이 무난하고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 CR-V는 혼다의 강점인 품질과 성능, 신뢰도, 높은 중고차 가치 등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착실하게 입지를 굳히고 있다.
혼다 CR-V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537×1782×1682
휠베이스(mm) 2620
트레드(mm)(앞/뒤) 1533/1538
무게(kg) 1518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DOHC
최고출력(마력/rpm) 160/6000
최대토크(kg·m/rpm) 16.7/3600
구동계 네바퀴굴림
배기량(cc) 2354
보어×스트로크(mm) 87.0×99.0
압축비 9.6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분사
연료탱크크기(L) 58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스트럿
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모두 205/70 R15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
2.684/1.535/0.974
0.683/-/2.000
최종감속비 4.438
변속기 자동4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
0→시속 100km 가속(초) 8.1
연비(km/L) 9.4
Pri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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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V는 겉모습에 비해 꽤 넓은 실내공간을 가졌다. 운전석 쿠션의 앞뒤 높낮이를 따로 조절할 수 없는 점은 아쉽다접이식 센터콘솔 덕에 워크스루가 가능하다인테리어 트림은 혼다 차답게 별다른 특징 없이 무난하면서 흠 잡을 곳이 없다CR-V는 혼다의 강점인 높은 품질과 성능, 신뢰도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착실하게 굳히고 있다발전된 i-VTEC 시스템을 얹어 매끄러운 토크 특성을 자랑하는 직렬 4기통 2.4X 160마력 엔진205/70 R15 타이어를 앞뒤에 갖췄다뒷좌석 등받이를 구형의 50:50에서 60:40 분할로 바꿔 큰 짐을 싣는 데 유리하다기본적으로 앞바퀴굴림 특성을 보이는 리얼타임 4WD는 좋은 연비와 반응성, 매끄러운 동력 전달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