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5 4.4i 얼굴과 심장 가다듬은 스포츠 SUV의 원조
2004-04-14  |   37,822 읽음
지난 3월 국내에 상륙한 BMW X5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만났다. X5는 지난 99년 데뷔해 이듬해부터 미국에서 생산되어 큰 성공을 거둔 BMW의 첫 SUV. X5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BMW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아랫급의 프리미엄 컴팩트 SUV X3을 선보이기도 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X5는 겉모습뿐만 아니라 엔진 라인업이 늘어나고 성능도 개선되었다. 현재 X5는 직렬 6기통 3.0X와 V8 4.4X, V8 4.8X 등 3종류의 휘발유와 3.0X 커먼레일 디젤 등 모두 4종류의 엔진을 얹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에는 두 종류(V6 3.0X와 V8 4.4X)의 휘발유 모델만 수입된다.
해외에서 인기 있는 X5는 지난 2000년 국내에 상륙해 올해 1월말까지 3년 동안 1천200여 대가 팔렸을 만큼 국내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주위를 둘러보더라도 SUV를 좋아하는 사람 가운데 X5를 ‘타고싶은 차’ 상위권에 올리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 한번도 타본 적이 없는 사람들까지 팬으로 끌어들이는 X5의 매력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BMW가 지닌 뛰어난 성능과 SUV의 편리함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최근 BMW 디자인의 흐름 반영한 얼굴
실내공간 넉넉하고 뒷좌석 장비도 풍부


새로운 X5는 신형 3시리즈와 비슷하게 헤드램프 아랫부분을 둥글게 다듬고 키드니 그릴의 크기를 키우고 모서리를 둥글렸다. 특히 시승차인 4.4i는 그릴 안쪽의 빗살무늬를 메탈릭 컬러로 칠해 인상이 한결 밝아졌다. 안개등과 앞 범퍼 아래쪽의 공기흡입구 모양도 조금 바뀌었다. 그리 많은 변화를 준 것은 아니지만 X5는 크리스 뱅글이 내놓은 요즘 BMW의 스타일에 한결 다가선 모양이다. 오히려 구형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이번에는 상당히 자제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구형과 마찬가지로 X5 4.4i는 범퍼 아랫부분과 로커 패널부분에 짙은 플라스틱을 덧대놓았다. 상하기 쉬운 부위를 플라스틱으로 감싸놓은 것은 역시 독일인다운 선택. 휠 하우스 둘레와 보디 옆면에 보일 듯 말 듯 붙여놓은 몰딩은 보디의 깔끔함을 헤치지 않으면서 제 역할을 다한다.
보네트와 보디 옆면, 해치 패널에 파놓은 굵고 선명한 자국은 언제 봐도 개성 있지만 X5의 뒷모습은 아직까지도 눈에 익지 않는다. 물론 뒤로 갈수록 캐릭터 라인이 올라가고 또 키가 큰 SUV이기 때문에 뒷모습을 앞모습과 같이 경쾌하고 날렵하게 디자인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쌍용 무쏘를 보더라도 그렇다). 뒤 범퍼 아랫부분에 짙은 플라스틱 패널을 덧대 차체가 들떠 보인지 않게 한 디자인은 크게 칭찬해주고 싶다.
실내는 높아진 차고를 제외하면 BMW 세단과 거의 다름없다. 베이지색으로 실내를 꾸미면서도 대시보드 위쪽을 검은색으로 처리해 눈부심을 줄인 것 역시 BMW의 전통 그대로다. 센터페시아 위쪽에 자리한 온보드 모니터가 초창기 X5에 비해 커서 눈에 잘 들어온다. 시트는 넉넉하면서도 몸을 잘 받쳐주고 센터터널이 넓지만 무릎공간을 희생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체형에 맞게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센터 암레스트 덮개가 후진할 때 팔을 걸치고 힘을 주다보면 종종 헐겁게 움직이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뒷좌석도 앞좌석 못지 않게 여유 있다. 특히 시트의 높이가 보통 SUV처럼 껑충하게 높지 않아 아늑하고, 가운데 부분의 등받이가 튀어나오지 않아 2열 중앙에 앉더라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는 햇빛가리개로 뒤 도어 윈도 쪽창까지 모두 가릴 수 있지만, 요즘 차들이 워낙 통유리를 많이 쓰다보니 쪽창이 조금 눈에 거슬린다.
2열 시트 앞 뒤 지붕에는 독특한 모양의 여닫이식 옷걸이가 자리하고 있다. 앞좌석 센터 암레스트 뒤에 에어컨 송풍구와 열선시트 스위치, 시가잭, AV 연결잭, 컵홀더 등이 마련되어 있고 뒤 시트 등받이의 각도를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등 뒷좌석 승객을 위한 편의장비도 풍부한 편이다.
X5는 뒤 도어 좌우에도 넉넉한 포켓을 마련해 놓았다. 다만 도어포켓 위에 달린 값싸 보이는 플라스틱 재떨이는 고급스럽게 꾸민 실내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도어 안쪽에 커티시 램프 대신 붙여놓은 반사 스티커는 전구가 들어오는 램프보다 훨씬 뛰어난 기능을 발휘한다.
X5를 타는 사람들은 X5가 SUV인 것을 알면서도 BMW 승용차다운 호쾌한 달리기 성능을 기대한다. 특히 V6 3.0X가 아니라 V8 4.4X 모델을 운전할 때는 더욱 그렇다. 기자 역시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최고출력이 286마력에서 320마력으로 34마력 올라간 X5 4.4i를 만나면서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최고시속 210km에서도 rpm 여유 있어
HDC 얹어 오프로드에서도 마음 든든


출력이 34마력 올라간 것은 4.4X 엔진에 BMW가 자랑하는 더블 바노스 밸브 타이밍 기구를 얹은 덕택이다. 바노스 밸브 타이밍 기구는 말 그대로 저·중·고속의 상황에 맞게 밸브 타이밍을 조절해 어느 rpm에서나 엔진 효율을 높이는 장비다. 더블 바노스는 흡·배기 밸브를 모두 제어하는 것으로, M5를 통해 먼저 선보인 기술이다. 신형 엔진은 밸브 타이밍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밸브 리프트 양을 연속적으로 제어해 엔진 회전수에 따라 최적의 밸브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밸브트로닉도 갖추었다.
시동을 걸면 BMW 8기통 엔진의 호쾌하면서도 웅장한 사운드가 귓가에 울린다. 아이들링 때 엔진은 매우 정숙하지만 대략 2천500rpm을 넘어서면 BMW 특유의 웅장한 엔진음이 실내를 휘감아 돈다. 넘치는 힘은 저회전에서부터 레드존이 시작되는 6천500rpm까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X5 4.4i의 0→시속 100km 가속은 7.0초로, 2톤이 넘는 무거운 몸으로 웬만한 스포츠카 뺨치는 가속력을 자랑한다. 시승 당일 쭉 뻗은 도로에서 내본 최고시속은 BMW가 제원에서 밝힌 것과 같은 210km. 아직 힘이 남아돌지만 몇 번을 시도하더라도 X5는 정확하게 5천500rpm, 시속 210km에서 더 이상 가속되지 않는다. 레드존이 6천500rpm부터 시작되니 엔진 프로그래밍으로 시속 10km 이상 속도를 제한해놓은 것이다. 안전을 위한 설정이지만 시속 200km까지 거침없이 가속되므로 별다른 갈증은 없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스텝트로닉 AT는 5단에서 6단으로 바뀌었다. 기어 단수가 늘어나면서 기어비 사이의 간격이 촘촘해져 가속력과 연비가 모두 좋아졌다. 6단 AT와 함께 페이스리프트 된 X5가 내세우는 장점은 X드라이브 시스템이다. X드라이브는 도로상황에 따라 앞 뒤 구동력을 무단계로 나눈다. 다시 말해 언더스티어가 일어나면 앞바퀴의 토크를 줄이고 더 많은 동력을 뒷바퀴로 보내 의도적으로 오버스티어를 일으키고, 반대로 오버스티어가 일어나면 앞바퀴에 더 많은 동력을 보내 뉴트럴한 주행곡선을 만들어낸다. 실제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연속적으로 스티어링 휠을 휘감아도 어지간해서는 접지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없다. 물론 SUV를 타면서 스포츠카처럼 노면 상태를 읽는 것은 어렵겠지만, BMW의 주행안정장치인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DSC)과 연결된 X드라이브는 운전자가 언더 혹은 오버스티어를 느끼기 이전에 이미 구동력 배분을 시작한다. X드라이브와 DSC뿐만 아니라 자동 디퍼렌셜 브레이크(ADB-X)와 코너링 브레이크(CBC)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어지간해서는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해질 무렵 산 중턱에 올라 비행기가 등장하는 멋진 사진을 찍고 나니 해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산길을 내려올 때 HDC(Hill Descent Control)가 제 가치를 보여주었다. HDC 작동 버튼을 누른 후 스티어링 휠에 달린 스위치로 속도를 가장 낮게 설정하니 경사가 꽤 급한 곳에서도 최고시속이 5km를 넘지 않는다. 사람이 걷는 속도의 두 배 정도로 속도를 떨어뜨려 주기 때문에 운전자는 노면의 굴곡에 따라 스티어링 휠만 조작하면 된다. X5는 로 기어가 없는 도심형 SUV이지만 어쩌다 오프로드를 찾더라도 마음 든든한 성능을 보여줄 것이다.
시승을 마치면서 X5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X5는 짐 공간이 넉넉한 데다 짐칸 바닥을 앞으로 당기거나 밀 수 있어 짐 싣기가 편리하다. 그러나 바닥 자체가 두꺼운 합판으로 만들어진 탓에 밀고 당기는데 제법 큰 힘이 든다. 짐칸 바닥을 들어올린 후 앞쪽의 끈을 당기면 짐칸 아래 자리한 스페어타이어가 손쉽게 올라온다. 무거운 SUV 타이어를 들어올릴 때 매우 요긴하지만 국내에서 타이어를 직접 갈아 끼우는 X5 오너가 얼마나 될까. 하여튼 X5는 BMW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성능과 SUV의 편리함을 고루 갖춘 만능 재주꾼임에 틀림없었다. Z


BMW X5 4.4i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667×1872×1715
휠베이스(mm) 2820
트레드(mm)(앞/뒤) 1576/1576
무게(kg) 2180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V8 DOHC
최고출력(마력/rpm) 320/6100
최대토크(kg·m/rpm) 44.9/3700
구동계 네바퀴굴림
배기량(cc) 4398
보어×스트로크(mm) 92.0×82.7
압축비 10.0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93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모두 255/55 R18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⑥/?
4.171/2.340/1.521
1.143/0.867/0.691/3.403
최종감속비 4.100
변속기 자동6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210
0→시속 100km 가속(초) 7.0
연비(km/L) 8.0
Price 1억1,2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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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하우스 둘레에 보일 듯 말 듯 붙여놓은 몰딩과 255/55 R18 미쉐린 타이어휠하우스 둘레에 보일 듯 말 듯 붙여놓은 몰딩과 255/55 R18 미쉐린 타이어알루미늄 장식으로 멋을 낸 4.4i 전용 사이드 스텝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V8 4.4X 엔진의 최고출력이 286마력에서 320마력으로 34마력 늘었다BMW X5 4.4i의 실내는 높아진 차고를 제외하면 BMW 세단과 다름없다. 시트는 넉넉하면서 몸을 잘 받쳐주고 센터터널이 넓지만 무릎공간을 희생시키지 않는다전동식 선루프는 기본. 지붕 중간에 자리한 룸램프 옆에 뒤 시트 등받이의 각도를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가 달려있다짐칸 바닥을 앞으로 당기거나 밀 수 있어 짐 싣기가 편리하다HDC를 켜면 최고시속이 5km를 넘지 않아 오프로드 언덕길을 내려올 때 매우 편리하다X5 4.4i는 BMW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성능과 SUV의 편리함을 두루 갖춘 재주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