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5 막강해진 장기로 쐐기를 박다
2004-04-29  |   32,067 읽음
20세기 말부터 SUV 시장에 불어닥친 열풍은 ‘럭셔리화’. 1997년 벤츠가 M클래스를 내놓으며 신호탄을 던진 뒤 이듬해에 렉서스가 RX300(지금의 RX330)으로 불을 질렀고 곧이어 BMW가 가세했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은 SUV와는 인연이 없던 많은 메이커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X5는 1999년 북미 국제 오토쇼(구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데뷔해 2000년 봄 미국에서 팔리기 시작했고 국내에는 그 해 10월 들어왔다. 세계적으로 SUV가 상승세가 아닌 절정에 올랐을 때 나와서 부담이 컸지만 그만큼 알찬 내용을 갖출 수 있었다. 메이커 이미지를 살려 SUV가 아닌 SAV(Sports Activity Vehicle)라는 독특한 컨셉트를 내세워 라이벌들과 차별화를 꾀한 것도 주효했다.

키드니 그릴 키우고 헤드램프 새로 디자인

X5가 처음 등장했을 때 자동차 전문가들은 일제히 찬사를 보냈다. 야성을 강조하는 오프로더를 벗어나 세단 또는 왜건을 합성한 이른바 크로스오버 스타일이 눈길을 끌었다. 시가지를 달려도 어색하지 않을 X5의 디자인은 새 세기 초에 큰 흐름을 잡아가는 크로스오버카의 본보기였다.
지금 봐도 X5는 잘 다듬어진 몸매를 자랑한다. BMW 세단에 익숙한 사람들의 눈에는 과체중에 톨보이형 4WD 왜건 잡종으로 보일 수도 있다. SUV의 시각에서 본다면 X5는 생김새나 성능이나 지금 유행하고 있는 고성능 SUV의 시초임에 틀림없다.
2004년형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디자인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이 약간 커지면서 모서리가 둥글려졌고, 헤드램프 아랫부분에 3시리즈처럼 굴곡을 준 정도다. 트윈 헤드램프 디자인은 그대로 두면서 로·하이빔을 제논 램프로 단장해 가시거리가 넓어졌다. 흡기구를 키운 범퍼는 스포티하면서도 깔끔한 인상을 준다. 여기에 더해 맛깔스러운 디자인의 옆 발판이 새로 더해졌고 테일램프는 투명 커버로 산뜻하게 바꾸었다. 언제 봐도 매력적인 트윈 머플러가 뒷모습에 액센트를 준다.
실내로 들어서면 5시리즈 세단의 냄새가 짙다. 특별히 달라진 부분은 없다. 대칭형 대시보드와 4스포크 스티어링 휠, 감촉 좋은 가죽 내장재 등이 여전히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의 AV 모니터는 데뷔 당시 오른쪽에 쏠려 있었으나 2002년형부터 가운데로 자리잡았다.
운전석이 높고 벨트라인이 낮아 시야가 시원스럽다. 좌석이 편할 뿐 아니라 까다로운 명품족의 입맛을 충족시킬 만큼 품질이 좋고 품위 있다. 무엇보다도 공간배치가 앞서 벤츠 M클래스나 포르쉐 카이엔보다 실내가 넉넉하게 느껴진다.
테일 게이트를 열면 D필러 부분 양끝에 스위치가 달려 있는데, 이것으로 뒷좌석 등받이를 90도 각도로 세울 수 있어 각지고 큰 짐을 실을 때 편리하다.

320마력 엔진으로 즐기는 파워 드라이빙

2004년형에서 주목할 부분은 파워 트레인이다. 시승차에 얹힌 V8 4.4X DOHC 엔진은 745i에 쓰이는 흡·배기 컨트롤장치 밸브트로닉을 써 최고출력이 286마력에서 320마력으로 올라갔다. 0→100km 가속시간은 7.5초에서 7초로 앞당겨졌다.
0→시속 100km 가속을 5.6초에 끝내는 무시무시한 포르쉐 카이엔 터보가 있긴 하지만, SUV로 7초라는 숫자를 기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4.4i를 이렇게 신체적으로 단련해 놨으니 판매가 적은 4.6iS(2002년형에 추가)를 계속 쥐고 있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2004년형에서 iS 버전을 뺀 대신 V8 4.8X 엔진을 더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기대해 볼 일이다.
트랜스미션도 5단 스텝트로닉에서 6단 스텝트로닉으로 바꾸어 높아진 출력에 대응했다. 이 자동기어는 순간적으로 액셀에서 발을 뗐을 때 갑자기 기어가 변속되는 것을 막아 주는 순간감지기능을 갖추었다. 돌발상황에서 운전자가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기어는 그대로 유지되므로 엔진 브레이크를 걸었을 때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출발은 부드럽고 고속에서 바람저항도 적어 차안은 조용하다. 여유 있게 회전하는 엔진은 어떤 회전 영역에서나 힘이 넘치고 5시리즈보다 무겁지만 버금가는 달리기 실력을 보인다. 고속에서도 지체 없이 밀어붙이는 파워에 SAV라는 컨셉트를 이해하게 된다.
시속 200km를 넘어서는 것도 잠깐이다. 특히 브레이크 성능이 포르쉐와 맞먹어 자신 있게 속도를 붙일 수 있다. 기어 변환도 자연스러워 부드럽게 달릴 수 있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스티어링 휠은 직진성이 강해 다소 예민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약간만 적응하면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탄탄한 핸들링·포르쉐와 맞먹는 제동력

BMW X5는 무겁고 무게중심이 높다는 SUV의 약점을 지혜롭게 처리한 차다. 기어비가 완벽하고 핸들링은 SUV 중 최고라 자부할 만하다. 서스펜션은 모범적이다. 와인딩 로드에서 운전자가 그리는 회전방향에 따라 빠르게 움직여 주어 힘이 들지 않고, 고속 코너링 때도 간단한 액셀 워크로 흔들리지 않고 평형을 유지한다.
코너를 자신 있게 공략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시스템 중 하나가 풀타임 4WD다. 2004년형은 이전의 4WD 대신 ‘x드라이브’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쓰는데, 솔직히 나아진 성능을 운전자가 감지하기는 어렵다. X5의 핸들링은 워낙에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아랫급 X3에 처음 쓰인 x드라이브는 노면상황에 따라 앞뒤 토크를 적절히 나눠주는 전자제어 구동력 배분 시스템으로 할덱스 다판 클러치를 쓴다. 일상적인 주행 때는 구동력의 62%가 뒷바퀴에 전달되지만 코너에서 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재빨리 필요한 바퀴에 구동력을 보내 뉴트럴을 유지해 준다. 물리적으로 한계영역을 넘었을 때는 자세안정장치인 DSC(Dynamic Stability Control)가 작동해 자세를 바로 잡는다.
당연히 오프로드에서도 x드라이브는 제기능을 했다. 웬만한 비포장도로는 편안하게 달릴 수 있고 내리막에서는 HDC(Hill Descent Control)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X5는 모노코크 보디에 4WD 저속기어가 달리지 않고 네 바퀴 독립식 서스펜션, 랙 앤드 피니언 스티어링 휠 등 기본설계가 도시형이어서 거친 험로 테스트는 이번 시승에서 제외했다. 결국 x드라이브가 부지런히 일을 할 곳은 포장된 커브길이나 빗길, 눈길인 셈이다.
데뷔 4년, 그 사이 고성능 SUV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X5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너무 무리하지 않고, 최소한의 힘을 들여 최대의 효과를 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2004년형은 다이내믹한 주행이라는 BMW의 장기를 더욱 부각시켜 놓았으니 연말쯤 있을 M클래스의 대변신에도 당분간은 끄덕 없을 듯 하다. 게다가 국내 시판가는 오히려 80만 원 내린 1억1천200만 원. 2003년형 X5를 산 사람이라면 억울한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시승차 협조 : BMW코리아 (02)3441-7864

BMW X5 4.4i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667×1872×1715
휠베이스(mm) 2820
트레드(mm)(앞/뒤) 모두 1575
무게(kg) 2180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V8 DOHC
최고출력(마력/rpm) 320/6100
최대토크(kg·m/rpm) 44.9/3700
구동계 네바퀴굴림(풀타임)
배기량(cc) 4398
보어×스트로크(mm) 92.0×82.7
압축비 10.0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93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255/55 R18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⑥/?
4.171/2.340/1.521
1.143/0.867/0.691/3.403
최종감속비 4.100
변속기 자동6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210
0→시속 100km 가속(초) 7.0
연비(km/L) 8.0
Price 1억1,2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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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변함 없이 고급스럽고 품위가 있다2004년형의 핵심은 최고출력이 34마력 올라간 V8 4.4X DOHC 320마력 엔진. 이 덕분에 고속에서 차를 밀어붙이는 힘이 ‘대단’해졌다3시리즈를 닮은 헤드램프. 제논 램프를 써 가시거리를 넓혔다 5스포크 디자인의 18인치 휠. 19인치라면 더욱 탄탄한 핸들링을 즐길 수 있을 듯여성 운전자를 고려해 발판을 새로 마련했다테일 게이트는 조개처럼 위아래로 벌어지듯 열린다. 용량·바닥 높이·깔끔함 모두 손색없다테일램프는 커버만 투명 타입으로 바뀌었다. 스포티한 트윈 머플러가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X5는 과체중에 무게중심이 높다는 SUV의 약점을 지혜롭게 처리한 차다. 기어비가 완벽하고 핸들링은 정평이 나 있다. 와인딩 로드에서 운전자가 그리는 회전방향에 따라 빠르게 움직여 힘이 들지 않고, 고속 코너링 때도 간단한 액셀 워크로 흔들리지 않고 평형을 유지한다기어는 고성능차에 어울리는 6단 스텝트로닉으로 바뀌었다. 수동 겸용이어서 기어를 위아래로 까딱거리며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