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반떼 XD 기아 쎄라토 GM대우 라세티 르노삼성 SM3 평준화된 실력, 용기 있는 자의 선택만 남았다
2004-01-28  |   63,266 읽음
남은 카드는 4장. 많은 이들이 들었다 놓은 듯 꽤나 낡아 모서리 한쪽 끝이 들리고 보풀도 일어난 카드가 하나. 그 옆에는 파릇파릇 땟물도 훤한 3장이 모여 있다. 낡은 카드는 실패 확률이 적지만 한몫 단단히 잡기에는 역부족. 조금 질린 감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다른 카드를 집어들기도 쉽지 않다. 잘만 걸린다면 후회하지 않을 판돈이 보장되지만 모험에는 언제나 실패라는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를 뽑아든다 해도 크게 밑질 것 없지만 대부분 안정적인 낡은 카드를 집어드는 결과가 눈에 훤한 도박. 현대 아반떼 XD가 최선이며 최고가 되어버린 국산 준중형 세단 시장이 꼭 그러하다.
경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너무 김빠져하지 말기를. 이제부터는 좀더 흥미진진한 레이스가 펼쳐질 전망이다. 뜻밖의 운동성능을 자랑하는 GM대우 라세티와 기동성 만점의 르노삼성 SM3이 건재하고 아반떼 XD의 뼈대를 물려받아 지난해 말 태어난 기아의 신성 쎄라토가 하이루프 세단이라는 신개념 컨셉트 아래 준중형차의 새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람한 세단 트리오와 선이 고운 SM3

준중형 세단 4대 라이벌 전에는 현대 아반떼 XD 1.5 골드를 포함해 한결같이 1.5X 엔진의 최상급 트림 모델이 나섰다. 선택장비를 포함한 차값은 1천388만 원(아반떼 XD)에서 1천628만 원(GM대우 라세티)까지 천차만별. 조수석 에어백과 사이드백의 세이프티 패키지, 전자동 에어컨 등을 더한 기아 쎄라토 1.5 골드와 르노삼성 SM3 LE는 각각 1천464만 원, 1천500만 원이다.
경쟁자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보니 아무래도 갓 태어난 쎄라토에 꽂히는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 쎄라토는 용맹스런 얼굴과 도어 핸들을 가로지르며 깊게 파인 캐릭터라인, 하이루프 실루엣이 멋스럽고 전체적인 비례감과 조화도 흠잡을 데 없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나 세단 라인업의 일체감이 부족하지만 이는 여느 경쟁자도 마찬가지. 아반떼 XD는 블랙 베젤 램프와 부채꼴 그릴로 얼굴을 스포티하게 가다듬었지만 비대한 덩치가 여전히 부담스럽다. 무게도 경쟁 모델 중 가장 무거운 1천230kg.
보수적이고 강건한 느낌이 물씬한 라세티의 스타일링은 피닌파리나의 솜씨.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를 기준 삼아 볼륨감 있게 흐르는 트렁크리드 처리나 바짝 올라붙은 벨트라인에서 아반떼 XD에 대한 경쟁의식을 엿볼 수 있지만 군살 없이 당기고 조인 몸매는 한결 다부진 인상이다. 한껏 멋을 부린 라이벌의 틈바구니에서 SM3의 선 곱고 심플한 보디라인은 왜소해 보일 지경. 매끈하고 단정한 이미지는 누구에게나 거부감 없이 다가설 수 있지만 아무래도 ‘이 차다!’ 싶은 강렬한 흡인력은 부족하다.

효율성·완성도·안락함·공간의 4색 대결

아반떼 XD는 인테리어와 실내공간의 파격적인 수준 향상으로 준중형차 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온 장본인. 대한민국 대표 세그먼트의 기준을 세운 만큼 나머지 3대와의 비교를 통해 ‘난도질’을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아반떼 XD의 넉넉한 공간은 신선한 맛이 떨어질지언정 그다지 걸고넘어질 부분도 없는, 여전히 잘 만든 인테리어다. 센터페시아는 짜임새가 좋고 스위치 구성도 효율적이다. 투박한 시프트기어가 눈에 거슬리지만 가죽을 덧댄 스티어링 휠은 손안에 착착 감겨들고 팔꿈치에 와 닿는 도어트림의 부드러운 촉감과 좌우 공간감도 굳이 흠잡을 이유가 없다. 세부항목의 성적을 B+ 정도로 유지하는 무난함이야말로 아반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닛산 블루버드 실피에 바탕을 둔 SM3은 중형차급 공간이 표준으로 자리잡은 준중형차 시장에서 가장 큰 손해를 본 케이스. 좌우 너비나 뒷좌석 레그룸 등은 도저히 경쟁 모델과 맞대어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 SM3의 실내는 오히려 컴팩트 세단이 품기에 딱 좋은 만큼의 크기를 갖추고 있고 부족한 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완성도 높은 인테리어가 가뿐히 커버해준다. 우드그레인으로 단장한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이 여전히 일품이고 트렁크 넓이는 동급 모델 중 단연 으뜸 수준이다.

라세티는 아반떼의 기준에 가장 가까운 모델이다. 앞뒤 헤드룸과 어깨공간은 용호상박, 시트 포지션이 낮은 뒷좌석 레그룸과 안락함은 오히려 앞선 느낌이다. 빛 반사를 줄이기 위해 검은색 합성수지 재질을 모자처럼 얹은 대시보드 디자인이 이채롭고 깔끔하게 정리된 반원 타입의 센터페시아 디자인도 흡족하다. 바깥으로 크롬라인을 두르고 푸른빛을 띠는 두툼한 띠로 속도영역을 구분한 큼지막한 속도계는 시인성과 화려함에서 경쟁자를 압도한다. 도어포켓과 글러브박스 밑의 수납함 등 플라스틱 내장재의 끝마무리가 거칠고 트렁크는 좌우 폭에 비해 바닥이 높아 보기보다 쓰임새가 떨어지는 편.
후발주자 쎄라토는 이전 스펙트라에 비해 놀랍도록 발전해 공간, 짜임새, 편의장비 등 거의 모든 항목에 걸쳐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저력을 보인다. 지붕을 한껏 올린 하이루프 컨셉트 덕분에 헤드룸은 물론 어깨, 팔꿈치, 무릎 등 체감공간의 여유가 유난히 돋보이고 단단한 가죽시트의 안락함도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앞좌석에 틸팅 헤드레스트까지 갖추고 뒷자리에는 목이나 겨우 받칠 만한 시트 일체형 머리받침을 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헤드레스트는 머리를 편안하게 받쳐주는 역할 외에도 후방충돌 때 목이 뒤로 젖혀지는 것을 막는 2차 안전장비의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비교 모델 중 분리형 헤드레스트를 갖춘 차는 라세티가 유일했다.
최근의 준중형차에는 중형차가 부럽지 않은 수준의 공간과 편의장비가 철철 넘쳐난다. 전동 사이드미러나 스티어링 휠 오디오 리모컨 등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장비. 옵션으로 마련된 전자동 에어컨은 하나같이 쓰임새가 좋고 유해가스 차단기능(AQS)도 갖추고 있다. SM3은 2004년형부터 (수동)에어컨을 기본으로 마련한 것이 눈에 띈다.

승차감·기동성·핸들링의 뚜렷한 차이

준중형 세단 라이벌의 프로필은 유달리 튀는 차 없이 고만고만하다. 1.5X DOHC 엔진과 4단 AT, FF 구동계를 조합하고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구성. 전형적인 컴팩트카 레이아웃에 핸들링과 승차감 향상에 유리한 하체를 버무려 패밀리 세단의 영역까지 넘본다.
이런 플랫폼 구성 또한 아반떼 XD가 세운 잣대. 준중형 세단의 기수는 데뷔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깔끔하고 완성도 높은 달리기를 보여준다.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 VVT를 더한 아반떼 XD의 1.5X DOHC 엔진은 저속 영역의 힘이 부족하지만 2천rpm부터 탄력을 받아 4천600rpm 무렵까지 꾸준한 토크를 이끌어낸다. 4천rpm대로 접어들면서 출력이 떨어져 고회전 영역 사용이 부담스러웠던 이전 유닛을 떠올리면 VVT가 큰 도움이 된 셈이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궁합은 경쟁 모델 중 가장 뛰어난 편. 응답성이 빠르고 킥다운과 기어간 연결감도 손색없다. 부드러운 승차감이 단연 돋보이지만 코너를 돌아나갈 때마다 주춤거리는 엉덩이가 거친 채찍질을 마다하게 한다.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세련된 주행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소프트한 서스펜션 때문에 스포티한 달리기에는 운신의 폭이 좁다.
쎄라토는 아반떼 XD의 플랫폼을 빌려쓰고 있지만 주행성격은 천차만별이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경쾌한 출발이 가장 큰 차이점. 아반떼의 VVT에 ‘C’자 하나 더했을 뿐인 1.5X DOHC 107마력 엔진은 몸에 군살이 빠진 덕분인지 출발이 비교적 매끄럽고 가볍다. 전체적인 출력 특성에 별 차이가 없지만 4단 AT의 성능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변속 과정에서 허둥대는가 하면 어딘지 모르게 힘을 허투루 낭비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면에 내리막 와인딩 로드를 감아 도는 동안 거동 변화에 촉각을 세워야 했던 아반떼 XD와 달리 쎄라토의 몸놀림은 한결 믿음직하다. 노면 변화에 따른 서스펜션의 피드백이 적절하고 지나치게 단단하거나 무르지도 않은 탄력이 돋보인다.
용인의 와인딩 로드에서 확인한 라세티의 핸들링은 기대 이상의 소득이었다. 바깥쪽 프론트 휠로 무게가 잔뜩 실린 내리막 코너링에서도 든든히 노면을 붙들고 돌아나가는 모습에는 짜릿한 희열까지 느끼게 된다. 균형감 있는 밸런스와 탄탄한 서스펜션이 역동적인 핸들링을 돕고 듬직한 체구와 달리 노즈 반응도 제법 민첩한 편이다. 1.5X DOHC 106마력 E텍-Ⅱ 엔진을 이끄는 4단 AT는 ‘P-R-N-D-2-1’의 계단식 구성으로 운전 재미를 더하지만 3단이나 오버드라이브 기능이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롤링과 피칭이 적고 승차감이 안락하지만 작은 요철에도 차가 ‘텅, 텅’ 튀고 진동이 울리는 등 서스펜션의 세련미는 부족한 편.
SM3은 직접적인 엔진 반응이 돋보이고 차체가 작은 만큼 기동성과 노즈 반응도 가장 경쾌하다. 4천300rpm에서 13.8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1.5X DOHC 엔진은 약한 저회전 토크가 가장 큰 단점. 특히 가파른 언덕길을 오를 때면 답답함을 토로하기 십상이다. 반면 4천~5천rpm대의 고회전 영역에서 박력 넘치게 뿜어지는 토크는 경쟁차를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버들가지처럼 몸을 추스르며 부드럽고 끈끈하게 연이은 코너를 공략해나가는 모습도 SM3에서나 만끽할 수 있는 진미. 작은 차의 기민함과 중고속 엔진회전수를 넘나드는 스포티한 달리기를 즐기기에는 SM3이 최선의 선택이다.
승차감과 핸들링, 기동성과 안정감에 있어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4대를 모아놓고 승패를 가늠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부진 달리기만 놓고 보면 쎄라토와 라세티의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상향 평준화된 아반떼 XD의 재능도 녹록치 않다. ‘인차일치’(人車一致)의 일체감과 기동성, 인테리어의 완성도만 따지자면 SM3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선택 가능한 카드는 모두 4장. 카드 나름의 성격은 분명하고, 더하고 덜한 것을 나누면 모두 평준화된 실력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당신은 아직도 무난한 카드를 집어드는 안정된 게임을 즐기고 싶은가? 기자라면 위험 부담이 커지기는 하지만 짜릿한 쾌감을 가져다줄 수 있는 새로운 선택을 권하고 싶다.

현대 아반떼 XD 기아 쎄라토 GM대우 라세티 르노삼성 SM3
장점 ·스타일링, 인테리어, 주행성능의 상향 평준화 탄력있는 서스펜션 ·여유 있는 체감공간 ·다부진 핸들링 ·뒷좌석 헤드레스트 인테리어 완성도 ·경쾌한 몸놀림
단점 큰 덩치와 소프트한 하체 ·강한 개성 ·답답한 4단 AT ·여운이 남는 노면 충격 ·거친 끝마무리 답답한 저속 토크 ·좁은 뒷좌석


현대 아반떼 XD 1.5 골드 기아 쎄라토 1.5 골드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525×1725×1425 4480×1735×1485
휠베이스(mm) 2610 2610
트레드(mm)(앞/뒤) 1485/1475 1495/1485
무게(kg) 1230 1190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DOHC
최고출력(마력/rpm) 107/6000
최대토크(kg·m/rpm) 13.8/4500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배기량(cc) 1495
보어×스트로크(mm) 75.5×83.5
압축비 10.0
연료공급장치 - -
연료탱크크기(L) 55
Chassis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듀얼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 모두 디스크
타이어 모두 185/65 R15 모두 195/60 R15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
2.846/1.581/1.000
0.685/-/2.176

최종감속비 4.381 4.041
변속기 자동4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74 184
종합 주행연비(km/L) 13.4 -
연비(km/L) 12.0 12.4
Price 1,247만 원 1,349만 원


GM대우 라세티 맥스 르노삼성 SM3 LE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500×1725×1445 4510×1705×1440
휠베이스(mm) 2600 2535
트레드(mm)(앞/뒤) 1480/1480 1490/1470
무게(kg) 1130 1185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DOHC
최고출력(마력/rpm) 106/6000 100/5600
최대토크(kg·m/rpm) 14.2/4200 13.8/4300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배기량(cc) 1498 1497
보어×스트로크(mm) 76.5×81.5 73.6×88.0
압축비 9.5 9.9
연료공급장치 - -
연료탱크크기(L) 60 -
Chassis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듀얼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 V디스크/드럼
타이어 모두 195/55 R15 모두 185/65 R15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
2.875/1.568/1.000
0.697/-/2.300
2.861/1.562/1.000
0.697/-/2.310
최종감속비 4.111 3.827
변속기 자동4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81 180
0→시속 100km 가속(초) 12.2 -
연비(km/L) 14.0 13.8
Price 1,187만 원 1,273만 원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
현대 아반떼 XD는 깔끔한 핸들링과 승차감이 매력. 스포티한 주행은 한계가 분명하다베스트셀러의 심장은 107마력의 4기통 1.5X  DOHC VVT 엔진
구성과 효율성, 공간감이 뛰어난 아반떼의 운전석. 부족한 세련미는 세월의 흔적이다아반떼 XD의 강점은 세부항목의 성적을 ‘B+’ 정도로 유지하는 평준화된 실력. 나무랄 데 없지만 딱히 특출한 재주도 없다.때론 짜릿한 쾌감을 위해 과감한 선택도 필요하다아반떼 XD와 커버 디자인만 다른 쎄라토의 4기통 1.5X 107마력 엔진보수적인 느낌이 물씬한 운전석. 말끔한 디자인과 체감공간의 우위가 돋보인다탄력 있는 하체가 뒷받침한 쎄라토의 핸들링은 균형감과 안정감이 뛰어나다쎄라토는 엔진, 트랜스미션, 서스펜션 등 아반떼 XD의 플랫폼을 그대로 빌려쓰고 있지만 주행성격은 천차만별. 탄탄한 하체와 안정된 핸들링이 믿음직하지만 허둥대는 트랜스미션은 ‘옥의 티’다부족한 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완성도 높은 인테리어로 커버하는 SM3의 운전석SM3의 1.5X 100마력 엔진은 직접적인 반응과 중고속 영역의 끈기를 강점으로 내세운다SM3의 심플한 보디라인은 최근의 국산 준중형 세단답지 않지만 거부감이 적다라세티의 패키징은 아반떼의 기준에 가장 가깝지만 운동성능은 그 이상. 다부진 달리기로는 쎄라토와 으뜸을 다투지만 고질병처럼 남아 있는 거친 끝마무리가 승패를 결정 못한 가장 큰 이유다계기판의 시인성과 화려함이 돋보이는 라세티의 운전석. 플라스틱 내장재의 거친마무리가 아쉽다듬직하고 꾸준한 토크를 이끌어내는 1.5X DOHC E텍-Ⅱ 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