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ES330 vs 푸조 607 3.0 지향점 다르지만 같은 시장 노리는 두 차의 색다른 만남
2004-03-05  |   46,925 읽음
미국 시장을 위해 만들어진 일본차가 한국 수입차시장을 흔들어놓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져 작년 하반기 국내 자동차업계가 술렁였다. 그 주인공은 렉서스였다. 올해 1월 들어 판매대수가 뚝 떨어지며 ‘3개월 천하’로 끝나긴 했지만, 잠시 동안이나마 렉서스가 IMF 이후 수입차시장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BMW를 왕좌에서 끌어내린 것은 놀라운 사건이었다. 도시형 SUV인 RX330과 가족용 세단인 ES330의 판매가 큰 역할을 했고, 그 중에서도 ES330은 단일차종 최다판매의 기록을 세우며 상승 분위기를 이끌었다.
작년 수입차시장에서 또 하나의 뉴스메이커는 푸조였다. IMF 경제위기와 함께 1998년 철수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 판매를 재개한 푸조는, 판매차종이 적다는 약점을 안고도 순식간에 4/4분기에 시장점유율 중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푸조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브랜드 알리기와 차종 늘리기에 힘을 쏟고 있는데, 그 정점에 서 있는 것은 기함인 607이다.

수입차시장 특수성이 만들어낸 묘한 맞수
개념이나 접근방법에서 뚜렷한 차이 보여


나름대로 큰 관심거리가 되어버린 두 브랜드의 두 차가 한 자리에 모였다. ES330은 렉서스 브랜드의 여러 모델들 중 허리 정도에 해당하고, 607은 푸조 브랜드 전체를 대표하는 최고급 모델이다. 브랜드 이미지나 브랜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가지고는 두 차의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서로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은근히 신경을 쓰고 있는 점이 재미있다. 두 차는 한국 수입차시장의 특수성이 만들어낸 묘한 맞수인 셈이다.
큰 관점에서 보면 두 차는 모두 준대형 준고급차에 속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국내 시장에서 두 차가 노리는 고객층의 교집합 범위도 비교적 넓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두 차는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원래 목표로 했던 시장이다. ES330은 미국을, 607은 유럽 중에서도 프랑스를 가장 큰 목표시장으로 삼고 개발되었다. 그만큼 차의 개념설정이나 접근방법의 차이는 뚜렷하다. 뒤에 이어질 본격적인 시승기를 통해 그 차이가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브랜드를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ES330은 렉서스의 다른 차들과는 차이가 있다. 렉서스가 도요타에서 만든 고급 브랜드이긴 하지만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ES330은 도요타의 대중용 중형차인 캠리의 렉서스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EF 쏘나타를 고급스럽게 만든 그랜저 XG와 비슷하다. ES330이 렉서스의 세단들 중 유일한 앞바퀴굴림 모델이라는 점 역시 렉서스의 지향점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ES330은 렉서스의 경쟁상대인 여느 고급 브랜드들의 동급차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607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프랑스 제1의 브랜드가 만드는 기함 모델이라는 상징적 의미다. 기함은 플래그십(flagship)이라는 영어에서 온 말로, 서양의 해군에서 함대기(旗)를 달고 사령관이 탄 배를 뜻한다. 지상전과 달리 해상전에서는 사령관이 맨 앞에 나서서 전투를 지휘하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자동차에서 한 브랜드의 최고급 모델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이끄는 모델을 기함이라고 하는 것은 이 의미를 빌려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607의 ‘기함’이라는 위치는 다른 고급 브랜드에서 나온 비슷한 크기의 모델들과 비교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해 수입차시장의 베스트셀러인 ES330과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푸조의 기함 607의 비교는 서로의 개성이 어떻게 다른지, 소비자가 선택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인지 확인하는 데에 의미를 둘 수 있다.

ES330은 들뜨고 607은 가라앉은 느낌
내장재의 고급스러움 두 차 모두 부족해


차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앞모습은 첫인상을 결정하는 가장 큰 디자인 요소다. 헤드라이트 끝부분이 보네트를 깊숙이 파고 들어간 것은 두 모델의 공통점이다. 최신 트렌드에 대한 해석이 메이커의 디자인 철학에 따라 다르게 나온 것이 흥미롭다. 그러나 스타일의 접근방법을 미술분야에 비유하자면 ES330은 조소에, 607은 조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한 크기의 주제와 덩어리를 가지고 ES330은 갖춰진 뼈대에 고급스러움을 더해나갔다면 607은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섬세하게 깎아나간 느낌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두 차를 따로 놓고 보면 ES330이 훨씬 커 보이지만, 나란히 있을 때에는 거의 비슷해 보인다. 수치상으로 비교해 보면 오히려 607쪽이 약간 큰 것을 알 수 있다.
ES330은 대륙지향적인 아웃라인과 볼륨이 미국적이지만 작은 부분에 많은 것을 담으려 하는 전형적인 일본식 디자인 성향도 엿보인다. 607은 전체적으로 팽팽한 긴장감 속에 세부적인 단순함과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균형감각으로 자연스럽게 우아함을 만들어낸다. 전반적으로 ES330은 들뜬 느낌이고 607은 차분히 가라앉은 느낌이다.
두 차 모두 밖으로 보여지는 디자인 주제가 실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보통수준 이상의 내공을 지닌 메이커들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운전석에 앉아 실내 앞부분을 살펴보면, ES330은 보수적이지만 실내 전체에 흐르는 은은한 곡선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어주고,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모습과 함께 차에 탄 사람이 여유를 느끼게 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607은 공간활용보다는 조형미와 장식적인 면에 좀 더 신경을 써서,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는 젊은 디자인의 가구를 놓은 거실과 같은 분위기다. 전반적으로 절제된 선과 양감을 밑바탕으로 차분한 느낌을 준다. 다만 정돈된 T자형 대시보드 한가운데에 들어앉은 타원형 센터페시아는 과장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실내 색은 ES330이 내장재와 가죽시트 모두 검은색에 짙은 갈색 우드그레인을 더했고, 607은 검은 내장재에 갈색계통의 가죽시트를 갖춰 비교적 밝은 갈색인 우드그레인과 잘 맞는다.
내장재의 고급스러움이 약간 부족한 것은 두 차 모두 아쉬운 부분이지만 시트의 고급스러움은 촉감이나 바느질 모두 수준급인 607쪽이 두드러진다. ES330은 두툼한 시트 쿠션의 폭신함이 돋보인다. 편안함의 기준은 미국과 유럽이 사뭇 다른 탓에, 상대적으로 단단한 607의 시트가 나쁘다고 하기는 어렵다.

뒤쪽으로 자리를 옮겨보면, 607은 등받이 각도가 몸을 기대기 좋게 기울어져 있고 엉덩이 아래와 등 뒤의 파여진 부분도 가볍게 몸을 잡아주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 편안함에 있어서는 휴식공간이라 해도 좋을 정도여서, 가족용 세단은 물론 쇼퍼 드리븐카로도 손색이 없다. 이런 차에 뒷자리를 위한 송풍구가 없는 것은 아이러니다. 밋밋한 각도로 기울어진 C필러 때문에 시야는 조금 답답하고, 머리 위의 천장을 움푹 들어가게 처리하긴 했지만 공간이 약간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쉽다. 등받이를 나누어 접을 수 있는 기능은 유럽차라면 당연한 요소다.
뒷좌석을 위한 송풍구가 마련되어 있는 ES330에서 상대적으로 고급차다운 배려를 느낄 수 있지만 좌석의 높이나 등받이 각도, 앞좌석과의 거리 등은 조금 부자연스럽다. 운전자 중심의 가족용 세단이 설계의 기본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에 타고 내릴 때 머리 부분의 걸리적거림은 607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고, 약간 파묻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옆 시야와 시트 쿠션의 편안함이 점수를 딴다. 머리받침 뒤쪽의 선반에는 어린이용 의자를 고정시킬 수 있는 고리가 마련되어 있지만, 미국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국내에서는 실용성 평가의 고려대상이 아니다.
차 밖으로 나와 먼저 엔진룸을 비교해 본다. 엔진룸은 대부분의 부품을 플라스틱 커버로 감싼 607쪽이 깔끔해 보인다. 엔진룸 커버는 소음을 줄여주지만 정비할 때에 불편한 것이 흠이다. 607은 중요한 점검부분을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해 불편함을 줄였다. ES330은 엔진 헤드 위에만 커버가 씌워져 있어 상대적으로 어수선해 보이지만, 정비하기 편리하도록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다. 도요타와 렉서스의 정비성 높은 엔진룸 배치는 미국 시장에서 호평을 듣는 이유 중 하나다.
ES330의 엔진은 배기량 3.3X로 3단계 가변흡기 시스템(ACIS-V)과 가변 밸브타이밍 장치(VVT-i), 전자식 드로틀 조절장치(ETCS-i) 등 다양한 전자장치가 더해져 228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시승차로 마련된 607의 엔진은 ES330보다 배기량이 10%쯤 작은 3.0X로 최고출력은 210마력이다. 배기량의 열세를 감안하면 출력은 많이 모자라는 수준이 아니지만, 체감출력에 영향을 미치는 토크는 29.1kg·m으로 33.2kg·m인 ES330보다 가속감의 여유가 덜한 원인이 된다. 회전감각은 두 차가 사뭇 다른데, ES330은 가볍고 호쾌한 느낌이고 607은 진지하고 정교한 느낌이다.

가볍고 호쾌한 느낌 주는 ES330의 엔진
607은 푸조의 스포티한 핸들링 살아있어


변속기는 ES330이 계단식 변속 게이트의 자동 5단이고, 607은 수동변속기능이 있는 팁트로닉 자동 4단이다. 최근 자동변속기의 단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가속감을 좋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가장 큰 목표는 연료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런 의도가 반영된 수퍼 ECT 변속기 덕분에 ES330은 엔진 배기량에 비해 탁월한 10.2km/X의 공인연비를 보여준다. 절대적인 수치상으로는 배기량이 작은 607의 공인연비가 9.9km/X로 열세지만 조금 무거운 차체를 생각하면 큰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607은 전통적인 푸조의 스포티한 핸들링이 잘 살아있다. 에어 서스펜션은 스포츠와 자동의 두 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자동모드에서는 주행상태에 따라 컴퓨터가 능동적으로 서스펜션의 반응을 여러 단계로 조절해준다. 비교적 정확하고 깔끔하게 운전자의 의도를 살려 움직여주는 것은 고맙지만, 고급차가 갖춰야 할 ‘+α’의 카리스마는 부족하게 느껴진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것은 한 메이커의 최상위 모델로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달리면서 ‘이 차가 고급차구나’라는 느낌을 갖기 힘들다는 것은 보는 입장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좋다’ 이상의 그 무엇을 줄 수 있어야 고급차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시승차의 타이어는 225/50 R17 크기의 피렐리 P6000. 제원표에 225/55 R17로 나와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ES330의 운전감각은 미국차의 부드러움과 일본차의 가벼움이 적당히 버무려져 있다. 부드러운 달리기에 초점을 맞춘 탓에, 4단계로 조절이 가능한 서스펜션은 가장 부드러운 컴포트 모드에 놓으면 출렁이는 듯하고 가장 단단한 스포츠 모드에서는 여유롭게 느껴진다. 타이어는 215/60 R16 크기의 미쉐린 에너지 MXV4 플러스로, 편평비에서 승차감을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핸들링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ES330도 칭찬을 하기에 모자람이 있다. 의도한 대로 몸을 놀리기는 해도 정확함이 약간 부족하고, 핵심을 꿰뚫어보면 일반적인 가족용 세단들과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시내에서 일상적인 주행만 반복한다면 이런 밋밋함이 편안함처럼 느껴질지 모를 일이다.
엔진 소리의 경우 ES330은 렉서스 특유의 조용함이 돋보인다. 차가 달리는 중에도 회전수나 변속여부에 상관없이 무엇이 돌아가고 있는지 느끼기 힘들 정도로 진동이 작다. 엔진 소리는 가볍게 실내로 전해지는데, 0.28의 낮은 공기저항계수에 힘입어 시속 140km 정도까지 풍절음이 낮은 수준에 머문다. 607의 실내로 들려오는 소리는 주행소음보다 엔진 소리가 강조되어있다. ES330보다는 들려오는 양이 많지만 차분하게 걸러져 들어오고, 중후함보다는 박진감 쪽에 가깝다.
정리하면, 푸조 607은 정통 유럽감각의 세단으로 안팎의 디자인에서 동적인 성능에 이르는 모든 부분들이 고르게 조화를 이룬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유럽산 차라는 점을 상기하고 독일산 차와 비교하면 가격경쟁력이 있다. 한편 그랜저의 가벼운 감각을 좋아했던 오너들이 수입차로 업그레이드한다면 ES330만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차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수입차로서는 차의 크기나 장비에 비해 매우 경쟁력 있는 값을 제시하고 있다.

잘 팔리는 물건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값만큼,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비슷한 크기와 장비를 갖춘 두 차의 성격과 가격 차이를 과연 메이커들은 어떤 가치의 차이로 소비자들에게 알려나갈지 궁금해진다. 뒤늦게 경쟁에 나선 푸조의 경우가 더욱 그렇다.

렉서스 ES330 P그레이드 푸조 607 3.0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855×1810×1455 4875×1830×1460
휠베이스(mm) 2720 2800
트레드(mm)(앞/뒤) 1545/1535 1540/1535
무게(kg) 1560 1580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V6 DOHC
최고출력(마력/rpm) 228/5600 210/6000
최대토크(kg·m/rpm) 33.2/3600 29.1/3750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배기량(cc) 3311 2946
보어×스트로크(mm) 91.9×83.1 87.0×82.6
압축비 10.2 9.9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70 80
Chassis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스트럿 스트럿/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모두 215/60 R16 모두 225/55 R17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
3.820/2.194/1.411
0.973/0.703/3.141
3.131/1.707/1.152
0.829/-/2.959
최종감속비 3.478 3.450
변속기 자동5단 자동4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229 232
0→시속 100km 가속(초) - 9.9
연비(km/L) 10.2 9.4
Price 5,580만 원 7,04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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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미와 장식적인 면에 신경 쓴 푸조 607의 실내뒷좌석은 몸을 기대기에 적절하게 등받이가 기울어져 있고 가볍게 몸을 잡아주어 편하다210마력의 힘을 내는 V6 3.0X    엔진. 주변에 커버를 씌워 깔끔해 보인다시승차의 타이어 사이즈는 제원표와 다른 225/50 R17이다겉모습에서는 세부와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균형감각이 돋보인다607의 달리기는 푸조의 전통인 ‘스포티한 핸들링’이 잘 살아있다보수적인 느낌을 주는 렉서스 ES330의 실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한 흔적이 엿보인다뒷좌석의 구조적 약점을 편의장비와 편안한 쿠션으로 보완하고 있다ES330의 트렁크는 트렁크 리드가 높아 공간이 넓어 보인다다양한 첨단기술이 쓰인 V6 3.3X      엔진은 연비가 좋고 진동과 소음이 적다16인치 휠에는 승차감을 고려해 215/60 R16 타이어를 끼웠다어류를 연상시키는 겉모습에는 미국과 일본의 디자인 성향이 뒤섞여있다달리기 성능은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춰 일반적인 가족용 세단들과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