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로터스, LOTUS EVORA GT410 SPORT
2021-06-02  |   25,614 읽음

궁극의 로터스

LOTUS EVORA GT410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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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라 GT410 스포츠는 엑시지 스포츠 410과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얹었으면서 완전히 결이 다른 모델이다. 엑시지가 불편한 대신 운전 재미를 얻었다면, 에보라 GT410 스포츠는 여기에 안락성까지 부여해 궁극의 로터스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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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도어 실을 깎아내 승하차성을 개선했다. 뿐만 아니라 역대 로터스 중 가장 고급스러운 실내와 안락성을 갖추었다


본디 스포츠카의 매력이라면 경량 차체, 강렬한 심장에서 오는 순수한 운전 감각이 아닐까. 하지만 요즘 스포츠카는 안락성과 다재다능함을 추구하다가 무거워지기 일쑤. 덕분에 순수한 운전 감각은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꾸준히 순수한 스포츠성에 집착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로터스다. 창업자 콜린 채프먼은 모터스포츠 활동에 많은 힘을 쏟았다. 극단적인 경량화 신봉자로 ‘파워를 더하면 직선에서 빨라진다. 하지만 무게를 덜어내면 어디에서든 빨라진다’라는 철학은 지금의 로터스에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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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 패널, 스포일러를 더한 루버 테일 게이트 등 모두 카본으로 만들어 무게를 1,361kg으로 억제했다


다만 예전과 달리 요즘은 상대적으로 다기통, 대배기량 엔진을 얹는다. 이 때문에 반기를 드는 사람도 있다. 한때 4기통 엔진으로 8기통, 12기통 라이벌들과 맞장 뜨던 메이커가 아닌가. 경량화에 과하게 집착했던 지금의 덩치 큰 고성능형 엔진을 좋아할 리 없다. 게다가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따라 금기시했던 자동변속기, 2+2 시트 구성 등의 선택지도 마련해 브랜드 저변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경량 스포츠카라는 한정된 시장에서만 승부를 보는 것은 장기적으로 독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이 있지만, 한 우물만 파서는 언제 물이 떨어질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로터스뿐 아니라 모든 메이커에게도 통용되는 말이다.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인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애스턴마틴도 이제는 SUV를 포함한 라인업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천후는 아니더라도 안락성 확보가 스포츠카 시장에서 필수 요소가 된 셈. 경량 스포츠카의 교과서라 불리는 로터스에서 안락성을 추구한 모델이 바로 에보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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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라의 바탕이 된 프로젝트 이글처럼 독수리의 눈매가 떠오른다


새로운 매력의 로터스

에보라의 바탕이 된 프로젝트 이글이 데뷔한 것이 2008년. 2000년대 중반 로터스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디자인이었다. 커진 차체로 안락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실내는 물론 2+2 시트 공간도 확보했다. 알루미늄 소재와 미드십 구성을 제외하면 앨리스 뼈대와는 완전히 달랐다. 측면 높이가 낮아졌고, 리벳 대신 접착제를 사용해 경량화와 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비틀림 강성은 엘리스의 두 배가 넘는 27,000Nm/deg. 게다가 사이드 도어실을 깎아내 승하차성을 개선했다. 엑시지를 탈 때에는 시트에 엉덩이를 붙이는 과정이 무척 고되지만 에보라는 별다른 수고가 따르지 않는다. 옵션으로 가능한 2+2 시트는 사실 사람보다는 화물 공간으로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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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록한 허리 덕분에 V8 미드십 페리리 같은 아우라를 뿜어낸다


철저히 공력으로 다듬은 외형은 잘록한 허리가 두드러져 V8 미드십 페라리 실루엣처럼 우아하다. 프론트 범퍼에 에어 블레이드를 달아 앞바퀴 주변 와류와 항력을 감소시킨다. 리어 휠에 달린 카본제 덕트는 휠 아치의 고압 공기를 배출해 다운포스 밸런스에 도움을 준다. 덕분에 엑시지처럼 대형 윙을 달지 않고도 시속 305km에서 에보라 400의 3배에 달하는 96kg의 다운포스를 생성한다. 프론트 액세스 패널, 루프 패널, 스포일러를 더한 루버 테일 게이트 등 모두 카본으로 만들어 무게를 1,361kg으로 억제했다. 덕분에 톤당 출력 326마력(수동 기준)을 자랑한다. 자동 모델은 이보다 무게가 11kg이 늘어나고 최고시속 275km. 대신 0→시속 100km 가속은 4.1초로 수동보다 0.1초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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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력을 고려한 디퓨저와 리어휠 카본제 덕트. 다운포스 밸런스에 도움을 준다


라이트 웨이트+강렬한 심장+안락성

키를 돌리고 대시보드 왼편에 있는 스위치를 길게 누르니 시동과 함께 엔진이 깨어난다. 이 차는 분명 엑시지 스포츠 410과 같은 엔진인데 배기 사운드가 좀 더 우렁차다. 가변 배기 버튼도 달렸다. 시승차는 수동 모델로 운전자가 직접 모든 조작을 해야 한다. 번거로운 대신 지배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 운전의 재미는 두말하면 잔소리. 누가 뭐래도 로터스의 진정한 매력은 수동 변속기에서 나온다. 게다가 수동 모델에만 토센 디퍼렌셜이 달린다. 1단에서 풀 스로틀과 함께 거친 소리를 내뿜으며 시프트 업. 엑시지 스포츠 410은 가변 배기가 열려야 좋은 사운드를 내지만, 이 차는 아이들링부터 레드존까지 흠잡을 데 없는 소리를 제공한다. 6단까지 일상용을 고려한 기어비 세팅은 시프트 조작이 즐겁다. 덕분에 여태까지 타본 모든 스포츠카 중에서 운전 재미만큼은 단연 최고다. AP 레이싱 4 피스톤 캘리퍼가 강력한 제동력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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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 3.5L 수퍼차저 엔진이 410마력을 내며, 자연흡기 못지않은 반응성을 끌어냈다. 후면 끝 쪽에는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V6 3.5L 슈퍼차저 엔진은 3세대 엑시지(2012년)부터 사용해온 토요타 2GRFE 엔진을 개량해 410마력을 낸다. 슈퍼차저의 이점은 자연흡기 못지않은 응답성이라 로터스라는 캐릭터에 제격이다. 시승차는 타이어가 많이 닳아 본래의 성능을 온전히 뽑아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시속 250km 이상은 넘기지 않았다. 타이어 컨디션만 따라준다면 300km/h까지도 거뜬해 보인다. 와인딩 로드에 차를 올려 액셀 페달을 누름과 동시에 핸들을 잡아 돌리니 엑시지와는 느낌이 완전 다르다. 트랙 토이로서 엑시지가 주는 매력은 분명하지만 일상 용도로는 불편한 게 사실이다. 반면 에보라는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이라 주차나 U턴 시에도 무척 편했다. 그러면서도 연속되는 코너에서의 조향성 또한 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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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매력에 일상을 더하다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발전시켜 온 로터스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에보라 GT410 스포츠를 만들어 냈다. 민첩성, 정확성, 응답성을 근간에 두고 안락성까지 더한 새로운 매력의 로터스다. 그렇다고 DNA가 어디 간 것은 아니다. 무늬는 양산차지만 그 속에는 알루미늄 섀시, 빌슈타인 댐퍼, 아이바흐 스프링,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AP 레이싱 브레이크 등 경주차 요소를 듬뿍 담아냈다. 일상은 물론 모터스포츠에 사용해도 손색없는 장비들이다. 스파르코 레이스 시트도 옵션으로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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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성과 적당히 타협을 보느라 특유의 날카로움이 다소 무디어졌지만 이 차는 여전히 로터스다. 에보라 400 AT 대비 차체 무게도 50kg 남짓 덜어낸,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이 차에는 콜린 채프먼의 철학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경량 차체와 강력한 심장에 일상적인 주행까지 만족시키는, 그야말로 궁극의 로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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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4319e629981e7561cbacb65878cf1_1584420697_53.jpg글·사진 맹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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