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악당의 길, JAGUAR F-TYPE P380
2021-06-11  |   1,809 읽음

본격적인 악당의 길

JAGUAR F-TYPE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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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 아이콘이 되어야 하는 F타입. 전설적인 E타입의 후계로써 태생부터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위대한 디자이너, 이안 칼럼이 빚어낸 디자인은 재규어의 정수가 되었고,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이뤄냈다. 최신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는 과연 어떤 무기를 얻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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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브레이킹 상황에서도 피칭이 크지 않아 안정감이 좋다 


시기적절한 업데이트

F타입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을 당시 눈에 띄는 아름다운 디자인 덕분에 ‘재라리’라는 별명이 붙었던 것을 기억한다. 말 그대로 재규어와 페라리의 합성어다. 1~2억대 가격으로 기본 3억이 넘는 스포츠카의 정점, 페라리와 비견 되다니. 이것만으로도 F타입이 얼마나 멋진 디자인이었는지 가늠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무시할 수 없었다. 개성 가득한 헤드램프에 올드함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2013년 첫 등장 이후 업데이트가 있었지만 외형 변화의 폭은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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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테일램프 그래픽은 시케인 시그니처로 불린다 


F타입은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대대적인 눈 수술에 들어갔다. 세로형에서 가로형으로 눈매를 바꾸고 보다 앙칼진 인상으로 돌아왔다. 순둥순둥하고 개성 있던 이전 세대에 비해 확연히 샤프해지고 잘생겨졌다. 다만 어딘지 모르게 감성은 조금 줄어든 모습.

테일램프는 워낙 독보적이며 멋스러웠기에 변화가 크지 않았다. 헤드램프에 비하면 시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아래로 볼록했던 동그란 라인이 각진 모양새로 바뀌었다. 재규어 측에서는 이를 시케인 시그니처라고 부른다. 성공적인 업데이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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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콕핏을 연상시키는 F타입의 운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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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에는 12.3인치 TFT LCD 디스플레이가 사용됐다 


실내도 변화의 폭이 크지는 않다. 계기판이 TFT LCD 디스플레이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인상적인 부분을 찾긴 어렵다. 다만 스포츠카답게 드라이빙에 집중할 수 있는 레이아웃이 F타입의 캐릭터를 부각시킨다. 시동을 걸면 요즘 듣기 힘든 우렁찬 배기음이 귓가를 때린다. 매끈한 겉모습과 달리 걸걸한 목소리로 남성미를 뽐낸다. 그렇다고 V8 SVR처럼 무자비한 소리는 아니다. 한층 일상적인 느낌. 반대로 P300의 4기통보다는 존재감이 확실해 스포츠카로써 균형 감각이 좋다. 참고로 시승차인 P380은 V6 3.0L 수퍼차저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6.9kg·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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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레버 주변으로는 각종 퍼포먼스 버튼들이 배열돼 있다 


변속 레버를 D에 두고 차를 움직여보면 불량스러운 태도에 적잖이 놀라게 된다. 우아한 것은 외관뿐, 으르렁거리는 배기 사운드와 탄탄한 승차감, 어딘지 허술한 섀시의 감각이 한데 모여 날것 그대로의 스포츠카를 보여준다. 개성을 줄이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독일차에 비해 캐릭터가 확실하다. 결코 친절하지 않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드라이브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설정하고 변속기를 S에 두면 뒷골목 불량배를 넘어 진짜 악당으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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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디자인은 아니지만 멋진 비율을 완성하는 20인치 휠 


차체는 한껏 조여들어 언제든 튀어나갈 준비가 됐다고 외치고 엔진과 서스펜션, 스티어링 휠까지 잔뜩 예민하게 날을 세운다. 모든 감각이 끌어올려진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단숨에 바닥까지 밟으면 F타입은 웅크렸던 차체를 용수철처럼 튕겨내며 순식간에 도약한다. 고양잇과 맹수다운 움직임이다. 동시에 끓어오르는 배기음, 곧이어 터지는 사운드가 운전자의 고막을 강타한다. 스포츠카는 이런 것이라고 몸소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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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램쉘 보닛을 열면 수퍼차지드 V6 3.0L 엔진이 등장한다 


이런 즉각적이고 넘치는 힘에는 수퍼차저의 역할이 크다. 고속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효율 때문에 요즘 보기 힘들지만 터보와는 확연히 다른 매력이 있다. 순간적이고 절대적인 응답성이 바로 그것이다. 

콤팩트한 차체는 코너를 간결하게 감아나가며 그리고 싶은 라인을 마음껏 그릴 수 있다. 안정감 넘치는 차체와 밸런스 좋은 움직임, 즉각적인 힘과 섬세한 조향이 어우러진 덕분이다. 여기에 신뢰할 수 있는 브레이크 감각까지. 달리고 있는 매 순간이 자유로운 느낌이다. 또한 고속으로 접어들면 룸미러를 통해 솟구쳐 오른 리어 스포일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날개에 붙어있는 재규어 엠블럼이 인상적이다. 스포츠카로써 운전자에게 전할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제공하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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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의 만듦새는 기능적으로도 미학적으로도 뛰어나다 


칭찬일색인 스포츠카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한다. 센터 디스플레이의 그래픽과 화면 전환 그래픽이 그렇다. 신형이지만 어쩔 수 없는 예스러움이 남아있다. 날로 화려해지는 디지털 시대에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모양새다. 형제 회사인 랜드로버에서 티맵을 기본 탑재하는 것도 배웠으면 한다. 통화감도 매우 아쉬웠다. 다만 스포츠카로서 본질적인 가치가 워낙 뛰어나기에 단점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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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로써 본분에 충실한 재규어의 아이콘 F타입을 만나봤다. 영화 속 입체적인 매력의 악당들처럼 F타입 역시 다재다능하고 자신들만의 철학을 고수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다. 신형 F타입은 재미없고 심심한 주연 말고 개성 넘치는 씬 스틸러가 진짜 내 역할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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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db5a4fa33499762f81664f440fef00_1584493434_0444.jpg 신종윤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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